소설리스트

판자촌의 유령선장-83화 (84/128)

83화

바다의 두 사자-1

시간은 빠르게 지나갔다.

전쟁이 일어나건, 학살이 일어나건, 누군가가 은밀히 힘을 기르건, 음모를 꾸미건 상관없이 거대한 땅덩이는 부지런히 공허한 움직임을 지속했고 수많은 별들은 늘 그랬듯 그 작은 땅덩이를 주시했다.

태양이 뜨고 지는 시간은 줄어들었다가 다시 조금씩 길어지기 시작했다. 살을 에는 추위는 점차 포근해져 갔다.

서서히 생명이 움트기 시작하는 3월이 되었다.

그러나 이는 수많은 생명을 꺼뜨리는 시기의 시작이기도 했다.

눈이 녹기 시작하자, 육지에서는 겨우내 경계만 하던 소극적인 움직임을 집어치우고 본격적인 전투를 시작할 조짐이 보였다.

선공은 에크나르프였다.

먼저 공격을 가할 수 있던 이유는 개량 호밀 수확이 끝나는 시기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에크나르프는 유로파 서부에서 가장 넓은 평지를 소유하고 있었고 때문에 제일가는 농업 국가였다. 그러니 농작물 개량 역시 활발했다. 그 문화에 따라 마법사들 역시 품종 개량에 손을 대곤 했다.

그 결과물 중 가을에 파종해 겨울을 보내고 3월에 수확 가능한 마법사들의 호밀 개량종이 있었다. 비록 4월에 수확하는 기존 품종보다 비실거리고 굵은 낱알도 아니지만 군량미 비축이 어려울 시기에 군량 조달을 조금이나마 빠르게 한다는 장점이 있었다.

북부보다는 남부가 더 따뜻하니, 개량 호밀 역시 남부에서 더 빨리 낱알을 맺었다. 에크나르프는 군대를 징집한 김에 짧은 기간 안에 수확해야 하는 호밀의 특성을 고려하여 군대를 수확에 모조리 쏟아부었다.

그 호밀을 심은 이도 수확하는 이도 모두 같은 둔전병이었다. 에크나르프가 이 전쟁을 시기까지 맞추어 오랫동안 계획했다는 증거였다.

“자, 일단 남부부터 어떻게 하고 보자!”

니아트리브 및 레흐텐 연합군을 마주하고 있는 북부는 아직 추위가 가시지 않았고 두 나라의 군량 확보 문제로 인하여 아직은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비슷한 위도인 라인 강 유역도 아직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

결국 움직일 수 있는 군대는 군량미가 어느 정도 확보된 남부 전역의 군대뿐.

에크나르프는 이탈리 반도 북부에 주둔하고 있던 동부국의 군대를 향해 진격을 시작했다. 반도 도시 국가들이 호응하여 군량 및 화약 확보도 유리했다.

술탄국과 유로파 사이의 중계무역을 주도하는 도시국가들 입장에서는 가장 큰 고객인 에크나르프와 친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동쪽 엘가리의 반란을 신경 쓰느라 2선급 군대를 끌고 온 동부국은 갑작스런 기습에 큰 패배를 거머쥐며 꼴사납게 이탈리 북부에서 쫓겨나야 했다.

“동부국은 에크나르프의 카스테냐 왕위 계승을 인정하라!”

에크나르프는 대사를 파견하여 동부국에게 협정서를 들이댔다. 동부국의 반응은 당연히 거부였다. 한번 패배했다고 단번에 수긍하는 문화가 있었다면 그동안 유로파에 있었던 수십 년 단위 전쟁은 있지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강한 거부가 아니라 완곡한 거부를 밝힌 것으로 보아 내부에서 다소 흔들리는 것이 엿보였다.

에크나르프의 입장에서는 나쁠 것 없었으니 굳이 밀어붙이지는 않고 순순히 물러났다. 문제없을 전선에 군을 계속 묶어두는 건 군비낭비다.

반면, 카스테냐의 사정은 좋지 않았다.

카스테냐 내의 귀족 가문끼리의 싸움은 일단락되어 왕실 측이자 에크나르프의 왕위 계승을 지지하는 쪽의 승리였지만, 바다에서는 정반대였다.

“물마법사다!”

“도망쳐!”

바다에서 큼직한 파도가 치는가 싶더니만, 그걸 본 배들이 겁을 먹고 각자 후퇴하기 시작했다. 전열 유지가 필수인 단종진에 구멍이 숭숭 뚫렸다.

“단종진이 무너진다! 퇴각한다!”

단종진이 무너짐에 따라, 다른 배들도 포위당할 위험을 무릅쓰고 혼자 전투를 벌일 수는 없었기에 덩달아 후퇴할 수밖에 없었다.

***

“이게 대체 몇 번째야!”

