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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 다시 황궁으로 (132/151)


132. 다시 황궁으로
2022.04.07.


하지만 이제는 어쩔 수 없었다. 자신에게 그를 거스를 능력은 없었으니, 그의 말에 따라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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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자가 이대로 도망쳤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분명 지원군과 함께 돌아올 거예요. 경비를 강화해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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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정도의 말은 네 살배기 아이도 할 수 있답니다, 황비 전하.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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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궁 외곽의 경비를 강화해야겠죠. 아무리 그 여자라고 해도 당당하게 대문으로 들어올 것 같지는 않으니, 담을 넘어 잠입해 들어올 가능성이 높아요.”

칭찬을 들으리라는 기대까지는 하지 않았지만, 입을 열자마자 그녀를 비난하는 말이 떨어지자 아이샤는 입술을 깨물었다.

대신관은 비웃듯 아름다운 입꼬리를 비틀어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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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어리석기 짝이 없군요. 그 중대한 상황에서 사적인 감정에 눈이 멀어 한쪽 팔마저 잃으신 분 답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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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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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신의 곁으로 간 성기사의 말에 따르면, 사라진 황후의 흔적이 어떻다고 하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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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고…… 마치 증발하듯 사라졌다고 하였어요. 황궁 외곽을 지키는 경비원들도 아무것도 목격하지 못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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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잘 기억하시니 그나마 다행이군요. 저는 또, 성기사가 한 말을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하셨나 했죠.”

대신관은 아무것도 넣지 않은 찻잔을 휘휘 저으며 싱긋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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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궁전, 대저택에는 그 주인을 위한 비밀통로가 준비되어 있답니다. 이번과 같은 불의의 사건이 닥쳤을 때 대피하기 위해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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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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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림없어요. 황후와 그 무리는 비밀통로를 통해서 사라진 겁니다.”

이쯤 되니 아이샤도 대신관이 하고 싶은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녀는 갈라지는 목소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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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비밀통로를 통해 침입해올 수 있겠군요……!”

대신관은 무감정한 미소를 띤 얼굴로 차를 한 모금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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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죠. 하나 문제는 저는 비밀통로의 위치를 모른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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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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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비 전하. 혹시 비밀통로에 대해 알고 있는 정보가 있다면 말씀해주시죠. 당신은 제국의 별이며, 한때 태양에게 사랑받지 않았습니까?”

아이샤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녀는 하나 남은 손의 손톱을 입으로 가져가며 뜸을 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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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겠어요, 전혀.”

그녀가 대신관의 눈치를 살폈다. 그의 무기질적인 미소는 도무지 감정을 읽어내기 어려웠다.

하지만 단 한 가지 확실한 것이 있었다.

그가 아이샤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다는 것.

날카로운 도자기 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아이샤가 흠칫하고 상념에서 깨어났다.

대신관은 찻잔을 내려놓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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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겠습니다. 성기사들로 하여금 비밀통로를 찾아보게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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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사들이 비밀통로를 수색하면, 경비가 약화될 텐데. 만약 그 여자가 예상을 뒤엎고 외곽을 통해 침입하면 어떡하지?’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비밀통로를 수색하는 것은 탐지 능력이 있는 성력을 가진 자 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 일반 궁인들에게 시킬 수는 없었다.

아이샤는 그냥 입을 다물었다. 나서지 않아도 될 곳에서 괜히 나섰다가 핀잔을 추가로 듣고 싶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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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든 해야만 해. 대신관에게 내 가치를 증명해보여야만 해.’

아이샤는 뜯고 뜯어 너덜너덜해진 손톱을 다시 한번 물어뜯으며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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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않으면 대신관에게 토사구팽 당할지도 몰라. 이 인간은 그러고도 남을 인간이야.’

하지만 어떻게? 지금으로서는 그저 어둠뿐인 미궁 속에 갇혀 있는 듯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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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편, 로벨리아와 노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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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통로의 폭이 넓어서 다행입니다.”

노먼이 진중한 태도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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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보다 더 좁았더라면, 이 모든 전력을 이끌고 통과하는데 훨씬 오랜 시간이 걸렸을 겁니다.”

