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 악녀의 연애 기술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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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전. 악녀의 연애 기술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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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전. 악녀의 연애 기술 (2)
2022.06.05.
“하하하하하하!”
로벨리아는 알렉산드로스가 그렇게 큰 소리로 웃는 모습은 처음 보았다. 그는 배를 잡고 웃다가 결국 바닥에 주저앉아버리기까지 했다.
이쯤 되니 수치스러움에 그 자리에서 사라지고 싶은 마음뿐이었던 로벨리아도 원망감이 들 수밖에는 없었다.
“웃지 마세요.”
그녀가 새빨개진 얼굴로 부루퉁하게 말했다.
그녀의 말을 들은 알렉산드로스는 웃음을 참으려는 것 같았으나 마음처럼 쉽게 되지 않는 듯 했다.
“당신, 정말 미워요.”
“미안, 웃어서 미안해 로벨리아.”
로벨리아의 말에 그가 몸을 일으켜 팔을 뻗었다. 끌어안으려는 의도가 느껴지는 행동에 로벨리아는 슬쩍 물러나 몸을 피했다.
마음만 먹으면 그녀의 의사를 무시하고 끌어안고도 남았겠으나 알렉산드로스는 그러지 않았다. 로벨리아의 거부 의사를 깨달은 그는 바로 팔을 거두었다.
“이거 내가 큰 실수를 했군. 그대의 혼자만의 시간을 방해하고 말았으니.”
“…….”
“내 아내가 토라진 걸 보니 내 마음이 다 아픈걸. 그대의 마음이 흡족해진다면 뭐든 할 테니 화 풀어.”
너무 창피한 나머지 저도 모르게 포옹을 거부하긴 했으나 그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 정돈 알고 있었다.
이곳은 그와 함께 쓰는 침실이었고, 그녀는 그가 목욕하러 들어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지나치게 몰두한 탓에 그가 금방 나올 거라는 걸 알면서도 잊어버린 것이다.
그의 잘못이 아니라는 걸 모르지 않는 건 그 역시 마찬가지일 텐데도 그는 정말 자신이 잘못하기라도 한 듯 달콤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러니 미워하지 말아줘. 그대의 미움을 받는다면 난 한 시도 못 견디고 죽어버리고 말걸.”
어느샌가 코앞까지 바짝 다가온 그의 시선은 더없이 다정한 빛을 담고 있었다.
항상 이런 식이었다.
로벨리아가 황궁에서 도망친 일 이후로, 로벨리아가 화가 날 때마다 알렉산드로스는 항상 저자세로 임했다. 심지어 그가 잘못한 일이 아닐 때도 그랬다.
그의 콧대가 얼마나 높았는지를 생각하면 그때의 일이 그에게 얼마나 큰 충격이었는지 느껴져 그가 안쓰럽게 느껴졌다.
로벨리아는 새빨개진 얼굴을 손으로 문질러 식히며 황급히 말했다.
“화 난 거 아니에요. 그냥 너무 놀라서 그랬어요.”
“그래? 그렇다니 다행이군.”
알렉산드로스의 나직한 웃음소리가 귓가를 스치고, 그가 그녀를 끌어안았다. 단단한 팔뚝이 등에 감겨드는 안정감이 좋았다.
그 품에 안겨있노라면 놀랐던 가슴도 점차 안정을 찾는 것 같았다.
“난 또, 그대가 그대의 매력에 푹 빠져 있는 시간을 방해받아 화난 줄 알았지. 어찌나 푹 빠졌던지 내가 욕실에서 나온 뒤 한참이 지나도록 모르던데.”
“당신 정말!”
다정하다 싶더라니 또 이런 식으로 뒤통수를 친다.
로벨리아는 배신감을 느끼며 그의 가슴팍을 밀쳤으나, 알렉산드로스는 이번에는 그녀를 놔주지 않았다. 되레 큰소리로 웃으며 더더욱 단단하게 끌어당길 뿐이었다.
“하지만 이해해, 로벨리아. 그대의 모습은 숨 막히게 아름다웠으니까. 내가 그대라도 거울 속의 자신에게 매혹당하지 않고 못 배겼을걸.”
“진짜! 그만 놀리라고요!”
