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6. 사라진 황제2022.03.17.
126._사라진_황제/20220324174733763855_EBA19CEBB2A8EBA6ACEC9584.jpg width="35" height="35" alt="">‘왜일까, 오늘따라 잠이 잘 오지 않네.’
성국에서 온 신관들을 맞이한 바쁜 날이었는데도 나는 밤늦게까지 피로함을 느끼지 못했다. 기분이 괜히 싱숭생숭한 탓이었다.
126._사라진_황제/20220324174733763855_EBA19CEBB2A8EBA6ACEC9584.jpg width="35" height="35" alt="">‘알렉산드로스가 신관들에게 보였던 태도는 무엇이었을까? 내일 아침 대신관은 재판을 받기 위해 성국으로 돌아가는데, 이대로 전부 다 해결된 것일까? 아이샤는 어떻게 되는 걸까?’
그런 생각들이 번갈아 가며 찾아와 수면을 방해하고 있었다. 결국 나는 침대에서 일어나 옷을 다시 입고 책상 앞에 앉았다.
126._사라진_황제/20220324174733763855_EBA19CEBB2A8EBA6ACEC9584.jpg width="35" height="35" alt="">‘잠이 올 때까지만 일을 해야겠어.’
그렇게 나는 잠시나마 고민거리를 잊고 업무에 빠져들었다. 그러던 그때였다. 쾅쾅쾅! 다급한 노크 소리가 일에 몰두한 나의 정신을 깨웠다.
126._사라진_황제/20220324174733763855_EBA19CEBB2A8EBA6ACEC9584.jpg width="35" height="35" alt="">‘이 시간에 대체 누구지?’
시녀, 하녀들은 전부 퇴근 시킨 이후였기에 침실에는 나뿐이었다. 나는 조심스레 문을 열었다. 그 너머에서 보인 얼굴은…….
126._사라진_황제/20220324174733763855_EBA19CEBB2A8EBA6ACEC9584.jpg width="35" height="35" alt="">“알렉산드로스!”
나는 소리쳤다. 그리워하던 얼굴이었으나 반가움보다는 놀라움이 더 컸다. 그의 모습이 평소와는 많이 달랐기 때문이었다.
126._사라진_황제/20220324174733763855_EBA19CEBB2A8EBA6ACEC9584.jpg width="35" height="35" alt="">“왜 이렇게 흐트러졌어요? 잠깐, 피 냄새가……. 당신 다쳤어요?”
그의 빗어넘긴 앞머리는 거의 다 내려와 있었고, 옷매무새도 평소와 달리 흐트러져 있었다. 그에게서 풍겨오는 피 냄새에 그의 모습을 자세히 보자, 왼쪽 어깨에 피가 잔뜩 번져 있는 것이 보였다. 검은 옷이라 처음에는 알지 못했던 것이다.
126._사라진_황제/20220324174733763855_EBA19CEBB2A8EBA6ACEC9584.jpg width="35" height="35" alt="">“어쩌다 다친 거예요? 많이 다쳤어요? 어서 궁의에게 가보아야…….”
126._사라진_황제/20220324174733763855_ED8FADEAB5B0+EB82A8ED8EB8_126ED9994+EC82BDED9994.jpg alt="">
나의 걱정스러운 말은 채 끝나지 못했다. 그가 내 말을 끊었던 것이다.
126._사라진_황제/20220324174733763855_EC958CEBA089EC82B0EB939CEBA19C.jpg width="35" height="35" alt="">“로벨리아, 시간이 없어. 날 따라와. 어서!”
그는 갑작스레 내 손을 움켜쥐고는 복도로 이끌었다.
126._사라진_황제/20220324174733763855_EBA19CEBB2A8EBA6ACEC9584.jpg width="35" height="35" alt="">“무슨 일이에요? 우리 지금 어디로 가는 거예요?”
나는 어안이 벙벙한 채로 그에게 손을 붙잡혀 끌려갔다. 내가 헐떡이며 묻는 말에 그가 대답했다.
126._사라진_황제/20220324174733763855_EC958CEBA089EC82B0EB939CEBA19C.jpg width="35" height="35" alt="">“자객들이 가진 마지막 단서로 대신관이 노리는 곳을 알아냈어. 그곳은 바로 황후궁이었어! 어서 이곳을 벗어나야 해!”
자객? 대신관이 노리는 곳? 나로서는 쉽게 이해할 수 없는 말이었다.
