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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용돌이치는 (6)
2022.04.22.



-단독! 최준석 대통령 췌장암 확진…… 시한부 3개월.

최준석 대통령이 췌장암에 확진되었다고 한다.

시한부 판정까지 받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팩트체커 김태원 기자.

짧게 전하는 단신이었으나, 그 임팩트는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형도 다 읽었지?”

최지원은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으며 말했다.

“우리 둘이 힘을 합쳐야 된다니까.”

“협력이라…….”

최지만은 내키진 않았지만, 받아들이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그렇긴 해. 지금 상황에서는 우리 둘 다 정보가 너무 적으니까.”

정보는 최지만이 우위에 있으나, 최지원이 어디까지 알고 어떤 식으로 움직이는지 파악하는 게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

“그러면 함께하는 거지?”

“응.”

물론, 최지만은 알고 있는 정보를 100% 공유할 생각은 없었다.

어디까지나 이번 일에 한시된 동맹이라고 여겼으니까.

“그런데 무엇보다…….”

최지원은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막내가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선 건 처음 봐.”

“그래?”

“내가 말했잖아. 청와대에서 모두 출입 금지된 상태에서 걔가 나왔다니까. 게다가 대충 보면…… 분명 무언가 하고 있는 게 틀림없었어.”

최지만은 흠칫하며 물었다.

“혹시 아버지 마음 약해졌을 때를 노리는 게 아닐까?”

그는 조곤조곤 말을 보탰다.

“원래 사람이 삶의 마지막이 되면 단호하던 사람도 몽글몽글해지고 그런다잖아. 만약에 그렇게 해서 아버지의 대권을 물려받고 싶은 생각이라면…….”

“그럴 가능성이 없지는 않아. 하지만.”

최지원은 신중하게 입을 열었다.

“그때 녀석 표정을 보면, 권력을 노리고 일을 벌이는 얼굴이 아니었어. 필시 가슴속에서 우러나는 무언가가…….”

순간, 머릿속에 떠오른 단어에 그는 침을 꿀꺽 삼켰다.

“아마 ‘복수’ 때문일 거야.”

“복수?”

“아버지를 그렇게 만든 사람들에 대한 복수 말이야. 막내는 누구보다 아버지를 따랐던 녀석이니까.”

“그렇다고는 하지만, 복수라고 해봤자 별다른 사람들이 있나?”

최지만은 모르는 척 물었다.

“기껏해야 이전 주치의가 오진한 게 전부 아니야?”

“형, 상식적으로 생각을 해봐. 청와대 주치의나 될 인간이 췌장암 진단을 못 하는 게 말이나 돼?”

“하긴, 내가 확인한 바로는 몇 번이고 건강검진을 했다고 했어.”

“그래. 주치의가 몰랐을 리가 없어. 그런데 알고도 모른 척한 거잖아.”

“맞네.”

최지만은 천천히 고개를 주억거렸다.

“주치의가 그 일을 혼자 벌였을 리는 없으니까.”

“그렇지. 김 박사 그 인간이 간첩도 아니고…….”

“그래서 그 배후가 누구일 거라고 생각하는데?”

최지원은 짧은 고민 끝에 신중하게 대답했다.

“난 그게 은실이가 아닐까 싶어.”

“최은실?”

최지만은 놀란 기운을 감추지 못했다.

사건이 진행된 지 하루도 채 되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알아챌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으니까.

“어째서?”

“지금 보도했던 언론사나 그 대응 형태를 보면, 셋째의 방식과 굉장히 닮았거든.”

최지만은 침을 꿀꺽 삼켰다.

‘생각했던 것보다 더 똑똑한 녀석이야…….’

최지원은 고개를 들며 물었다

“형은 어떻게 생각하는데?”

“안 그래도 나도 셋째 쌍둥이 중 하나라고 생각은 하고 있었어.”

최지만은 슬쩍 정보를 흘려주었다.

“내가 입수한 자료 중에…….”

어느 정도는 알려줘야, 자신에게 돌아오는 게 있는 법이니까.

그렇게 한참 동안의 정보 공유를 끝낸 뒤.

“그래. 일단 이 정도까지 하고 추가 자료 생기면 서로 공유하자고.”

“알았어.”

돌아가려던 찰나, 최지만은 문득 멈춰서며 말했다.

“동생아.”

“응?”

“우리 이 협력관계는 이번 사건 끝날 때까지만 유지되는 건가?”

“아니지, 형.”

최지원은 눈을 번뜩이며 최지만에게 다가왔다.

