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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전. 악녀의 연애 기술 (3) (150/151)


외전. 악녀의 연애 기술 (3)
2022.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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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모습을 마주한 로벨리아는 숨을 삼켰다.

조명 아래에서 역광이 드리워진 알렉산드로스의 얼굴. 그녀를 향해 항상 다정한 빛을 발하는 금빛 눈동자에 형형한 정욕이 일렁였다.

당장 눈앞에 있는 것을 집어삼키지 않으면 만족할 수 없을 것만 같은 그 깊고도 어두운 눈.

그리고 그 모든 감정이 향하는 것이 오직 자신이라니.

차마 자신의 몸으로는 다 감당할 수 없을 듯한 어마어마한 욕망의 깊이에 로벨리아는 심장이 쿵 떨어지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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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무히 참을 수가 없군.”

로벨리아가 채 반응하기도 전에, 으르렁거림이 그녀의 입술을 덮쳤다. 아까보다도 훨씬 거칠게 그녀의 숨을 탐하는 상대의 움직임에 그녀는 헐떡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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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숨막힐 정도로…… 야해.’

로벨리아는 깍지 낀 그의 손을 필사적으로 거머쥐면서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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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사람이 이토록 야할 수가 있을까. 두근거려서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아.’

조급한 입술이 떨어져 나간 뒤 알렉산드로스는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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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내, 나의 잔망스러운 로벨리아. 그대는 오늘 밤, 나를 이렇게 흥분하게 만든 책임을 져야 할 거야.”

평소와는 확연히 다른 그의 반응에 로벨리아는 두려워졌다.

평소에도 체력이 부족해 허덕일 정도였는데, 오늘은 대체 그녀를 얼마나 괴롭히려고 그러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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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어쩌면…… 잘된 건지도 몰라.’

애초에 그녀가 하고 싶었던 것도 그를 유혹해서 기쁘게 만드는 일이 아니었던가.

당장 오늘 그럴 생각은 아니었고, 심지어 그녀가 뭘 의도하고 한 것조차 아니었지만…….

그녀에게 참을 수 없이 흥분하는 그의 모습을 보는 것은 기묘한 만족감을 가져다주었다.

언제나 냉철하지만 오로지 그녀를 대할 때만 이성을 잃는 그의 모습은 지독히도 색정적이었고, 또 사랑스러웠다.

로벨리아는 책에서 읽었던 내용들을 떠올리려 애썼다. 하지만 열에 달뜬 머리로는 잘 떠오르지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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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 모르겠다. 괜히 억지로 꾸며내려 하지 말고 하고 싶은 대로 해야지. 나답게.’

그렇게 생각한 그녀는 팔을 뻗어 그의 목을 감았다.

코와 코가 닿을 정도로 그를 바짝 끌어당긴 그녀가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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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요, 제가 책임질게요.”

그녀가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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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만이에요. 한 번 당신이 하고 싶은 대로 해보세요.”

그런 말을 하며 샐쭉 웃는 그녀의 얼굴은, 그 누구보다도 요염하기도, 또 어린애처럼 천진난만하기도 했다.

한 대 맞기라도 한 듯 놀란 얼굴을 한 알렉산드로스가 으르렁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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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벨리아…… 당신은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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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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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누구에게도 그런 식으로 웃어주지 마. 그대의 그런 얼굴은 오직 나만의 것이니까. 다른 놈이 그 웃음을 보게 된다는 건…… 생각만으로도 참을 수 없군.”

지금의 웃는 얼굴이 다른 때와 뭐가 다른 걸까? 로벨리아는 의아해졌으나 차마 그것을 물어볼 수 없었다.

질문을 내뱉기도 전에 그가 그녀의 몸 위로 덮쳐들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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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꺄악!”

그의 우악스러운 힘은 로벨리아의 잠옷을 거의 찢는 수준으로 벗겨냈다. 아닌 게 아니라 비단천이 찢어지는 소리가 들린 것만 같았다.

로벨리아는 황급히 손을 뻗어 조명을 껐다. 까르르 그녀의 웃음소리가 어둠 속에서 터져 나왔고, 그것은 이내 달콤한 신음으로 변했다.

***

그리고 로벨리아는 섣부른 말을 한 걸 엄청나게 후회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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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잠깐! 아무리 그래도 이건 너무…… 너무하잖아요! 하, 할 만큼 한 것 같으니 이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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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래, 로벨리아. 나는 아직 반도 오지 않았어.”