두 사람은 황실 기사단, 그리고 슈워츠코프 기사단을 이끌고 비밀통로를 통과해 황궁으로 침입하고 있었다.

적지 않은 수의 병력을 이끌고 있었지만, 비밀통로는 그 폭이 넓고 오래 방치되었다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깨끗하게 닦여 있어 진군에 무리가 없었다.

로벨리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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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해서 들어가도록 해요. 대신관에게 들키지 않도록.”

소수의 인원으로 통과할 때도 세 시간은 걸린 길이었기에, 인원이 늘어나자 조금 더 오래 걸려 한나절에 가까운 강행군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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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후 폐하, 피로하지는 않으십니까? 이 물로 수분보충을 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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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괜찮아요. 물 고마워요, 노먼.”

로벨리아는 수통에 담긴 물을 조금 마셨다.

여러 날 이어진 수난으로 그녀의 모습은 평소의 화려하게 단장된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붉은 머리카락은 땀에 절었고, 최대한 간소한 차림을 하고도 모자라서 소매와 치맛단을 걷어붙였으며, 얼굴에 화장기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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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살이를 하신 데다가 제대로 된 거주지가 아닌 곳에서 여러 날을 버티고, 다시 긴 행군을 하는 데도 힘든 내색 한 번 하지 않으시는군. 정말 강인한 여인이다.’

노먼은 그녀에게 진심 어린 존경심을 느꼈다.

오랜 시간 가슴 한구석에 미뤄두었던 감정이 꿈틀거렸다.

결국 황제의 곁으로 돌아가기를 선택한 그녀의 마음을 존중하여, 그녀를 향한 마음은 최대한 접어두고 있었다.

고되고 위험할 것을 알면서도 알렉산드로스의 비밀 임무를 받들어 수행한 것 역시, 의무감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녀를 잊고자 하는 의도가 컸다.

위험하고 어렵고 바쁜 일에 푹 빠져 있으면 가슴속의 갈 곳 없는 열기도 결국 자연스럽게 식어 사라질 것이라고 노먼은 그렇게 믿었다.

아니, 믿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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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금 노먼의 눈앞에 서 있는 그녀.

제국의 황후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간소하고 초라한 그 모습은…….

그가 이제껏 보아온 그녀의 모습 중 그 어느 때보다도 아름다웠다.

그토록 오래 잊으려고 노력해왔던 그의 연심을 다시 뜨겁게 불타오르게 만들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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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군께서 맡기신 임무를 수행하던 중, 주군의 아내에게 연모의 감정을 느끼다니 나도 가신으로서 실격이군.’

노먼은 자조적인 웃음을 지으며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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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 차려야 한다. 사적인 감정에 빠져들어 일을 그르쳐서는 안 돼. 나에게 맡겨진 임무를 잊어서는 안 된다. 황후 폐하의 보좌와 보호, 그것을 위해서라면 나는 이 목숨이라도 바치겠다.’

그가 어떤 감정과 번뇌를 느끼고 있는지 상상조차 하지 못하는 듯한 얼굴로 로벨리아는 물통을 돌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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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슬슬 다시 출발해도 괜찮지 않을까요? 이만하면 충분히 쉰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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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다시 출발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짧은 휴식을 마치고, 다시 진군을 시작하려던 찰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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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잠시만요. 어디서 소리 들리는 것 같지 않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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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로벨리아의 말에 노먼은 귀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그녀의 말은 사실이었다. 멀리서 들려오는 듯 희미하지만 분명한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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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지 말고 수색해! 비밀통로를 반드시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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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후가 군사를 이끌고 그곳을 통해 침입할 거라는 전언이다. 개미 새끼 한 마리 놓치지 않도록 샅샅이 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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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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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비밀통로의 존재를 눈치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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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을 숨기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입니다. 상대가 평균 이상의 지능만 가지고 있어도 충분히 눈치채고도 남을 겁니다.”

