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페서-277화 (277/500)

277화 : < 99장. 마지막 수업 (5) >

민우는 매끄럽게 서론에 들어갔다.

한국 비교문학의 역사와 전망이 주제인 만큼 각 시기별로 특징적인 부분을 규명하고, 그 이유를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그는 이번 발표에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했다. 제스처와 함께 설명이 하나 끝날 때마다 화면이 자연스럽게 바뀌었다.

“우리나라에서 비교문학이라는 학문적 개념이 성립된 시기는 1950년대로 잡아야 합니다. 김동욱의 <새로운 문학 연구의 지향>과 이경선의 <비교문학 서설>이 발표된 시기이기도 하지요. 어떤 이론이 시작될 때 늘 그렇듯 심도 있는 논의가 이루어진 것은 아니지만, 비교문학의 가능성을 타진했다는 점에서 상당히 의의가 있는 텍스트라고 생각됩니다.”

민우는 능숙하게 프레젠터를 조작했다. 곧 스크린에 두 인물과 여러 책들이 출력됐다.

“물론 그 전에 방 티겜의 <비교문학>이 번역돼 학계에 소개되었다는 점을 빼놓을 수는 없겠죠. 이후에 귀야르의 비교문학론도 소개되는데, 주지하다시피 이 두 사람은 프랑스 비교문학파의 선두주자이기도 합니다. 때문에 한국 비교문학에서 프랑스문학이 가지는 영향력은 아직도 크게 남아 있습니다. 간헐적이긴 합니다만 최근까지 프랑스문학과의 수용관계를 밝힌 논문이 나오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겠죠.”

이어 민우는 르네 웰렉을 위시한 미국의 새로운 문학 비평의 시대를, 그리고 70년대와 80년대까지 이르는 비교문학사의 광범위한 시기를 명쾌하게 정리했다.

“1980년대에 들어서야 비교문학 연구가 이론화됩니다. 당대 사상사를 휩쓸었던 구조주의와 마르크시즘이 그 대표적인 경우라고 할 수 있죠. 포스트콜로니얼리즘과 페미니즘도 예외는 아닙니다. 비교문학과 만나 당시 서구 중심적인 사고에 대한 비판과 반성의 계기가 됩니다.”

그것은 발표라기보다 강의에 가까웠다. 귀에 쏙쏙 들어오는 멋진 강의. 그래서일까. 시간이 흐를수록 청중의 몰입도는 고조되었다.

최민식도 예외가 될 수는 없었다. 민우의 발표를 가만히 지켜보던 그는 돌연 낮은 신음을 흘렸다. 감탄에 가까운 그런 탄식이었다.

“이렇게 성장했을 줄은······ 정말 대단한 놈이야. 석사 1학기 때였나. 캠벨의 이론을 찾았을 때 싹수를 알아보긴 했다만.”

“그렇게 대단해요?”

수빈이 물었다. 곧 가족이 될 두 사람은 나란히 앉아 발표를 듣고 있었다.

“반칙이라는 느낌이 들 정도다. 다른 사람들의 시간은 멈춰 있는데 저 녀석의 시간만 흘러가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그 정도로요?”

“아니. 그 이상이지. 민우도 대학원 들어온 지 이제 4년 차야. 저 정도로 성장할 수는 없지. 일반적인 경우라면.”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칭찬이었다. 그것도 명인대 국문과에서 칭찬에 인색하기로 유명한 최민식이다. 그래서 더욱 마음에 와 닿았다.

“다른 말 필요 없이 사람들의 얼굴을 봐. 어떤 표정들인지.”

최민식의 말에 수빈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모두가 민우의 발표에 푹 빠져 있었다. 그들의 눈에는 흥미와 지적 쾌감이 절묘하게 섞여 있었다.

최민식이 부연했다.

“한 사상의 흐름을 정리하는 것은 쉽지 않아. 연륜과 지식을 필요로 하는 작업이지. 그런데 이제 막 서른 줄에 들어선 녀석이 백과사전급 퀄리티를 소논문으로 뽑아내고 있으니 감탄을 할 수밖에.”

“그런데 서지훈 선생님은 왜 저러고 계시죠?”

수빈의 지적에 최민식의 시선이 토론자석으로 향했다. 서지훈은 팔짱을 낀 채 묵묵히 앞만 응시하고 있었다.

“이미 계산이 끝난 거다.”

“예?”

