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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약 (4) (36/200)

도약 (4)2021.12.06.

“오늘부로 함께 일하게 된 7급 비서 광석현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잠깐만. 저 사람이 신입 비서라고? 처음 문이 열릴 때 보고 설마 했는데, 이름을 들으니 틀림없이 내가 아는 인물이었다. “반가워요, 강선우입니다.” 강선우 보좌관을 시작으로 한 명씩 그에게 다가가 악수를 건넸다. “한유라예요.” “오태용입니다. 잘 부탁드려요.” “김한나예요. 필요하신 거 있으면 말씀하세요.” 강선우 보좌관은 돌아서며 나를 불렀다. “최 비서관. 인사 안 해?” 나는 씨익 웃음을 지으며 광석현에게 다가갔다. “오랜만이네요.” “그러게.” 그와 가볍게 손을 쥐어 악수를 하자, 옆에 있던 보좌진들이 놀란 얼굴로 내게 물었다. “뭐야, 둘이 아는 사이야?” 나는 대답 대신 가볍게 미소를 지었고. “예.” 광석현이 대답했다. “군대에서 알게 된 사이입니다.” 내가 말을 보탰다. “단순히 아는 정도가 아니라 같이 군복무를 했죠.” “오, 정말?” “예. 한 1년 했습니다.” 내가 처음 하사로 임관했을 때. 즉 소위 말하는 ‘말뚝’을 박은 직후에 중위인 그가 우리 부대로 전입해 왔다. 그리고 내가 전역할 때까지 같이 군생활을 한 것이지. 학사장교, ROTC 출신으로 기억하는데 시기를 생각하면, 의무 복무 기간을 끝내고 전역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터. 상황을 설명해 주자, 보좌진들은 낮은 감탄사를 흘렸다. “와, 그런 우연이 다 있네요.” “신기하네요.” “그나저나 거기서는 지훈이가 하사였으니 한참 아래였겠는데?” “예, 그렇죠.” 세상 참 신기하다니까. 그때는 내가 아래였지만, 지금은 반대니까. “음, 그렇더라도…….” 강선우 보좌관이 나서서 서열 정리를 해 주었다. “군대는 군대고 여기는 국회니까 지훈이한테 존댓말 해야 되는 거 알지?” “그럼요. 당연하죠.” 계급 사회에 있던 군 출신인지라, 오히려 더 군더더기 없이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 호칭이 애매했는데 깔끔하게 정리가 되어 홀가분해졌다. “안내는 최 비서관이 해 주는 게 낫겠네.” “예.” 나는 광석현을 한 쪽 자리로 안내했다. “자리는 이쪽으로 오시면 됩니다.” 물론, 존댓말을 사용했다. 아무리 내가 직급이 높다고 해도 나이는 한참 아래였으니까. 실제로 8급 오태용 비서와 9급 김한나 비서도 나보다 직급은 낮지만, 연상이었기에 높임말을 쓰고 있었다. 광석현은 자리에 앉으며 나를 올려다봤다. “진짜 간만이네요.” “예. 1년이나 지났는데 그대로시네요.” “비서관님은 정말 훤칠해지셨습니다.” 나를 칭찬하는 그의 말투도 여전했다. 내 기억 속 광석현은 굉장히 좋은 인물이었다. FM. 말 그대로 FM 그 자체였다. 평소의 행동거지부터 시작해서 훈련에서 모습까지 그는 정석과 규범을 그대로 따르는 인물이라고 볼 수 있었다. 실무도 어지간한 간부들보다 훨씬 더 훌륭하게 해냈다. 그래서 처음엔 그가 육사 출신이라고 착각까지 할 지경이었으니까. 그렇다고 앞뒤가 꽉 막힌 인물은 아니었다. 융통성이 필요할 때는 매뉴얼에 어긋나지 않는 선에서는 최대한 유도리를 봐 주는 인물이었으니까. 덕분에 다른 병사들도 그를 꽤 따랐었지. 든든했다. 김치호 비서관처럼 매일 같이 경쟁하려 하고 시기하는 녀석이 떠나고, 이렇게 나를 서포트해 줄 수 있는 인물이 왔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질 지경이었으니까.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저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나는 몇 가지 사항을 알려 주고 자리로 돌아갔다. 강선우 보좌관은 문득 고개를 들며 물었다. “어, 잠깐만. 그러면 광 비서도 군 간부 특채 전형으로 온 건가?” “예, 맞습니다.” “우리 의원실엔 그 전형을 들어온 사람이 두 명이나 있네?” “그러게나 말입니다.” 애초에 아버지가 나를 위해서 만든 법이었지만, 나만을 위해서 사용하라는 룰은 없었으니까. “그래도 군대 이야기는 가능한 한 지양해.” “무슨 이유라도 있습니까?” 