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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7화 〉폭군 황제로 빙의했다 056화 (57/72)



〈 57화 〉폭군 황제로 빙의했다 056화

키에에에에엑!

“먼 방법 읍냐니까!”

괴물들은 사나운 울음소리를 내며 포효했고 코제프는 흥분하여 악을 질러댔다.
절체절명의 순간.
나는 혼돈의 파편을 손에 쥐고 무언가 반응이오기를 기대했다.

“잠시 기다려보시죠! 분명 신호가 있을 겁니다!”
“아오! 이럴 줄 알았음 아까 기름 좀 냅둘껄!”

코제프는 본인이 으스러뜨려버린 기름병이 못내 아쉬운 듯 입맛을 다셨다.

키에에엑!

놈들은 우리에게 더 이상 시간을 주지 않았다. 제일 선두에  놈부터 대가리를 들이밀며 거칠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키에에에엑!

“코제프 씨! 일단 제 뒤로!”
“어! 어엉!”

쿠콰쾅!

전투력이 떨어지는 코제프를 최대한 안전한 위치로 옮기며 생각했다.

‘시간이 더 필요하다.’

상황은 매우 급박 했다.
거인족의 힘은 쿨타임이 돌아가고 있었고 코제프가 가지고 있던 기름병은 진작에 없어졌다. 지금부터는 전투에 도움이되는 부수적인 능력에 기댈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순수하게 자력으로 위기를 타개해야 하는 상황.

‘이렇게 된 이상 이판사판이군.’

혼돈의 파편을 손에 넣었음에도  아직까지 광산의 지형이 변하지 않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찌 됐든 파편의 힘이 발현될 때까지최대한 버티는 수밖에 없었다.

“와라! 이 새끼들아!”

반드시 이곳에서 살아나간다.
나는 벽을 등지고 배수의 진을 쳤다.
카이드로젠은 이 상황이두근거리는 듯 몹시 흥분되는 모양이었다.
장판파에서 홀로 적군의 진격을 막아낸 장비처럼 압도적인 격을 표출했다.

키에에에엑!

거침없이 밀려드는 바실리스크 떼거지들.
다수의 바실리스크 들이 성난 기세로 대가리를 들이밀었다.

“흐압!”

흘려보낼 수 있는 공격을 흘려보내고 피하지 못할 공격은 정면으로 받아냈다.

키에에에엑!

먹잇감이 발악하자 더욱 광분하는 괴물들. 놈들은 아가리를 쉴  없이 딱딱거리며 날뛰었다.

‘이런 미친놈들.’

본격적으로 전투가 시작되자 신나게 날뛰는 카이드로젠.
하지만 아무리 카이드로젠이라도 떼거지로 몰려오는바실리스크 들을  번에 상대하긴 무리였다.
나는 최대한 높은 곳으로 올라가 놈들에게 짜부가 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노력했다.

“여기서 시간을 끌어보죠!”
“으랴!”

퍽! 퍽! 키에에엑!

벽에 붙어있는 조그만 바위에 의지해서 놈들을 간신히 발로 차 냈다.
놈들은 협소한 공간탓에 자기들끼리 뒤엉켜서 굴러떨어지기 일쑤였다.

쾅! 쾅! 쾅!

코제프는 망치로 놈들의 주둥이를 찍어대며 힘을 보탰다.
지형의 이점을 가진 우리는 수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효율적으로 놈들의 공격을 막아냈다.

“어! 어이! 저기!”

안도하는 것도 잠시.
눈앞에 보이는 놈들의 숫자는 엄청났다.
그들은 동족을 도움닫기 삼아 마치 언덕처럼 만들어서 내가 있는 곳으로 타고 오르기 시작했다.

“이런 미친!”

순식간에 세워진 소위 바실리스크의 언덕.
놈들은 지능이 떨어진다는 단점을 장점으로 활용해서 삽시간에 위협적인 고지를 점령했다. 동족을 밟고 올라서는 1차원적인 방법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제기랄!”

나는 전력을 다해 놈들의 아가리에 검을 쑤셔 넣었고 코제프는 열심히 망치를 내리쳤다.

키에에에엑!

“허억! 허억! 아직 멀었나!”
“조금만 더 버텨보시죠!”

혼돈의 파편은 잠잠했고 놈들의 숫자는 끝이 없었다.
파도처럼 물밀 듯이 밀려오는 탓에 놈들의 숫자를 세는 것은 이미 포기해버린 지 오래였다.

팍! 팍! 팍! 키에에엑!

“분명 무언가 신호가 올 겁니다!”
“우리가 뒤진 다음에 오는 거면아무 소용없는  알제!”

코제프는 바실리스크의 아가리 속에 정을 집어넣고 망치로 으깨버렸다.

키에에엑!

“자! 바라! 임마처럼 걸레짝이 되고 싶은 새끼들은 일로 와봐라!”