126._사라진_황제/20220324174733763855_EBA19CEBB2A8EBA6ACEC9584.jpg width="35" height="35" alt="">‘하지만 알렉산드로스는 실없이 이런 행동을 할 사람이 아니야. 그가 이렇게 다급한 데에는 분명 이유가 있겠지.’
그렇게 생각한 나는 그의 걸음을 뒤쫓으며 물었다.
126._사라진_황제/20220324174733763855_EBA19CEBB2A8EBA6ACEC9584.jpg width="35" height="35" alt="">“황후궁이 위험한 건가요?”
알렉산드로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126._사라진_황제/20220324174733763855_EC958CEBA089EC82B0EB939CEBA19C.jpg width="35" height="35" alt="">“내 계산에 따르면 10분도 채 남지 않았어. 최대한 빨리 이곳을 벗어나야 해.”
126._사라진_황제/20220324174733763855_EBA19CEBB2A8EBA6ACEC9584.jpg width="35" height="35" alt="">“그럼 우리만 도망가서는 안 돼요. 황후궁에는 사람이 많아요. 그들 모두 대피시켜야만 해요.”
내 말에 알렉산드로스는 걸음을 멈추었다.
126._사라진_황제/20220324174733763855_EC958CEBA089EC82B0EB939CEBA19C.jpg width="35" height="35" alt="">“과연 그대다운 말이로군. 그래, 그대의 말이 맞아.”
126._사라진_황제/20220324174733763855_EBA19CEBB2A8EBA6ACEC9584.jpg width="35" height="35" alt="">“저는 황후궁의 어디에 누가 있는지 잘 알아요. 우리 둘이 흩어져 분담하면 5분 안에 모두를 내보낼 수 있을 거예요.”
126._사라진_황제/20220324174733763855_EC958CEBA089EC82B0EB939CEBA19C.jpg width="35" height="35" alt="">“그럼 그렇게 하도록 하지.”
의견이 맞은 우리는 재빠르게 구역을 분담하고 황후궁 사람들을 대피시키기 시작했다. *** 한편, 그 시각. 아이샤는 황비궁의 꼭대기 층에서 창문을 통해 황후궁을 지켜보고 있었다.
126._사라진_황제/20220324174733763855_EC9584EC9DB4EC83A4+28129.jpg width="35" height="35" alt="">“앞으로 8분……. 로벨리아는 이 세계에서 완전히 사라지게 될 거야.”
아이샤는 창백한 얼굴로 손톱을 물어뜯으며 중얼거렸다. 그 증오스러운 얼굴이 사라진다고 생각하면 기뻤지만……. 그녀로서는 이후가 걱정이었다.
126._사라진_황제/20220324174733763855_EC9584EC9DB4EC83A4+28129.jpg width="35" height="35" alt="">‘대신관은 알렉산드로스를 암살하겠다고 했지. 하지만……. 그게 과연 성공할까?’
대신관은 성국의 최정예 전투신관들을 보냈으니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했지만, 그것은 지나치게 낙관적인 생각이라고 아이샤는 생각했다.
126._사라진_황제/20220324174733763855_EC9584EC9DB4EC83A4+28129.jpg width="35" height="35" alt="">‘나는 내 눈으로 보았어. 알렉산드로스의 강함을.’
아직도 눈앞에 선했다. 전 부마탑주이자 암살길드의 정예를 마치 벌레라도 되는 양 순식간에 베어버렸던 그의 모습이.
126._사라진_황제/20220324174733763855_EC9584EC9DB4EC83A4+28129.jpg width="35" height="35" alt="">‘알렉산드로스는 그저 강한 정도가 아니야.’
그때를 생각하기만 해도 아이샤는 오한이 들어 온몸이 떨렸다.
126._사라진_황제/20220324174733763855_EC9584EC9DB4EC83A4+28129.jpg width="35" height="35" alt="">‘그는……. 진짜 괴물이야.’
벌레떼를 짓밟고 지나가는 기관차처럼, 인간이 쌓아올린 문명을 한순간에 잿더미로 만들어버리는 자연재해처럼, 그때의 그를 막을 수 있는 자는 아무도 없는 것 같았다. 알렉산드로스를 막아설 수 있는 자가 있다면, 그것은 인간의 범주를 뛰어넘은 존재이리라.