쾅하고 알레한드로 제독이 책상을 부서져라 내리쳤다. 그들의 앞에는 장교들이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일부는 자리가 비어 있었다.

적전 도주를 한 장교들이 처벌을 위해 불려나갔기 때문이었다. 밖에서부터 찰싹 하는 채찍소리와 함께 비명이 조그맣게 들려왔다.

“고작 파도다 파도! 그걸 보고 꼴사납게 몇 번을 도망치는 거야!”

카스테냐 해군은 무적함대란 이름이 무색하게도 겨울 동안 몇 번의 해전을 치르고도 단 한 번도 승리하지 못했다.

그들 사이에는 마법사가 손짓만 하면 순식간에 배가 가라앉는다더라, 거대한 해일을 만들기 때문에 단종진을 세우면 오히려 더 취약하다더라 하는 소문이 퍼져 있었다. 니아트리브 측의 간계인지 아니면 스스로가 만든 헛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안 그래도 바닥을 찍은 사기를 땅을 뚫고 들어가게 만드는 데는 충분했다.

때문에 조금만 파도가 높거나 물이 위로 솟아오른다 싶으면 ‘물마법사다!’하며 바로 등을 돌려 꽁무니를 빼버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군율? 사기? 이기지 못하리란 공포 앞에서는 모든 게 무너졌다. 수병들을 다독여야 할 장교들부터가 공포에 뇌가 마비되어 버렸는데 어찌 수병들을 닦달할 수 있으리오.

“분명 상대편에는 마법사가 있다. 허나, 그 대마법사는 결단코 아니야!”

다소 과장이 섞여 있을지는 몰라도, 아소르스 제도 근방에서 엘리자에게 수몰당한 함대의 생존자들의 기록에 훨씬 못 미치는 물마법이었다. 도주를 유발한 파도 중 절반은 물마법도 아니고 그냥 자연적인 거친 파도였다.

육지에서의 전투가 소강상태에 들어섰기에 비로소 초빙할 수 있게 된 마법사들의 판단도 지금 카스테냐 해군이 맞닥뜨리고 있는 상대는 대마법사가 아니라고 했다.

니아트리브 같은 특이한 경우를 제외하고, 국가의 마법사가 해군 선박에 탄단 얘기는 근해에서 전투가 벌어지고 있단 얘기다. 이는 즉, 지중해는 물론이고 대서양을 호령하던 해군력 1위 카스테냐가 앞마당까지 밀렸단 얘기였다.

“퇴각 명령을 내린 것들은 처형은 하지 말고 채찍형으로 끝내도록.”

군율을 어겼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선 한 명의 인원이라도 아껴야 했다. 한둘도 아니고 해전이 벌어질 때마다 십수 척씩 도망을 치는 마당이라 그때마다 처형을 해버리면 사람이 남아나지 않을 것이다.

‘이런 적도 처음이군.’

모두가 떠나간 회의실 안. 알레한드로 제독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무적함대라는 위명은 이제 떼야 했다. 겨울 동안 패배한 해전만 해도 무려 8번. 그 때마다 몇 척씩 나포되는 굴욕을 당해야 했다.

‘마법사의 위명은 정말 대단하구나.’

작년에 아소르스 제도에서 함대 하나가 박살났을 때도 그 위력을 실감했지만 지금은 마법뿐 아니라 다른 쪽으로도 무섭다는 걸 인정해야 했다. 그저 존재만으로도 함대를 지리멸렬하게 만들 줄이야.

그전까지는 정말로 패배 한 번 없었거늘.

‘불명예스럽게 군 인생을 끝내게 생겼어.’

제독 자리에 취임한 지도 어언 십오 년. 인생에 다시없을 참담한 시기를 겪는 제독의 시름은 깊어져만 갔다.

***

동부국의 수도 빈.

에크나르프의 왕가와 함께 콧대가 드높기로 유명한 엘츠아 가문의 발원지이자 동부국의 정식명칭인 ‘동부의 위대한 제국’의 심장부였다.

그런 심장부의 가장 중심이라 할 수 있으며, 빈의 제왕이 사는 궁궐은 그 드높은 이름값답게 사치로 가득했다.

외벽엔 에크나르프 못지않게 대리석과 황금으로 치장된 조각상과 각종 장식들이 가득했고 궁을 둘러싼 정원은 한겨울에도 파릇파릇한 상록수로 채워져 있었다. 심지어 창살 형식의 대문은 통짜 은창살에 금을 입힌 것이었다.

외부가 이럴진대, 내부는 그보다 더했다.

내부의 모든 것이, 바닥에 깔리는 카펫부터 변소까지 모든 것이 하얗고 붉고 노란 금색이었다. 눈만 돌리면 대리석이고 금박이며, 흙을 터는 궁 입구의 흙받이조차도 자주색의 벨벳이었다. 사방에서 엘츠아 가문의 문장인, 노란 방패에 붉은 사자가 그려진 흰 깃발이 펄럭였다.