“발표에 들어가기 전에 모든 걸 간파하신 거야. 논리의 흠결도, 약점도 모조리. 그러니까 발표에 집중할 필요가 없지.”

“세상에. 그런 게 가능해요?”

“안 그래도 저 모습 다들 무서워 해. 오죽하면 토론계의 저승사자겠어? 별명이.”

수빈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손을 꽉 쥐었다. 너무 큰 상대를 만난 것은 아닌가 걱정이 되었다. 마음속으로 그를 힘껏 응원했다.

그러는 사이 발표는 종착역에 다다랐다.

“이상으로 발표를 마치겠습니다.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스크린이 꺼졌다. 민우가 마무리하자 사회자가 나섰다.

“다음으로 토론 순서를 진행하겠습니다. 토론은 명인대의 서지훈 선생님께서 수고해 주시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서지훈입니다.”

서지훈 교수는 짧고 간결하게 자신을 소개했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민우를 마주했다. 민우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침을 꿀꺽 삼켰다.

“발표는 잘 들었습니다. 하지만 몇 가지 의문이 드는군요. 듣다 보니 올바른 비교문학에 대한 언급이 자주 나왔는데 관련 정의는 쉽게 찾아볼 수 없군요. 올바른 비교문학이란 무엇인가, 이에 대해 제대로 설명을 해주시겠습니까?”

첫 질문 치고는 쉬웠다. 민우는 다시 마이크를 들었다.

“올바른 비교문학은 외국 문학을 받아들인 상황과 원인, 그리고 그 과정을 밝힘으로써 수용자의 자발적인 모습을 이해하려는 노력에서 시작됩니다. 다시 말해, 해외의 문학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은 백지 상태에서 받아들이기만 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의 의식과 자각에 의해 선택적으로 지식과 문화를 흡수할 수 있는 것이죠. 주체적인 수용이냐 비판적인 이해냐 하는 말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그런가요? 좀 더 구체적으로 들어볼 필요가 있겠는데요.”

다른 사람이었다면 괜한 시비로 들렸을 터다.

하지만 오히려 민우는 정신을 번쩍 차렸다. 확실히 설명이 부족한 부분이긴 했으니까.

“이식이냐 수용이냐 하는 문제입니다. 이런 관점은 오래전부터 문제가 되어 왔죠. 임화의 <조선 문학 연구의 일과제>를 보면 이식문학론에 대한 관점이 잘 나타나 있는데요. 쉽게 말해 새로운 문학이 서구 문학의 이식과 모방에서 자라났다는 관점이지요.”

서지훈 교수는 눈 하나 꿈쩍하지 않았고, 민우는 계속 설명을 이어 나갔다.

“그러나 이식이라는 용어에는 문화간의 우열을 따지거나 한쪽의 미숙함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적인 용어입니다. 때문에 학자들은 이입(移入)이라는 용어를 사용했고, 최근에는 수용(受容)이라는 용어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변천사에 대해서는 논문의 17페이지를 읽어 주십시오.”

청중은 모두 논문을 펼쳐 확인했지만 서지훈 교수는 고개조차 까딱하지 않았다. 바로 다음 질문으로 넘어갔다.

“하지만 박 선생님이 내린 결론은 모호합니다. 막연한 희망론에 가깝다고 해야 할까요. 여기에 대해서도 추가 설명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부분적으로 동의합니다. 그러니까······ 1980년대부터 지금까지 비교문학은 쉴 새 없이 그 영역을 넓혀 왔습니다. 이 무대를 만들어 주신 국제비교문학회도 그 무렵 창설되었고, 2000년대에 들어서는 비교문학적 방법론을 취한 논문들이 속속 발표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비교문학 협동과정이 각 대학에 설치되기 시작했지요. 그제야 비교문학 분야도 전문성을 갖추게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민우는 잠시 숨을 골랐다. 목이 타올랐다. 물이라도 한 모금 마시고 싶었지만 말을 끊을 수가 없어 다시 마이크에 입을 가까이 댔다.

“따라서 이제는 비교문학이 확장이 아닌······ 심화의 시기로 돌입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것이 본고의 요지입니다. 세계문학이라는 광범위한 영역 안에 한국 문학을 적절히 위치시키는 것, 특수성과 보편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안목이 필요한 시점이지요. 세계는 이미 글로컬(glocal) 시대로 접어들고 있으니까요.”