악을 쓰며 위협을 하는 코제프.
아쉽게도 놈들은 두려움을 느낄 수 있는 최소한의 지능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오히려 내 품에 있는 혼돈의 파편을 탈환하기 위해 더욱더 미친 듯이 날뛸 뿐이었다.

“큭!”
“자슥아! 조심해라!”

그들의 공격은 맹렬했다.
이제는 조금씩 내 몸에 유효타가 누적되고 있었다.
진작에 발톱에 뜯겨나간 황제의용포는 넝마가 되어 사라졌다.

키에에에엑!

“이런 시펄! 여기 까진가!”

체념한 듯한 표정의 코제프.
그는 자조적으로 내뱉으니 외쳤다.
마치 이 상황을 받아들이기로 한 것 같은 그의 말에 나는 쉽사리 대답할  없었다.
나는 애써 그의 넋두리를 흘려보냈다.

“하아아압!”

젖먹던 힘까지 짜내 놈들의 모가지를 사정없이 내려쳤다. 그들은 생기가 빠져나간 동료의 시체를 발판삼아 쉴새 없이 덤벼들었다.
어느덧 피와 땀으로 흥건하게 젖은 전신.

‘이거 진짜 왜 이래?’

나는 점차 불길한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혼돈의 파편을 손에 넣었는데도  광산에 반응이 없는 걸까.
광산 속에서 놈들에게 포위되어 빠져나갈 길이 없는 지금의 상황은  그대로 사지(死地)나 다름없었다.

키에에엑!

“허억. 허억.”

무한정으로 쏟아져 나오는 바실리스크.
양손으로 검을 들어 올렸지만, 그건 나의 상상이었다. 이미 지칠 대로 지쳐버린 카이드로젠의 몸은 기력을 다해 검을 들어 올릴 힘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급한 대로 발길질로 놈들을 걷어차며 가까스로 위치를 사수했다.

키에에에엑!

나는 이 상황을 인정하기 힘들었다.
내가 틀렸다고?
잉대연 전문가인 내가?
백번 양보해서 틀렸다고 치자.
내가 뭘 틀렸지?

‘벤하트보다 더 잘하고 있지 않나?’

다시 한번 머리를 굴려봐도  행동에 대한 오점을 찾아볼 수 없었다.
칸 제국을 멸망시킨 재앙.
바실리스크 토벌은 반드시 해야 하는 일 중에 하나였다.
실제로 라그나쉬를처치하는 순간까지는 비교적 순탄하게 진행됐다. 생각지 못한 타이밍에 거인화의 비술을 사용하긴 했지만, 결론적으로 코제프도 살리고 라그나쉬도 처치하는  성공했다.
계획에 심각한 차질을 빚을 정도의 일은 한번도발생하지 않았다.

“근데  씨팔! 반응이 없는 거냐고!”

아래로 나가떨어진  중에 몇몇은 독구름을 뿜어낼 준비를 하고 있었다.

‘젠장!’

두 번째 공격패턴이 시작된다면 그땐 정말 끝이다.
방독면도 없고 기력도 없는 지금.
놈들의 독구름을 막아낼 재간도, 도망갈 퇴로도 존재하지 않았다.
코제프도  상황을 눈치챈 듯 악을 쓰며 고함을 질러댔다.

“난쟁이의 왕! 코제프를 기억해다오! 이 빌어먹을 자식들아!”

나는 단검을 꺼내서 신경질적으로 집어던졌다. 그러자 허리춤에 차고 있던 혼돈의 파편이 발밑으로 떨어졌다.

투둑

그렇게 원하던 혼돈의 파편이었지만 지금 당장은 줍고 싶은 생각도 들지 않았다.
왜 반응이 없는 거냐고? 이 빌어먹을 돌덩어리야! 대체 왜?
왜 벤하트는 되고 나는 안되냐고!

“아?”

순간적으로 뇌리에 스치는 문구.
나는 무릎을 탁하고 치며 떨어진 혼돈의 파편을 집어 들었다.

“믄데! 머 할라고?”

[벤하트는 혼돈의 파편을 유심히 들여다보았다.]

“잠시 시간 좀 끌어주세요!”
“으잉? 내 혼자?”

키에에에엑!

[그리고는 그것을 위아래로 신나게 흔들었다.]

벤하트가 혼돈의 파편을흔들었다는 이 표현.인제 와서 생각해보니 단순히 기쁨의 표현만은 아니지 않았을까?
나는 반신반의한 마음으로 파편을 손에 쥐고 위아래로 신나게 흔들었다.

“드디어 미쳤나? 뭐하는데!”
“있어 봐요!”
“지랄을 한다! 그걸 왜 흔드는데!”

쿠구구궁! 쿠구구구구!

“어? 어? 므꼬!”

아니나 다를까.
엄청난 굉음과 함께 땅이 갈라지기 시작했다.

키에엑? 키에에엑!

바실리스크로 세워진 언덕은 힘없이 와해되며 붕괴되었다.
그와 동시에 광산을 이루고 있던 지반들이 거친 바람을 일으키며 소용돌이가 몰아치기 시작했다.

