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화
물마법사와 사령술사-2
지난 몇 달 동안 아소르스 제도는 전란의 흔적을 모두 치워냈다.
세력 간 싸움 동안 방화에 타버린 마을들은 다시 재건되어 특유의 엉성함과 난잡함이 특징인 해적 소굴로 다시 되돌아갔다. 방탕하고 하고 싶은 대로 나다니는 해적들의 행동거지 역시 그대로였다.
하지만 해적질 방식은 많이 달라졌다.
해적이 오로지 약탈만 하는 건 아니었다.
원래 해적의 상당수는 먹을 게 없어 방랑하게 된 어촌 주민이다. 여기에 탈영한 해군이나 해상전에서 얻은 포로 혹은 노예 등이 뒤섞이고 전문적으로 해적질만 하는 이들이 섞이며 발전한 게 바로 해적 집단이다.
따라서 소규모 해적단의 경우는 수입에서 약탈보다 고기잡이의 비중이 오히려 더 크곤 했다. 평소엔 어부나 상선으로 지내다가 그물이 가벼운 날이나 일거리가 없을 때 운 좋게 주변에 상선이 지나간다 하면 해적으로 직종변경을 하는 것.
큰 배의 경우는 당연히 고기잡이보다는 적극적인 해상 및 어촌 약탈이 주였으나, 상선단에 호위로 붙는 배의 척수가 많아짐에 따라, 어느 정도 세가 큰 해적단이 아니면 그냥 고기잡이를 하다 방심하고 있는 상선만 골라잡는 하이에나 같은 방식을 차용했다.
그러나 아소르스 제도가 한 명의 권력자 아래 일통된 이후부터는 통째로 뒤바뀌었다.
난잡하고 대충 엮인 그물 같던 해적들은 삽시간에 잘 벼려진 칼날과도 같이 해적질을 했다.
우선 작은 배들을 모아 일정 규모를 유지하고 거기에 필수적으로 일정 수준 이상의 큰 선박을 대장선 격으로 추가시키는 식으로, 소규모 해적들을 통합시켜 선단마다 전투력을 비슷하게 유지했다.
그리고 그 선단으로 ‘돌고래식 몰이’라고 통칭하는 사냥 방식을 시작했다.
돌고래들이 물고기 떼를 몰이사냥하듯, 상선과 그 호위선을 뒤쫓아 포위망 안으로 집어넣어 수적 우위로 탈탈 털어먹는 적극적 해상 약탈이었다.
그전에도 이런 방식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대체로 배의 척수가 많은 대형 해적단만이 쓰던 것이고, 서로 간의 연락이 힘들어 조금만 잘못해도 배를 놓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제도 일통 이후 해적들의 약탈 성공률은 급증했다.
그 중심에는 윌리엄을 비롯한 아소르스 제도의 대선장 밑으로 들어간 여러 해적선장들이 있었다.
“하하! 대선장께서 파발을 보내셨다. 항해사! 우리는 이렇게 움직이기로 한다!”
안색이 창백해 어디 아픈 거 아닌가 걱정되는 해적선장이 크게 웃으며 해도를 내밀었다. 해도에는 이렇게 움직이자고 목탄으로 검은 선이 그어져 있었다.
‘......파발? 언제 보냈지? 분명 선장님은 계속 안에만 있었는데.’
항해사는 영문도 모른 채 알겠다고 끄덕였다. 이런 적이 한두 번도 아니었으니.
그리고 몇 시간 뒤, 아소르스 제도 주변을 지나가고 있던 십여 척의 소규모 상선단은 무려 24척이나 되는 해적선의 포위망 정가운데에 포위되는 결과를 낳았다.
한 해적 선단이 상선단을 뒤쫓았는데 그 상선이 향한 곳이 하필이면 여러 해적단이 갑작스레 모이게 된 곳이었던 것.
해적단끼리 사전에 상의하지도 않은 작전이 갑자기 성공하니 해적들은 어리둥절했다.
