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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8화 〉폭군 황제로 빙의했다 067화 (68/72)



〈 68화 〉폭군 황제로 빙의했다 067화

다시 열린 국무회의.
이번 자리에는 그간 못 보던 인물들이 얼굴을 비췄다.

“황궁 생활은 할 만한가?”
“그럭저럭 지낼만합니다.”
“다행이군. 필요한 것이 있다면 언제든지 내게 일러주게.”

오랜만에 등장한 인물은 바로알렉스와 멀릭을 비롯한 마법사 무리.
그들은 에린의 뒤를 따라 위풍당당하게 회의실로 입장했다.

“자네도 이제 폼 좀 나는군.”
“폐하. 누가 보면 폼낼려고 이들을 받아들인 줄 알겠사옵니다.”
“뭐 어떤가. 폼나면 좋지 뭐.”

나는 회의실에 입장하는 마법사를 하나하나 얼굴을 마주하며 복귀를 환영했다.
이들은 모두 에린을 따르는 능력자!
에린을 따른다는 건 곧 나를 따른다는 뜻이기도했다.

‘이제야 좀 균형이 맞는군.’

내 말에 매번 뚱한 표정을 지으며 견제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재상과 그라츠 가문의 일원들.
이제 그들도 황실에서 안심할 수 없는 비율이 맞춰졌다.
왼편엔 재상을 비롯한 그라츠 가문이 한가득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고.
오른편엔 에린을 비롯한 마법사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따가운 눈빛으로 서로를 째려보고 있는 그들의 열기는 마치 연고전? 혹은 고연전을 방불케 했다.

‘재밌군.’

나는 씨익 웃으며 그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태양이 그대를 비추기를!”

내 인사에 그들은 그제야 날 선 시선을 거두고 내게 고개를 숙였다.

“태양이 폐하를 비추기를!”
“태양이 폐하를 비추기를!”
“자. 오느라 고생 많았네. 그럼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지.”

뚜벅뚜벅 단상에 올라가 국무회의의 시작을 알렸다.

“일단. 먼저 전령이 전파한 대로 에즈만토스 왕국과의 휴전 협상은 성공적으로 맺어졌다. 그렇지, 딕슨?”
“폐하의 능력에 감복할 뿐이옵니다.”

재상은 딕슨을 살짝 노려보았지만, 그는 모르는 척 딴청을 피웠다.

“다들 알다시피 일리빈은 그들에게 절대 내주지 않을 것이고, 실제로 내주지 않았다. 이건 우리에게 아주 큰 수확이네.”
“맞습니다.”
“페이튼 이 뺀질이의 콧대는 내가 부러뜨려놨으니 한동안은 안심해도 좋다.”
“대단하십니다.”

딕슨은 그  이후로 내게 완전히 반했는지 뜨거운 눈빛을 쏘아댔다.

‘저 친구는 자리를 오른편으로 앉든가 해야겠군.’

딕슨은 제외한 그라츠 가문 사람들은 뚱한 표정으로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특히.
폰 재상은 무슨 꿍꿍이가 있는지 연신 두리번거리며 옆 사람과 속닥속닥 귓속말을 주고받았다.

“휴전은성공적이었지만, 에즈만토스 왕국은 여전히 뒤로 검은 수작을 꾸미고 있다.”
“그게 뭐지요?”
“아. 마법사들은 아직 이 내용을 모르겠군.”

알렉스는 자세를 당겨 내 말을 경청했다.

“이전에 폰 재상이 공유한대로 그들은 갤러헤드 무역섬에 ‘팔레토 케논’이라는 무기를 거래 중이네. 아직 시험 발사 중인 것으로 알고 있지만, 그들은 아마 조만간 개발을 완성할 것으로 보인다.”
“해적 놈들은 돈이라면 뭐든 하는 족속들이니까요.”
“정확하네. 알렉스. 에즈만토스 왕국은 놈들에게 거대한 투자를 하고 있어.”

페이튼은 파편의 힘에 잠식되는 자신의 몸 상태를 인지하고 다른 방법을 찾아 나섰다.
그 첫 번째 예가 거인화 생체실험이었고….
 번째는 팔레토 케논을 개발하는 것이었다.

“혼돈의 파편이라고 다들 알고 있을 것이다.”
“이세상에서 없어져야 할 쓰레기 같은 돌덩어리죠.”
"아닙니다. 재상님. 파편의 힘을 제어할 수 있다면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할 것입니다."
"그놈의 발전 가능성! 그 잘난 발전 가능성을 보려다가 아레스가 죽은 게 아닌가!"
"선제께선 배신자에 의해 돌아가신 것이지. 파편의 힘 때문에 돌아가신 게 아닙니다."
"하! 그거나 그거나!"
"말씀을 똑바로 해주셨으면 합니다."
"오호? 아주 까탈스러운 모습이구만."
"까탈스럽다니요. 재상님."
"알렉스 양반. 나한테 무슨 원한이라도 있나?"

