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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어뜯지 않으면 잡아먹히는 (3) (136/200)

물어뜯지 않으면 잡아먹히는 (3)2022.03.16.

“그래서 함께하기로 하신 겁니까?” “응. 우선은 손잡고 동행해보려고.” “그 말씀은…….” “아직까지 100% 확신을 할 순 없으니, 우호적인 상태에서 천천히 간을 봐보자고.” “이해했습니다.” 마돈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구태양 의원들과 함께하는 무리들 명단은 받으셨습니까?” “우선, 이번 주말에 5명을 먼저 만나기로 했어.” 나는 국회 본회의실의 배치표로 다가가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여기서부터 여기까지.” “전부 뼛속까지 민국당인 사람들이네요.” “그렇지. 백태성 의원의 중립적인 태도에 반발하는 의원들이니까.” 총 명단에 대해서는 문서 대신 이름만 전해 들었다. 애초에 기록으로는 따로 남겨두지 않는다고 했다. 백태성 의원에게 유출되기라도 하면, 바로 차기 공천은 없다고 봐야할 테니까. 구태양이 초기에 말했던 20여 명보다는 조금 더 많았다. 새로 들어간 나를 포함해 25명. 민국당 의석 수 87명의 1/3에 육박하는 숫자다. 결코 적다고 볼 수는 없지. 이들 중 의한회에 소속된 인물은 없었다. 당연한 일이다. 의한회에 가입할 만한 성향을 가진 인물이라면, 백태성 의원에게 말해서 한 자리를 차지하는 걸 보상으로 구태양 의원을 비롯한 인물들을 전부 날려 버렸을 테니까. “주말에 만나는 5명이 그 모임의 핵심인 건가요?” “아마 그럴 거야. 전부 3선 이상이니까.” “그들과 관련한 자료도 최대한 준비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아니, 지현씨는 대한당 움직임을 주시해 줘.” “그게 낫겠습니까?” “응. 전상국 의원이 어떻게 움직일지 몰라. 그쪽을 미리 대비하자고.” “알겠습니다.” * * * “최 의원 왔나?” “안녕하십니까, 의원님들.” 꾸벅 인사를 하며 적당히 비어 있는 자리로 향했다. 약속 시간보다 10분 빨리 왔는데, 나를 제외한 5명이 모두 모여 있는 걸 보면, 이들끼리 일부러 조금 빨리 모인 모양. 나에 대한 뒷담화를 하거나 모함을 하기 위함은 아니라는 건 분위기만으로도 알 수 있었다. 만약 그랬을 거라면, 애초에 따로 약속을 잡아서 중상모략을 했을 테니까. 처음 참여하는 회의니 구태양 의원이 기본적인 나의 성향이나 태도를 전달하기 위함이었겠지. 그래서일까. 나를 향해 이곳에 와서 반갑다거나 함께해서 기쁘다는 겉치레는 없었다. “다 모였으니 회의 시작하지.”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우선, 백태성 의원의 힘을 빼 놓는 게 최우선과제야.” 구태양 의원이 먼저 포문을 열었다. “최소한 6월 임시 국회 전에 우리 측에서 어느 정도 자리는 차지해야 후일을 도모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맞는 말이야. 지금 상태에서 6월 임시 국회가 열려 버리면, 전부 백태성 의원이 원하는 대로 이끌려가야 돼.” 백태성 의원에 반하는 의견을 낸다고 한들, 그래도 다른 당 앞에서는 힘을 합쳐야만 하기에 수장을 따라야만 하니까. 그렇게 되면, 이후 그림도 뻔하다. 이후에 열리는 임시 국회에서도 전부 백태성 의원이 좌지우지하겠지. “당 대표 자리에서 끌어내리지는 못해도 수족 하나는 잘라내야 돼.” 나는 조심스럽게 의견을 냈다. “원내대표 자리에 저희 쪽 사람을 넣으면 어떻겠습니까?” “그러면 좋지.” 구태양 의원도 동의했다. “다만, 그게 쉽지 않으니까 문제지.” 원내대표는 당대표 다음 가는 당의 2인자 자리. 