“흥미롭군요. 세계문학이라. 의미심장한 말씀을 해 주셨는데 그 취지에 대해서 추가 설명을 요청합니다.”

“실제로 세계문학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음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유명 작가의 신작은 충분한 논의를 거치지 않아도 직접 번역하거나 원문으로 볼 수 있지요.”

민우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객석에 앉아 있는 주예린과 시선을 마주쳤다.

우연일까 필연일까. <세계수>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그녀. 세계문학의 산 증인이 객석에 앉아 있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하지만 민우는 본론을 흐리지 않았다. 다시 주제로 돌아왔다.

“요컨대 시공간의 제약이 사라지며 세계가 하나의 대륙으로 뭉치게 된 겁니다. 프랑코 모레티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의 문학은 이제 전 지구적 체제다’라고.”

민우는 오른쪽 검지를 들며 힘주어 말했다. 목소리에 점점 자신감이 붙기 시작했다.

“1980년대까지의 세계문학전집에는 서구, 즉 유럽 위주의 작가들이 포진해 있었지만 90년대 이후부터는 중국, 인도, 베트남 등 비유럽권 국가들의 문학작품들이 수록되고 있습니다. 주목할 만한 변화지요. 근래에 이르러서야 진정한 의미에서의 세계문학의 흐름이 생성되고 있는 겁니다.”

이제는 완전히 페이스를 되찾았다. 민우의 입가에 자그마한 미소가 걸렸다.

“이러한 의미로 세계적인 걸작, 그리고 고전이란 편파적인 관점에서 만들어진 명작선집에 수록된 작품이 아니라 시대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공감대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보편적인 작품을 의미합니다. 이것이 제가 사용한 세계문학이라는 용어의 기본적인 개념입니다.”

민우가 여유롭게 답변을 마무리했다. 그가 싱긋 웃으며 되물었다.

“충분한 답변이 되셨습니까?”

“글쎄요.”

서지훈 교수가 모호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마이크에서 입을 떼지 않았다. 아직 할 말이 더 남았다는 증거였다.

“그렇다면 세계문학이라는 협의에서 벗어나 문학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를 해봐야겠습니다. 박민우 교수. 문학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서지훈 교수가 자리에서 일어나서 질문을 던졌다. 이례적인 일이었다. 동시에 장내가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이게 민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그 질문인가?’

문학의 본질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줄은 조금도 예상하지 못했다.

포괄적이고 피상적인 질문.

민우는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꾸밈없이 자신의 생각을 말하라는 민영환 교수의 말을 떠올리고는 민우는 마이크를 들었다.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없습니다.”

“왜죠?”

이번엔 민우도 일어섰다. 발표자와 토론자가 선 채로 서로를 마주보았다. 이것도 흔히 볼 수 없는 이례적인 일이었다.

“문학은 시대에 따라 서로 다른 의미를 가집니다. 마치 사람이 나이를 먹으며 성숙해지는 것과 같은 이치죠. 한 인간의 일생을 놓고 어떻다고 정의할 수 있습니까? 쉽지 않을 겁니다. 살아온 시간이 적지 않기 때문이지요.”

서지훈 교수는 묵묵히 듣기만 했고, 민우는 천천히 앞으로 걸어 나오기 시작했다.

“문학은 인간의 수명을 초월한 지 오래입니다. 때문에 문학을 정의하는 것은 한 인간의 일생을 정의하는 것보다 더더욱 어렵지요.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을 명작이라고 추앙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지루한 고전이라고 치부하는 젊은이들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것도 마찬가지의 이치입니다. 문학을 한다는 것은 그런 겁니다. 시시각각 변하는 모습을 보며 울고 웃고 떠드는 것. 연구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죠. 본질로 향하는 길을 열어줄 뿐, 그 누구도 궁극적인 본질에 도달하진 못했습니다.”

“박민우 선생이라면 할 수 있다. 해낼 수 있을 것임에 틀림이 없다······ 여기 있는 모든 분들이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으실까요?”

“아뇨. 그렇지 않습니다.”

단호하게 대답한 민우가 몸을 돌려 청중을 바라보았다. 서지훈 교수는 흥미로운 표정으로 민우의 뒷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저는 여러분들과 다르지 않습니다. 인간으로서도, 학자로서도 부족한 점이 많은 그런 평범한 사람일 뿐입니다.”

