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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자촌의 유령선장-75화 (76/128)

75화

아소르스의 마법사왕-1

수많은 해적들이 난립하는 걸로 유명한 아소르스 제도.

아소르스 제도를 이루는 섬 중 하나인 테르세이라 섬의 남쪽에는 조그맣고 넓적한 바위섬 한 쌍이 서로를 마주보고 있다.

그 섬 사이에는 곱게 돛을 접어놓은 배 한 척이 덩그러니 떠 있었다. 아무도 찾지 않는 조그만 섬에는 무슨 일일까?

선수상이 있을 자리에는 무언가 거칠게 뜯겨나간 흔적만 남아 있었고 오랜 항해에 여기저기 낡은 나무 선체에, 돛은 이곳저곳에 구멍이 났으며 바닥에는 따개비가 새까맣게 달라붙은 볼품없는 배였다.

“잘 지키고 있어라.”

“옙!”

시체 해적선장이 힘차게 대답하자 소년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뱃전에서 바닷물 속으로 몸을 던졌다. 풍덩 하는 소리와 함께 소년의 몸 주변에서 기포가 일어나 수면으로 올라갔다.

소년의 귓가에 팔다리를 움직이면서 생기는 먹먹한 물소리가 들려왔다.

따뜻한 바다라 그런지 바위섬 밑에는 각종 산호와 해양생물들이 생태계를 이루고 있었다. 알록달록한 산호의 색채와 그 사이를 누비는 수많은 물고기들의 모습에 누구나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감탄할 전경이었으나, 소년에게는 아름다움과는 정반대의 모습만이 강조되어 보였다.

자신들보다 커다란 존재의 등장에 놀라 이리저리 도망치고, 벽도 지붕도 없는 산호 사이와 바위에 조그맣게 난 볼품없는 둥지를 왔다갔다하는 생물들의 모습. 마치 자신이 등장하기만 하면 슬슬 피하던 빈민가 판자촌의 빈민들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깊이 들어갈수록 물의 색깔은 해초를 진하게 끓인 듯한 색으로 변하다가 점차 먹물을 풀은 듯 까매져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소년은 바위섬 하부에 난 구멍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해초들이 그 주변을 살랑이며 가리고 있었으나 소년의 예민한 감각은 물의 흐름이 변화하는 걸 놓치지 않았다.

바위섬 밑의 구멍은 바위섬 내부의 동굴로 이어졌다. 공기가 있는 동굴의 내부로 들어온 소년은 새빨간 불덩이를 피워 올려 내부를 밝혔다.

“잘 있네.”

어마어마한 보물더미가 불덩이의 빛을 반사해 번쩍였다. 보물이 가득한 창고를 묘사하는 글귀가 현실에 실체화된 듯했다.

여기는 금덩이와 금화 무더기가, 저기는 은덩이와 보석이 번쩍였다. 바닷물이 묻었다가 말라 소금기가 다소 묻어있긴 했지만 그 가치는 변함없었다. 한쪽에는 물이 스미지 않도록 기름 먹인 천으로 꽁꽁 싸맨 큼지막한 짐들이 가득 쌓여 있었다.

소년이 니아트리브와의 일전을 벌이기 전 패배를 상정하고 탈출할 배를 남겨뒀듯, 그동안 모아온 재산 역시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숨겨 두었던 것이다. 해적들이 비밀스런 공간에 보물을 숨겨 둔다는 얘기는 그저 바다 위의 뜬소문 취급당하지만 소년에겐 사실이었다.

원래 물이 꽉 찬 해저동굴이었던 것을, 소년은 마법으로 공기를 불어넣어 훌륭한 은신처로 만들었다. 족히 10분은 잠수해야 겨우 닿을 수 있는 입구는 시체가 아닌 이상은 닿을 이가 거의 없으리라.

‘이곳에서 얼마 동안 있어야겠다.’

