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탑은 끝까지 오르지 못해도 도중에 포기를 선언하고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세계정부는 그렇게 밖으로 나온 이들을 고용하는 식으로 플레이어를 포섭했다.
때문에 내부에서 일어난 사건들은 바깥에도 알려지고 있었다.
“이런 썅!”
불과 광채의 사도, 리처드 카이만은 소식을 확인하고 분개했다.
“20레벨이 언데드를 백만 구씩 소환하는 게 말이 돼? 천사의 머리가 터져? 광전사 하나가 NPC 2만 명을 쓰러뜨리고 사령술사가 수녀들을 부린다고? 목격정보 중에 말이 되는 게 무슨 하나도 없어!”
세계정부의 이름으로 들여보낸 추살대가 실패한 이상 성진에 대한 것을 덮어 버리긴 힘들어졌다.
그 말은 곧 리처드 카이만 자신이 성진을 놓쳤던 것도 다시금 문제가 될 거라는 뜻.
‘이대로 다른 사도들까지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면 내 실패가 성좌들에게도 보고될 거다.’
그는 성좌의 진실을 모두 알고 있는 사도였다.
‘내가 선택받은 이유는 딱히 예뻐 보여서 따위가 아냐. 쓸모없어지면 바로 버림받을 거다.’
사도로 임명해 지구 관리를 맡겨놨더니 고작해야 테러리스트 하나도 못 잡아서 이러고 있다?
‘나 같아도 바로 잘라 버린다.’
물론 성좌들이 이곳이 성진의 고향이며, 그가 힘을 버리고 숨어든 상태라는 걸 안다면 눈이 뒤집어져서 강림할 테지만.
그것까진 리처드가 알 방법이 없었다.
“카이만 님. 손님이 오셨습니다.”
“아무도 들이지 말라고 내가 말했잖아!”
“신시아 님이십니다.”
“……!”
리처드가 대답을 하기도 전에 신시아는 비서를 밀어젖히고 안으로 들어섰다.
늘씬한 몸매에, 머리를 말아 올린 푸른 눈의 미녀.
무미건조한 흑백 바지정장 차림이었음에도 그녀의 외모는 단연 돋보였다.
리처드의 성격이라면 바로 껄떡이며 가지고 놀 생각이나 할 정도의 미녀였으나, 그녀에게만큼은 리처드도 함부로 대할 수가 없었다.
신시아 스펜서 또한 그와 같은 사도 중 하나였으니까.
“여긴 무슨 일이지? 침묵과 광기의 사도께서 가타부타 말도 없이 말이야.”
“몰라서 묻는 건 아니겠지.”
그녀는 허튼 수작 부리지 말라는 듯이 리처드의 말을 끊었다.
“내 동생이 들어간 회차에서 문제가 생겼다고 들었다.”
“오우? 동생과는 사이가 안 좋다고 들었던 것 같은데?”
“친하고 말고는 중요한 게 아니다. 그 녀석이 스펜서 가문의 일원인 이상 가주인 내게는 책임이 있다.”
리처드는 신시아에게 어깨를 으쓱이며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말했다.
“별거 아냐. 그냥 테러리스트 하나가 끼었을 뿐이라고.”
“그렇다면 내가 직접 처리하겠다.”
신시아가 이 일에 끼어들면 리처드의 실패를 그녀의 성좌가 알게 된다.
이는 곧 리처드 자신의 성좌도 그의 실패를 알게 될 거라는 이야기였다.
‘절대 안 돼.’
리처드는 강하게 나가기로 마음먹고 신시아의 멱살을 잡았다.
“개소리하지 마. 그놈은 내게 모욕감을 줬어. 내 문제는 내가 처리해. 부외자는 꺼져.”
신시아는 멱살이 잡힌 상태에서 가만히 리처드를 바라보았다.
폭풍 전의 고요와 같은 모습.
리처드는 두려움을 느끼는 한편, 그 두려움을 숨기기 위해 더욱 강하게 으르렁거렸다.
‘이 망할 년은 제 성좌의 성좌명이랑 판박이라니까.’
침묵과 광기.
리처드가 아직 사도로 임명되기 전, 탑을 오르던 시절.
스테이지에서 만났던 신시아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적을 썰어 버리는 기계와도 같았다.
공략법이 정립되지 않은 시기.
신시아는 방해가 된다면 몬스터고, NPC고, 플레이어고 가리지 않고 썰어 버리는 것으로 유명했다.
‘탑이 없었어도 사람을 써는데 아무런 주저가 없었을 사이코패스 년.’
리처드는 그곳에서 신시아는 인간 자체가 원래 그런 성격임을 절절히 느꼈다.
“그렇다면 맡겨두도록 하지.”
한참 만에 열린 입에서 나온 이야기에 리처드가 내심 가슴을 쓸어내리는 찰나.
“일주일.”
“뭐?”
“일주일 안에 처리하지 못하면 네가 포기한 것으로 알고 나도 개입하겠다.”
신시아는 그 말만을 남기고 떠나가 버렸다.
남겨진 리처드는 멍하니 일주일이라는 말을 되새기다 한마디 내뱉었다.