“하지만 많은 학자들이 이렇게 박 선생을 평가하고 있습니다. 업적이 눈부시다고. 앞으로의 학문적 노정에 기적이 가득할 거라고. 박 선생이 존재한 이전과 이후로 문학 연구사가 나누어질 거라고.”

서지훈 교수가 힘주어 말한 것들은 모두 사실이었다. 하지만 민우는 가볍게 흘려냈다.

“그게 중요합니까? 남들의 평가가 어떻든 저는 조금도 신경 쓰지 않습니다.”

민우는 서지훈 교수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어느새 토론의 논점은 완전히 흩어져 있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가 원하는 대답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먼 옛날, 학부 시절에 그가 했던 그 한마디.

이 중요한 순간에 그 한마디가 떠오른 건 단지 우연이었을까?

“저는 그저 길잡이에 불과합니다. 후배들이, 후학들이 제 어깨를 짚고 보다 넓은 세상을 바라볼 수 있다면 그 정도로 충분합니다. 그게 제가 학문을 하는 궁극적인 이유입니다.”

민우의 말이 작은 울림을 만들어냈다.

어딘가에서 박수소리가 들렸다. 그것은 미약했다. 그러나 소리와 소리가 만나자 하나의 큰 물결이 되었다. 어느새 장내는 박수 소리로 가득 차올랐다.

후학들이 자신의 어깨를 짚고 보다 넓은 세상을 바라볼 수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는 말. 그건 언젠가 서지훈 교수가 민우에게 해 준 말이기도 했다.

오랜 세월이 흐르고, 그것을 선물처럼 고스란히 되돌려 받은 서지훈 교수.

정적 속에서 가만히 민우를 바라보던 서지훈 교수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마치 모든 걸 이룬 사람처럼 표정이 맑았다.

‘설마······.’

그제야 민우는 깨달았다.

서지훈 교수가 괜히 이 자리에 서게 된 게 아니라고. 자신을 꾸짖으려는 게 아니라 한 발 더 내디딜 수 있게 하려던 것이었다고.

고마운 일이었다.

눈물이 핑 돌 정도로.

하지만 민우는 공과 사를 철저히 구분했다. 그는 걸음을 옮겼다. 서지훈 교수를 눈앞에 두고 최후의 일격을 날렸다.

“주제가 너무 돌아간 것 같은 느낌이 드네요. 서지훈 선생님. 다시 본론으로 돌아갈까요? 제 논문에 대해 다른 의견이 있으시면 말씀해 주십시오. 얼마든지요.”

그러나 서지훈 교수는 묵묵히 그를 바라보기만 할 뿐, 입을 열지 않았다. 장내에서 수군거리는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곧 서지훈 교수의 고개가 돌아갔다. 청중 쪽으로.

‘많이들 모였구나.’

한때 같이 공부를 했던 사람들도, 그리고 자신이 가르쳤던 젊은 제자들의 모습도 시야에 잡혔다. 어쩌면 빈 곳에서 송현우 교수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할 말은 많았다. 하지만 과연 그것이 필요할까 하는 회의감이 들었다.

그의 시선이 다시 민우 쪽을 향했다. 그는 편안한 표정으로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그래. 박민우. 넌 자격이 있다.’

서지훈 교수는 마음을 굳혔다. 이제는 한 발자국 물러나 자신이 키운 제자들이 펼치는 학문의 세계를 관조하는 것도 재미있지 않을까.

“저······ 서지훈 선생님? 이견이나 반론은 없으십니까?”

기다리던 사회자가 조심스럽게 채근하자 서지훈 교수가 마이크를 들었다.

“없습니다. 토론은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박수가 쏟아졌다. 이따금 환호성도 들렸다.

307호 멤버들도 일제히 기립해서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지식과 감동, 이 두 가지를 모두 얻을 수 있었던 토론이었다.

그때 민영환 교수가 일어서더니 걸음을 옮겼다. 진섭이 따라 나섰다.

“선생님! 벌써 가시게요?”

“시시한 무대가 끝났으니 가 봐야지.”

홀을 빠져나가던 민영환 교수는 문득 멈춰서 무대에 선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때마침 민우와 서지훈 교수가 악수를 하고 있었다.

민영환 교수의 두 눈이 아득해졌다.

“난놈은 역시 난놈이라고. 왠지 네가 상아대에 남으려고 했던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단 말이지. 서지훈.”

민우를 가르쳤던 시절의 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치고 지나갔다. 아쉬운 한숨과 미소를 남긴 채, 민영환 교수는 학회장을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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