그런 돈과 권력으로 둘러싸인 궁궐의 깊숙한 심처는 이 모든 사치를 아무렇지도 않게 만들 긴장에 휩싸여 있었다.

온갖 고위 귀족들이 갓 들어온 신병처럼 바짝 긴장하여 앉아 있는 가운데, 상석이라는 의미에 걸맞게 몇 계단 높은 곳에 자리한 옥좌에서 제국의 주인, 테레지아 여제가 심기 불편한 얼굴로 모두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유로파에서 가장 뛰어난 미색을 가지고 있다 자자한 이 군주는 아이를 낳고 나이가 들었음에도 미모는 여전히 대전 전체를 밝힐 정도였다.

허나, 여제가 발하는 숨 막힐 정도의 기세는 보는 이로서 하여금 미모에 대한 경탄보다 위엄에 대한 경외를 낳게 만들었다.

그 옆, 아름다운 여제의 어린 시절을 꼭 닮은 백금발의 소녀가 침침한 분위기에 긴장하여 눈동자만 도로록 굴리고 있었다.

“이번 이탈리 북부의 패배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여제의 말에 대전은 쇳덩이라도 올라앉은 것처럼 더욱 무거워졌다. 저건 책망이었다. 그것도 아주 강한 책망. 직접적으로 어떻게 생각하느냐 하는 말은 직설이다. 귀족계에서 직설은 여러모로 좋지 않은 의미다.

최근 동부국의 외부 영향력은 슬슬 기울고 있었다.

전대 국왕 때는 술탄국에게 수도가 포위되질 않나, 십여 년 전에는 프아이서와의 분쟁에서 끝내 물러나 땅덩이를 뺏겨야 했고, 이번에는 엘가리가 반란을 일으키고 에크나르프에게 지기까지.

“짐이 국가를 못 다스린 건 아닌데. 어찌하여 이런 결과가 나오는지 짐은 참으로 궁금하도다.”

테레지아 여제 등극 이후, 동부국의 세력은 크게 확장되었다.

내부적으로는 여제가 실시한 초등교육 의무화로 국민의 평균 교육수준이 높아지며 인재를 키워낼 밑바탕을 설립했고 여러 악습들을 철폐하고 비효율적인 사회를 크게 개혁하여 제국의 부를 쌓아 올릴 기틀을 마련했다.

여제 등극 뒤로 20여 년이 지난 지금. 동부국은 정치적, 경제적으로 크게 발달했다. 정치적으로는 여러 나라의 사교계를 꽉 틀어쥐었고 경제적으로는 국고가 넘칠 정도로 풍족해졌다. 인재 역시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모두가 여제의 이름을 칭송하고, 동부국의 전성기라 말하길 주저하지 않았다.

“이해할 수가 없어. 짐이 이 자리에 오르기 전엔 분명히 엘가리의 여왕으로서 그들의 지지를 받았었단 말이야. 이 자리에 오르고도 엘가리는 분명 짐에 대한 지지를 굳건히 했네. 엘가리 왕 역시 종은 다르다지만 짐의 친우고. 그런데 어찌하여 반역이 일어났단 말인가? 엘가리 총독. 뭔가 이상하다 생각하지 않나?”

여제의 총구가 엘가리 총독이자 트란실바니아 대공에게 겨눠졌다. 아니, 여왕의 기세는 여전히 귀족들을 겨누고 있었으니 대공에게는 그저 발언권이 주어진 것뿐이었다.

대공은 이 많은 귀족 신하들 중 유일하게 긴장을 하고 있지 않은 인물로서, 창백한 안색으로 차분히 대답했다.

“폐하의 말씀대로, 이해할 수 없는 일입니다. 왕위 계승 전쟁 직전까지도 반역의 기미는 전혀 없었습니다. 그건 폐하 역시 알고 계시리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래, 맞다. 엘가리 왕은 짐의 친우이고, 에크나르프가 카스테냐를 날로 삼키겠다고 선언하기 전날까지도 짐과 사교 연회에서 춤을 췄다고. 짐이 30년 넘게 알고 있는 바로는 엘가리 왕은 음험하지 못해. 오히려 이상한 게 있으면 내게 바로 보고했겠지.”

“그럼 결론은 하나입니다. 누군가 엘가리 왕을 부추겼던가.”

“그럴 리는 없다. 부추겨? 그 심약자를?”

“아니면...... 엘가리 왕은 이미 이전의 인물이 아니란 것입니다.”

귀족 중 누군가가 놀라 헉하고 헛숨을 들이켰다.

암살 뒤 위장.

그것도 강국인 ‘동부의 위대한 제국’의 종속국을 상대로.

“물증이 있나?”

