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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전. 악녀의 연애 기술 (1) (148/151)


외전. 악녀의 연애 기술 (1)
2022.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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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벤트라고요?”

로벨리아와 알렉산드로스가 첫 밤을 보낸 뒤 반년이 지났을 때의 일이었다.

가까운 귀부인 몇 명을 대상으로 한 소규모의 티파티. 로벨리아는 한 부인에게서 신기한 이야기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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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요즘은 여인들이 사모하는 남성을 위해 이벤트를 준비하는 것이 유행이랍니다.”

이 이야기를 꺼낸 귀부인은 누구보다 유행에 민감해서, 새로운 유행을 신문보다도 더 빠르게 물어오는 것을 자랑으로 여기는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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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가까운 친우인 한 부인도 남편과 권태기에 들어서서 고민이 많았었는데요. 저의 조언을 듣고 남편을 위해 이벤트를 열어주었답니다. 평소 음악에 조예가 깊은 그녀는 남편을 위한 곡을 썼고, 저녁식사 시간에 피아노를 연주하며 노래를 직접 불러주었다고 해요. 아내의 새로운 모습에 감동한 남편의 가슴은 다시 한 번 불타오르기 시작했고, 두 사람의 사랑은 다시 뜨거워졌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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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어머. 그리고 그날 밤 역시 불타올랐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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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 당연하죠.”

이런 화제를 좋아하는 귀부인이 끼어들었다. 그녀들은 의미심장한 시선을 주고받더니 키득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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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간에 야릇한 이야기 좋아하는 데는 계급이고 뭐고 없구나.’

그렇게 생각한 로벨리아는 헛기침을 했다.

기본적으로 다정하지만 필요할 때는 엄격한 그녀의 성격을 알기 때문일까, 경박하게 웃던 두 귀부인은 찔끔하더니 로벨리아의 눈치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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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흠, 흠. 제가 드리고 싶었던 말씀은. 남자는 여자 하기 나름이라는 말이 있잖아요? 사내의 마음이 떠나가지 않도록 붙잡아두는 것도 여인의 현명함 중 하나라고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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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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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세상이 변해서 여인이라고 사내의 애정표현만을 오매불망 기다리는 시대는 지났다고 봐요. 여인이라도 적극적으로 자기 남자의 마음을 쟁취하는 시대가 왔다는 거죠.”

그럴싸한 말에 주변의 다른 귀부인들도 솔깃해하는 모습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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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정말 흥미로운 이야기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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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분께서는 남편분께 어떤 노래를 불러주셨대요? 가르쳐주실 수 있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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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 물론이죠. 물어보실 줄 알고 저도 친구를 졸라 노래를 배워 왔답니다.”

귀부인이 로벨리아를 향해 뿌듯함과 기대감이 섞인 눈을 빛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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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후 폐하께서도 궁금하시겠죠? 제 친구에게 배워온 노래를 알려드릴까요? 틀림없이 황제 폐하와의 금슬에도 큰 도움이 될 거예요.”

쏟아지는 귀부인들의 반짝이는 시선 속에서, 로벨리아는 천천히 찻잔을 내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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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안은 고맙지만 사양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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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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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노래를 모두에게 알려주는 것은 이 티파티가 끝나고 따로 해주었으면 좋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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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긴, 황후 폐하께서는 그 노래가 필요하실 것 같지 않아요. 그 노래가 아니어도 황제 폐하께서는 이미 황후 폐하를 금쪽처럼 소중히 여기시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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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요. 황제 폐하께서 황후 폐하를 얼마나 아끼시는지는 온 제국, 아니 대륙에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지요.”

다른 귀부인들이 끼어들어 거들었다. 로벨리아는 조금 민망해졌다.

하지만 티파티가 끝나고, 그날의 업무를 보는 도중 그 귀부인의 의견이 다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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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가 남자에게 해주는 이벤트라…….’

서류를 손에 쥔 채로 로벨리아는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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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간 동안 알렉산드로스는 나를 수도 없이 기쁘게 해주었지.’

황궁에서 도망쳤던 그녀가 돌아온 뒤, 알렉산드로스는 그녀가 돌아온 것을 후회하지 않게 해주겠다고 약속했고 실제로 그대로 시행했다.