“한동안은 함께 해야지.”

“말이 된다고 생각해?”

최지만은 코웃음을 쳤다.

“서울시장 선거 기억 안 나? 우리가 힘을 합쳐봤자, 또 그때의 그림이 반복되는 거야.”

“형.”

최지원은 눈을 부릅뜨며 말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면 우리 둘 중 하나가 대권을 차지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그는 차갑게 고개를 저었다.

“절대 아니야. 지금 권력이 어디로 집중되어 있는진 형이 더 잘 알잖아.”

“너 설마…….”

“그래. 고 실장 그 인간이라고.”

꿀꺽.

최지만의 목울대가 꿀렁였다.

“아무리 그래도 고 실장님은 그런 욕심 내는 분이 아니야.”

“과연 그럴까?”

최지원은 냉정하게 고개를 저었다.

“우리 곁에 있는 사람들 중에서 권력 욕심 내지 않는 사람 한 명이라도 본 적 있어?”

“…….”

부정할 수 없었다.

이 정치판에서는 권력이 전부였으니까.

“말했잖아. 다른 사람도 아니고, 은실이가 그 일을 벌였어. 아버지 핏줄이자, 우리 남매. 걔라는 추측은 형도 충분히 납득된다며.”

“그건 그렇지.”

“자식이 아버지를 배신하는 판국에 하물며 피도 안 섞였는데 고 실장이 그 권력을 고스란히 우리에게 넘겨줄 것 같아?”

“절대 아니지.”

“그래. 우리가 힘을 합쳐야 돼. 우선 고 실장을 몰아내고 그 다음에 우리가 권력을 두고 싸우든가 해야 된다고.”

“……맞는 말이야.”

“당분간은 서로 비수 꽂지 말자고. 우선, 고 실장 몰아내고 그 다음에 정정당당하게 싸워.”

“막내는?”

“고 실장이 없으면 걘 아무것도 아니야.”

“지훈이한테는 민국당이 있잖아.”

“아무리 민국당을 쥔다고 해도 절대 대한당 못 이겨. 그게 대한민국이야.”

“……일단 알았어.”

“허튼 생각하지 말고 이번 일 해결하는 데만 집중하자. 알았지?”

“그래.”

* * *

“최지원과 협력하는 게 맞는 걸까요?”

“아니지.”

오 실장의 물음에 최지만은 코웃음을 쳤다.

“앞에서는 일부러 멍청한 척한 거야. 내가 그 자식과 협력할 것 같아?”

그는 격하게 고개를 저었다.

“절대. 네버. 내가 고태욱 비서실장의 밑으로 들어가는 한이 있더라도, 절대 최지원과는 협력 안 해.”

“그러면 정보만 얻어 가실 생각이십니까?”

“정보도 얻고, 그 과정에서 녀석의 약점을 찾아내야지.”

“단물만 쏙 빼먹고 버리는 거군요.”

“조금 비겁하지만 어쩔 수 없어.”

최지만은 냉정하게 팔짱을 끼며 창밖을 바라봤다.

“이미 녀석이 대한당을 지배하기 시작한 시점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은 그것뿐이니까.”

“그러면 당분간은 최지원에 대하여 주시하는 쪽으로 총력을 기울이겠습니다.”

“그래. 그렇게 해.”

“그리고 하나 걱정되는 점이 있는데…….”

오 실장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만약 저희가 알고 잇던 사실을 막내 도련님이 알게 되면…….”

“그건 위험하지.”

최지만은 지그시 고개를 저었다.

“분명 우리한테도 불똥이 튈 수밖에 없어.”

“그렇죠?”

“그래서 최지원과 손을 잡은 이유도 커.”

만에 하나 불똥이 튀더라도, 최지원과 함께 맞으면 덜할 테니까.

그리고 조심스레 덧붙였다.

“지금 막내 행보를 보면, 완전히 눈이 돌아가 있거든.”

아무리 본인이 사람이더라도 미친개는 피하는 게 상책인 법.

“무슨 말씀이신지 잘 알겠습니다.”

“그래. 이번 일이 다 해결된 뒤에 대선이 펼쳐진다지만…… 그 과정이 제일 중요한 거 알지? 아버지 돌아가시기 전까지 자리 잡지 못하면 대권 못 쥐어.”

“명심하겠습니다.”

“알았으면 됐어. 가서 일 봐.”

“예, 시장님.”

* * *

한편, 같은 시간 둘째 최지원의 사무실.

“최지만 믿을 수 있겠습니까?”