광석현 비서의 물음에 강선우 보좌관은 농담 섞인 어조로 답했다. “우리 의원님은 방위 나오셨거든.” “아…….” “장난이야. 방위 나오신 건 맞는데 민감해하시진 않아. 편하게 말해도 돼.” “예, 참고하겠습니다.” “그래. 그러면 우선은 최근 제정되고 있는 법안 관련해서 일단 알려 줘야 될 것 같은데, 최 비서관이 알려 주는 게 낫겠지?”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알고 있던 사이라 편하기도 하고. 어차피 이곳에서는 내가 사수라 직접 알려 주는 게 마음이 편하다. “광 비서님. 자리 정리 끝나면 이쪽으로 와 보세요.” “알겠습니다.” * * * “광 비서님 이거 해 봤어요?” “해 보진 않았는데 예산처에 요청하고 거기서 알려 주는 순서대로 진행하면 됩니까?” “예, 맞아요.” 나는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업무 습득이 엄청 빠르시네요.” “감사합니다.” 광석현 비서가 의원실에 들어온 지 일주일. 그는 빠르게 업무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군대에서도 사무관련 업무는 군더더기 없었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명문대학 출신에 머리까지 꽤나 비상한 탓에 무엇이든 알려 주면 스펀지처럼 빨아들이며 기본 업무 매뉴얼을 달달 외우고 있었으니까. 벌컥. 문이 열리며 이치현 의원이 의원실로 등장했다. “오셨습니까?” 그는 대답 대신 손짓을 하며 집무실로 향했다. “다들 들어와 봐.” 꽤나 어두운 표정. 무슨 문제가 있는 듯한 느낌인데.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서둘러 그의 뒤를 따랐다. “이거 읽어 봐 봐.” 이치현 의원은 서류 하나를 테이블 위로 올려놓고는 넥타이를 거칠게 풀었다. 제일 먼저 읽은 강선우 보좌관이 눈살을 찌푸렸다. “이게 저희 지역구로 확정이 된 겁니까?” 나는 그에게 서류를 건네받아 천천히 내용을 살폈다. 유류 저장 시설을 경기 남부 지역에 설치한다는 내용. 보자마자 감이 왔다. 마돈나, 임지현 비서관이 내게 언질을 주었던 그 안건이다. 이치현 의원은 굳은 얼굴로 입을 열었다. “저번 달부터 계속 이야기가 나오던 건데, 슬금슬금 경기 남부 쪽으로 미루더니, 이제 아예 우리 지역구로 밀어 버리려고 하네.” “허어…….”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낮은 탄식을 내뱉었다. 그도 그럴 것이 유류 저장 시설은 지역 주민에게 이득이 아예 없다고 볼 수 있는 혐오 시설 중 하나였으니까. “아무런 보상 없이 저희 쪽으로 미루려는 겁니까?” 한유라 보좌관은 안경을 벗으며 물었다. “송산면에 5일장 센터를 하나 지어 준다는데…….” 이치현 의원은 어이가 없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 “그거 가지고 무슨 생색을 내는지 모르겠어.” 나도 헛웃음이 나왔다. 5일장 센터를 지어 주는 지원금. 기껏해야 30, 40억 원 이내의 돈이다. 당연히 어느 정도 도움은 되겠지만, 유류 저장 시설을 들여 오며 지역 주민들이 반발하는 걸 잠재우기엔 역부족이었으니까. 그때, 광석현 비서가 심각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송산면 말입니까?” “어, 그렇게 나와 있는데.” “거기는 그린벨트 지역 아닙니까?” “유류 저장 시설은 허가만 나오면 그린벨트에도 지을 수 있어.” 강선우 보좌관은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근데 광 비서가 그 지역을 어떻게 그리 잘 알아? 연고가 있나?” “제가 거기 토박이입니다.” “그건 처음 들었네.” “부모님도 여전히 거기 살고 계시고요. 아버지께서는 송산면 면장을 맡고 계십니다.”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이치현 의원이 눈을 번뜩였다. “오, 그래?” 순간, 직감이 왔다. 이치현 의원이 조금 전에 ‘이번 안건에 관해서 저번 달부터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그가 인지한 지는 꽤 시간이 지난 상태라는 것. 