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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시 (1) (121/200)

효시 (1)2022.03.01.

-최준석 대통령 막내아들 최지훈, 민국당 공천 확정! -민국당 최지훈 종로 출마 선언! -최지훈 출마 선언문 발표……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겠다. -야당×최지훈. 과연 그 결과는? -최지훈 민국당 입당…… 민국당에서 대통합을 이루어내나? 민국당에서는 대대적으로 언플을 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살아 숨 쉬는 대한당 그 자체로 불리는 최준석 대통령의 막내아들을 야당에 영입했다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기삿거리가 되었으니까. 나 한 명을 영입한 것만으로도 국민들에겐 신선한 충격을 주기에 충분했다. 대한당이 낡고 잘못되었다는 이미지를 주는 게 아니라. 민국당에서 고집을 버리고 새로운 인재를 영입했다는 것을 말하지 않아도 보여줄 수 있었기 때문. 당연한 말이지만, 그렇기에 그들은 나에게 힘을 더 실어주고 있었다. 단순히 내가 입당하고 공천하는 것뿐만 아니라, 당선이 되어야 실질적으로 그들의 새로운 도전이 빛을 발하는 법이니까. 아무리 언플해 봤자, 총선에서 낙선하면 아무 의미도 없다. 그저 화려한 패배 전적을 추가하게 되는 셈이니까. 그렇기에 그들은 종로를 빼앗아오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었다. 무려 대통령의 막내아들인 최지훈이 민국당을 달고 출마했는데도 종로를 수복하지 못한다면, 결국 종로는 영원히 대한당에게 빼앗기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봐야했기 때문에 총력전을 할 수밖에 없지. 첫 시작은 전상국 의원 67% vs 최지훈 33%. 솔직히 말해서 좋은 스타트는 아니었다. 더블스코어를 넘어서는 수치였으니까. 나라서 이 정도였지, 보통 후보였다면 2할 언저리에서 놀고 있었을 것이다. 그만큼 전상국 의원이 가지는 상징성과 힘은 대단했다. 그럼에도 우리 선거캠프에서는 낙관적으로 보고 있었다. 차이가 크면 클수록, 언더독 효과를 얻을 수 있을뿐더러. 한 번 추격에 기세가 붙으면 눈에 보일 정도로 간격이 좁아지고. 또 그러면 군중심리로 인해 순식간에 내 세력을 넓힐 수 있게 되는 법이니까. 민국당은 쓸 수 있는 카드를 총동원했다. “청와대 출신이라는 게 솔직히 마음에 들지는 않습니다. 허나, 최준석 대통령의 추진력을 그대로 물려받았어요. 게다가 중간에서 대한당과 민국당의 각 장점을 정치에 승화시키는 데 특화된 인물이죠. 국회의원이 되면 장점은 상당할 겁니다.” 백태성 의원의 녹음본을 유출했다. 당연한 말이지만, ‘유출’이 아니라, ‘기획’한 작품이었다. 사전에 내게 알려주고 함께 조율했으니까. 칭찬 속에 어쭙잖게 까는 말이 포함되어 있으면 신뢰도가 더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까지 이용한 것이지. 나 또한 불도저처럼 밀고 나갔다. “종로 바뀌어야 됩니다. 서울의 중심이라는 큰 메리트를 갖고 있음에도 요 십수 년 간 다른 지역 받쳐주는 일밖에 더 했습니까?” “대한당 까라면 까겠습니다. 민국당 잘못된 점 까겠습니다. 저처럼 정확히 중립에서 양쪽을 보고 깔 수 있는 사람이 대한민국에 더 있겠습니까? 없죠. 기호 2번 저 최지훈이 유일합니다.” “저야말로 종로를 화려한 서울의 중심으로 끌어올릴 사람입니다.” 민국당의 공천을 받았기에 야당 지지자들은 당연히 나를 찍는다. 허나, 대한당 지지자들은 다르다. 