“아직은 없습니다. 주동자가 증거를 남길 리가 없지요. 하지만 조사는 필요합니다.”

“조사라. 이미 반역이 일어나 총칼을 겨눈 상태인데도 말이냐?”

“간단합니다. 일단 저들의 요구를 수용하시고 은밀히 조사하면 그만입니다. 그리고 증거가 나온다면, 이전 약속은 정당한 당사자와의 약속이 아니었기에 파기하면 됩니다.”

“그건 짐도 할 줄 아는 생각이다. 하지만 두 나라가 분리되면 일어날 수많은 문제 때문에 말하지 않은 것이지. 그 해결법은?”

“모두 들어주자는 것이 아닙니다. 저들의 요구는 분리독립이지만 정말로 그걸 바라는 건 아닐 겁니다. 일단 자치제를 조금 손봐서 저들에게 유리하게 하는 정도면 차후 원복되더라도 문제는 없으리라 사료됩니다.”

“그것 또한 짐도 생각해 본 바다. 그렇다면 조사는 어떤 방식으로 할 셈이지?”

“마법사 연맹에 도움을 요청하시지요.”

“마법사라. 대공은 암살범이 마법사라 확신하는가?”

그렇게 묻는 여제의 얼굴 역시 암살범은 마법사라 확신하고 있었다.

“단순히 얼굴을 벗겨 쓰는 것이라면 얼마 안 가 들킵니다. 마법으로 감쪽같이 위장을 했던가, 아니면 엘가리 왕의 측근들도 모두 갈아치워졌던가.”

하지만 측근은 모두 멀쩡했다. 왜냐면 반역이 터지자마자 엘가리 왕의 측근들은 붙잡혀 사형당하거나 동부국 측으로 도망왔으니까.

“그렇다면 반역 이후 새로 뽑힌 왕의 측근들이 암살자와 같은 진영일 수도 있겠어.”

“저 또한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조사는 자네에게 일임하지. 왕실마법사를 다룰 권한도 주겠네.”

“꼭 배후를 밝혀내겠습니다.”

“필요하다면, 자네 고향의 전력을 사용해도 된다.”

“.....!”

창백한 안색이 조금 더 하얘졌다. 분을 발라 핏기를 완전히 없앤 것 같아 다른 귀족들은 그 이질감에 절로 대공을 보는 시선을 거두어야 했다.

“......분부대로.”

트란실바니아 대공의 목이 깊숙이 숙여졌다.

“그럼 엘가리 문제는 그렇게 하고. 이젠 서쪽 문제를 해결해야 된다. 에크나르프가 감히 카스테냐를 한입에 집어삼키겠다......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문제야.”

테레지아 여제가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더니 그 크고 파란 눈만 깜빡이던 소녀의 머리를 한번 쓰다듬었다.

“......히히.”

소녀가 살풋이 웃는 것을 보고 여제의 굳어 있던 얼굴에도 다시금 미소가 감돌았다. 하지만 그 표정은 왼쪽으로 고개를 돌려 조용히 시립하고 있던 인물들을 보자 싹 사라졌다.

귀족 복장을 입고 있으며 영지는 없지만 드넓은 영토를 가진 귀족들만큼 중요한 이들.

“조언자들, 현재 에크나르프와의 관계 개선을 위한 방안들을 알아보라.”

조언자.

이는 각국 왕실에 드넓게 포진한 직군으로, 왕실의 인물들을 다소 다른 방향에서 보좌하는 이들이었다.

그들의 머리에는 각국의 예절, 역사는 물론이고 각국 황실 계보와 규율 등이 모조리 들어있어 살아있는 백과사전이라 불릴 법한 이들이었다.

일반적인 귀족들이 국가의 금력과 군사력 및 행정적 통치를 담당한다면, 조언자들은 정신적인 기틀을 세우고 명분을 만드는 등 포괄적인 정책 연구자들이었다.

에크나르프가 그토록 당당히 왕위 계승권을 주장할 수 있었던 이유도 에크나르프의 조언자들이 모여 법률과 계보를 모조리 검토한 결과였다.

“예에, 폐하.”

그들이 고개를 숙이며 스르륵 물러갔다.

“이제 회의를 파하도록 하겠다. 연회가 열릴 예정이니 서로의 의견을 나누도록.”

회의가 아니라 일방적인 여제의 불만 토로나 마찬가지였지만 누구도 반박하려 드는 이는 없었다.

유로파 사교계의 또 다른 중심부인 동부국의 국정 운영 방식 역시 에크나르프와 비슷했다.

기본적인 안건 제의와 국왕의 명령 및 발언을 바탕으로 귀족들이 연회에서 의견을 나누며 차후 국왕에게 방안을 제출하는 방식이었다.

백성이라면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어 보자마자 멍해질 사치스런 연회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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