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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 부수는 플레이어-72화 (72/170)

<72>

삼국지의 영웅들이 아무리 날고 기어도 천하는 결국 사마 씨에 의해 통일되었다.

그러나 천하를 통일하지 못했다고 하여 그들이 영웅이 아니라 할 수는 없었다.

한 때 천상에 대항하여 들고 일어났으나, 결국 패하고 죽은 영혼들도 마찬가지였다.

-목숨이 무한이라도 마스터가 우리를 되살리는 속도에는 한계가 있다. 다들 파괴광선은 최대한 피해가면서 싸우도록.

아무리 적이 많아도 그 숫자를 동시에 상대하는 건 아니다.

물리적으로 한 번에 마주할 수 있는 적의 숫자에는 한계가 있었다.

게다가 그들이 노린 건 이동하는 적의 허리.

파괴광선을 피해 산개한 데스나이트들이 적진으로 파고들었다.

전후좌우는 물론 상하까지.

사방에서 파괴광선이 빗발친다.

데스나이트들은 그에 아랑곳 않고 적진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천사들은 공간 전체를 파괴광선으로 메워 버릴 수 있는 숫자를 자랑했으나, 아군을 쏘지 않기 위해서는 쏠 수 있는 각에 한계가 있었다.

결국 참지 못하고 아군과 함께 데스나이트를 날려 버리면, 죽은 아군의 시체가 다시 데스나이트로 변해 일어섰다.

거기에 남아 있던 에렉투스의 방어설비가 포격으로 데스나이트를 엄호했다.

남태수는 무르무르와 함께 데스나이트를 계속 부활시키면서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건…….

“물량과 화력으로 밀어붙이는 성좌들이 사룡왕 폐하를 가장 큰 적으로 여겼던 이유이지요”

100명의 데스나이트라고 해도 적의 숫자에 비하면 고작 100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그 100의 전사들은 셀 수 없이 많은 적을 상대로 거침없이 밀어붙이고 있었다.

-전투천사가 생각보다 전투를 못하는 점도 큽니다. 보통 경험을 쌓기 전에 죽는 데다, 애초에 전략 자체가 우르르 몰려가서 파괴광선의 화력을 쏟아붓는 게 전부인 놈들이니까요.

그렇다고 그 전략이 멍청한 것은 아니었다.

실제로 성좌들은 그 전략으로 우주의 수많은 종족들을 밀어 버렸으니까.

병사를 하나하나 공들여 키우는 것보다 통일된 규격을 대량으로.

하나로 안 되면 열을, 열로 안 되면 백을, 백으로 안 되면 천을, 만을 투입해서 적을 밀어 버리는 방식.

-그렇지만 물량은 사령술사의 먹잇감. 언데드한테는 통하지 않는다 이거네?

“이제야 언데드의 멋짐을 알아주시는 군요. 이참에 리치화?”

-그건 안 할 거거든?

퍼버벙!

데스나이트들이 전선을 흔들어놓으면 부족한 화력을 리젤로테가 채웠다.

그녀는 코어 하나를 따로 움직여 여기저기 포대를 깔아놓는 한편, 남은 코어로 비행장비를 불러와 자신도 하늘에서 포격을 갈겨대고 있었다.

-이길 수 있을지도?

“그건 힘들 겁니다.”

-응? 왜?

“마스터가 난쟁이 보물들을 챙긴다고 인벤토리에 있던 마력 포션 같은 것도 다 내다 버리지 않았습니까. 슬슬 한계입니다.”

아무리 무르무르가 뛰어난 사령술사라도 남태수의 몸을 쓰고 있는 이상 다룰 수 있는 힘의 총량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럼 어떻게 해?

“교대하시죠. 교대해서 제 영혼을 골렘으로 소환해주십시오.”

-골렘? 골렘으로 소환되면 마법도 못 쓰잖아? 아직 내가 리치는 못 만들어도 스켈레톤 메이지 같은 건 얼마든지…….

“골렘이면 됩니다. 대신 영혼을 제 영혼을 넣되, 골렘의 몸체는 타이탄 코어로 만들어주십시오.”

-……!

“기계 또한 무기물로 만들어졌을 뿐, 시체와 다를 것 없습니다.”

발상의 전환.

“마스터와 달리 저는 카르마를 다룰 수 있습니다.”

카르마를 동력으로 전환하는 타이탄 코어에 무르무르의 영혼을 박아 넣는다면, 무르무르의 카르마로 작동하는 ‘영혼을 가진 기계’가 만들어지는 셈이었다.

“전쟁으로 기술이 발전하기도 하는 법이지요. 사령술의 새로운 영역이 우릴 기다리고 있습니다 마스터. 영광스러운 진화에 동참하십시오.”