그들은 전상국 의원을 지지하는 사람과 그저 대한당이기에 찍는 사람들로 나누어진다. 그리고 후자의 경우는 아버지를 추종하는 세력이 굉장히 많다는 사실. 그들을 데려오는 데 최선을 다했다. 종로 유권자들의 가장 큰 특징을 말하자면. 3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까지의 연령대가 많다는 것. 20대부터 30대 초반의 젊은 층은 강남을 비롯한 판교, 과천 등 한강변이나 신도시로 몰려있고. 60대 이상은 종로에서 밀려나 서울 외곽으로 빠져있기 때문. 게다가 현대 종로라는 지역의 특성상, 상업 지구에 가깝다고 봐야한다. 이를 다시 말하면, 종로에는 대부분 유명 대기업의 본사 등이 위치해있고. 이곳의 유권자들은 경제적으로 안정이 되어있다. 그러면 그들의 가장 큰 특징은 단 하나. ‘자녀 교육에 한창 관심이 많다는 것.’ 이게 핵심이다. “여러분, 언제부터 종로가 유명 학군에서 제외된 것 같습니까? 대한당이 차지할 때부터입니다.” “저희가 목동에 밀릴 이유가 있습니까?” “대치동, 강남 8학군 그거 부러워하지 마십시오. 버스 30분, 40분 태워서 학원 보낼 필요 없습니다.” 그리고 나는 특히나 교육면에서 아주 큰 강점을 갖고 있었다. “수능 만점 출신이 여기 있습니다. 제가 직접 종로의 교육을 바로잡겠습니다!” 유세 운동 나의 타깃은 당연히 학부모. 스윽 스캔을 하다가 대충 40대 중후반 정도로 보이는 인물을 바라보며 물었다. “시민분, 아드님이 몇 살이시죠?” “올해 고1 됩니다.” 한창 교육열에 불타오를 시기. “어느 대학 갔으면 좋겠어요?” 파마를 한 아주머니는 부끄럽지만 솔직하게 말했다. “그래도 스카이는 갔으면 좋겠는데…….” “제가 국회의원이 되면, 우리 종로구 학생들에게 체계적인 학습 보장하겠습니다.” 나는 눈을 부릅뜨고 외쳤다. “종로구 학생들에게만 특별히 맞춤 강연까지 나가겠습니다.” “시간을 낼 수 있으세요?” “당연하죠. 지금까지 국회의원들 어땠습니까? 노래방 가서 도우미들이나 더듬고 주말에 골프나 치고. 저는 어려서 그런 거 싫어합니다. 남는 시간에 우리 학생들 만나서 더 밝은 미래 만들어주겠습니다. 제가 이 약속 지켜지지 않으면 당선되더라도 배지 반납하겠습니다. 제 아버지 이름을 걸고 맹세하죠.” 나의 장점은 단순히 수능 만점이라는 엘리트적인 이미지뿐만이 아니었다. ‘젊은’ 이미지가 주는 불안함과 걱정스러움을 커버할 수 있는 ‘최준석’이라는 카드가 있었으니까. 패기 있고 결단력 있음에도. 또 ‘최준석 대통령의 아들’이라는 든든함이 젊다는 특유의 단점을 보완해주는 것이지. “저 최지훈, 청와대에서 20년 가까이 자랐습니다. 아버지의 장점은 모두 흡수했고, 또 젊기에 민국당으로 도전했습니다.” “늙은 정치를 타파하겠습니다. 교육 쇄신하겠습니다!” “지금까지 수능 만점자 받은 정치인 있었습니까? 단 한 명도 없었어요.” 학력고사에서는 만점자 자체가 대한민국에 역대 한 명도 없었다. 수능으로 바뀐 이후엔 매년 적게나마 있었으나. 첫 수능은 1999년도. 벌써 정치인이 될 만한 인물이 별로 없다는 맹점이 있지만. 이런 유세운동에서 그것까지 지적할 만한 유권자는 없었다. “만점자 출신으로 정상에 서 본 사람으로서 제가 약속드리겠습니다.” 젊은 이미지를 살려 화끈하게 나갔다. 그래야 나이 든 전상국 의원과 대조되며 내 장점이 더욱 살아나니까. 그 덕분일까. 순식간에 표심이 내게 붙기 시작했다. 3월 중순. 총선까지 딱 한 달을 남긴 시점에서 확인한 지지율은. 57대 43. 순식간에 10% 포인트를 상승하며 따라붙었다. 보이지 않는 ‘기세’라는 건 아무리 노련한 정치인들도 쉽게 찍어 누를 수 없었다. 찔끔찔끔 올라서 14% 차이라면 본 선거 당일에 뒤집는 게 힘들 수도 있으나. 이러한 흐름을 타고 올라왔다면, 충분히 역전 가능할 터. 