“설마 갈매기를 훈련시키기라도 했나? 어떻게 소식을 안 거지?”
“에이 갈매기라니 말도 안 돼.”
갈매기는 야생성이 강해 훈련시키기 어렵다는 평이었고, 비둘기를 이용한 전서구는 바다에서 온종일 움직이는 배를 상대로는 부적합했다.
대체 어떻게 정보를 얻고 작전을 짜고 전달했는지 이해가 되진 않았지만 해적들은 돈이 생기니 얼쑤 좋다 하고 달려들었다.
이러한 다수에 의한 몰이 방식은 해적 개개인에게 떨어지는 돈은 줄어들었지만 해적들의 충성도는 나날이 올라가게 만들었다.
수적 우세로 압박하여 상선 쪽에서 싸우지 않고 지레 항복하는 비율이 늘어 아군의 희생이 적고 확실하게 약탈을 할 수 있는 방식에 상납금까지 줄어들었으니 모두가 만족할 수밖에.
예전에는 은근슬쩍 보내 주었던 카스테냐의 보물선 역시 약탈의 주 대상으로 다시금 허용되었다.
일통되었단 소식은 아직 대서양 건너편까지 도달하지 못했다. 때문에 아소르스는 아군이라는 때늦은 상식을 가지고 있던 카스테냐 보물선들은 뒤통수를 후드려 맞고 보물을 상납해야 했다.
카스테냐의 귀족으로 들어가자는 방향이 대략 잡혔는데 왜 카스테냐 보물선도 약탈하느냐면, 그건 몸값을 올리기 위해서였다. 차후 카스테냐와의 협상에서 ‘카스테냐 보물선은 통과시켜주겠다’는 조건을 하나 더 내걸기 위해서였다. 그동안 카스테냐와 해적들이 손잡았던 건 어디까지나 비공식적인 관계였으니까.
다만 카스테냐 배들은 재물의 절반만 약탈하고 배와 선원은 그대로 보내 주어 필요 이상의 원한은 쌓지 않았다. 아소르스를 통째로 집어삼킨 인물에게 주먹보단 회유를 할 가능성이 높긴 하지만 선을 너무 넘으면 뇌리에서 포섭이란 단어를 지워버릴 테니까.
그리고 단순히 유로파 대상으로 한 해적질 뿐 아니라 인근의 북에프레카 해안도 탈탈 털어먹을 수 있게 되었다.
아소르스 제도 동쪽으로는 카스테냐 반도 말고도 북에프레카가 있다. 그곳의 술탄국 휘하 이슬람 국가들은 아예 국가 차원에서 해적질을 장려하던 이들이었다. 때문에 이슬람 해적들은 공고한 권역을 형성하여 수백 개로 쪼개진 아소르스 제도도 종종 침범하곤 했다.
제도가 일통되자, 유로파 해적들은 그동안의 설움을 갚겠다는 듯, 북에프레카 전역에서 지중해를 들쑤시고 다니던 이슬람 해적들을 수적 우위로 격파하고, 해안 도시를 집중적으로 털어먹어 술탄국이 예의주시하게 되었을 정도였다.
그렇게 아소르스 제도의 악명이 나날이 높아지는 가운데, 그 상황을 끝낼 장본인이 서서히 제도로 다가오고 있었다.
***
“하루만 더 가면 아소르스 제도입니다.”
엘리자는 장교의 말에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서늘한 눈빛은 아직 보이지도 않는 수평선 너머 아소르스 제도를 쏘아보고 있었다.
그 분위기가 워낙에 살벌하여 천 명이 넘는 인원이 꽉꽉 들어찬 니아트리브 1급 전열함의 갑판 위는 조용하기만 했다. 발에 채이는 나무통 달그락거리는 소리도 조심할 정도로 모두가 위대한 대마법사님의 눈치를 보고 있었던 것.
여자가 한을 품으면 여름에도 서리가 내린다더니.
