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판자촌의 유령선장-41화 (42/128)

41화

아소르스 제도의 지배자-1

온 세상을 비추는 태양 아래, 망망대해를 떠다니는 배 세 척이 유유히 바람과 파도를 가르며 전진하고 있었다.

장교의 취미 호라 이름 붙은 개조된 카락.

바다의 진주 호라 이름 붙은 퇴역 갤리온.

일꾼 호라 이름 붙은 평범한 물자수송을 하던 카락.

펄럭이는 깃발, 한껏 부풀은 돛, 강건한 선체와 뱃전으로 나온 번들거리는 대포의 광택이 바다를 누비는 꿈을 꾸는 사나이라면 누구나 눈을 빛낼만한 광경이었다.

[캬아아아아!]

그런 세 배 중 하나인 장교의 취미 호에서는 비참한 비명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시끄럽다.”

섬뜩하게 날이 선 칼날이 무언가의 등줄기에 박히자 비명이 그치고 대신 억눌린 신음이 길게 실처럼 뽑혀 나왔다.

[우애오오오...... 내가, 아는 거어어...... 그게 다라니까냐아아......]

장교의 취미 호의 갑판 한쪽이 먹물로 염색한 듯이 까맣게 물들어 있었다. 그 한가운데에는 검은 피가 곳곳에서 흘러나오는 고양이 한 마리가 있었다. 물을 뒤집어쓴 듯 털은 완전히 뭉쳐 있었고 회색의 털은 먹물처럼 검은 피에 완전히 변색되었다.

고양이의 몸에는 단검이 수십 개가 꽂혀 있었고 네 다리와 꼬리도 모두 잘린데다 등뼈가 보일 정도로 등이 완전히 갈라져 있어 처참하다는 말로도 표현을 다 못할 가히 끔찍한 몰골이었다.

다리의 절단면은 몸통 쪽이나 다리 쪽이나 서로 붙고 싶은지 계속 꿈틀거리고 있어 징그럽기 그지없었다.

동물학대의 참혹한 현장이었지만, 갑판 위에 있는 이들 중 누구도 이 고양이의 모습을 불쌍해하는 이는 없었다.

“흑흑, 불쌍한 존슨..... 사악한 악마 때문에 무슨 고생이야.”

고양이 존슨을 데려온 선원 존만 훌쩍거리는 소리를 낼 뿐이었다.

흐려진 핏빛 눈동자를 굴리며, 고양이 안에 깃든 악마가 힘없이 말했다.

[내가 아는 건...... 다 말했어. 제발, 날 풀어다오...... 우애애옹!]

“풀어다오? 정신을 못 차렸구나 악마야.”

홉킨스 선장이 선상전투용 검으로 악마의 미간을 찍었다. 잘려나간 사지 대신 유일하게 몸과 붙은 부분인 목을 꿈틀거리면서 비명을 지르는 악마.

“허...... 저게 성경의 그 악마 우두머리라는 사탄이라니. 아직도 잘 믿겨지지가 않아.”

브란트가 허탈한 목소리로 말했다.

며칠 동안 각종 고문을 받고 결국 모든 정보를 토해낸 고양이 속 악마는 놀랍게도 자신이 사탄이라고 고백했다.

성경에서 위대한 선지자를 타락시키려 시도한 악마. 카톨릭이 전 유로파에 퍼진 지금 사탄이란 단어는 악마를 가리키는 대명사가 되었으며 동시에 욕 중의 욕이라 반쯤은 금기시되는 단어가 되었다.

하지만, 지금 그 지고하신 사탄은 고양이 시체에 갇혀 고문을 당해 있는 정보 없는 정보 죄다 부는 신세가 되었다.

사탄이 말하길.

세상을 떠돌아다니던 사탄은 소년이 마법사 로드릭과 함께 빈민가를 병탄했을 때 소년에게 달라붙었다고 했다. 악마와 계약한 것도 아닌데 사령술을 쓰는 것이 신기했다고.