노먼은 로벨리아의 탓이 아니라는 듯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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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상대가 비밀통로를 수색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이상 이대로 진군을 해야 할지는 논의해봐야 할 문제로군요. 그 입구가 발각될 경우 꽤 위태로워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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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비밀통로의 위치는 직계 황족에게만 전해져 내려온 극비 정보이고, 입구를 여는 방법이 굉장히 복잡하기 때문에 발각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봐요. 그러니 저는 이대로 진군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두 사람이 앞으로의 방향을 논의하던 중, 케일럽이 끼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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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중요한 대화 중에 죄송합니다. 잠깐 말씀 좀 드려도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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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무슨 일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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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이 도면을 봐주세요.”

로벨리아의 허락이 떨어지자, 케일럽은 기다렸다는 듯이 도면을 그들의 눈앞에 펼쳐놓았다. 그것은 황궁의 전체 구조가 그려져 있는 설계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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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통로는 여기 이곳에서, 이곳을 지나, 이쪽 방향으로 이어져 있어요. 그리고 우리는 지금 이곳을 지나고 있는 중이죠.”

케일럽은 도면의 이곳저곳을 짚으면서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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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곧, 이곳을 지나게 될 거예요. 어, 음……. 제가 무슨 말씀을 드리려는지 아시겠어요?”

이 정도의 말만 듣고도, 로벨리아와 노먼은 그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눈치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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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좋은 생각이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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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일럽, 역시 넌 천재야!”

로벨리아는 진심으로 기뻐하며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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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헤, 제가 도움이 되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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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움이 되었고말고. 정말 고맙구나, 케일럽.”

로벨리아의 아낌없는 칭찬에 케일럽의 귓불이 붉어졌다. 그는 헤헤 웃으며 도면을 말았는데, 입꼬리가 귀에 걸리기라도 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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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케일럽의 의견대로 하죠. 현재로서 제일 좋은 의견인 듯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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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견 없습니다. 그럼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노먼은 몸을 돌려 기사들에게 이런저런 지시를 내렸다. 로벨리아는 그 모습을 보며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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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드시 허를 찔러주겠어. 기다려라, 대신관. 당한 것에 이자까지 쳐서 갚아줄 테니까.’

 

***

황후가 도망친 뒤로 궁내의 경비가 강화되었으나, 예외인 곳 역시 있었다. 지하 2층, 식품 보관소가 그 중 하나였다.

황제의 집무실, 서재, 침실, 국무회의장 등이 위치한 중앙궁의 중심부는 발 디딜 틈도 없이 경비가 삼엄하였으나 이곳에는 오로지 땀을 뻘뻘 흘리는 궁인들만이 두어 명 보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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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가자. 이러다 늦어서 매 맞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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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지 않게 조심해야 해. 나와 같은 숙소를 쓰는 친구는 맷독이 올라서 제대로 걷지도 못하더라.”

황제가 실종된 뒤, 많은 수의 궁인들이 대신관에게 굴복하여 그에게 복종하게 되었으나, 난리통 중 죽거나 도망간 이의 숫자는 그보다도 더 많았다.

그렇다고 대신관이 그런 형편을 양해해줄 위인도 아니니…….

결국 얼마 남지 않은 궁인들은 줄어든 숫자로 기존의 업무를 감당하기 위해 쥐어짜이게 되었다.

절임채소 병을 수레에 싣던 궁인은 뻐근한 어깨를 두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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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지 않기 위해 굴복한 탓에 이런 처지가 되었지만, 이럴 줄 알았으면 차라리 그때 죽는 게 나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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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말을 그렇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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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렇잖니.”

궁인은 슬픈 눈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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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이렇게 된 건…… 사실 우리를 위해 항상 힘써주신 황후 폐하를 배신한 죗값일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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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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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생각하면 황후 폐하께서 우리들을 버리고 도망치신 것도 이해가 가. 나 같아도 평소 온갖 편의를 봐주고 신경 써주었는데, 정작 중요한 순간에 배반당한다면 용서하지 못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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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후 폐하, 황제 폐하가 그립다. 그분들이 계실 때가 행복했는데. 그분들은 지금 어디 계시려나.”

한탄을 주고받던 그때였다.

엄청난 굉음과 함께, 궁인들의 눈앞에 충격적인 풍경이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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