마치 악마와도 같은 그 목소리. 숨 막히게 괴롭고…… 지독하게 유혹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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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 책임을 지겠다고 한 건 그대가 아닌가? 한 번 말을 했으면 지켜야지.”

로벨리아는 그야말로……. 말 그대로 죽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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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몰랐어. 그런 말을 했던 게 이렇게 돌아올 줄이야…….’

하지만 그와 동시에 새로운 사실을 배웠다. 인간은 그리 쉽게 죽지 않는다는 걸.

‘이젠 진짜 한계다’ 싶었는데 그 위에 또 다른 한계가 있었다. 그리고 그 위에 새로운 한계가. 그리고 또 그 위에. 또 위에.

그날 밤 로벨리아는 자신의 새로운 한계를 몇 번이고 발견했다.

낮에는 그토록 다정한 남자가 밤에는 이렇게까지 자신을 괴롭힐 수가 있는지 로벨리아는 도무지 이 현실이 믿어지지가 않았다. 그에게 배신감마저 느낄 정도였다.

몇 번이고 눈앞이 새하얘지다 못해 노래지는 것을 느끼면서 로벨리아는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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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다시 그런 말을 하나 봐라. 다시 그런 말을 하면 내가 로벨리아가 아니다!’

그렇게 끝이 없는 것만 같은 시간이 흐르고.

결국 그가 만족한 건 창밖에서 새소리가 들릴 때 즈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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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아쉽긴 하지만, 그대를 생각해서 오늘은 이쯤 해두지.”

그런 얄미운 소리를 하면서 그는 로벨리아의 입술 위에 입술 도장을 찍었다. 그리고 그녀를 보는 방향으로 옆으로 누웠다.

기만적인 그에게 욕이라도 해주고 싶은 심정이었으나 차마 그럴 수 없었다.

그럴 기력조차 남아 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정말 손가락도 까딱할 수 없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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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오늘은 그대도 쉬는 게 좋겠군. 마사지사와 궁의를 불러줄 테니 일 같은 건 생각도 말고 푹 쉬도록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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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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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 완화에 도움이 되도록 연주자도 불러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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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됐어요. 푹 자고 찜질이나 하고 싶네요.”

로벨리아는 한숨을 쉬었다. 목도 푹 쉬어서, 이 짧은 말을 하는 동안에도 쇳소리가 튀어나왔다.

자신이 듣기에도 흉한 소리라 부끄러웠는데 알렉산드로스는 조금도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다. 그는 세상에 이토록 사랑스러운 게 없다는 듯한 꿀이 떨어지는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로벨리아를 생각해서 평소 자신이 참아주는 것이다’라는 발언이 허세가 아니었는지 밤 내내 그녀를 괴롭힌 그의 얼굴은 평소보다 훨씬 만족스러워 보였다.

그의 얼굴은 반질반질하기 짝이 없어서 꼭 알렉산드로스가 로벨리아의 기를 빨아먹은 흡혈귀나 생령처럼 보일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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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판 남주와 연애한다는 건 쉽지만은 않은 일이구나. 하긴 어떤 일이나 좋은 점이 있으면 힘든 점도 있는 법이지.’

거사가 끝나면 곧장 곯아떨어질 줄 알았는데. 너무 피곤하면 오히려 바로 잠이 오지 않는다는 걸 로벨리아는 처음으로 깨달았다.

눈앞이 말똥말똥하자 지난밤 내내 의아했던 의문이 다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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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렇게 흥분했던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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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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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에……. 당신 어느 순간부터 갑자기 엄청 흥분했잖아요.”

로벨리아는 부끄러워하면서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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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쁘긴 했는데……. 당신이 왜 그렇게 달아올랐는지 아직도 모르겠어요.”

알렉산드로스는 그런 그녀를 보고 피식 웃었다. 그가 로벨리아의 젖은 머리카락을 매만지며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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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일을 다시 떠올리게 만들다니, 아무래도 아직 체력이 남아 있는가 보군? 그대에게 이런 대범한 구석이 있는 줄은 몰랐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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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 무슨 말이에요. 그게 아니고 그냥 궁금한 거라고요. 괴롭힘은 이만하면 충분해요.”