또한, 마돈나가 눈치를 채고 내게 보고했다는 건, 당연히 이치현 의원도 대한당이 우리 지역구로 미루리라는 걸 어느 정도 예감했다는 뜻일 터. 그런 상황이라면, 우리에게 충분히 먼저 이야기를 꺼내고 논의할 법하지만, 수세에 몰릴 때까지 말하지 않다가 이쪽으로 기울어지고 나서야 입을 열었다. 이치현 의원의 성격상, 이런 건은 미리 대책을 세울만한데도 그러지 않았다. 다시 말해 대한당이 우리 지역구로 유류 저장 시설을 미루는 걸 막을 수 없다고 직감했다는 뜻일 테지. 그리고 이제야 이 이야기를 꺼내는 건……. “석현아.” “예, 의원님.” “아버님이랑 한 번 이야기 좀 할 수 있을까?” “물론입니다. 지금 바로 전화 한 번 해 보고 시간 되면 자리 잡아보겠습니다.” “그래, 고맙다.” 광석현 때문일 터. 이치현은 알고 있었을 것이다. 국회에 직원으로 뽑을 때는. 그것도 특채로 뽑을 때는 가족들을 포함해 가까운 친척에 대한 신상 정보를 조사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면장이나 되는 인물이라면 분명 몇 번의 선거 운동을 하면서 당연히 만났을 테고, 모를 수가 없을 터. 결국 의도적으로 광석현을 뽑은 것이다. 면장인 아버지를 통해서 주민들과 더욱 가깝게 소통하고 이번 유류 저장 시설을 들여오는 것에 대한 반발과 충격을 완화시키기 위해서. 이치현 의원도 좋은 사람이긴 하나, 어쩔 수 없는 정치인이라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는 게 느껴졌다. 그렇다고 그의 행동이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어쨌거나 의원실에 사람은 필요하고, 능력 있는 인물을 뽑아야 하는데 기왕이면 지역구의 기반을 탄탄하게 만들 수 있는 인물을 뽑는 게 도움이 되니까. 오히려 전략적이라고 보는 게 맞겠지. 자기 사람을 뽑을 때도 단순히 그 사람만 보는 게 아니라, 주변까지 고려한다는 뜻이니까. 프로 정치인이라는 거지. “그러면…….” 이치현은 천천히 턱을 매만지며 나를 바라봤다. “지훈이가 석현이랑 같이 현장에 나가 볼래?”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지역 주민분들도 대부분을 알지는 못하지만, 저희 마을 분들은 다 알고 있으니 더 편하게 대화 나눌 수 있을 겁니다.” “그래. 그러면 우선 주민들의 생각과 심정 그리고 추가 보상안으로 무엇을 원하는지 한 번 알아봐.” “예.” * * * “안녕하세요, 최지훈입니다.” “아이고, 우리 석현이 사수님이시라고?” 광석현의 아버지는 반갑게 나를 맞이했다. “내가 잘 부탁 좀 드릴게요.” “어유, 아닙니다. 말씀 낮추세요.” 오는 길에 광석현 비서가 직접 통화로 설명했기에 사정은 그도 알고 있는 상태. “다른 주민분들은 마을 회관에 계시니까 바로 그쪽으로 가 볼까?” “예, 그러시죠.” 우리는 광석현의 아버지를 따라 마을 회관으로 들어갔다. 처음 향한 곳은 광석현이 직접 자란 마을. 다른 곳에 비해 조금은 더 호의적일 것이리라는 기대감은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우리가 들어가기 무섭게. “어이구, 젊은이들이 무슨 일이래?” “우리 면장님도 오셨네.” “저거 석현이 아니야?” “맞네, 맞아.” “안녕하세요, 할머님!” 광석현은 넉살 좋게 다가가 손을 꼭 잡았다. “잘 지내셨어요?” “그럼, 그럼. 석현이 언제 이렇게 다 컸대?” “하하하, 저도 곧 서른입니다. 많이 커야죠.” “어유, 벌써? 슬슬 장가갈 때 됐네.” 안부 인사를 나누는 걸 보니, 꽤나 느낌이 좋았다. 이 정도면 부드럽게 이야기를 꺼낼 수 있을 것 같은데. “뒤에 있는 청년은 어디서 왔는가? 얼굴이 익숙한 것 같기도 한데.” 아마 아버지와 TV에 나갔을 때 본 것일 터. 다만, 굳이 알릴 필요는 없기에 다른 방법으로 입을 열었다. “이치현 국회의원실에서 나왔습니다.” “아, 그래?” 그들은 반갑게 나에게 손짓했다. “어여 앉아. 먼 길 오느라 다리 아팠을 텐데.” “감사합니다.” 방석 아래에 손을 넣은 할아버지는 슬쩍 나를 보며 물었다. “그나저나 무슨 일인가? 국회의원실에서는 간만에 나오는 것 같은데.” 그 질문에 대답은 광석현 비서가 대신했다. “그 다름이 아니고, 이번에 송산면에 5일장 센터를 하나 설치하려고 하거든요?” “5일장 센터?” “예. 5일장 나가실 때 노상을 깔아야 되고, 자리 차지하는 것도 불편하고, 새벽 같이 나가고 그러셔야 되잖습니까? 