이래서 선거에서는 돌풍을 불러일으키는 게 아주 중요하지. 전상국 의원, 아마 똥줄 좀 탈 거다. * * * “무슨 방법 없어?” 전상국 의원은 김한오 보좌관을 향해 닦달했다. “이거 이대로 있다가는 잡아먹히게 생겼어.” “그게…….” 허나, 김한오 보좌관은 난처한 대답을 할 뿐이었다. “깨끗합니다.” “하나도 없다고? 그게 말이 돼?” 전상국 의원은 언성을 높였다. “정치판에서 하루이틀 있었던 놈이 아니야. 무려 4년이라고 4년. 먼지를 묻히지 않을 수가 없어.” 그는 눈을 부라리며 외쳤다. “까는 거라도 좋아. 일단 다 찾아와 봐.” 네거티브는 지양하기로 했으나, 그 협의는 이미 뒷전이었다. 선거판에서 신사답게 패배하는 건 중요치 않다. 추잡하게라도 승리하는 녀석이 최종적으로 웃는 자가 되는 법이니까. “저희도 찾고는 있는데…….” 김한오 보좌관은 스읍 숨을 들이마셨다. “어지간한 걸 조사하면, 최준석 대통령과 연결이 되어 버립니다.” “……이런 젠장.” 단순히 최지훈만 잡아들이는 거라면 문제가 없다. 허나, 대통령이 엮여있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잘못해서 청와대를 건드려버리면 승리하더라도 후폭풍은 감당할 수 없을 테니까. “제대로 찾아본 거 맞아?” “다시 한 번 훑어보겠습니다.” “훑어보는 게 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 똑바로 살피라고.” “알겠습니다.” 김한오 보좌관이 빠져나간 뒤, 전상국 의원은 답답함에 한숨을 내쉬었다. 대통령의 아들이라고는 하나, 막내였고. 또 첫 출마였기에 만만하게 봤다. 게다가 첫 지지율 조사에서는 두 배 이상 차이가 났기에 방심했다. 늘 그렇듯 똑같이 유세 운동을 하면 이길 것이라 생각했다. 허나, 최지훈은 달랐다. 늘 빳빳하게 고개를 들며 고고하게 움직이던 후보자들과는 전혀 다른 모습. 단순히 선거 기간에만 굽실거리는 척하는 것만으로는 상대가 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최지훈은 젊은이들과 어울리기까지 했으니까. 심지어 밤에는 술집에 가서 젊은 유권자들이 퇴근한 시간에 같이 맥주까지 한잔하며 신세한탄을 들어주며 눈도장을 찍는다고 하니, 더 말할 것도 없지. 정해진 선거 운동 시간을 피해 교묘하게 움직이는데, 술자리를 하다가 우연히 만났다고 하니 어찌 잡을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70대를 향해 달려가는 그가 따라 하기엔 추태였다. 오히려 젊은이들을 불편하게 만들 테니까. ‘어떻게 해야 하지……?’ 단순히 발로 뛰는 것만으로는 따라갈 수 없다. 그 흔한 SNS에서 조차 젊은 최지훈과 자신은 차이가 났으니까. 그가 한창 고민에 빠져있던 무렵. 똑똑. 노크 소리와 함께 비서가 하나 들어왔다. “뭐야?” “의원님, 최일그룹에서 찾아왔습니다.” “……최일그룹?” 그는 미간을 찌푸렸다. ‘이런 바쁜 시기에 갑자기 최일그룹에서?’ 단순히 부탁을 하기 위해서 온 건 아닐 터. 반짝. 전상국 의원의 눈이 빛났다. 후원 아니면, 선거에 도움이 될 만한 카드. 분명했다. “들어오라고 해.” “네.” 잠시 후, 꾸벅 인사를 하며 한 남성이 사무실로 들어왔다. “안녕하십니까, 의원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그의 얼굴에 전상국 의원은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구택일 회장의 오른팔이라는 비서실장 박주만이다. 그가 예고도 없이 이곳에 왔다는 건 평범한 사안이 아니라는 뜻일 터. “바쁘신데 죄송합니다. 회장님께서 전한 말씀이 있어서요.” “아니네. 앉지.” 전상국 의원은 예를 차렸다. “차는 뭐로 하겠나, 커피 괜찮나?” “괜찮습니다.” 