126._사라진_황제/20220324174733763855_EC9584EC9DB4EC83A4+28129.jpg width="35" height="35" alt="">‘만일 암살이 실패한다면……. 알렉산드로스는 로벨리아가 사라진 것을 알고 미쳐 날뛰겠지. 그렇게 되면 지난번 로벨리아가 죽은 줄 알았을 때처럼, 날 범인으로 지목하고……. 이번에는 진짜로 나를 죽이려 들지도 몰라.’
그 괴물 같은 남자가 자신을 죽이기 위해 검을 꺼내 들었을 때, 아이샤는 정말로 혼절하는 줄 알았다. 그때는 운 좋게 죽음을 모면했지만, 그런 행운이 이번에도 찾아올지는 장담할 수 없으리라. 두려움과 불안감에 떨던 아이샤는 별안간 벌떡 일어섰다.
126._사라진_황제/20220324174733763855_EC9584EC9DB4EC83A4+28129.jpg width="35" height="35" alt="">‘안 되겠어. 역시 나는 대신관의 계획대로는 못 해!’
그녀는 허겁지겁 잠옷 위에 숄을 걸치고는 밖으로 뛰쳐나갔다.
126._사라진_황제/20220324174733763855_EC9584EC9DB4EC83A4+28129.jpg width="35" height="35" alt="">‘로벨리아를 찾아서 말하자. 황후궁이 위험에 처했다고. 당장 도망가야 한다고! 그렇게 해서 내가 로벨리아를 구하면, 이번 계획이 실패해도 어느 정도 참작받을 수 있겠지…….’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도록 아이샤는 황후궁을 향해 달렸다. 가는 길에 마주친 사람들은 모두 그녀를 보고 깜짝 놀랐다. 밤이라지만 황비가 잠옷 차림으로 미친 듯이 달리고 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126._사라진_황제/20220324174733763855_someone.jpg width="35" height="35" alt="">“어머, 황비 전하! 어째서 이런 시각에 황후궁에…….”
126._사라진_황제/20220324174733763855_EC9584EC9DB4EC83A4+28129.jpg width="35" height="35" alt="">“지금 그런 소리 할 때가 아니야! 로벨리아 어디 있어?”
아이샤가 궁인을 붙잡고 윽박지르듯 소리쳤다. 그런 그녀를 마주한 궁인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녀 자신은 몰랐지만, 그때의 그녀는 마치 귀신처럼 무시무시한 얼굴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126._사라진_황제/20220324174733763855_someone.jpg width="35" height="35" alt="">“화, 황후 폐하라면 저도 잘…….”
126._사라진_황제/20220324174733763855_EC9584EC9DB4EC83A4+28129.jpg width="35" height="35" alt="">“정말 도움이 안 되네!”
아이샤는 궁인을 밀쳐내곤 다시 황후궁을 향해 달려갔다.
126._사라진_황제/20220324174733763855_EC9584EC9DB4EC83A4+28129.jpg width="35" height="35" alt="">‘이제 진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어! 빠, 빨리 찾아야 하는데. 안 그러면 내 목숨은…….’
전신을 옥죄는 공포심에 눈앞이 뿌옇게 흐려졌다. 심장이 미친 듯이 두방망이질 쳤다. 마침내 황후궁의 입구가 눈에 들어왔을 때, 아이샤는 그곳에서 그렇게 찾던 로벨리아를 마주했다.
126._사라진_황제/20220324174733763855_EBA19CEBB2A8EBA6ACEC9584.jpg width="35" height="35" alt="">“여기 마지막 한 사람이에요!”
로벨리아가 한 궁인의 손목을 붙잡고 달려 나오는 모습이 보였다.
126._사라진_황제/20220324174733763855_EBA19CEBB2A8EBA6ACEC9584.jpg width="35" height="35" alt="">“이로써 전원 대피 완료했어요!”
126._사라진_황제/20220324174733763855_EC958CEBA089EC82B0EB939CEBA19C.jpg width="35" height="35" alt="">“정말로 성공했군. 정말 다행이야.”
심지어 그곳에는 분명 암살당했어야 할 알렉산드로스까지 있었다. 역시나 대신관의 암살 계획은 실패한 것이다. 알렉산드로스와 로벨리아는 기쁜 얼굴로 두 손을 맞잡았다.
126._사라진_황제/20220324174733763855_EC958CEBA089EC82B0EB939CEBA19C.jpg width="35" height="35" alt="">“고생 많았어, 로벨리아.”