언제나 그녀의 기쁨과 행복을 우선으로 했으며 그것을 위해서라면 어떤 것도 아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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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를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혔으니, 이제 내가 다시 도망칠 염려는 없을 텐데도 그의 그런 노력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어.’

그들은 아무리 바빠도 일주일에 한두 번씩은 함께 외출을 했는데, 그때마다 알렉산드로스는 항상 신선하고 특별한 데이트와 선물을 준비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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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주말에는 수족관에 다녀왔었지. 정말 즐거웠는데.’

그 수족관은 로벨리아와 알렉산드로스가 함께 본 첫 전시회였던 ‘아틀란타 전시회’의 담당자인 클레먼스 자작부인이 야심차게 준비한 프로젝트였다.

그동안 부유한 귀족이나 왕족들이 자신의 부를 과시하기 위해 개인적인 수족관을 만든 적은 있어도, 이렇게나 대규모의 수족관이 지어진 건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마치 한 폭의 바다를 그대로 가져온 듯한 아름다운 광경에 로벨리아는 마치 어린애처럼 감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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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 수도에서 그토록 많은 열대어와 산호를 볼 수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어. 게다가 귀여운 물개에게 직접 먹이를 줄 귀한 기회도 얻었지.’

그리고 이 모든 것이 로벨리아를 즐겁게 해주기 위해 수족관 설립에 후원한 알렉산드로스가 아니었으면 불가능했으리라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데이트뿐만이 아니었다. 알렉산드로스는 로벨리아를 기쁘게 하기 위해서라면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도 주저하지 않았다.

그는 어느덧 패션, 보석, 마사지에 전문가급의 조예를 갖추었다.

심지어는 로벨리아가 로맨스 소설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고, 업무로 바쁜 와중에도 그녀가 읽는 책을 틈틈이 읽고 말동무가 되어주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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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첫날밤부터 엄청났던 밤기술도…… 날이 갈수록 점점 더 좋아지는 것 같아.’

대륙제일검이라고 불리는 그의 체력과, 신의 축복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의 대단한 기술이 합쳐지자 로벨리아는 도무지 체력이 남아나지 않는 것 같았다.

알렉산드로스가 챙겨주는 보약이 없었으면 정말로 앓아누웠을지도 모른다.

시간이 흐르고 그들의 관계 역시 안정기에 들어섰는데도 알렉산드로스의 정성은 도무지 변할 줄을 몰랐다.

귀부인들이 세상에 이런 사랑꾼이 또 없을 거라며 감탄에 감탄을 거듭할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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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잘해주는 남자는 흔해요, 황후 폐하. 하지만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고 계속 잘해주는 남자는 결코 흔하지 않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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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군요. 잘 몰랐어요. 제게 남자는 황제 폐하가 처음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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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분의 금슬은 항상 부러울 따름이에요. 제 남편이 황제 폐하의 반의 반의 반만이라도 좀 본받았으면 좋으련만…….’

 
모든 귀부인들이 선망의 시선을 보낼 정도로 사랑받고 있는 로벨리아였기에, 더더욱 이번 일에 고민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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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의 모든 부분에서 능숙한 그와 달리 나는 아직도 한참이나 미숙한 것 같아.’

물론 그녀도 경험이 쌓이며 처음보다는 훨씬 나아졌으나 여전히 알렉산드로스에 비하면 한참 멀었다고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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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알렉산드로스는 나는 이대로도 충분히 괜찮다고 했었지.’

곁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더 바랄 게 없다. 알렉산드로스가 그녀에게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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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내게도 충분히 만족한다는 그의 말을 믿어.’

로벨리아는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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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행복 위에 더 큰 행복이 있다는 걸 그는 내게 알려줬었지. 그러니 나도 그에게 알려주고 싶어. 그가 내 인생을 기쁨으로 가득 채워주었듯 나도 그에게 똑같이 해주고 싶어.’

그래서, 알렉산드로스를 더 행복하게 해주기 위하여 로벨리아는 더 나은 자신이 되기로 마음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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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에 더 능숙해지려면 역시 연애를 공부해야겠지.’

그렇게 결심한 순간부터 로벨리아는 책을 잔뜩 가져다가 읽기 시작했다.

전부 연애의 기술에 대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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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 사람들에게도 연애는 중요한 관심사인지, 연애의 기술을 다룬 책이 많아서 다행이야.’