아소르스 제도를 다시 석권하기 전에, 희망봉에 갔다가 오는 사이 얼마나 변했을지 모르니 일단 갈매기들을 통해 정보부터 수집할 계획이었다. 브란트가 말하길 정보는 곧 힘이랬으니까.

그리고 그동안 얻은 힘들을 다시 갈무리할 시간도 필요했다.

희망봉의 악마의 힘을 저주의 형태로 흡수하여 수월하게 얻었긴 하지만, 사탄의 힘을 다 소화하기도 전에 새로 또 많은 양의 힘이 들어와 그런지 아직도 속에서 요동치고 있었다. 이러면 지난번 해전에서 마법사들이 위치한 선수가 아니라 배 중앙에 마법을 날렸듯, 마법을 사용해도 조종이 잘 되지 않을 것이다.

소년이 안대를 벗었다.

불덩이는 껐지만 오른눈에서 이글거리는 붉은 빛이 사탄을 먹었을 때보다 더 강해진 채로 습기 먹은 동굴 벽을 번들거리게 만들었다. 뺨을 거쳐 턱까지 붉은 기운이 질질 흐르는 것이 불타는 눈물을 흘리는 것 같이 보였다.

소년은 동굴 한복판의 맨땅에 털썩 주저앉고 그대로 털퍼덕 누웠다. 보통 마법사들은 앉아서 수련한다던데, 왜 불편하게 더 편한 자세가 있는데 앉지? 누워서도 잘만 되던데.

눈을 감자 세상은 다시 깜깜해졌다. 어둠이 소년을 포근하게 감쌌다.

“......”

하지만 소년은 다시 일어났다. 넓다는 불편함 때문이었다.

눈을 뜨고 있다면 모를까, 감았을 때는 넓은 공간이 너무 불안했다. 배에서도 선장실을 놔두고 좁디좁은 선창의 칸막이 사이에 처박혀 살지 않았는가.

소년의 안광이 한쪽에 쌓인 짐더미로 향했다. 소년은 적당히 벌어진 상자들의 틈으로 몸을 구겨 넣었다. 등에 딱딱한 상자의 두 면이 닿자 비로소 안도감이 들어 마음 놓고 눈을 감을 수 있었다.

내부를 관조하기 시작하자, 강물이 나타났다.

파도는 치지 않고 그렇다고 고여 있지도 않은 채 조금씩 흐르고 있으니 강물이라 칭하고는 있지만, 어디까지나 모두 비유다. 바윗덩이, 자갈, 강물 등의 표현은 소년이 느끼는 내면 상황과 가장 흡사한 요소들로 그렇게 상상하는 것뿐이었다.

소년이 만약 빈민가의 비밀통로를 찾지 못하여 뒷산의 널찍한 계곡물과 연못을 보고 그 개념을 배우지 못했다면, 강이 아니라 바닷가에 사는 이상 한 번은 꼭 볼 수밖에 없는 바다라 묘사했을 것이고, 바다도 없고 물줄기는 시냇가 정도가 다인 내륙에 살았다면 가득 쌓인 돌더미나 큼직한 산맥으로 묘사했을지도 모른다.

‘오랜만에 보네.’

소년이 바윗덩이에게 말을 걸었다.

......

역시나 대답은 없었다. 사실 대답을 바란 것도 아니었다. 그저 자신의 몸속에 자리하고 있는 녀석에게 그냥 인사차 건넨 것이었다.

소년은 힘을 끌어올렸다. 소년의 의지를 따라 강물 내부를 흐르는 힘의 흐름이 사뭇 달라졌다. 악마의 힘은 기존에 있던 흐름과는 별도의 거친 흐름이었다. 그건 바위를 자극함과 동시에 자체적으로도 바닥 부근을 뿌옇게 흙탕물처럼 흐리게 만들었다.

평소라면 악마의 힘을 갈무리하는 차원에서 거친 흐름을 소년의 부드러운 흐름에 동화시켰을 테지만 지금 내면으로 들어온 목적은 그게 아니었다.