사탄은 소년의 내부에 몰래 기생하여 소년이 먹는 영혼의 일부를 야금야금 빼돌려 먹었다. 그러면서 차츰 덩굴식물이 큰 나무를 칭칭 동여매듯 천천히 소년의 몸을 장악해갔다. 그러다가 인구 많은 보르도에 들렸을 때 이빨을 드러낸 것이다.

소년을 통해 최대한 많은 영혼을 집어삼키기 위해서.

“풀어다오? 풀어다오오?”

[키야아아악!]

홉킨스가 칼로 사탄의 등줄기를 팍팍 쑤셨다.

그 지고하신 사탄 나으리께서는 무슨 일이 있었길래 고작 소년에게 붙어 연명하는 신세가 된 건지는 말하지 않았다. 소년 입장에서도 악마 놈이 어디서 굴러먹다 왔는지는 딱히 중요하진 않아서 소년은 그저 분풀이로 계속 고문을 하라 명령했다. 지가 못 견디면 있는 말 없는 말 죄다 불겠지.

“하여튼 악마는 성경이나 현실이나 도움 되는 구석이 없네.”

오르네리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내저었다.

악마가 소년에게 도움을 준 건 딱 하나. 실리 제도에서 사념으로 시체를 일으키는 방식을 알려준 것이었다. 그마저도 순수한 도움은 아니었다.

소년의 선원이 많아지면 실리 제도에서 대포만 훔치는 걸로 끝나지 않고 주변 마을을 죄다 약탈할 거란 걸 알고 있었기에, 더 많은 영혼을 훔쳐 먹을 의도로 가르쳐 준 것이었다.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 놈 같으니.’

브란트가 속앓이를 하며 악마에 대한 원망을 한껏 불태웠다.

차라리 소년을 따라다니면서 영혼 부스러기나 주워 먹을 것이지 한탕을 하겠다고 그 사단을 내?

하여튼 저 악마의 욕심 때문에 소년은 만인의 공적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아무리 항구를 불태워 흔적을 지웠다지만 증거를 남겨도 너무 많이 남겼다. 항구에 남긴 시체더미는 누가 봐도 명백한 사령술의 흔적이다.

언젠가는 사령술을 드러내거나 들킬 텐데, 적을 많이 만들면 그 순간부터 소년은 고립되게 된다.

세력을 좀 더 키우고 사령술사가 아닌 멀쩡한 해적(?)으로 행세하며 어떤 나라의 사략선단 제독으로 들어가는 길을 선택할 수도 있었는데, 저 악마의 개짓거리로 인해 그 방향의 선택지가 더 어려워진 셈이었다.

“끄응, 그럼 결국 해적소굴로 들어가서 잠잠해지길 기다리는 수밖에 없겠네.”

[우애옹!]

홉킨스가 불퉁하게 중얼거리며 홧김에 사탄을 또 짓밟았다.

여러 감정이 담긴 한숨들이 갑판을 채웠다.

홉킨스 선장이 명령 겸 화풀이로 고양이를 고문하고 오르네리와 브란트가 한숨 지으며 미래를 고민하는 동안, 소년은 바깥 상황에 대한 관심을 접고 눈을 감은 채 자신 스스로를 관조하고 있었다.

***

사탄의 민폐짓이 여러모로 문제가 되긴 했지만, 소년의 능력과 관련해서는 적잖이 도움이 된 면이 있었다.

소년은 수많은 영혼을 계속 흡수하고 배출하며 영혼을 더 잘 다루는 방식을 몸에 각인시켰다. 주도한 건 사탄이지만 그 수단은 소년의 육신이라 소년도 감각을 고스란히 느낀 것이다. 그 감각으로 영혼에 기생하고 있던 사탄을 뽑아냈으니 결국 사탄은 제 발목에 걸려 넘어진 셈이었다.

