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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로벨리아는 이런 물품을 왜 구매한 거지? (25/151)

25. 로벨리아는 이런 물품을 왜 구매한 거지?2021.03.28.

이유 모를 불쾌감에 입술을 짓씹던 알렉산드로스는 기사를 향해 툭 내뱉었다.

1654967809222.jpg“보고할 것은 없나.”

16549678092227.jpg“예, 보고 드리겠습니다.”

기사는 로벨리아의 라만차의 거리에서의 행적을 간략하게 보고했다.

16549678092227.jpg“일부러 행차하신 것은 달리 명하실 것이 있기 때문입니까? 이 거리의 단속을 강화할까요?”

기사는 알렉산드로스가 일부러 여기까지 온 것이 로벨리아 때문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알렉산드로스는 귀찮다는 듯이 대답했다.

1654967809222.jpg“로벨리아가 여기 있지 않나.”

16549678092227.jpg“아니면 다른 임무가…… 예? 죄, 죄송하지만 잘 못 들었습니다만…….”

기사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지만 남의 그런 사정까지 신경 써줄 알렉산드로스가 아니었다.

1654967809222.jpg“로벨리아가 걱정돼서 왔다. 이런 거칠고 위험한 곳에 홀로 있기에는 여린 사람이니까.”

기사는…… 입을 떡 벌릴 수밖에 없었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태클을 걸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16549678092227.jpg‘홀로라뇨, 이렇게나 많은 수의 호위기사를 이끌고 오셨습니다만? 게다가 여린 사람이라니……. 노예관리인을 친히 채찍으로 때리는 여자가 여려요?’

그러나 그 어떠한 말도 차마 입 밖으로 내뱉을 수는 없었다. 그랬다간 크게 경을 치고 말 것이니까. 기사는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동료 기사를 돌아보았다. 그 역시 입을 떡 벌리고 있었다. 다른 기사들 역시 어이가 없고 황당한 건 모두 같은 듯했다. 기사는 남몰래 이마를 짚었다.

16549678092227.jpg‘골머리가 아프군……. 대체 얼마만큼의 콩깍지가 끼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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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로벨리아는 케일럽을 황궁에 데려온 뒤, 그의 처우에 대해 고민했다. 처음에는 다른 노예들과 똑같이 자신이 부리는 하인으로 만들려고 했다. 하지만 케일럽은 방을 청소하고 짐을 옮기거나 심부름을 하는 등의 일반적인 하인 일을 잘하지 못했다. 불편한 다리 때문이라고 했다.

1654967809226.jpg“일에 도움을 주긴커녕 방해만 된다고 다른 하인들이 저를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아요. 너무 속상하고 괴롭습니다, 폐하.”

케일럽이 순한 강아지 같은 눈에 눈물을 글썽이자 로벨리아의 마음도 약해졌다.

16549678105744.jpg‘그러고 보니 케일럽은 마법에 뛰어난 재능이 있었지. 이 재능에 걸맞은 일을 시키면 어떨까?’

케일럽도 자신의 쓸모를 증명하고 싶었던지 자신의 재능에 대해 말해주었다.

1654967809226.jpg“제가 청소나 짐 나르기 등에는 재능이 없지만, 저는 대신 타고난 마력을 조금 가지고 있어요. 위험한 일에 이용 당할까 봐 이제껏 모두에게 숨겨왔지만……. 폐하께는 말씀드려도 될 것 같아요.”

16549678105744.jpg‘조금 정도가 아니지. 독학으로도 7서클 대마법사가 될 정도의 천재적 재능이지.’

로벨리아는 케일럽이 먼저 마법 재능에 대해 이야기를 해준 것에 안도했다. 그러지 않으면 대화가 복잡해졌을 것이다.

16549678105744.jpg“그거 잘 됐구나. 마법에 재능이 있다면 너는 아카데미 연구소에서 일하는 것이 어떻겠니? 그리고 그 능력을 개발하기 위해 마법 공부도 하는 것이 좋겠다.”

1654967809226.jpg“저…… 아카데미에는 저와 같은 또래가 많겠죠?”

16549678105744.jpg“그야 물론이지. 똑같이 마법에 재능이 있는 네 또래의 친구를 많이 사귈 수 있을 거야.”

그가 좋아할 거로 생각하고 말한 건데 의외로 케일럽의 얼굴에는 무거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1654967809226.jpg“저…… 사실은, 어릴 때 또래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해서 제 또래가 너무 무서워요. 폐하, 부디 절 아카데미로 보내지 말아주세요.”

그의 말에 로벨리아는 깜짝 놀랐다.

16549678105744.jpg‘케일럽에게 그런 과거가 있었단 말이야?’

계략남인 그의 원작에서의 행적을 생각하면, 또래의 괴롭힘을 몇 배로 복수해줬으면 했지, 괴롭힘을 당하고 살 것 같지는 않았다.

16549678105744.jpg‘하긴 지금은 어리고 소심하니까. 아직 어려서 그런 성격이 덜 형성됐나 봐.’