엘리자는 남편을 잃은 후부터 계속해서 은은한 분노로 인해 마력 통제가 잘 되지 않아 주변의 물을 출렁이곤 했다. 그래서 지금 기함 주변은 그곳만 비바람이 몰아치기라도 하는 것처럼 다소 높은 파도가 쳤다. 때문에 수병들은 엘리자를 ‘바다의 여제’라고 부르곤 했다.
니아트리브의 여왕보다 높은 호칭이었지만 바다에서 자신들의 목숨줄을 뒤흔들 수 있는 사람에게는 무슨 고매한 호칭을 붙여도 모자라는 법.
이 낯간지러운 호칭도 파도의 대마법사, 폭풍의 지배자, 바다 여왕을 거쳐서 계속 높아지다가 카스테냐 함대를 상대로 한 해전에서 보여준 활약으로 기어이 여제란 호칭이 붙어버렸다.
“좀 더 빨리 가야겠다. 늦었을 수도 있어.”
아소르스 제도에 사령술사가 있다는 카드점술 결과가 나온 지도 벌써 몇 달 전이다. 그녀가 이렇게 출정이 늦은 이유는 니아트리브 내부 문제 때문이었다.
***
지금부터 몇 달 전, 아소르스 제도가 세력다툼에 한창이던 때.
카드점술을 다시 본 결과, 그녀가 찾는 사령술사가 아소르스 제도에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엘리자는 다시 아소르스 제도로 가겠다고 왕실에 출정 허락을 구했다.
그런데 귀족 의회가 카스테냐 함대를 상대로 치른 ‘졸전’을 반복하면 어떡할 거냐고 발목을 건 것이다.
졸전이라니.
유로파의 모든 이들이 무슨 개소리냐고 귀족들의 멱살을 잡을 발언이었다.
아소르스 제도를 들쑤시고 돌아가던 길에 만난 카스테냐와의 해전.
당시 엘리자의 제 4함대는 총 105척. 맞붙었던 카스테냐의 정예 함대는 총 132척이었다. 함포 성능의 우세가 있다한들 수적 열세는 자명한 상황.
그런데 그 상황에서 엘리자는 132척 중 무려 100여 척을 수장시키는 전대미문의 대승을 거두었다. 나포도 아니고 침몰!
그에 반해 포격으로 반파된 아군 선박은 고작 20여척.
대승 중 대승이었으나, 귀족 의회는 왕실의 힘이 커지는 걸 달가워하지 않았다. 때문에 공은 최대한 줄이고 과는 부풀렸다.
엘리자가 누군가. 니아트리브의 왕실마법사단장이며 1급 마법사에 함대 제독이다. 엘리자의 명성은 이미 수병들을 통해 린던 전체로 퍼져 바다에서 강력한 호적수였던 카스테냐에 어퍼컷을 먹인 엘리자를 찬양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러나 정책을 결정하는 건 민중이 아니라 귀족 의회와 왕실이다. 왕실의 힘과 귀족 의회의 힘이 비등했던 당시는 왕실의 비호에도 불구하고 귀족들의 억지 모함으로 인해 엘리자에게 졸전 딱지가 붙는 건 피할 수 없었다.
그 이유 중 첫 번째는 함선을 나포하지 않고 침몰시켜 니아트리브 재정에 도움이 되지 않을 싸움을 했단 것이고, 두 번째는 단종진 형식의 싸움을 치르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이 시기 해양에서의 주된 전투방식은 단종진, 즉 모든 선박을 일렬로 정렬한 뒤 마찬가지로 일렬로 정렬한 상대편 배와 주고받기 식 화력전을 하는 것이다. 한쪽이 승기를 잡거나 한쪽이 더 많을 경우엔 포위하는 형상이 되거나 전투 도중 충각 및 백병전이 가능하지만 대체적으론 화력전으로 상대방을 어떻게든 걸레짝으로 만드는 다소 무식한 방식이었다.
하지만 엘리자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단종진? 개나 줘버려라 하고 오히려 뭉치는 진형을 고안한 것이다.