비단 영혼을 다루는 수법뿐만이 아니라, 소년의 힘을 다루는 방식 그 자체 역시 급격한 성장을 이루었다. 알지 못했던 힘의 운용 방식이 손에 잡힐 듯 어른거렸다. 좀만 더 노력하거나 실마리가 잡히는 계기가 생긴다면 소년의 힘은 비약적으로 응용할 구석이 많아질 것이다.

그야말로 전화위복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

소년은 처음으로 영혼을 먹었을 때 내면의 무언가가 껍질을 깬 것을 느낀 적이 있었다. 그 당시에는 어렴풋이 지나가는 느낌이었지만 지금은 방금 전에 일어난 일인 것처럼 생생했다. 마치 껍질 안에 있는 무언가가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것처럼.

‘이게 바로 내 힘이구나.’

생각해 보니, 영혼을 먹기 전에도 껍질은 조금씩 금이 가고 있었다. 죽음의 향기를 맡고, 죽음이 언제 찾아올지 알고, 영혼 없는 짐승의 사체를 일으키는 등의 힘이 조금씩 개화된 게 그 증거였다.

하지만 소년의 힘은 굶주려 있었다.

무언가를 먹길 바라고 맛있게 느낀다는 의미는, 몸이 그 무언가를 필요로 한단 의미였다. 마찬가지로 소년은 영혼을 먹길 바랬고 영혼을 맛있게 느꼈다. 소년의 힘이 그걸 필요로 했으니까.

소년이 처음 영혼을 먹는 순간, 껍질이 깨지고 갇혀 있던 무언가가 기지개를 폈다. 영혼을 더 먹고 싶었던 강한 충동은 갓 태어난 새끼 새가 먹이를 달라며 보채듯 지저귄 것이었다.

‘이젠 알겠어.’

소년은 일종의 계기가 있을 때마다 힘이 성장하고 새로운 능력을 깨우치곤 했다. 강한 충동과 향기에 끌려 마법사의 영혼을 먹었을 때. 빈민가를 집어삼켰을 때. 로드릭보다 강한 마법사의 영혼을 먹었을 때.......

마치 남아 있는 알 껍질을 조금씩 걷어내듯이 내면의 힘은 조금씩 성장하며 그 모습을 드러내왔다.

이번 사탄의 조종을 받아 힘의 한계를 느낀 것 역시 소년에겐 큰 경험이었으니, 그에 반응해 소년의 내면의 무언가가 더 존재감을 드러낸 것이다.

‘네가 내 운명이라는 거니?’

......

사탄과는 달리 소년의 힘은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그저 강 속에 가라앉아 있는 커다란 바위처럼 존재감만을 드러낼 뿐, 강물에 흔들리지도 바람에 휩쓸리지도 않았다.

아직 때가 아니라는 걸까? 더 성장을 한다면 이 미지의 것과 소통이 가능하게 되는 걸까.

-너는 부정한 존재다.

-너는 남들이 꺼려하고, 핍박 받고, 외면 받는 그런 삶을 살아야 될 운명이다.

소년은 별을 보는 노인의 말을 떠올렸다.

이 힘 때문인 걸까? 세상이 날 부정하는 원인이?

하지만 소년은 힘을 원망하진 않았다. 이 힘이라도 없었으면 소년은 빈민가에서 굶어 죽거나 병들어 죽거나 맞아 죽었을 것이다. 빈민가의 고아 꼬맹이로서의 삶의 다양성은 매우 적으니까.

어쩌면 사탄이 우연히 소년을 찾아오게 된 것도 그놈의 운명에 의해 벌어진 일일지도 모른다.

소년의 주먹이 꽉 쥐어졌다.

‘운명 따위.’

소년은 세상을 적으로 돌려 쫓기는 비참한 운명의 길을 걷고 싶지 않았다. 부정한 존재라고? 그걸 누가 정해? 밤하늘에 붙박인 빛 따위가 무슨 권리로?