-잘은 모르겠지만 어떻게 될지 해보자고.

남태수는 무르무르와 교대하여 타이탄 코어와 리치의 영혼석으로 골렘을 만들어냈다.

리젤로테가 데리고 다니는 것과 같이 드론 형태로 만들어진 타이탄 무르무르는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건…… 정말로 새로운 느낌이로군요.”

기계에 깃든 무르무르의 영혼은 자신의 몸이 작동하는 것을 하나하나 느낄 수 있었다.

“타이탄의 기능은…… 이렇게 인가요.”

드론을 중심으로 역장이 퍼져나가는가 싶더니 순식간에 드론의 아래쪽에 소형 기관총이 생겨났다.

“오.”

“좋아! 이거라면 너도 싸울 수 있는 거지? 전함이든 뭐든 왕창 찍어내 보자고!”

“좋습니다. 그렇다면…….”

무르무르가 입을 다물고 집중하기 시작하자 남태수는 카르마를 느끼지 못하면서도 무언가가 일어나려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자신 또한 영혼을 다루는 자로서 방법은 몰라도 영혼이 가진 힘을 느낀 것.

그러나 그 결과물은 처참했다.

퐁!

한참이나 안간힘을 써서 튀어나온 것은 무언가가 되다 만 쇳조각이었다.

“안 되는군요.”

“왜??”

“카르마는 영혼에 새겨지는 힘이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사용자에게 이득이 되는 건 아닙니다.”

처참한 패배를 겪은 사람이 트라우마로 제 실력을 내지 못하는 것처럼, 부정적인 위업 또한 영혼에 남는 법이었다.

“무슨 입스야?”

“입스는 심리적인 문제지만 이건 실제로 가해지는 페널티입니다.”

무르무르는 자신의 영혼을 재점검했다.

“저는 성좌들에게 패배하고 천사들에게 붙잡힌 몸. 패배의 카르마를 해소하기 전까진 놈들을 상대로 전력을 낼 수 없습니다.”

“아까는 잘만 마법을 써댔으면서?”

“제 자신의 패배보다도 사령술사로서의 계약이, 마스터를 도우라는 계약자님의 명령이 더 강렬하니까요.”

그러니 방법이 없는 건 아니었다.

“저쪽을 참고하도록 하지요.”

무르무르는 리젤로테가 사용하는 비행장비를 보고 같은 형태로 변했다.

카르마가 아니라 마력을 이용하면 무장을 만들어내는 정도는 충분했다.

“저를 쓰십시오.”

“뭐?”

“제 의지가 아니라 마스터의 도구로서 천사와 싸운다면 페널티를 우회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남태수는 타이탄 오너로서 타이탄 무르무르를 장착했다.

제트팩에 날개를 달아놓은 듯이 생긴 비행장비는 남태수의 사이즈에 맞춰 알아서 형태를 변형했다.

[재료가 부족하여 대체제로 만들어진 무장입니다.]

[마력전도효율이 떨어집니다.]

[생존보조모듈을 제거하면 전도효율의 상승이 가능합니다.]

[제거하시겠습니까?]

“떼시죠?”

“아니! 아니! 그건 떼면 안 되지!”

“째째하시긴.”

이윽고 변형이 완료되고 코어가 남태수와 연결되었지만, 엔진은 여전히 조용했다.

“안 되잖아?”

“이론상은 문제가 없을 텐데요. 실제로 페널티로 힘이 부족해서 그렇지 제 영혼으로도 코어가 작동하긴 했고 말이지요.”

그러나 앉아서 고민하고 있을 시간은 없었다.

-피하십시오!

전장의 한복판.

데스나이트의 충원이 늦어졌다간 당장에라도 무너질 수 있는 구도에선 당장 써먹을 수 있는 힘이 필요했다.

“으아아악!”

“집중하십시오 마스터! 달려서 피하는덴 한계가 있습니다!”

“집중한다고 뭐가 달라지는데!”

“천사들에게 제 카르마를 쓸 수 없다면 마스터의 카르마로 타이탄을 가동시키면 됩니다!”

“마법도 배우는데 한참 걸렸는데 지금 배워서 언제 써먹어!”

남태수는 파괴광선을 피해 달리면서도 끊임없이 데스나이트를 충원했다.

재능이 없는 만큼 열심히 연습했고, 열심히 한 만큼 손에 익은 결과였다.

“몰라도 됩니다. 사용은 제가 할 테니까요.”

[신화급 카르마를 확인.]

[<사룡왕의 사도(신화)>의 힘이 타이탄을 가동시킵니다.]

[카르마가 온전하지 않습니다. 효과가 경감됩니다.]