모든 선박이 뱀처럼 일렬로 서는 단종진이 아니라, 마치 육지에서의 머스킷 총병의 라인배틀(Line battle)처럼 전열과 후열을 나누고, 진형의 좌우측에 기병 돌격을 막을 창병을 두는 것처럼 비스듬하게 나머지 선박을 위치시키는 육군 같은 진형이었다. 이는 모든 배가 함포 사격을 할 수 없어 이전과 비교하면 ‘비효율적’인 방식이었다.
그러나 이 ‘비효율적’인 방식에 1급 물마법사가 끼어있을 때는 달랐다.
단종진으로 다가오고 있는 카스테냐 함대를 맞닥뜨린 니아트리브 함대는 이러한 방어적인 진형으로 피격되는 배 숫자를 최소화했다. 그리고 단 하나의 강력한 창, 엘리자가 바깥 열이 상대의 포화를 맞으며 버티는 동안 카스테냐 함대를 완전히 박살낸 것이다.
단종진을 깨버리다니! 이는 경직된 군 내에서 사형까지 유발할 수 있는 중죄였다. 1급 마법사를 처형할 순 없으니 군의 질서를 무너뜨렸다는 비난으로 끝났지만 말이다.
귀족 의회는 물마법사인 엘리자가 또 해적 소굴로 나간다 하니 또 어떤 승리를 거두고 올지 몰랐기에 지난번의 ‘졸전’을 이유로 어떻게든 나가지 못하도록 했다.
그렇게 귀족 의회의 반대에 부딪혀 출정이 좌절되려고 할 때, 엘리자베스 여왕의 은밀한 편지가 전달되었다.
‘4함대로 귀족들을 공격하라!’
친위 쿠데타를 저지르라는 밀명이었다.
원래라면 불가능한 수였다. 왜냐하면 엘리자가 4함대 제독으로 임명된다는 소문이 돌자마자 귀족들이 왕실을 견제하기 위해 자신의 인사를 4함대에 꽂아 넣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이 자신이 속한 가문을 공격할 것이라는 명령에 따르지 않을 것은 자명한 일.
허나.
4함대의 인원 모두가 무시무시한 엘리자의 힘을 본 지 오래였다. 손짓 하나로 성채 같은 전열함이 꼬르륵 가라앉는 기적을 모두가 보았다.
엘리자는 4함대의 장교들을 모두 모아놓고 니아트리브와 여왕을 위한다는 명목 아래 린던을 포위하고 귀족 의회를 장악하라는 명을 내렸다.
거부하는 이는 없었다. 귀족 가문에 밀고하는 이 역시 없었다.
그들에겐 엘리자는 모든 걸 파괴시킬 수 있는 공포스런 바다의 여제였으니까. 거부하는 즉시 거꾸로 매달려 코로 짠물이 들어부어질지도 모른다. 귀족 의회의 끄나풀조차도 ‘이건 의회에 승산이 없다!’고 모두가 판단하고 배신을 택했다.
안 그래도 엘리자는 자신의 남편의 복수를 하러 눈이 뒤집힌 상태였다.
‘여왕 폐하께 반역을 저지르는 것도 아니고 내 앞길 막아서는 놈들 조지는 게 뭐가 문제냐?’
굳이 여왕의 밀명이 없었더라도 귀족 의회에서 사단을 냈을 것이었다.
여왕의 명도 있겠다, 그녀는 바다로 나가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했다. 니아트리브 마법사 협회의 협조를 구하고 왕실 마법사단까지 여왕의 이름을 팔아 린던을 장악하는 데 동원했다.
린던 시청 및 수비대도 친위 쿠데타를 방관했다. 린던의 빈민가 대화재 당시 사악한 마법에 난리통이었던 린던 수비대를 상당수 살린 것 때문에 수비대와 공무원들에게 호감을 얻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쿠데타는 성공적으로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 순식간에 끝나 버렸다.