백태성의 오른팔인 권주혁 의원이 앉아있는데, 그도 결코 만만치 않은 인물이었으니까. 무엇보다도 백태성 의원의 신임을 받고 있기도 했고. “둘의 사이를 이간질해 놓는 건 어떻겠습니까?” 조용히 듣고 있던 임규민 의원이 입을 열었다. “권주혁 의원도 불만이 조금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래?” “예. 백태성 의원의 강압적인 운영 방식에 염증을 느낀다고 직접 들었습니다.” 구태양 의원은 잠시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 “차라리 이건 어떤가?” 그는 눈을 번뜩이며 말했다. “둘을 이간질해 보자고.” 그의 입꼬리가 씨익 비틀어졌다. “당대표와 원내대표 사이가 나빠졌을 때, 한쪽을 쳐 버리면 되잖아. 기왕이면 백태성이 좋겠지만, 아마 권주혁 의원이 떨어질 테고…… 원내대표 자리만 공석으로 바뀌어도 치고 올라갈 여지는 생기는 법이니까.” 나쁘지 않은 계략이다. 다만, 문제는. “권주혁 의원이 저희 손을 잡을까요?” “그 인간도 야망이 있는 놈이야.” 내 물음에 구태양 의원은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다. “1인자에 대한 욕망이 없는 2인자는 없는 법이거든.” “그러면 이건 어떻겠습니까? 우선 권주혁을 꼬드겨서 우리 쪽으로…….” 계획은 복잡했지만, 한 마디로 정리하면. 권주혁 의원에게 접근해 그를 우리 측과 손을 잡게 하는 것이었다. 자연스레 백태성 의원과의 사이를 갈라놓을 것이고, 후일 백태성의 모가지를 날리고 그 자리에 권주혁 의원을 앉히는 것이지. “괜찮네요.” “더 좋은 방법은 없을 것 같습니다.” 의원들은 저들끼리 만족하는 의사를 냈지만. “……흐음.” 나는 왠지 모르게 못 미더웠다. 권주혁 의원이 백태성 의원에게 불만이 있는 걸 저쪽 구석에 있는 임규민 의원이 직접 들었다고 했으나. 단순히 불만을 품는 것과. 판을 뒤엎으려고 하는 건 차원이 다른 문제니까. “왜, 최 의원. 뭔가 걸리는 점이 있나?” “권주혁 원내대표 그 놈을 믿을 수 있습니까? 만에 하나 새어나가기라도 하면…….” 임규민 의원은 손을 휘휘 저었다. “에헤이, 최 의원. 그렇게 간이 작아서 쓰나. 권 의원이 백태성 그놈 욕하는 걸 내가 직접 들었다니까.” “그래. 임규민 의원이 권주혁이랑 엄청 가까워. 일주일에 한 번씩은 술자리를 갖는다고.” 다른 의원도 맞장구를 쳤지만, 나는 조심스레 반대 의사를 냈다. “그렇다고 해도 백태성 의원에게 반기를 드는 건 한 차원을 넘어선 문제니까요.” “정 걱정이 되면, 자네가 직접 만나 보든가.” “그러면 그렇게 하겠습니다.” 임규민 의원은 흠칫하며 입을 열었다. “아니, 굳이 그럴 필요는…….” “어차피 모든 계획은 제가 짜기로 했잖습니까?” 나는 구태양 의원을 보며 말했다. “이번 계획이야 제가 들어오기 전부터 준비하던 것이라 조용히 따르겠지만, 그 실행은 제가 하는 걸로 하는 게 어떻습니까?” 내 말에 반발하듯. “구 의원님!” 임규민 의원이 책상을 치며 자리에서 일어서며 구태양 의원을 바라봤지만. “그렇게 해.” 그는 냉소적인 목소리를 냈다. “최 의원이 직접 만나 봐. 그리고 안전하다는 확신이 들면 진행해.” “알겠습니다.” 임규민 의원은 이를 빠득 갈았지만, 별 수 없었다. 내가 이곳에 들어온 이상, 그들은 내 의견을 받들어야만 하니까. * * * “미팅 잡아 놨어?” “예. 오후 2시에 권주혁 의원실에서 직접 뵙기로 했습니다.” “그래.” 강선우 보좌관은 클립보드를 살피며 말했다. “권 의원실에서 자꾸만 어떤 사유인지 물어보기에 6월 임시 국회와 관련된 건이라고 했습니다. 따로 전달할 사항 있을까요?” “아니, 그거면 됐어. 잘했어. 일 봐.” “알겠습니다.” 대화를 마치고 차분하게 몸을 일으켰다. 현재 시간은 오후 1시 50분. 이전부터 쭉 계획된 일이었다. 