세상을 멸망시킬 운명이라는 사탄의 말이 생각났다.

그건 소년의 사정도 모른 채 아무렇게나 지껄인 문구들이었으나, 이미 별을 보는 노인에게서 비슷한 말을 들은 적 있는 소년에게는 마음을 찌르는 송곳과도 같았다.

노인의 또 다른 조언이 생각났다.

-살고 싶으면 강해져야 한다. 세상의 미움을 받아칠 정도로.

그래. 지금 필요한 건 여전히 힘이었다. 힘 말고도 살아갈 수 있는 수단은 많지만, 힘이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는 건 변하지 않는, 옛날부터 이어져온 진리다.

이 거대한 바위를 들어 자유자재로 휘두를 수 있는 힘. 운명을 뒤틀어 부술 정도의 강한 힘.

누구도 소년을 건드릴 수 없을 수준으로 강해진다면 소년은 자신을 적대하는 세상의 위협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또한 힘이 있으면 소년이 원하는 식도락 여행 역시 수월하겠지.

비록 강해지기 위한 수단이 모두를 짓밟는, 모두가 꺼리는 것이라 한들 상관없었다.

어차피 소년이 보고 자란 건 남을 짓밟는 방법뿐이었고, 세상은 한 꺼풀 벗겨 보면 결국 빈민가의 거친 생태와 크게 다르지는 않으니까.

“......”

소년은 눈꺼풀을 살짝 들어 올렸다.

가느다란 시야로 뱃전 너머 끝없이 펼쳐진 푸른 수면이 들어왔다. 언제 갑자기 풍랑이 몰아닥칠지, 언제 갑자기 해적이나 해군이 나타날지 모를 망망대해.

끝도 알 수 없고 미래도 알 수 없는 바다를 바라보며, 소년은 한 가지 질문을 했다.

삶이란, 운명이란 무엇일까?

소년은 지금까지의 일직선상이고 단순한 생각에서 벗어나 처음으로 자신에게 철학적 화두를 던졌다.

각자가 경험한 것에 따라 수많은 답이 나오고, 너도나도 자신이 옳다 떠들며, 어떤 이는 그따위 질문이 낯간지럽다고 까내리는 질문.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무겁고 진지하고 중요한 질문.

‘운명이 싫다.’

대체 그게 뭔데 사람이 가는 길을 조종한단 말인가. 그런게 정해져 있다면 대체 뭘 위해서 사는 거란 말인가. 사는 것이 단지 별에 의해 좌지우지 되는 것이라면 대체 왜 그런 길을 걸어야 한단 말인가.

‘불합리해.’

꺼려하고, 핍박 받고, 외면 받는 그런 삶을 살아야 될 운명. 별빛이 적의를 보낼 정도로 세상이 반기지 않는 존재.

‘그런 삶은 싫어.’

그러나 소년이 가진 것이라곤 세상이 싫어하는 이 힘뿐.

운명을 거부한다. 소년의 소망을 이룬다.

그 둘은 양립할 수 없게만 보였다.

어떻게 하면 세상이 부여한 운명을 거부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세상에 섞여 맛있는 음식을 마음껏 먹으며 살 수 있을까.

‘잘 생각해 보자.’

소년은 자신보다 넓은 세상을 봐 더 경험이 풍부하고 생각이 깊은 어른들의 말을 떠올려 보았다. 별을 보는 노인, 마법사 로드릭, 기사 브란트와 오르네리, 홉킨스 선장...... 계속해서 기억을 건져내다 보니 언젠가 들었던 짧은 한 마디가 덩달아 끼어들었다.

마법사는 누구의 것도 아니라는, 린던 빈민가에서 사로잡았던 이름 모를 고위 마법사의 마지막 말.

‘누구의 것도 아니다......’

무슨 의미인지는 이미 죽은 본인이 더 잘 알겠지만 지금의 소년에게는 그 말은 다른 이에게 휘둘리지 않으며 홀로 바로 선 삶이라는 의미로 이해되었다.