“미친년.”
탑 안에 있는 문제를 일주일 안에 해결하라.
한마디로 너는 못 믿겠으니 자기도 끼겠다는 소리였다.
‘이렇게 된 이상 저년보다 빨리 모두 족치는 수밖에 없다.’
죽은 자는 말이 없는 법.
“방법이 필요하다.”
추살대는 세계정부의 플레이어 부대 중에서도 분명히 엘리트에 속하는 이들이었다.
다만 그 특성상 문제가 생기면 그제야 탑에 들여보내기 때문에 아무리 지원을 해준다고 해도 한계가 있었다.
“기존에 탑에 들어가 있던 플레이어들에게 시키려면 놈들이 해당 층까지 도달하기를 기다려야 해.”
100층을 진행 중인 플레이어에게 성진을 저지하라 시키려면 일단 성진이 100층까지 올라오길 기다려야 만날 수 있었다.
물론 100층까지 갈 것도 없이 51층부터는 여러 층의 사람들이 만날 방법이 있긴 했지만, 그들이 일주일 만에 50층을 돌파할 가능성은 적었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뿐이군.”
자신이 직접 들어가는 것.
물론 사도라고 해도 탑에 두 번 들어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편법이야 얼마든지 있지.”
직접 들어가는 건 불가능해도 분신을 들여보내는 것은 가능하다.
물론 여러 스킬을 복잡하게 연계해 시스템을 우회시켜야 하니 온갖 조건이 걸리지만, 일단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는 것.
“감히 인간 주제에 사도인 이 몸에게 엿을 먹여?”
리처드는 이를 갈며 탑 내에서 흘러나온 성진의 정보를 확인했다.
세계정부에 들어온 성진의 정보는 대부분 그에게 휘말린 이들이 피해를 성토하는 형식이었다.
“이것만 봐도 탑 내에서의 여론이 이놈에게 적대적이라는 건 확실해.”
그렇다면 정의의 사도인 자신이 악당을 쓰러뜨리겠다고 하면 자신도 돕겠다고 나설 멍청이들은 널려있으리라.
“날 건드린 대가는 톡톡히 치르게 해주마.”
* * *
26층부터 30층까지의 구간도 계속해서 디펜스 층이 이어졌다.
플레이어를 계속해서 전투로 몰아넣어 아예 전투의 베테랑으로 만들어 버리겠다는 구조.
일반적인 플레이어들은 레벨도 낮은 상태로 잦은 전투를 치르는 이 구간을 탑의 첫 번째 벽으로 여겼지만, 성진과 남태수에게는 상관없는 이야기였다.
“자동사냥 개꿀.”
남태수의 입장에선 뒤에서 언데드를 불러놓고 저주만 걸고 있으면 스테이지 끝.
이보다 편할 수가 없었다.
“사실 사령술사도 괜찮은 직업일지도?”
-레전더리 아이템을 두르고 있으면 조각사를 해도 여포가 되는 게 당연해 보입니다만.
“어허, 조각사는 근본 직업이니까 당연한 거고.”
-마스터에게 직접적인 전투센스를 기대할 사람은 없습니다만. 그래도 연습은 좀 해둬야 하지 않겠습니까? 31층부터 50층까지는 순수하게 개인 기량을 키우는 스테이지일 텐데요.
탑의 첫 번째 벽인 30층.
그 30층을 넘어서고 나면 2차 전직이 가능해지는 50층까지 솔로 플레이용 개인 스테이지가 이어진다.
30층까지 각자의 직업에 따른 역할분배와 전투에 익숙해진 플레이어들을 데리고 심화학습에 들어가는 것.
가르쳐줄 건 다 가르쳐줬으니 본격적으로 탑의 목표에 맞게 실력을 기르도록 유도하는 것이었다.
“그래 봐야 내가 스펙으로 못 밀게 되면 무르무르 너랑 교대하면 되는 일이잖아?”
-물론 저는 마스터가 최대한 올라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만, 모든 걸 제게 맡기기만 해서는 100층에서 발이 묶일 겁니다.
100층.
상위 플레이어와 하위 플레이어를 가르는 경계.
100번째 스테이지에 대한 것은 유명해서 남태수도 그 정보를 비교적 자세히 알고 있었다.
“내가 100층을 넘길 수 있을까?”
청약이 당첨되고 공략을 준비할 때는 50층을 넘겨 2차 전직만 이루어도 충분하다 생각했다.
성진과 함께하는 지금은 솔로 플레이 층만 잘 넘기면 훨씬 높이도 올라갈 수 있겠지만, 솔로 플레이라고 쉬운 건 아니었다.
-‘제가 있으니 가능하다’라고 단언할 수는 없습니다. 결국 마스터가 얼마나 성장할 수 있을지는 마스터에게 달린 일이니까요.
무르무르는 이런 상황에서도 입에 발린 말 대신 사실만을 이야기했다.
-다만 마스터가 스킬 시스템과는 별개로 스스로 마법을 사용하실 수 있게 된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봅니다.
탑의 스테이지 설계는 시스템의 도움을 받아 성장하는 것을 전제로 만들어졌다.