고민하는 로벨리아에게 케일럽이 주저하며 말했다.

1654967809226.jpg“폐하, 저는…… 부끄럽지만, 폐하의 직속 호위기사가 되고 싶어요. 제국에서는 마법사도 기사가 될 수 있다고 들었어요. 폐하의 기사가 되어, 폐하를 가까운 곳에서 보필하고 싶어요.”

16549678105744.jpg“기사가 되기에는 넌 너무 어려. 호위기사라는 건 생각보다 위험한 일이란다.”

1654967809226.jpg“빠르게 자라고 많이 배울게요. 정말이에요, 폐하. 제발 저를 버리지 말아주세요. 어떤 방식이라도 좋으니 저를 이용해주세요. 제발요.”

케일럽이 눈물이 글썽거리는 눈으로 조르자 결국 로벨리아도 두 손을 들 수밖에는 없었다.

16549678105744.jpg‘호위기사가 한두 명도 아니고, 시녀들과 함께 내 바로 옆에 두면 안전하겠지. 어차피 케일럽이 내 곁에 있을 기간도 1년뿐이니 그동안만 보살펴주도록 하자.’

16549678105744.jpg“그럼 그렇게 하마. 그러니 울지 말렴, 케일럽.”

1654967809226.jpg“정말…… 정말이신가요? 저를 버리지 않으실 건가요, 폐하?”

16549678105744.jpg“물론이지. 내가 널 왜 버리겠니.”

1654967809226.jpg“와! 정말 기뻐요. 제가 황후 폐하의 호위기사가 되다니……! 오늘은 제 보잘것없는 인생에서 제일 기쁜 날이에요. 정말 감읍합니다, 폐하!”

케일럽의 희고 말랑말랑한 뺨이 잉크를 뿌린 듯 붉게 물들었다. 눈물이 글썽거리는 갈색 눈매를 휘면서 그가 세상을 다 가진 듯이 웃자, 로벨리아는 내심 이렇게 하길 잘 했다고 생각했다.

16549678105744.jpg‘이 어린애가 저렇게나 기뻐하는데, 뭐. 별일이야 있겠어.’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로벨리아는 짐짓 엄한 얼굴로 말했다.

16549678105744.jpg“보잘것없다니, 네 인생을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말렴. 세상에 보잘것없는 인생이란 건 없단다. 모두의 인생이 제각기 의미가 있는 거야.”

1654967809226.jpg“헤헤……. 네, 다음부턴 조심할게요.”

코를 찡그리며 훌쩍이던 케일럽은 로벨리아의 앞에 엎드렸다. 그러고는 조심스레 그녀의 발등에 입을 맞추었다.

1654967809226.jpg“저의 하나뿐인 주인께 육신과 영혼을 바칩니다, 그 외에도 제가 가진 것이 있다면 실오라기 하나까지 전부 그대의 것임을 맹세합니다.”

16549678105744.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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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벨리아는 화들짝 놀라 의자에서 벌떡 일어날 뻔했다.

16549678105744.jpg“지금 뭘 하는 거니?”

1654967809226.jpg“네? 그냥 인사 아닌가요? 노예가 주인께 드리는 인사라고 들었어요.”

케일럽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오히려 로벨리아의 놀란 반응에 그 역시 당황하고 무안한 것 같았다.

16549678105744.jpg‘맞다, 예법 책에 그런 것도 있었지. 노예가 주인에게 바치는 가장 큰 경의의 표현이라고 했던가.’

로벨리아는 속으로 욕을 했다. 이놈의 나라는 뭔 놈의 인사법들이 다 이렇게 낯뜨거운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런 기본적인 예법을 모르는 척할 수는 없었다. 게다가 그를 노예로서 사들인 건 다름 아닌 로벨리아, 그녀가 아닌가? 로벨리아는 홧홧한 얼굴을 부채로 가리면서 말했다.

16549678105744.jpg“앞으로는 그 인사는 하지 말렴.”

1654967809226.jpg“네? 어째서요?”

16549678105744.jpg“바닥에 엎드리면…… 내가 입혀준 옷이 더러워지잖니.”

조악한 구실이었으나 순진한 케일럽은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1654967809226.jpg“그렇군요! 폐하께서 친히 내려주신, 제게는 분수에 맞지 않게 귀한 옷을 더럽히면 안 되겠죠. 앞으로는 주의할게요.”

이렇게 로벨리아는 케일럽을 자신의 호위기사, 그것도 기사들 중 자신에게 가장 가까운 곳에 배치하였다. 케일럽을 시녀들만큼 가까운 위치에 두고 데리고 다니는 그녀의 모습은 금방 알렉산드로스의 눈에 띄었다. 알렉산드로스가 왜 노예를 시녀들과 함께 데리고 다니냐고 묻자, 로벨리아는 대답했다.

16549678105744.jpg“케일럽은 저의 새로운 호위기사랍니다.”

1654967809222.jpg“호위한다기에는 그대에게 너무 가깝게 붙어 다니는 게 아닌가?”