126._사라진_황제/20220324174733763855_EBA19CEBB2A8EBA6ACEC9584.jpg width="35" height="35" alt="">“아니에요. 당신의 도움이 아니었으면 결코 전부 대피시키지 못했을 거예요.”
126._사라진_황제/20220324174733763855_EC9584EC9DB4EC83A4+28129.jpg width="35" height="35" alt="">‘전원…… 대피? 그 말은……. 이미 둘 다 대신관의 계략을 알고 있었다는 뜻이야?’
기뻐하는 두 사람을 보며, 아이샤는 잔뜩 일그러진 얼굴로 얼어붙었다.
126._사라진_황제/20220324174733763855_EC9584EC9DB4EC83A4+28129.jpg width="35" height="35" alt="">‘대신관의 계획은 전부 실패했고, 나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한 거야?’
결국 그녀가 자신의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가져온 패는 아무런 쓸모도 없는 휴지조각이 되어버렸다. 발밑이 꺼지는 듯한 절망 속에서 아이샤는 깨달았다. 이대로라면 그녀 역시 중형을 피할 수 없으리라는 것을.
126._사라진_황제/20220324174733763855_EC9584EC9DB4EC83A4+28129.jpg width="35" height="35" alt="">‘다, 다 저 연놈 때문이야. 저 인간들만 아니었어도……! 저 인간들 때문에 내 인생이 이렇게 되어버렸어!’
새까만 절망으로 빨려 들어가는 그녀의 눈앞에서, 로벨리아와 알렉산드로스는 부둥켜안고 기뻐하다가 입술을 겹쳤다. 그 모습을 보는 순간 아이샤의 가슴 속 무언가가 끊어졌다. ‘나를 나락에 빠뜨린 인간들의 웃는 얼굴을 보고 싶지 않다’라는 충동 외에, 다른 생각을 할 여유조차 없었다. 아이샤는 그들을 향해 달려가…….
126._사라진_황제/20220324174733763855_someone.jpg width="35" height="35" alt="">“어머!”
126._사라진_황제/20220324174733763855_someone.jpg width="35" height="35" alt="">“황후 폐하! 위험해요!”
있는 힘껏 로벨리아를 밀쳤다.
126._사라진_황제/20220324174733763855_someone.jpg width="35" height="35" alt="">“꺄악!”
126._사라진_황제/20220324174733763855_someone.jpg width="35" height="35" alt="">“황후 폐하!”
그러나, 로벨리아는 아이샤와 부딪치지 않았다. 아이샤의 손에 밀려난 건 알렉산드로스였다. 그는 로벨리아보다 일찍 아이샤의 존재를 눈치챘다. 그리고 그녀의 의도도. 황급히 로벨리아의 앞을 가로막아, 대신 아이샤에게 떠밀린 알렉산드로스는 중심을 잡지 못하고 몸이 옆으로 기울어졌다.
126._사라진_황제/20220324174733763855_EBA19CEBB2A8EBA6ACEC9584.jpg width="35" height="35" alt="">“알렉……!”
로벨리아가 채 그의 이름을 전부 부르기도 전에, 그 일은 일어났다. 온 황후궁에서 하얀빛이 뿜어져 나와 사위가 대낮같이 밝아졌다. 그것은 아이샤와 알렉산드로스가 알고 있던 시간보다 3분이나 일렀다. 눈 깜짝할 사이에, 채 어찌해볼 새도 없이, 모두의 눈앞에서 황후궁은 사라져버렸다. 황후궁이 있었던 자리에는 풀 한 포기 남지 않았다. 알렉산드로스와 함께.
126._사라진_황제/20220324174733763855_EBA19CEBB2A8EBA6ACEC9584.jpg width="35" height="35" alt="">“알렉산드로스!”
126._사라진_황제/20220324174733763855_EC9584EC9DB4EC83A4+28129.jpg width="35" height="35" alt="">“아아아악!”
로벨리아와 아이샤가 동시에 비명을 질렀다. 아이샤는 쓰러져 초록색 잔디밭 위에 붉은 피를 흩뿌리며 뒹굴었다.
126._사라진_황제/20220324174733763855_EC9584EC9DB4EC83A4+28129.jpg width="35" height="35" alt="">“아아악! 너무, 너무 아파! 아아악!”
그녀의 오른쪽 팔이 잘려 있었다. 절단면은 마치 예리한 검으로 베어낸 듯 매끄러웠다.