귀족 의회가 엘리자에게 졸전 딱지를 붙인 것처럼, 엘리자베스 여왕 역시 대귀족들에게 반역 딱지를 붙여 형장의 이슬로 만들어버렸다.
니아트리브에서 귀족의 세력은 왕이 의회에게 목이 잘린 적도 있었을 정도로 강대하다. 섬나라라는 특징 때문일까, 귀족과 왕실 사이 권력 줄다리기는 아주 오래된 전통이었다.
그 한을 풀겠다는 듯, 여왕은 이때다 하고 무섭게 도끼날을 휘둘렀다. 그 와중에 엘리자는 또 기가 막힌 소식을 들었다.
귀족 의회에 속해 있던 대귀족들의 본거지에 있던 잔당들이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어디선가 나타난 니아트리브 육군과 기사들’에 의해 도망칠 새도 없이 모두 체포되었단 것이었다.
‘단단히 준비해 놓으셨군.’
어쩐지 린던에 여왕의 기사단(Queen’s knight)이 안 보이더만.
엘리자는 이제야 알 수 있었다. 모두 여왕의 손에 놀아났던 거였어.
여왕은 단순히 개인적인 친분으로 인해 엘리자를 밀어준 게 아니었다.
내륙에서 자란 터라 낯선 바다로 별로 나가지 않던 엘리자가 복수를 위해 알아서 바다로 나가겠다고 한 순간부터 엘리자베스 여왕은 귀족들을 숙청할 계략을 짰던 것이다.
엘리자는 물마법사다. 따라서 사방이 물뿐인 바다에서 더 큰 힘을 낼 수 있다. 사방팔방에서 해적과 각국 해군의 충돌이 이어지는 시대에, 엘리자가 바다로 나간다면 무조건 승리를 몰고 올 것은 자명하다. 그리고 그 승리에 경계심을 품은 귀족들이 견제를 할 것은 역시 분명한 일.
여왕은 그걸 꼬투리 잡아 역으로 귀족 세력을 박살낼 생각이었던 것이다.
‘바다가 국가의 존망을 결정하는 중요한 시대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계략으로 해군력을 감축시키고 영웅을 모함하였으니, 이 어찌 위대한 니아트리브가 더 위대해질 수 있는 기회를 방해하는 반역죄가 아니한가!’
하는 핑계로 여왕은 기어이 대귀족들을 반역죄로 숙청해 버렸다. 그리고 죽은 이들의 이권 중 절반을 왕실로 귀속시키고 나머지 반을 자신의 편에 선 귀족들에게 나눠주어 강대한 왕권을 성립시켰다.
그렇게 니아트리브는 다소 늦긴 했지만 강력한 중앙집권국가로 탈바꿈하였다.
그 친위 쿠데타를 성공리에 끝내고 뒷수습도 마무리한 뒤에야, 엘리자는 비로소 바다로 나올 수 있었던 것이다.
***
“좀 더 빨리 가야겠다. 늦었을 수도 있어.”
출정 직전에도 점성술사를 불러 사령술사의 위치를 대략 파악하여 아소르스 제도에 있다는 걸 확인했다. 하지만 사령술사 특유의 짧은 수명도 있고, 향하는 도중에 다른 곳으로 도망쳐 버릴 수도 있어 엘리자의 마음은 다급했다. 아예 여왕의 인가를 얻어 점성술사를 데리고 와 수시로 사령술사의 생사를 확인할 정도였다.
엘리자는 모든 선박의 앞에 있는 물의 저항력을 낮추었다. 그 결과, 100여 척에 이르는 함대 전체의 속도가 빨라지는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힘이 꽤 드는 일이었으나 어차피 도착하여 아소르스 제도를 공격할 때 즈음 되면 다시금 회복의 시간을 가질 테니 상관없었다. 자신의 고생보다 중요한 건 복수다.
엘리자는 따끔한 바다의 태양빛을 받아 땀을 흘려가면서도 함대의 항해 속도를 높이기 위해 애썼다.
‘곧......’
남편의 원수를 갚을 수 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