백태성 의원의 힘을 빼 놓고 당을 장악하는 일. 그 첫 타자가 권주혁 의원이다. 백태성의 측근이기에 더욱 매력적인 카드지. 다만, 내가 입당한 지 오래되지 않은 만큼 민국당 내부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기에 권주혁 의원을 설득할 수 있다는 확신이 없었다. 6월 임시 국회가 임박한 이 상황에서, 이번 달 내로 승부를 봐야 했기에 시간이 촉박했고. 그 탓에 임규민 의원 한 명의 정보만으로 움직이는 것인데. 권주혁 의원은 둘째 치고 임규민에 대한 정보도 부족했으니까. 그렇기에 내가 직접 권주혁 의원을 만난다고는 했으나, 영 확신은 없었다. 일단 가서 상황을 먼저 봐야겠지. 옷매무새를 정리하고 권주혁 의원실로 향하려던 찰나. 지잉지잉-. 휴대폰에 특유의 진동이 울렸다. 설마. -보낸 이: 27 -동영상. 아니나 다를까, 미래 문자가 도착했다. 권주혁 의원실로 출발하기 전, 서둘러 동영상을 재생했다. 똑똑. 노크소리와 함께 휴대폰 화면 속에 빛이 밝혀졌다. 배경은 국회의사당의 한 의원실. 어디지? -어, 권 의원 왔나? -안녕하십니까, 대표님. ……꿀꺽. 침이 목울대를 치고 넘어갔다. 권주혁 의원이 백태성 의원실에 찾아간 것이었다. 숨을 죽이고 영상에 집중했다. -무슨 일이야? -다름이 아니라, 하나 보고 드릴 사항이 있어서요. -일단 앉지. 백태성 의원은 권주혁 의원을 소파로 데려갔다. 그는 여유롭게 커피를 한 모금 들이키며 물었다. -말해 보게. -대표님께 이런 말씀을 드리게 되어 면목이 없습니다. -무슨 일인데 그래? 백태성 의원은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권주혁 의원의 허벅지를 툭툭 두드렸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나와 자네잖아. -그게……. 권주혁 의원은 한참을 망설이다 입을 열었다. -저에게 제안이 하나 들어왔습니다. -제안? -예. 자기들과 합심해서 당 대표를 바꿔 보자는 이야기였습니다. 백태성 의원의 입술이 떨렸다. -……뭐? -그 자리엔 제가 앉기로 했고요. 그는 노여운 눈빛으로 사납게 권주혁 의원을 바라봤다. -그래서 어떻게 한다는 건가? 내 자리를 빼앗기라도 하겠다는 뜻인가? -아닙니다. 그런 생각이었다면, 애초에 대표님을 찾아오지도 않았을 겁니다. 그저 민국당의 표식을 담고 대표님께 언감생심 나쁜 마음을 품고 있는 작자들이 있다는 걸 알려드리기 위해 온 겁니다. -그러니까 자네는 제안을 받았지만, 그에 응할 생각은 없다? -예. 제가 어찌 대표님을 배반하겠습니까? 권주혁 의원은 간드러진 목소리를 냈다. -저는 오로지 대표님의 충신일 뿐입니다. -내 지난 총선부터 어긋나서 조금 걱정했는데…… 괜한 의심이었구먼. 이내 백태성의 입꼬리가 씨익 휘어졌다. -그래서 누군가? 내 뒤통수를 치려는 배은망덕한 자식들이. -우선 가장 핵심은 구태양 의원입니다. -구태양? 그 부산 놈? -맞습니다. 그 놈을 중심으로 임규민, 노창석, 최지훈 등이 있는데……. 그 말을 끝으로 동영상은 종료되었다. ……이런 미친. 큰일 날 뻔했다. 여차하면, 한 번에 25명의 모가지가 다 같이 날아갈 수도 있었겠는걸. 어쩐지 느낌이 싸하더라니. 자칫 잘못했으면, 대권은커녕, 민국당에서조차 내 목숨을 부지하지 못할 뻔했다. 머릿수가 많아지니 미세하게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다. 이러면 안 된다. 애초에 세웠던 계획대로 가야 한다. 다른 이에게 끌려가서는 절대 안 된다. 미리 준비하던 것이라고 그것에 따르는 게 아니라. 처음 의도대로. 모든 계획은 내가 다시 짜야 한다. 그래야 이 판을 쥐고 흔들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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