“놀리는 거 아니고 진심인데.”
알렉산드로스는 쪽 하고 로벨리아의 이마 위에 입을 맞추고는 말했다.
“내가 왜 욕실에서 나오자마자 그대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고 생각해? 그대의 모습이 너무 유혹적이라 그랬어. 비록 나를 향해 유혹적인 행동을 취한 건 아니었지만, 그 모습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혼이 쏙 빠지는 것 같았다고. 그래서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거야. 그대의 모습에 넋이 나가서…….”
그게 정말일까? 아니면 그저 그녀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한 빈말일까?
확신할 수는 없었지만 만일 그의 말이 진심이라면……. 그것은 로벨리아가 가장 원하던 일 중 하나였다.
‘그래, 나는 그를 기쁘게 하기 위해서 연애의 기술을 익혔고, 거울을 보고 연습하며 그의 넋이 나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
로벨리아는 생각했다.
‘그렇다면 내 목표를 전부 달성한 거잖아? 알렉산드로스를 웃게 만들었고, 넋이 나가게 만들기도 했으니까! ……물론 목적지까지 가는 과정은 엉망진창이었지만.’
그렇게 생각하니 기분이 좀 풀어지는 것 같았다.
“아까 제 마음을 흡족하게 하기 위해서라면 뭐든 할 거라고 하셨죠?”
“그래. 뭘 해줄까? 말만 해.”
“저를 침대로 데려가주세요. 너무 놀라 다리가 풀려서 못 걷겠어요.”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몸이 둥실 떠오르는 기분이 들었다.
언제나 그랬듯 알렉산드로스는 너무나 가볍게 그녀를 안아들었다. 그것은 몇 번을 겪어도 새롭고, 또 두근거리는 경험이었다.
그는 단 몇 걸음 만에 방을 가로질러 침대 위에 로벨리아를 내려놓았다.
“오늘 하루도 피곤했겠지. 안마라도 해줄까?”
“오늘은 괜찮아요. 안마 대신 제 곁에 있어주세요.”
로벨리아는 자리에 누운 채로 제 옆자리를 손바닥으로 팡팡 내리쳤다. 대단히 자연스러운 모습이었다.
알렉산드로스는 그녀의 옆에 누웠다.
“사실은…… 거울 보고 자아도취를 한 게 아니고, 당신을 유혹하는 연습을 하고 싶었어요.”
“나를 유혹하는 연습?”
로벨리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책에서 읽었거든요. 연애의 기술을 갈고닦아서 당신을 황홀하게 만들고 싶었는데, 역시 쉽지 않은 일이네요.”
“그대가 날 유혹하는 기술을 갈고닦을 이유가 뭐가 있지? 나는 언제나 그대에게 유혹당한 상태인데.”
혀에 기름칠이라도 한 듯한 그의 말은 바보 같았으나 싫지 않았다. 로벨리아는 웃으며 애교스럽게 그의 가슴팍을 밀쳤다.
“그런 부끄러운 말을 잘도 아무렇지 않게 하시는군요.”
“어디가 부끄러운 말인지 모르겠군. 사실인 것을.”
머리 위로 그림자가 드리워지는 것을 느끼고 로벨리아는 시선을 들어올렸다.
어느덧 알렉산드로스의 상체가 그녀를 감싸고 있었다.
그녀를 내려다보는 그의 눈빛은 한층 깊어져 있었다. 로벨리아는 그가 그런 눈을 하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알고 있었다.
‘아, 온다.’
그녀는 조심스레 눈을 감았다. 예상했던 대로, 입술 위로 입술이 겹쳐졌다.
달콤하고 뜨거운 입맞춤. 숨결과 숨결이 섞이고 저절로 신음이 새어나왔다.
“아……. 으음.”
전신을 휩쓰는 자극에 그녀는 잡을 것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그래서 그녀는 손을 뻗어, 그의 손을 잡았다. 포갠 입술과 같이 맞닿은 손바닥과 손바닥 사이로도 저릿한 전류가 흐르는 듯했다.
알렉산드로스는 그 손을 깍지로 바꾸어 끼곤 속삭였다.
“우리가 합방을 한 지 어느덧 두 계절이 지났는데…… 아직도 그대가 내게 얼마나 유혹적인지에 대한 증거가 부족한가?”