재상은 도발적으로 알렉스에게 물었다.
과거 카이드로젠과 함께 마법사를 핍박하는데 앞장선 그라츠 가문.
그의 질문에는 만약 자신에게 원한이 있다면 그에 상응하는 보복을 하겠다는 뉘앙스와 함께.
모두가 보고 있는 회의자리에서 자신의 권력을 뽐내려는 의도가 섞여 있었다.

"그렇게 들리셨다면 양해바랍니다."
"흥! 지가 그렇게 얘기해놓고 뭘 양해를 바래."

재상은 기선제압이라도 할 요량으로 예민하게 반응했고 알렉스는 한 수 접고 양해를 구했다.
사실 마법사 무리가 대거 황실로 복귀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라츠 가문의 세력에 비하면 숫자로 보나 관직으로 보나 그들에게 밀리는  사실이었다.
알렉스는 재상의 도발에 굳이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현명하게 대처했다.
옆자리에 앉은 멀릭의 표정이 꿈틀거리는 게 약간 불안하긴 했지만….

"어이."

이들을 조화롭게 사용해야 하는  오롯이 나의 몫이다.
나는 손을 들어 그들을 진정시켰다.

"그쯤하고 자네들…. 내가 부탁 하나만 하지."
"말씀하십시오. 폐하."
"내가 발언하는 도중에  끊지 말게."

나는 양쪽 모두 훑어보며 따끔하게 말했다.

"황공하옵니다."
"황공하옵니다."

재상과 알렉스는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고맙군. 자. 그럼 본론으로 돌아가 혼돈의 파편에 관해 얘기해보자고."

나는 그들의 신경전을 잠재우고 다시 회의를 진행했다.

"파편의 힘은 변화무쌍하다. 그 힘은 에린이나 알렉스처럼 유능한 마법사를 탄생시키거나, 대륙 각지에 위험한 마수를 만들어내기도 하지. 혼돈의 파편이 만드는 현상은 말 그대로 혼돈  자체네."
"맞습니다. 폐하."
"재상의 말대로 파편을 아예 쓰레기 취급하는 것도 이해가 가. 그것은 우리에게 득이 될지, 해가 될지 모르는 미지의 돌덩어리기 때문이지."
"헤아려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는 파편의 힘을 완전히 외면할 순 없어."

재상은 눈썹을 치켜올렸다.

"내 소식통에 의하면 잉그람 대륙 각지에 마수들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그것도 한낱 하급 마수가 아닌 중급, 상급의 마수들이 말이네."
"그게 정말입니까, 폐하?"
"그래. 그들은 날이 갈수록 더욱 흉포해져서 더이상 우리 혼자만의 힘으로 제압하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면 된다.“

지난번 마을에서 만났던 코카트라스 같은 하급 마수가 아닌 중상급의 위험한 마수들.
그들은 가히 천재지변에 견줄 만큼 엄청난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 그렇다면…."
"파편의 힘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뜻이지."
"폐하!"

똥 씹은 표정의 재상.
그는 자기 생각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오직 검술만을 국교로 삼고 정도를 걸어온 칸 제국이 어찌 파편의 힘이라는 요행을 부릴 수 있냐는 반응이겠지.'

그는 파편의 힘과 관련된 모든 힘과 현상을 부정적으로 바라보았다.
마수가 들끓는 것은 물론이고 마법사들이 마력을 방출하는 것 또한 마찬가지.
게다가 몇몇 마법사는 파편의 힘에 잠식되어 죽어가는 인원도 있었기에….
재상의 눈에 혼돈의 파편이란 백해무익한 물질이었던 것이다.
그는  발언에 실망한 듯 심히 굳은 표정으로 시선을 외면했다.

"알렉스는 인원을 편성하여 마법사를 적극적으로 양성할 수 있도록 준비해주게."
"예."
"본인이 마법사라는  모르거나, 혹은 숨기는 인원이 꽤 많을 것이다. 각별히 신경써서 최대한 많은 숫자의 마법사를 등용할 수 있었으면 좋겠군."
"명을 받들겠습니다. 폐하."

잉대연의 설정상 인간을 마법사로 만든 파편은 오래전에 사라졌다.
그 말인즉슨.
마법사를 양성하려면  두 가지 방법만이 있다는 것이다.
첫째는 유전적으로 힘을 물려받은 마법사를 양성하는 것이고.
둘째는 나의 핍박으로 인해 마법사라는 숨기고 있던 사람을 발견하는 것이다.