그녀의 질색하는 반응에 알렉산드로스가 나직하게 웃었다. 그 웃음소리는 꽤 듣기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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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이 자신을 위해 노력한다는데 기쁘지 않을 이가 어디 있겠나.”

그렇게 읊조리는 그의 목소리는 묘한 운율이 있어서 마치 자장가처럼 느껴졌다.

그는 로벨리아를 끌어당겨 품에 안았다. 단단하고 축축한 가슴팍 너머로 그의 두근거리는 심장박동이 전해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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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가 얼마나 책임감이 강하고, 노력가인지는 내가 잘 알고 있지. 그대의 그런 면모를 사랑하고, 나를 대할 때도 그리 정성을 다한다는 사실은 그저 기적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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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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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로벨리아, 나는 그대가 너무 무리하지는 말았으면 좋겠어. 그대가 내 곁에 있고, 우리가 같은 감정을 공유한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신께 진심으로 감사하고 있으니까.”

울림이 좋은 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자니 점점 눈이 감겨왔다.

쪽하고 이마 위에 작은 온기가 와닿았다. 그가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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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위에 더 큰 행복이 있다는 사실을 내가 그대에게 알려주었기에 그대 역시 내게 알려주고 싶었다고 했지. 하지만 그걸 알아줘. 나는 지금도 매일 새로운 행복을 깨닫고 있어. 그대가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대가 나를 바꾸고, 가르치고, 용서하고, 사랑해준다는 사실이. 세계조차 넘어서 나에게 와주었다는 사실이 내게는 기적이라는 말조차 부족한 행복이니까…….”

그것은 정말로 듣기 좋은 말이었다.

자신이 그저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고, 심지어 매일 더 행복하다니.

그러니 더 이상 어떤 것도 바라지 않고 아무것도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니 세상에 이렇게 달콤한 말이 또 있을까?

그것이 그저 그녀를 흡족하게 만들려는 빈말이 아니라는 것을, 그의 진심에서 우러나온 말이라는 것을 로벨리아는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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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좋다. 마치 구름 위에 떠있는 듯한 기분이야…….’

하지만, 그의 말에 완전히 동의를 표할 수는 없었다. 그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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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렇다 해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싶지는 않아. 그저 앉아서 그가 해주는 배려를 받기만 하고 싶지는 않아. 하나라도 더 해주고 싶은걸. 정말, 정말 좋아하니까. 그가 나를 기적이라 생각하듯 나도 그렇게 생각하니까…….’

하지만 까무룩 잠겨드는 의식 속에서 그녀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다정한 심장박동에 감싸인 채, 로벨리아는 단잠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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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로부터 몇 주의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로벨리아는 건강에 꽤 많은 신경을 썼다.

식사의 영양 밸런스를 신경 쓰는 건 물론, 궁의의 검진을 자주 받았으며, 보약도 챙겨먹었다. 심지어는 그렇게나 싫어했던 운동도 시작했다.

그녀가 건강을 신경 쓰게 된 가장 큰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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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다 진짜로 말라죽을지도 몰라!’

알렉산드로스는 나름대로 로벨리아의 페이스에 맞춰주려 하고 있었으나, 두 사람의 체력 차이가 심해도 너무 심하니 그것도 좀처럼 쉽지 않았다. 항상 자신이 허덕이고 있다는 것을 로벨리아는 실감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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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상사한 황후로 역사책에 남기는 싫어. 게다가 난 아직 할 일도 많고, 그와 하고 싶은 것도 많다고.’

그리고 그 다음 이유는 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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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무 허약해서 그가 내게 맞춰주는 것이 미안해. 나도 될 수 있는 한 그를 만족하게 만들어주고 싶은걸.’

책임을 지겠다고 했던 날, 알렉산드로스가 확연히 만족스러워 보였다는 것을 로벨리아는 신경 쓰고 있었다.

그의 체력은 남아도는데, 그녀의 페이스에만 온전하게 맞춰주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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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무리 체력이 좋아진대도 그와 같아질 순 없겠지만……. 그래도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노력해봐야지.’

그것은 알렉산드로스를 위해서라면 뭐라도 해주고 싶은 로벨리아의 작은 마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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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드로스도 말했었지. 함께 오래오래,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자고. 우리의 행복이 조금이라도 더 오래 갔으면 좋겠어. 그걸 위해서라면 운동 정도야 얼마든지 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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