126._사라진_황제/20220324174733763855_EBA19CEBB2A8EBA6ACEC9584.jpg width="35" height="35" alt="">“아, 알렉…… 산드로스…….”
로벨리아는 망연자실한 얼굴로 방금 전까지 알렉산드로스가 있었던 자리를 바라보았다. 황후궁에서 대피한 궁인들 역시 충격에 빠진 채 어찌할 줄을 몰라 했다. 그때였다.
126._사라진_황제/20220324174733763855_EB8C80EC8BA0EAB480.jpg width="35" height="35" alt="">“황후 대신 황제가 시공간의 틈으로 사라질 줄이야…….”
기분 나쁠 정도로 여상한 목소리. 상황과는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단정하고 기품 있는 발걸음.
126._사라진_황제/20220324174733763855_EB8C80EC8BA0EAB480.jpg width="35" height="35" alt="">“예상 밖의 일이지만, 이건 이거대로 나쁘지 않군요. 잘했습니다, 아이샤.”
바로 대신관이었다. 집행신관들이 데려온 성기사들에게 둘러싸인 채, 어스름한 달빛을 받으며 서 있는 그의 모습은 흡사 천사의 호위를 받는 신의 사자 같았다.
126._사라진_황제/20220324174733763855_EC9584EC9DB4EC83A4+28129.jpg width="35" height="35" alt="">“대…… 신…… 관…….”
눈물을 줄줄 흘리며 바닥을 뒹굴던 아이샤는 처참한 얼굴로 그를 돌아보았다.
126._사라진_황제/20220324174733763855_EC9584EC9DB4EC83A4+28129.jpg width="35" height="35" alt="">‘이제야 알겠어.’
아이샤는 멍한 머리로 생각했다.
126._사라진_황제/20220324174733763855_EC9584EC9DB4EC83A4+28129.jpg width="35" height="35" alt="">‘계획이 실행되는 시간을 잘못 알려준 것, 내가 대신관을 배신하고 로벨리아에게 달려간 것까지……. 전부 대신관의 계획이었던 거야.’
그런 아이샤의 생각에 못을 박듯이, 대신관은 그녀를 향해 눈웃음을 지어보이곤 고개를 돌렸다.
126._사라진_황제/20220324174733763855_EB8C80EC8BA0EAB480.jpg width="35" height="35" alt="">“태양의 영원한 달, 황후 폐하를 뵙습니다.”
만면에 웃음을 띤 채, 대신관은 로벨리아에게 예를 갖춰 인사했다. 하나 로벨리아는 그의 인사에 응하지 않았다.
126._사라진_황제/20220324174733763855_EBA19CEBB2A8EBA6ACEC9584.jpg width="35" height="35" alt="">“대신관, 대답하세요.”
그녀는 무시무시한 얼굴로 대신관을 노려보며 말했다.
126._사라진_황제/20220324174733763855_EBA19CEBB2A8EBA6ACEC9584.jpg width="35" height="35" alt="">“알렉산드로스를 어디로 보낸 거죠.”
그렇게 말하는 그녀의 목소리는 이제껏 단 한 번도 보인 적 없을 정도로 싸늘했다.
126._사라진_황제/20220324174733763855_EB8C80EC8BA0EAB480.jpg width="35" height="35" alt="">“황제 폐하는 이 세계도 아니고, 황후 폐하께서 오신 다른 세계도 아닌, 세계와 세계의 틈 사이에 갇히고 말았답니다.”
대신관이 다정하기 짝이 없는 얼굴로 대답했다.
126._사라진_황제/20220324174733763855_EB8C80EC8BA0EAB480.jpg width="35" height="35" alt="">“그곳은 자력으로는 무슨 짓을 해도 빠져나올 수 없는 곳이지요. 정복왕, 위대한 폭군, 소드마스터, 그의 그 어떠한 호칭과 능력도 이 순간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황제 폐하께서는 아무 곳도 아니고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쓸쓸하게 말라 죽고 말겠지요.”
126._사라진_황제/20220324174733763855_EBA19CEBB2A8EBA6ACEC9584.jpg width="35" height="35" alt="">“당신, 인간으로서 어떻게 이런 짓을……!”
로벨리아가 분노하던 그때였다.
126._사라진_황제/20220324174733763855_ED8FADEAB5B0+EB82A8ED8EB8EAB3BC+EC9DB4ED98BCED9598EAB2.jpg al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