“으응, 그건…….”
“증거가 더 필요하다면야 얼마든지. 낮이고, 밤이고 할 것 없이 증명하도록 하지. 아무래도 궁의에게 보약을 보강하라고 지시해야겠군.”
낮이고, 밤이고? 밤에만 뜨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건강이 축나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는 판에 그건 정말 큰일 날 소리였다.
상상만으로도 눈앞이 아찔해져옴을 느끼고 로벨리아가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그러다간 제가 말라 죽겠어요. 제 말은 그런 뜻이 아니에요.”
“그럼?”
알렉산드로스가 손을 잡고 있지 않은 손으로 로벨리아의 뺨을 훑어내렸다. 그저 뺨을 쓰다듬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야릇할 수 있는 사람은 그밖에는 없을 것이다.
그의 손길에서 주의를 돌리려 있는 힘껏 노력하며 로벨리아가 대답했다.
“그러니까……. 당신의 정력은 충분히 알겠어요. 제 체력으로는 도무지 따라갈 수 없을 정도니까요. 아, 웃……. 그만!”
로벨리아는 어느덧 목덜미에 입을 맞추기 시작하는 그의 귓불을 꼬집었다. 알렉산드로스는 고개를 들었으나, 그 얼굴에는 아쉬운 듯한 기색이 역력했다.
“따라갈 수 있어. 보약도 챙겨 먹고, 운동도 충분히 한다면. 궁의도 무리 없다고 그러지 않았나.”
맹수의 으르렁거림처럼 낮아진 목소리는 지독히도 색정적이었다. 금빛 눈동자에는 눈에 띄게 줄어드는 인내심이 엿보여서, 그 눈을 들여다보는 로벨리아로 하여금 위기감마저 느끼게 했다.
“말했잖아요. 전 운동 싫어해요. 어릴 때부터 한 번도 좋아한 적이 없어요. 밤일을 많이 하려고 하는 운동이라면 더더욱 사양이고요.”
“꼭 이 일이 아니더라도, 운동은 건강 유지에 필수적이야.”
목에 입 맞추는 일을 못 하게 하자 알렉산드로스는 깍지 낀 손을 끌어다가 입을 맞췄다.
그 뜨거운 눈을 그녀의 얼굴에 고정한 채로. 마치 그녀를 향해 항의라도 하듯이. 손등 위에 몇 번이고.
“나와 오래오래,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야지. 안 그런가?”
‘이토록 다정하고 귀여운 말을 이렇게 집착이 느껴지는 분위기로 하다니……. 이것도 재주야.’
욕망으로 가득한 시선을 피하기 위해 로벨리아는 애써 눈을 굴려야 했다.
“그건…… 생각해볼게요. 어쨌든, 제가 하려던 얘긴 그게 아니고……. 그냥……. 당신을 더 기쁘게 해주고 싶었어요. 물론 당신이 요즘도 행복하다는 사실을 알지만. 그래도 저도 매일 행복한데, 매일 더 행복해지고 있으니까……. 행복 위에 더 커다란 행복이 있다는 사실을 당신이 알려주고 있으니까……요.”
로벨리아의 얼굴이 아까 부끄러운 모습을 들켰을 때처럼 붉게 달아올랐다.
“당신이 평소에도 제게 반응해 준다는 건…… 알지만. 무척 기쁘지만……. 하지만, 그런 당신을 더더욱 기분 좋게 만들어줄 수 있다면. 그건 분명 저의 행복이기도 하니까…… 그러니까.”
큰일 났다. 그녀의 고질병인 ‘부끄러워지면 말 제대로 못 하는 병’이 다시 발동되고 말았다.
‘평소에는 말도 잘하고 연설도 잘하면서 왜 이럴 때만 엉망인지 몰라.’
스스로가 원망스러울 지경이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런 일이 처음도 아니고……. 그녀가 개떡같이 말해도 그는 찰떡같이 알아들어주길 바라는 수밖에.
필사적으로 허공을 빙빙 돌던 시선은 다시 조심스레 그를 향했다. 그가 자신의 말을 이해했는지 궁금했던 것이다.
“알렉산드로스……?”
그리고 로벨리아는 놀라운 광경을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