16549678105744.jpg“어쩔 수 없지요. 아직 어린아이지 않습니까?”

로벨리아는 태연히 말했으나 알렉산드로스는 속이 끓었다.

1654967809222.jpg‘저렇게 호위대상에게 가까이 붙어 다니는 호위기사가 어디 있단 말인가?’

왠지 모르게 기분이 나빴지만, 알렉산드로스는 케일럽의 위치가 호위기사로서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기 때문이라고 애써 생각했다.

1654967809222.jpg‘저 어린 노예 녀석이 요즘 유독 거슬리는군.’

마음 같아서는 확 치워버리면 속이 시원할 것 같았다. 물론, 그는 권력의 정점이라고 불리는 제국의 황제였다. 저런 노예 하나쯤 치워버리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1654967809222.jpg‘하지만 그녀가 결정한 일인데 내가 멋대로 바꿔버리면 당연히 그녀의 기분이 상하겠지.’

누가 봐도 이상한 배치이긴 했지만, 어쨌든 저 녀석을 저 자리에 데려다 놓은 데는 그녀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인데……. 그것을 바꿔버리면 그녀의 기분이 상할 것이고, 그건 곧 그녀와 그의 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여태까지 그녀를 협력자로서 손에 넣기 위해 만고의 노력을 다한 그에게 결코 좋은 선택이 아니었다.

1654967809222.jpg‘역시 참는 것이 좋겠군. 하긴, 저런 노예 따위가 무슨 일을 하든 내가 알 바가 아니다. 나는 제국의 황제일진대 그런 사소한 일에 신경 쓸 이유가 뭐란 말인가.’

머리는 냉철한 판단을 내렸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글부글 끓는 마음만은 어찌할 수가 없었다.

1654967809222.jpg‘그건 그렇고 로벨리아가 라만차의 거리에 다녀온 것에 대한 여론 작업을 해야 할 터인데. 우선 비서관을 시켜 국내 5대 신문사에 비밀리에 칙서를 보내는 것이 좋겠어. 그리고 또…….’

어쩐지 로벨리아 한 사람 때문에 불어나는 일거리가 산더미 같았지만…… 알렉산드로스는 그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아니면 알면서도 외면하고 있거나. *** 황후가 라만차의 거리에 갔고 심지어 돈까지 썼다는 일은 보통 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여론 작업도 쉽지 않았다. 알렉산드로스는 국내의 영향력 있는 언론사에 칙서를 내리고 언론사의 소유주들에게 적당한 ‘당근’을 쥐여주었다. 또한 당일 라만차의 거리에서 일한 사람들은 물론 방문객들까지 하나하나 추적하여 입막음을 했다. 그것은 알렉산드로스에게 어려울 것까진 없어도 꽤 품이 드는 일이었다.

16549678147871.jpg“당일 황후 폐하의 행적에 대한 보고서입니다.”

비서관이 공손한 자세로 서류를 내밀었다. 어찌나 자세히 조사했는지 그 서류 더미는 엮어서 책으로 만든다면 흉기로도 쓸 수 있을 정도의 두께였다.

1654967809222.jpg“그래, 수고했다.”

알렉산드로스는 무심한 얼굴로 서류를 받아 한 장 한 장 넘기기 시작했다. 읽는 게 아니라 페이지를 세고 있는 모습으로 보일 정도로 빠른 속도였으나 그는 틀림없이 보고서의 내용을 읽고 있었다. 비서관이 나간 뒤, 한동안 알렉산드로스의 집무실에는 팔랑팔랑 종이 넘어가는 소리와 그가 필요한 정보를 메모하는 소리만이 들렸다. 물 흐르듯 매끄럽게 넘어가던 그의 손길이 어느 순간 멈췄다.

1654967809222.jpg“이게 무슨…….”

알렉산드로스는 드물게 놀란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의 눈은 믿을 수 없다는 듯 크게 뜨여 서류의 어느 한 곳에 고정되었다. 비서관의 조사 보고서는 증빙자료 역시 철저하게 첨부되어 있었다. 알렉산드로스가 보고 있는 것은 로벨리아가 구매한 상품의 영수증이었다. 많은 양의 글씨가 깨알같이 적힌 수십 장의 종이들 중에서도 유난히 눈에 띄는 핫핑크색의 종이가 있었다. 다른 종이 만큼이나 길게 늘어진 그 종이의 위에는…… 입에도 담기 창피한 외설적이고 적나라한 상품명이 잔뜩 쓰여 있었다.

1654967809222.jpg“…….”

영수증을 읽어내려가는 알렉산드로스의 얼굴에 피가 몰리기 시작했다. 긴 종이의 목록을 전부 읽고 난 뒤 그의 얼굴은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알렉산드로스, 그가 얼굴을 붉히는 일은 정말로 드물디드문 일이었다.

1654967809222.jpg‘이건 죄다 남녀 간의 정사에 관련된 물건들이 아닌가.’

알렉산드로스는 생각했다.

1654967809222.jpg‘로벨리아는 이런 물건들을 대체 왜 구매한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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