다른 사람이라면 ‘연애를 비롯한 인간관계를 책으로 배우는 것이 얼마나 의미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 법도 했지만…….

그녀는 다른 사람이 아닌 로벨리아였다. 그녀는 전생에서부터 궁금한 거, 더 배우고 싶은 게 생기면 책부터 찾아보았던 사람이었다.

달리 말하자면 공부하는 법을 책으로 배우는 법 말고는 모른다고도 할 수 있겠다.

어찌됐든 로벨리아는 연애의 기술 서적을 탐독하며 다양한 방법론들을 익혀나갔다.

그날 밤.

침상에 들 채비를 마친 로벨리아는 문득 아까 읽었던 책의 내용들이 떠올랐다.

마침 방에는 그녀밖에 없었으며, 그녀의 앞에는 전신거울이 걸려 있었다.

책의 내용들을 실습하며 시험하기에 최적의 상황이었다.

로벨리아는 붉은 연지를 입술 위에 찍어발랐다. 그러고는 거울을 들여다보며 입술을 쭈욱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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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

아무리 공부를 했다곤 해도 실습은 처음이니만큼 굉장히 이상하고 바보 같을 줄 알았는데.

밤의 마법일까? 얇은 슬립을 걸친 채 붉은 입술이 강조되는 그 모습은 제법 도발적으로 보였다.

어쩌면 로벨리아가 상당힌 미인이라서 더 그렇게 보이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붉은 곱슬머리에 올라간 눈꼬리, 성숙한 몸매를 가진 그녀의 모습은 요염한 표정과 꽤 잘 어울렸다.

알 수 없는 자신감에 차오른 로벨리아는 거울을 향해 윙크를 날렸다. 허공을 향해 입술을 뻐끔거리거나 손키스를 날려보기도 했다.

들뜬 기분에 로벨리아는 평소라면 결코 하지 않을 짓을 했다.

거울 앞에서 섹시한 포즈를 취하기 시작한 것이다.

다리의 각선미를 강조하며 두 손으로 다리를 쓸어올린다든가, 앉아서 두 다리를 꼬고 나른하게 기대어 앉는다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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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의하면 표정과 시선 처리가 중요하다고 했었지.’

이 몸에 빙의된 지 어느덧 2년이 넘었으니 이제는 제 얼굴처럼 익숙해질 만도 했으나.

거울 속의 모습은 새삼스러울 정도로 유난히 아름답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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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지만……. 오늘 좀 예쁜 것 같아.’

로벨리아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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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내가 알렉산드로스를 유혹할 수 있을까 걱정됐는데, 이만하면 금방 가능하겠는걸.’

로벨리아는 머릿속으로 미래의 모습을 그려보았다.

열심히 갈고 닦은 유혹의 기술을 알렉산드로스에게 활용하는 그녀.

그리고 치명적으로 매혹적인 그녀의 모습에 넋을 놓는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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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당신의 모습……. 정말 미치겠군. 나를 먼저 유혹한 건 그대이니 각오하는 게 좋을 거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입가에 비직비직 흐뭇한 웃음이 새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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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항상 내가 매혹당하기만 했지. 하지만 이제부터는 달라. 이제는 내가 그를 매혹 시킬 거니까.’

마지막으로, 로벨리아는 머리카락을 등 뒤로 쓸어 넘겼다. 마치 샴푸 광고 속의 배우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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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초보라고, 수줍음 탄다고 나를 귀여워하기만 하던 것도 이제 끝이야. 제대로 연습해서, 혼이 쏙 빠질 정도로 도발적인 모습을 보여줄 테니까!’

그녀는 아주 상쾌한 기분으로 몸을 돌렸다.

그러나 그 좋은 기분은 오래 가지 않았다.

왜냐하면……. 문 앞에 알렉산드로스가 서 있었으니까!

그가 지켜보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로벨리아는 너무 충격을 받아서 굳어버리고 말았다.

마치 전신의 피가 발밑으로 빨려들어가는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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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당신…….”

로벨리아가 가까스로 입을 연 그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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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하하하하하!”

알렉산드로스가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이번에는, 발밑으로 빨려들어갔던 피가 용솟음쳐서 머리로 몰려드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로벨리아의 얼굴은 한 순간에 머리카락과 같은 색이 되어 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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