소년은 흙탕물 층보다도 높이 쌓여 있는 자갈들, 소년에게 복속된 영혼의 무더기를 뒤졌다.

‘50퍼센트짜리하고 40퍼센트짜리.’

소년은 수천에 달하는 자갈의 지층 속에서 기사 서임을 한 수하들의 자갈을 찾으러 왔다. 다른 자갈보다 조금 더 크고 조금 더 매끄러운 것들을.

예전에 찾아놓긴 했지만 희망봉에서 악마의 힘을 흡수했을 때 내면의 강물 흐름이 흐트러지는 바람에 다른 자갈들에 섞이고 말았다. 그나마 다행인 건 혹시 몰라서 간부들의 자갈을 모두 뭉쳐놨었기에 찾기만 하면 모든 간부의 영혼을 찾을 수 있단 것이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소년은 지루하다는 것도 느끼지 못하고 자갈들을 헤집었다.

‘찾았다!’

소년이 쾌재를 불렀다. 뒤지면 마구 흐트러지며 느릿하게 부유하는 자갈들 사이에서, 큼직한 자갈뭉치를 발견한 것이다.

소년은 주변 자갈을 헤치고 한데 뭉친 덩어리를 꺼냈다. 확실히 다른 자갈들보다 크고 더 매끄러운 자갈들로 이루어진 덩어리였다.

소년은 물을 움직여 덩어리를 꺼내 자갈층의 맨 위에 얹으면서 너무나 거대해 섬처럼 물 위로 툭 튀어나올 정도의 거대한 바윗덩이에 기대 놓았다. 이렇게 하면 나중에 찾기 쉽겠지.

소년은 그 덩어리를 또 뒤져 핵심 간부인 세 명의 영혼을 찾아내고야 말았다. 3시간 만에 이룩한 업적이었다.

쉬이이-

영혼을 꺼내겠다는 의지가 전달되기 무섭게 소년의 앞에서 흐릿한 입자가 스르르 모이더니 사람의 형상을 갖추었다.

-음, 여기는.....?

-우와! 투명하다! 설마 유령이 된 건가?

-허이고야! 살았다 살았어! 진짜 죽다 살았구만!

소년이 눈을 뜨고 유령의 상태로 되살아난 세 간부를 바라보았다.

-더 성장하셨군요. 감축드립니다.

짐더미 사이에 숨은 쥐처럼 몸을 낑겨넣은 모양새인 소년을 향해, 반투명한 갑옷을 입은 기사의 형상을 한 브란트가 무릎을 꿇으며 머리를 수그렸다. 오르네리와 해적선장 윌리엄 역시 감축드린다며 마찬가지로 무릎을 꿇었다.

“다시 되살아난 걸 축하해.”

-주군의 은혜 덕분입니다.

“은혜라...... 안타깝게도 홉킨스는 살릴 수 없었어. 기사 서임을 하지 않은 것 때문이라고 봐.”

-끙, 그 녀석이......

윌리엄이 씁쓸하게 중얼거렸다. 티격거리기는 했어도 나름 미운 정이라도 든 모양이었다. 두 기사 역시 그간 쌓은 친분이 있어 안타까운 눈치였다.

“내가 기사 서임을 다른 선장들에게도 했지만 너희 셋만 따로 제일 먼저 부른 이유를 알아?”

-따로 하실 말씀이라도 있으십니까?

“힘을 주마.”

-!

“너희들은 내 좌우를 지키는 이들로 다른 이들보다 더 강한 힘을 줄 생각이야. 당연하겠지만 나중에 새 부하가 생기면 그 역량에 따라서 너희 이상이 될 수도 있겠지. 하지만 너희들의 지위는 여전히 내 곁이 될 거야. 그러니까 윌리엄, 정치적으로 굴지 마.”

-옙.