그걸 깔끔하게 정리해가지고 건물을 지을 겁니다. 장 나가실 때도 편하시고, 거기서 장 보실 때도 깔끔하고 위생적일 테고요.” “그게 있으면 우리는 좋지.” “우리가 국회의원은 잘 뽑았다니까.” 그때, 광석현의 아버지, 면장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대신 유류 저장 시설을 하나 지어야 된다네요.” 그때 한 할아버지가 버럭 목소리를 높였다. “유류 저장 시설 그거 쓰레기 매립지 같은 거 아니야?” “아닙니다. 차이가 조금 있는데…….” 할아버지는 인상을 팍 구기시고 입을 열었다. “아니, 그러면 5일장 센터를 왜 지어 주는데?” 옆에 있던 할머니가 내 손을 잡으며 물었다. “유류 저장 시설이 뭔데?” “예, 할머님. 쉽게 말하자면, 기름을 저장해 두는 곳인데…….” “안 좋은 기름 모아 두는 거 아니야?” “폐유도 모으긴 하는데, 폐유만 모으는 게 아니라, 사용 가능한 기름들도 저장용으로 다 모으는 겁니다. 일종의 커다란 주유소 같은 개념이라고 보시면 돼요.” 그때, 뒤에 있던 할아버지들이 쑥덕거리더니. “안 돼, 안 돼.” 세차게 손을 내저었다. “폐유가 있으면 농사짓는 데 얼마나 방해가 되는지 알아? 환경 안 좋아지고, 냄새 나고…….” “걱정하시는 바는 알겠지만, 철저한 시설 관리를 통해서 주변에 전혀 피해가 없게 할 겁니다.” “안 된다니까!” 뒤쪽에 앉아 있던 할아버지는 험상궂은 얼굴로 버럭 소리를 질렀다. “아니, 평소에 뭐 해 주는 거 하나도 없다가 이상한 거 하나 지어 주니까 그거 보상으로 5일장 센터 지어 준다는 거잖아. 우리가 바본 줄 아는가?” 조용히 있던 광석현이 슬쩍 나섰다. “할아버지 이게 무조건 나쁜 건 아니에요. 5일장 외에도 추가적인 보상이 나올 건데…….” “넌 가만히 있어!” “다른 원하시는 보상안이 있다면 저희 측에서 한번 추진을 해 볼 수도 있거든요.” “없어, 없어. 안 돼.” 광석현의 아버지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형님, 이번 일은 어쩔 수가 없어요. 이게 나라에서 결정을 하는 거라 저희는 추가 보상을 더 얻는 게 나아요. 싸워 봤자 손해라니까요.” “아니, 자네가 이장이고 면장이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마음대로 할 수는 없어.” 할아버지들의 언성은 점점 더 높아지기 시작했다. “거기 젊은 양반들!” 맞은편에 앉아 있던 할아버지는 얼굴이 시뻘게진 채 우리를 향해 훠이훠이 손짓했다. “그런 이야기 할 거면 나가. 얼른 나가.” 아무래도 일단 후퇴해야겠는데. 나는 광석현과 눈빛을 주고받고는 슬쩍 마을 회관 밖으로 빠져나왔다. 그는 담배를 입에 물고는 민망하게 입을 열었다. “쉽지 않네요.” “그러게 말입니다.” “그래도 여기만큼은 괜찮을 줄 알았는데…….” 다른 곳도 아니고, 송산면의 면장인 광석현의 아버지가 이장까지 맡고 있는 마을이다. 그런데 마을 회관에서부터 이렇게 심하게 태클이 걸릴 줄이야. 다른 지역 주민을 만나면 얼마나 더 완강하게 거부할지 가늠이 가지 않을 정도. 이거 생각보다 많이 어려울 것 같은데. 단순히 이야기해서 설득하는 건 거의 불가능할 것 같기도 하고. “저는 다시 한번 들어가서 이야기해 볼게요. 그래도 어렸을 때부터 뵙고 자란 분들이니 잘 이야기해 보면 달라질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알겠습니다. 저는 그러면 여기 다른 마을 이장님을 한번 만나 볼게요.” “예. 끝나고 연락주세요. 저는 아버지 차 타고 이동해도 되니까 걱정하지 마시고요.” “전화 드리겠습니다.” 나는 그를 뒤로하고 차에 올랐다. 허나, 다른 마을 이장들을 만나 봐도 결과는 똑같았다. 사들고 간 음료수를 건네기도 전에 의심을 받고는 문전박대를 당했으니까. 이거 아무래도 다른 방법을 찾아봐야겠는데. 우선 대한당에서 어떤 생각을 품고 있는지 제대로 알아보고 움직여야 할 것 같았다. 그래야 우리 측에서 어떻게 대처를 할지 알 수 있을 터. 나는 휴대폰을 들어 한 곳으로 전화를 걸었다. “최지훈입니다. 오늘 저녁에 식사 한 끼 하실 수 있으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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