“으아아악! 머시고 이게 갑자기!”

우리가 서 있던 자리도 이제는 안전지대가 아니었다.
지반이 뭉개지며 점차 광산이 가라앉고 있었다. 예측불허한 모습으로 무너지는 피아스트 광산.
드디어 소설  내용처럼 광산이 반응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나이스.’

혼란을 틈타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이 틈에 지상으로 빠져나가야 해요!”

나는 코제프를 들처메고 바위를 점프해가며 지상으로 향했다.
바실리스크 들은 아직 정신을 못 차린  아래에서 우리를 멀뚱멀뚱 올려다보고 있었다.

“젠장! 이렇게 간단한 것을!”

신경질적으로 돌멩이를 걷어찼다.

“와 그라노?”
“아무것도 아닙니다.”

쿠구구구궁

“이기 니가 말한 파편의 힘이가?”
“예.”
“어? 근데 니 손에 그거 원래 빛이 났었나?”
“예?”

코제프의 물음에 나는 손에 쥐고 있던 혼돈의 파편을 쳐다봤다.

‘으응?’

손아귀에선 푸른색의 은은한 빛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혼돈의 파편이 빛을 발한다는 내용은 들은 적이 없는데?
뭐, 어쨌거나 저쨌거나.
이제라도 제 역할을 해준 혼돈의 파편을 정성스레 쓰다듬었다.

“그기 뭐라고 적혀있네.”
“예?”

코제프는 손가락으로 파편에 새겨진 문자를 가리켰다.
빛을 발하면서 문자가 보이는 원리로 우리 앞에 등장한 의문의 단어.
나는 그 단어를 보고 평소에 작가가 어떤 스타일로 글을 써왔는지 단박에 떠올랐다.
그와 동시에.

“하아.”

정신이 몹시 혼미해지는것을 느꼈다.

“이거 뭐라고읽는 기고?”
“...”
“닌 아나?”
“예.”
“머라 읽는데?”
“Shake it.”
“쉐킷?”
“예. 쉐킷.”

나는  손으로 이마를 짚으며 머리가 띵해지는 두통을 참아냈다.

‘작가 이 나쁜 쉐킷.’

**

간혹 짧은 영어단어를 쓰며 나름의 신선함을 주려 했던 빌어먹을 잉대연 작가.
놈은 혼돈의 파편에다가 쌩뚱맞게 영어로 공략법을 적어놓았다.

쿠구구구궁

“어! 저기!”

나는 지상으로 통하는 통로를 발견했고 그 길을 따라 냅다 달렸다.

“거의 다왔습니다!”

코끝을 스치는 신선한 공기로 지상에 가까워진 우리의 위치를 어렴풋이  수 있었다.

“이런 미친. 거기서 살아나오다니!”
“다 제 계획대로군요.”
“허세 부리기는.”
“모두 예상 범위 안이었습니다.”
“당황해서 발악하는 거  봤는데. 큭큭.”

코제프는 이제야 마음이 놓이는 듯 미소를 지었다.

“알고 계시겠지만 아직 끝난 아니예요.”
“글치.”
“곧 놈들이 우리를 따라올 겁니다.”
“혼돈의 파편 때문이제?”
“맞아요. 이걸로 놈들을 유인하는 겁니다.”
“그랴. 가보자. 이 빌어먹을 전쟁을 끝내러.”

드디어 도착한 지상.
광산의 내부는 지반이 무너져 소용돌이가 휘몰아치고 있었다.
흙무더기가 몰아치는 소용돌이 안에서 바실리스크 들은 이리저리 흔들거렸다.

“저걸로 놈들이 죽진 않겄지?”

소용돌이가 몰아친다고 바실리스크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보금자리를 잃은 놈들이 단지 잠시 혼란에 빠질 뿐.
땅속 지하세계가 홈그라운드인 놈들에게 흙무더기가 날아다니는 것은 크게 이상한 일도 아니었다.

“얼른 대 화산으로 가야 해요.”
“그랴! 휘익!”

코제프는 휘파람을 불어 산양을 불러냈다.
다그닥거리며 등장하는 똘똘한 녀석들.
폴짝 점프해서 산양에 올라탔다.

“자. 이제 출발하시죠.”

키에에에엑!

바실리스크의 울음소리가 저 멀리서 들려왔다. 놈들은 중앙도시의 입구를 통해서 스멀스멀 기어 나왔다.
코제프와 나는 고삐를 부여잡고  화산을 향해 말머리를 조준했다.
산양은 금방이라도 뛰쳐나갈 것처럼 앞발로 땅을 다져댔다.

“각오하세요. 코제프 씨.”
“어엉?”
“죽음의 술래잡기가 시작됩니다.”

놈들은 파편의 힘에 이끌려 우리의 모습을 발견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쫓아오기 시작했다.
아까보다  흉측한 모습인  같은 느낌은 기분 탓일까.
흡사 좀비와도 같은 모습이다.

키에에에엑!

“잡히면 죽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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