윌리엄이 군기가 바짝 든 말투로 대답했다. 측근이 더 들어온다 하더라도 견제니 뭐니 하면서 쓸데없이 싸우지 말란 말이었다. 소년에게는 간부나 아닌 이들이나 사실상 똑같았다. 더 능력이 있어 소년에게 더 도움이 되느냐의 차이뿐.

“그럼......”

소년의 눈이 스산해지나 싶더니 왼쪽 눈 깊숙한 곳에서부터 검푸른 안광이 일렁였다.

붉은 기운과 검푸른 기운이 뒤섞이며 붉은 기운은 검푸른 기운에 그대로 덧칠이 되어 검푸른 기세가 더욱 커졌다. 그에 따라 오른눈에서 발광하던 붉은 기운이 아주 조금 줄어들었다. 힘이 그대로 소년의 손끝으로 모이고 소년의 손짓에 따라 세 유령에게 흘러들어갔다.

-이런 힘이라니.

-우와! 엄청 늘었는데요!

-생소한 감각인데...... 기사 양반, 마력인지 뭔지가 이런 느낌이요?

반투명하던 셋의 몸은 점차 채도가 진해지며 생전에 입고 있던 옷의 색깔을 되찾아갔다. 유령의 한계인지 피부에 어린 유령 같은 음산한 색채는 사라지지 않았다. 그래도 산 사람과 엇비슷하게는 보였다. 수십 년 동안 햇빛 하나 못 보고 산 이 같았지만.

“아, 아. 오 목소리도 울리지 않고 다시 돌아왔네? 근데 대선장님, 옷은 어떻게 바꿉니까? 그러고 보니 유령이 옷을 입고 있는 것도 이해가 안 되네.”

“벗겨줘?”

“아아, 아닙니다요, 그저 갈아입을 수는 있나 하고......”

소년이 윌리엄에게 손짓하자 해적선장 시절의 남루한 복장은 순식간에 깔끔해지며 너덜거리던 끝단도 새옷처럼 바뀌었다.

“오오! 나중에 마음에 드는 옷 있다고 하면 바꿔주시는 겁니까?”

“그러지 뭐. 다만 너무 튀게 하진 마. 너는 선장 복장이 잘 어울려.”

“하하! 저야 뭐 천생 바닷사람이니까요!”

하하 웃는 윌리엄의 옆으로는 브란트가 투구를 슥 벗고 있었다. 빙하 속의 푸른 얼음 같으면서도 음산한 빛을 발하는 갑옷은 실제 금속이 아니라 유령의 일부라는 것을 티내듯 두드려도 아무런 소리가 나지 않았다. 불빛을 반사하지도 않아 천 재질처럼 보이기도 했다.

“브란트도 복장 바꿔줘?”

“아닙니다. 딱히 불편하지도 않고, 주군 뒤에 갑옷 입은 사람 하나쯤은 둬서 분위기를 살려주는 역할도 중요하다 생각합니다.”

“오르네리는?”

“음, 갑옷 입어도 똑같이 결국 유령이니까 굳이 없어도 되겠지요?”

“그야 모르지.”

소년은 그 말에 궁금했는지 브란트에게 힘을 더 흘려보냈고, 브란트의 갑옷은 순식간에 검게 물들며 금속처럼 광택을 내기 시작했다.

실제로 두드리는 소리도 났고 말이다.

“나중에 차차 알아봐.”

“알겠습니다.”

소년은 브란트에게 다소 무책임하게 말하고는 조금 멋쩍어했다. 이게 되네.

그걸 본 오르네리가 오오! 하고 감탄사를 내지르며 벌떡 일어났다.

“오오! 저도요 저도, 엣?”

오르네리는 말하다가 갑자기 목이 툭 하고 떨어져 말을 잇지 못했다.

“으, 으앗 내 머리!”

“어어! 여기여기.”

뒤로 휙 넘어가는 머리통을 턱하고 잡은 윌리엄이 오르네리에게 서둘러 머리를 건넸다. 남의 머리를 잡아 전해주는 경험이 처음인지 윌리엄이 손을 쥐락펴락하며 묘하게 표정을 찡그렸다.