박주만 실장은 신변잡기도 할 것 없이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유세운동 때문에 바쁘시니 중요한 것만 이야기하겠습니다.” “그렇게 하게.” 그는 전상국 의원을 향해 몸을 기울였다. “요즘 꽤 난처하시다고 들었습니다.” “…….” 박주만 실장의 말에 전상국 의원은 천천히 고개를 주억거렸다. 대한민국에서 열 손가락 안에 꼽히는 대기업이다. 분석력으로는 자신들에 못지않기에 굳이 숨길 필요 없었으니까. “저희가 도와드리겠습니다.” 순간, 전상국 의원이 고개를 번쩍 들었다. “진심인가?” “예.” 박주만 실장은 비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희가 최지훈의 약점을 알고 있습니다.” 전상국 의원은 주먹을 꽉 쥐었다. ‘그냥 죽으라는 법은 없다더니……!’ 입가에 피어나는 미소를 숨기지 못했다. 허나, 무심코 떡을 받아먹을 생각은 없었다. 다른 기업도 아니고 최일그룹이었으니까. 그들은 대한당과 악연이 없다고는 할 수 없었다. “나를 돕는 이유가 무엇인가?” 전상국 의원은 솔직하게 물었다. “지난 번 파라과이 소금 호수 건 때문에 대한당에 적잖게 실망했을 텐데.” 당시에 태무그룹에 지분을 뺏기는 걸 대한당원들 중 일부가 동의했으니까.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당시에 씁쓸했던 건 부정하진 않겠습니다.” 박 실장은 눈을 빛내며 말했다. “하지만 회장님께서는 이미 잊으셨습니다. 다만…….” 그는 당시의 낙담스러웠던 최일그룹 회장의 표정을 떠올리며 주먹을 꽉 쥐었다. “그 사건의 진짜 배후였던 인물에게 앙금이 남아 계시거든요.” “……잠깐만.” 전상국 의원은 모르고 있던 사실이다. “혹시 그 사건을 조종한 게 최지훈 그놈이란 말인가?” “맞습니다.” “허어…….” 그는 천천히 턱을 매만졌다. “회장님은 의원님께서 그 앙금을 푸는데 도와주시기를 바라고 계십니다.” “당연하지, 내 도와줌세.” 전상국 의원은 박주만 실장의 손을 꼭 부여잡았다. “그거 외에 바라는 게 있나?” “저희야 그저 철강사업에서 세제 혜택 조금만 주시면…….” “당연하지, 걱정도 하지 말게.” “그거면 충분합니다.” “그래.” 그는 침을 꿀꺽 삼키며 박주만 실장에게 몸을 기울였다. “들고 있는 카드가 뭔가? 최지훈의 약점이라는 건…….” “저희 최일그룹에서는.” 박주만 실장은 결연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최지훈의 비자금 행방을 알고 있습니다.” 전상국 의원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예스!’ 비자금. 선거에서 빠질 수 없는 사건이자, 아킬레스건. 선거법으로 당선 무효까지 만들 수 있는 아주 중요한 카드다. “그 비자금의 규모나 행방을 알려주겠나?” 박주만 실장은 서류가방에서 A4 뭉치를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다. “다 나와 있습니다.” “그래?” “간단하게 말씀드리자면, HIT Investmet라는 회사입니다. 비자금은 100억 규모고요.” “허어어……!” 전상국 의원의 혀가 탐욕스럽게 입술을 핥았다. “구 회장에게 고맙다고 전해 주게. 내 이 은혜는 꼭 잊지 않겠네.” “알겠습니다.” 박주만 실장이 떠나가기 무섭게 전상국 의원은 걸신스레 문서를 살피기 시작했다. ‘이거라면……!’ 그의 눈빛은 이미 탐욕에 물들어 있었다. ‘네거티브? 그게 뭐가 중요해? 패자는 말이 없는 법이거든!’ 이내 그의 입술은 추하게 비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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