고위 마법사는 그 말대로 자폭하여 소년의 지배를 벗어났으니까.

그 끝이 죽음일지언정, 그 마법사는 자신의 의지로 자신의 삶을 스스로 결정했다.

‘나도, 나만의 운명을 만들 수 있을까?’

한 마법사가 죽음을 앞두고 내뱉은 발언은 소년의 마음에 은은한 파문을 만들어냈다.

최대한 세상의 적의를 사지 않으면서, 운명을 거부하고, 그러면서 소년만의 즐거움과 소망을 찾아 떠나는 삶의 길.

오롯이 소년만의, 소년이 스스로 개척하는 삶의 길.

남의 죽음과 공포와 비명을 아름답게 느끼는, 지극히 ‘비정상적인’ 소년에게 있어서 앞으로의 그 길은 험난할 것이 분명했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소년은 세상과 섞이고 싶었다.

그렇게 하여 자신을 부정한 세상에 검지와 중지손가락을 크게 먹여주고 싶었다.

‘그래. 더 이상 휘둘리지 말자.’

소년은 더 이상 외부의 충격에 흔들리지 말자는 다짐을 했다. 그게 사탄의 속삭임처럼 알 수 없는 충동이건, 세상이 소년에게 휘두르는 거친 운명의 채찍이건 간에.

세상을 살아가려면, 응당 그러해야 했다.

생존해야 하니까. 그래야 살 수 있는 길이 보일 것 같으니까.

소년의 눈은 완전히 뜨여 위아래의 색감만 다른 푸른색 세상을 마주했다. 소년의 중대한 다짐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래는 여전히 출렁였고 위는 여전히 말없이 흰 구름을 매달고 있었다.

‘세상의 시선 따위, 세상의 평가 따위, 세상이 정한 운명 따위 갖다 버리라지. 남이 어떻게 생각하건 나는 나만의 생을 살 거야. 그래야만 해.’

그러기 위해선 확실한 이정표가 필요했다.

‘나만의 확고한 무언가를 만들 필요가 있어. 그게 마법이건, 일관된 가치관이건, 남에게 내보이는 내 외면이 되었건.’

브란트가 틈만 나면 해줬던 말, 귀족이 되는 길로 가자는 충고를 진지하게 받아들여보기로 했다. 귀족이 먹는 음식이 궁금하기도 했고.

그러려면 편협하고 사납고 면전에 칼을 들이대는 빈민가의 가치관보다는, 부드럽고 아량 있고 내부에 칼을 숨긴 빈민가 밖의 가치관을 수용하고 적응해야 한다.

소년은 빈민가에 살면서 무채색으로, 그저 그림자처럼 조용히, 자신에게 향하는 화살을 묵묵히 맞으며 살아왔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아니, 영혼을 먹게 된 순간부터 소년은 그런 삶을 거부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소년은 이제 자신만의 색을 갖기로 마음먹었다. 그게 검정이건 회색이건 지금과는 한없이 동떨어진 색이건 상관없었다.

그러한 결심은 첫 패배 이후 무너졌던 마음 속 지지대를 다시 세우는 무의식적인 행위였다. 그건 튼튼하게 심리를 지탱하는 기둥을 세우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그런 강렬한 의지는 그 자체로 마법이 되어, 소년 스스로의 내면을 서서히 바꾸어 갔다. 왠지 소년의 구멍 난 가슴팍을 막은 검은 안개가 꼬물거린 것도 같았다.

소년은 환한 낮이라 보이지 않는 별들에게 또다시 선전포고를 날렸다.

난 강해질 거다! 새롭게 바뀔 거다! 세상이 태도를 바꿀 때까지! 세상이 내게 고개를 숙이며 복종의 의미를 보낼 때까지!

그렇게 다짐하자 소년은 막혀 있던 답답한 기분이 조금 해소되어 홀가분한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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