김 보좌관의 물음에 최지원은 조소를 지었다.

“당연히 못 믿지.”

“그러면…….”

“어느 정도 협력하다가 쓸모없어지면 버릴 거야.”

최지원은 냉정하게 말했다.

“김 보좌관은 협력 따위 생각하지 말고 최지만 재산에 대해 조사해. 다음 대선에서 동원할 수 있는 사적 재산 그리고 지금 대한당에서 그쪽으로 붙은 인간들까지 전부.”

“알겠습니다.”

* * *

똑똑.

“고태욱입니다.”

“들어오십시오.”

고태욱은 국무총리실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한석현 총리는 애써 미소를 지으며 그를 맞이했다.

“오셨습니까?”

직급으로 따지면 고태욱 비서실장보다 한석현 총리가 훨씬 더 위인 건 맞으나, 대통령이 고태욱 실장을 얼마나 신임하는지 알기에 존칭을 쓰고 있었다.

“앉으시죠.”

“예.”

오늘 같은 상황에선 안부 인사를 물을 여유 따윈 없었기에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기사는 확인하셨죠?”

“예.”

한석현 총리는 턱을 쓸어 만졌다.

“뭐가 어떻게 된 겁니까?”

“자세히 말씀드릴 수는 없습니다.”

“기사 내용이 맞긴 한 겁니까?”

“예.”

“……허어.”

한석현 총리는 이마를 짚었다.

“도대체 주치의는 뭘 했길래…… 잠깐만. 얼마 전에 김 박사가 그만두지 않았습니까?”

“그 인간도 연관되어 있습니다.”

꿀꺽.

한석현 총리는 미간을 찌푸렸다.

“제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스케일이 큰 것 같군요.”

“예. 아마 대한민국 건국 이래 최대 정치 스캔들이 될 겁니다.”

“……제가 뭘 해야 됩니까?”

“우선, 각하께서 하신 말씀이 있습니다.”

“편하게 말하십시오. 뭐든 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차기 대선은 제가 먹겠습니다.”

“……예?”

한석현 총리의 눈엔 의심이 가득 피어올랐다.

누가 봐도 권력을 차지하려고 욕심내는 사람처럼만 보였으니까.

“각하께서 아직 돌아가신 게 아니라고 들었습니다.”

거짓말하지 말라는 뜻이다.

예상했던 결과였기에 고태욱 비서실장은 최대한 차분하게 말했다.

“다음 주중에 각하께서 퇴원하실 테니 직접 여쭤보셔도 됩니다.”

한석현 총리는 고민스러웠다.

고태욱 실장이 이렇게 당당하게 나올 정도면 진실이 아닐까 싶었으니까.

“진심으로 그런 말씀을 하신 겁니까?”

“예. 췌장암은 판단력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 거 아시잖습니까?”

“…….”

한석현 총리의 가슴엔 여전히 의심이 남아 있었지만, 우선 넘어가기로 했다.

진실 여부는 다음 주에 대통령이 퇴원하면 직접 물어볼 수 있을 테니까.

“그러면 최종 그림이 어떻게 되는 겁니까?”

그는 미심쩍은 목소리로 물었다.

“고 실장님이 대한민국을 이어받는 건가요?”

“아닙니다.”

고태욱 실장은 진지하게 말했다.

“저는 임시적으로 그 자리를 차지할 뿐입니다.”

“임시라면…… 다른 누군가에게 넘기겠다는 뜻입니까?”

“맞습니다.”

“혹시 아직 어느 형제에게 물려줄지 결정하시지 못한 겁니까?”

“결정하셨습니다. 허나, 그건 아직 말씀드릴 수가 없습니다.”

그의 눈빛엔 의심이 피어올랐다.

“……그 이유가 궁금해지는데요.”

“그건 각하께서 직접 말씀해주실 겁니다.”

고태욱 실장은 한석현 총리에게 몸을 기울이며 물었다.

“각하께서 결정하신 사안에 협력하실 겁니까?”

“협력하지 않으면…….”

“3개월 내에 짐 빼셔야 할 겁니다.”

한석현 총리에게 선택권은 하나뿐이었다.

“협력하겠습니다. 단.”

그는 매서운 눈빛으로 덧붙였다.

“다음 주에 제가 직접 각하를 뵙고 이야기를 들은 뒤에 협력할 겁니다.”

당연히 자신의 말만 듣고서 믿을 수 없다는 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기에 고태욱 비서실장도 이쯤에서 물러났다.

“그러면 다음 주에 다시 이야기하시죠.”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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