“주, 주군 저 왜 이래요?”

“나도 모르겠다. 혹시 너 목 잘린 적 있니?”

“마지막에 그 물마법사한테 목이 잘려서 저 멀리 던져지긴 했어요.”

“음...... 그거 때문인가보다. 아니면 네가 죽기 직전에 목이 잘렸다고 인식해서 그런 걸 수도 있고.”

“으으으......”

목을 제자리에 붙였지만 계속 덜렁거리는 바람에 양손으로 머리를 붙잡고 있느라 오르네리의 인상이 구겨졌다.

“하하, 꼭 듈라한 같구만!”

“듈라한? 그건 또 뭔데?”

“내가 살던 곳에 내려오던 전설 속의 괴물이지. 마차를 끌고 다니는데 목이 제자리에 없고 옆구리에 끼고 다니는 괴물이야. 사람이 죽을 때 영혼을 데리러 오는 그런 역할이라 하더라고.”

“으으, 난 기사이고 싶다고. 그런 근본 없는 괴물이고 싶지 않아.”

“근본이 없다니, 아이리시에서는 나름 오랫동안 내려오는 얘긴데.”

소년이 아이리시라는 말에 물었다.

“윌리엄. 아이리시 출신이야?”

“뭐, 그렇습죠. 니아트리브에서 일을 하려도 해도 섬놈이라고 받아주질 않는데 어쩌겠습니까. 이름은 그나마 니아트리브 느낌이 나서 괜찮은데 머리카락이 빨간 빛이 돌아서 거절당하곤 했지요. 머리를 빡빡 밀어도 배에서 살다 보면 이발을 꼬박꼬박 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 금방 들켜서 뭐......”

윌리엄은 선장 모자를 벗고는 머리색을 확인했다.

“그래도 유령이 되어서 그런지 빨갛지는 않아 좋네요.”

붉은 기가 돌던 갈색 머리카락은 약간 색이 바래 엷은 갈색이 되어 붉은색이 잘 티나지 않게 되었다. 윌리엄의 씁쓸한 소감을 마지막으로 한동안 동굴 안에 침묵이 감돌았다.

소년은 셋을 다시 확인하고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이제 힘도 줬고 하니 그 몸에 적응하도록 해봐. 너희 둘은 기사였으니 마력에 익숙하겠지만 윌리엄은 한동안 어색할 거니까 윌리엄도 잘 도와주고.”

“알겠습니다.”

“그리고 브란트. 체술이랑 검술도 더 배울게.”

“알겠습니다. 저희가 가르쳐드린 것이 저희가 없는 동안 많이 도움이 되었는지요?”

“많이 되었어. 악마를 상대로도 버틸만 하더라.”

“악마요?”

“아, 이 말을 못했네. 희망봉에 진짜 유령선이 있더라고. 악마도.”

“이야, 설마설마 했는데 정말로 유령선이 있다굽쇼?”

“오오오! 진짜 신기합니다!”

“흠흠, 아무래도 그동안 주군이 겪으셨던 얘기도 좀 들어보고 싶습니다.”

“......그러지 뭐.”

눈을 반짝이는 세 간부에 소년은 피식 웃었다.

언제나 거지 노인을 보채 이야기를 듣기만 하던 자신이 어느덧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풀어놓는 쪽이 될 줄이야. 싹싹한 오르네리가 어느새 짐더미 한쪽에 놓여있던 유등을 갖고 왔다.

소년이 유등에 불을 붙여 가운데에 놓았다. 모닥불 앞에 아이들을 모아놓고 이야기를 늘어놓는 할아버지 같은 구도였다.

“그러니까 희망봉에 거의 다 도착했더니 폭풍우가 몰아치는 지대가 있더라고......”

소년은 별을 보는 노인은 지금 뭘 하고 있을까 궁금해하며 꽤 긴 이야기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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