"하오나 폐하!"
"마력을 남발하지만 않으면 그 힘에 잠식되어 죽어갈 일은 절대 없다. 게다가 마법사들이 목숨처럼 지키는 율법에도 그런 내용이 있지 않냐?"
"그게 뭡니까?"
"최대한 절제하면서 살아가라고."
"그렇긴 하지만…."
"마법사를 양성하는 것 또한 국력을 올리는데 중요한 일이니재상은 내 뜻을 너그러이 이해해주길 바라네."

다가오는 '대혼란시대'
일전에 보았던 코카트라스 같은 하급 마수가 아닌 메피스트나 스라칸처럼 등급이 높은 상급 마수가 세상 밖으로 뛰쳐나오는 시기를 대혼란시대라고 불렀다.
위험천만한 그들이 봇물 터지듯이 등장하는 그때를 견디기 위해선 준비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해야 했다.

"혼돈의 파편에 대한 나의 뜻은 모두가 이해했으리라 보고…."

뚜벅뚜벅

누군가 회의실의 문을 열었다.

"그대들에게 새로운 얼굴을 소개하지."

정갈하게 차려입고 한껏 멋을  노신사.
그의 어깨에는 황제가 직접 치하했다는 뜻인 붉은 색의 용포가 펄럭거렸다.

"반갑소이다. 제군들."

절도있게 목례를 하며 인사를 건넨 인물은 다름 아닌 파레호 레딘.
그는 위풍당당한 아우라를 뽐내며  옆에 섰다.
처음 보는 얼굴에 단상 아래의 모든 인원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경계했다.

"나와 함께 우트그라드에서 생사를 함께한 전우, 분의 이름은 파레호 레딘이다."
"뭐 하는 분입니까?"

게겐이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끼어들었다.

"칸 제국의 부족한 점을 채워주실 인재지."
"예?"
"나는 이 자리에서 파레호를 해군 참모총장으로 임명함을 공표하는 바이네."
"예에에?"

나의 발언에 놀라는 건 재상뿐만이 아니었다.
든든한 오른팔, 에린조차 눈을 동그랗게 하고 쏘아붙이듯이 의문을 표했다.

"아니 폐하? 칸 제국에 해군이 어디 있습니까?"

에린이 의문을 표하는 것은 당연하다.
실제로 칸 제국엔 해군이 존재하지 않았으니까.

"방금 생겼다.”
“그럼 해병을 따로 차출하실 거란 말씀입니까?”

에린이 던진 질문의 의도는, 우리가 에즈만토스 왕국과 휴전에 성공했다고는 하지만…. 멀쩡히 국경을 지키던 병사를 해군으로 돌릴 수 있을 만큼 여유 있는 상황은 아니라는 뜻이었다.

“그러기엔 무리가 있지.”
"그럼 지금 해군은 저 파레호라는 분 단  명입니까?"
“그렇다.”
"혼자서 해군 참모총장을 하면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그건 천천히 개선해나갈 문제네."

벙찐 표정의 에린.
재상도  상황이 어이가 없다는 듯 고개를 까딱거렸다.

"어찌하여 이렇게 갑자기 해군을 창설하시는지요?"
"설명해주지. 다들  들어라. 파레호 공도 자리에 가서 앉으시지요."

웅성거리는 회의실.
나는 살짝 손을 들어 조용히  것을 명했다.

"에즈만토스 왕국이 갤러헤드와 수작을 부리고 있다는 사실은 다들 알고 있을 것이네."
"예. 알고 있습니다."
"내 계획은 놈의 수작을 직접 깨부수기 위함이고…."

나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띠고 말했다.

"나는 이 분과 함께 배를 타고 갤러헤드 무역섬으로  생각이다.“

동공에 지진이라도 난 듯 흔들리는 에린.
옆에 앉아있는 멀릭은 ‘칸 제국의 황제가 그럼 그렇지.’라는 표정으로 옅게 미소를 띠고 있었다.

“갤러헤드 무역섬이 어떤 곳인지 혹시 잘 모르시는지요?”
“걱정은 고맙다. 황궁 자문관. 그곳에 대해 나보다 더  아는 사람은 여기 없으니 염려하지 않아도 좋다.”
“잘 아시는 분이 겨우 2명으로 가신다니요…. 대체 무슨 생각이시옵니까?”
“참고로 섬에 상륙하는 사람은  혼자다.”

에린은 의아한 표정을 거두지 못했다.

“그대들도 알다시피 그곳은 해적들이 점거하고 있는 섬이지. 괜히 병력을이끌고 갔다간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어.”
“그건 그렇습니다만….”

나는 입꼬리를 치켜들고 자신했다.

“너무 걱정하지 말게. 내게 좋은 수가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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