그와 동시에 코어가 가동하며 비행장비의 노즐에서 강렬한 화염이 뿜어져 나왔다.

“우아아아아아아!!!”

남태수가 날아오른 순간,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로 집중되었다.

엄청난 숫자의 파괴광선이 시야를 가득 채웠다.

“계속 그러다간 혀를 깨물 겁니다 마스터.”

그 말에 남태수는 황급히 입을 다물었다.

-뭐하는 건가 자네들.

“리젤로테 씨? 목소리가 어디서…….”

-해당 장비에 달린 무전망에 연결한 거라네. 난쟁이 장비이니 난쟁이 무전망에 연결할 수 있는 건 당연한 거 아닌가.

아무튼 지금 중요한 건 그런 게 아니었다.

-자네 도대체 뭔데 그리 많은 카르마를…… 아니 그보다 그렇게 눈에 띄는 짓을 했다간 위험하네!

“괜찮아요! 여긴 관리자가 없는 스테이지의 뒤편이라…….”

-관리자 말고!

그와 동시에 1구획의 천장.

즉, 2구획과 연결되는 통로가 무너져 내리며 별빛이 쏟아졌다.

-바깥에서 대기하고 있을 고위천사들이 들이닥친단 말이네!

[위험한 카르마를 지닌 인간.]

[특이점의 동료인가?]

온전한 상태라도 쉽지 않은 적.

하물며 아직 타이탄의 사용법도 제대로 익히지 않은 상태로는 더더욱 피해야 할 놈들이었다.

[잡아라.]

고위천사들은 전투천사와 달리 대뜸 파괴광선을 날리는 대신 남태수를 붙잡으려들었다.

“회피기동에 들어갑니다. 이 악물고 계십시오 마스터.”

타이탄의 비행속도는 일반적인 천사들보다도 빨랐으나, 고위천사는 무언가의 권능으로 공간을 건너뛰며 접근해왔다.

-여긴 못 지나간다.

[비켜라 불경한 것.]

“마티아스!”

마티아스가 황급히 고위천사를 막아섰으나 벌 수 있었던 시간은 한순간에 불과했다.

애초에 경험을 바탕으로 천사를 상대하던 데스나이트들이었다. 남태수의 마력량으로 고위천사와 정면승부는 무리였다.

“무르무르 뭔가 무기를!”

“이미 만들고 있습니다.”

근처에 아무것도 없는 공중이었으나 남태수의 인벤토리에는 난쟁이 보물들이 가득했다.

무르무르는 카탈로그에서 리젤로테가 사용하는 모습을 보았던 무장을 줄줄이 생성해냈다.

“뒤져!!”

방아쇠를 당긴 순간, 모든 포문이 일제사격을 개시했다.

수십 개의 포문이 일제히 불을 뿜자 천사들은 방어막 째로 뒤로 밀려나가 벽과 포탄 사이에 짓눌려 압사했다.

전투천사를 그냥 화력으로 찍어 누르는 위용.

남태수는 자기가 쏘고도 위력에 당황해 입을 떡 벌렸다.

“해치웠나?”

“그런 소리를 했다간 죽은 것도 살아나겠습니다.”

그 말대로 사령술사 남태수의 주문을 들은 고위천사는 집중포화에도 멀쩡한 모습으로 포연을 뚫고 들이닥쳤다.

타앙!

[어딜.]

마지막 희망이었던 리젤로테의 저격조차 막아낸 고위천사의 손이 남태수의 머리통을 붙잡으려는 순간.

“내 앞에서 등을 보이다니 간덩이가 부었군.”

NPC 성진의 발차기가 고위천사를 일격에 날려 버렸다.

[특이점……!]

[위쪽의 전선을 포기하고 내려왔나? 그렇다면 이제 곧 아군의 본대가 이곳까지 밀고 내려올 것이다.]

천사들은 성진의 등장에도 겁을 먹지 않고 오히려 아군이 유리해졌다며 웃었다.

그 웃음의 대가로 순식간에 성진에게 쓸려나갔으나, 천사들은 마지막까지도 개인보다 집단을 우선하며 만족스럽게 죽어갔다.

“개미 같은 놈들.”

NPC 성진은 남태수와 리젤로테를 돌아보며 말했다.

“큰 게 온다. 물러나 있어라.”

“큰 거요? 무슨 초대형 천사 같은 거라도 와요?”

그 말에 성진은 NPC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10층에서 그랬듯 한심한 것을 바라보는 눈빛으로 말했다.

“저것들이랑 싸우는데 큰 거라고 하면 뭐겠나.”

그와 동시에 하늘이 밝아지기 시작했다.

“성좌가 내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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