때문에 시스템과는 별개의 힘을 가지고 있으면 아주 조금의 힘만으로도 큰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100층을 넘어설 만큼 강해질 수 있냐고 물으면 확실하지 않다.
하지만 마법을 쓸 수만 있다면, 100층을 넘어설 방법은 많았다.
“으음…….”
남태수는 생각에 잠겼다.
청약에 당첨되고서도 자신이 고레벨이랑은 연이 없다고 여기던 그였다.
때문에 굳이 고층을 노리는데 목숨을 걸 생각은 없었다.
솔직히 지금도 자신이 랭커가 될 수 있을 것 같진 않았다.
하지만 시도해볼 생각이라면 지금부터라도 한층 한층 최선을 다하는 게 맞았다.
‘해보자.’
물론 아무리 옳은 말이라도 사람이 한순간에 변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남태수는 그날 이후 아주 조금, 평소라면 더 이상 못하겠다고 퍼졌을 때마다 딱 한 번씩만 더 열심히 했다.
그렇다고 해서 아무런 재능도 없는 남태수의 실력이 쑥쑥 늘어나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대신 남태수는 포기하지 않았고,
아주 조금씩이나마 이전보다 나아지기 시작했다.
* * *
그 후로도 성진은 거리낌 없이 스테이지를 쭉쭉 밀며 30층에 도달했다.
남태수는 탑에 들어오기 전 조사했던 내용을 읊으며 성진에게 물었다.
“탑의 30층은 요정들의 왕국인 요정향. 이곳에서 요정왕국을 침략해오는 마족들을 막는 디펜스 스테이지이며, 특이사항으로는 플레이어가 들어올 때마다 초기화되는 방 형태가 아니라 계속 이어지는 필드 형태임. 마티아스의 고향이기도 한 곳인데…… 요정공주라고 하셨었죠?”
“그래. 그 녀석의 영혼을 해방시키면 앞으로 많은 도움이 될 거다.”
“하지만 요정공주라고 해도 NPC의 몸에 갇혀 있는 상태일 텐데요. 해방시키려면 죽여야 하는데 그럼 여기 요정들이랑 적대하게 되는 거 아닌가?”
성진의 영혼해방은 해당 인물을 죽이고, 거기서 흘러나오는 영혼을 잡아채는 방식이었다.
즉, 일단 죽여야 한다는 것.
영혼의 입장에서야 빨리 자신을 죽여서 구해주길 바라지만, 그 껍데기인 NPC 육체는 천사가 설정한대로 자신을 공격하는 두 사람을 적대할 터였다.
“디펜스 맵이라 요정들을 지켜야 하는 입장인데 그래도 되나?”
“내 예상대로라면 아마 괜찮을 거다. 하던 대로 내가 먼저 갈 테니 따라와라.”
[진행에 따라 레벨이 상승합니다.]
[Lv.29 > Lv.30]
요정향.
이름만 들으면 낙원 같은 곳을 떠올리기 십상이지만, 안타깝게도 탑에 스테이지로 나타난 요정향은 망하기 일보 직전의 지옥 같은 곳이었다.
“얼마나 감내해야 하는가……!”
“날 놔줘 이 악마 같은 요정들아!”
문을 열고 나서자 거대한 지하 광산이 펼쳐졌다.
위아래로 10층 이상 넓게 펼쳐진 대공동.
그 안에서 NPC와 플레이어를 막론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곡괭이질을 하고 있었다.
곡괭이질의 대상은 지하의 광물이 아니라 거대한 마수의 시체들.
이곳은 죽어서도 주변을 오염시키는 마수의 시체를 처리하는 처리장이었다.
공동에는 여기저기 거대 마수의 시체들이 놓여 있었고, 사람들은 다들 거기 달라붙어서 마수의 해체를 진행하고 있었다.
“햐…….”
들어서 알고는 있었지만 남태수도 실제로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끝이 안 보이는 규모의 작업현장에는 천 단위의 노동자들이 노역에 시달리고 있었다.
“새로운 방문자님들이십니까? 반갑습니다. 저는 방문자님들의 안내와 분류를 맡은 클로에라고 합니다.”
그러는 사이 한 요정이 그들 앞에 나타났다.
“현재 요정향은 마족의 습격에 따라 전시체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요정향에 체류하는 모든 존재는 운명공동체로서 요정향의 존속을 위해 노력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이에 동의하십니까?”
자기 나라가 전쟁 중이고, 전쟁에 지면 이 땅에 있는 모든 영혼이 지옥에 떨어질 테니 주민이건 여행객이건 모두 자신들에게 협조해야 한다는 소리.
상당히 과격한 이야기지만, 적어도 요정들은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을 강제로 데려가진 않았다.
“동의하지 않으신다면 이 땅을 떠나주십시오.”
다만 플레이어들은 여기서 거절한다는 선택지가 없었다.
남태수는 성진을 믿고 궁금했던 것들을 당당히 물어보았다.
“동의하면 저희는 어떻게 되나요?”
“동의하신 분들께는 적성에 따른 분류를 통해 체류하는 동안 해야 할 일을 배분해드립니다.”
“자기가 원하는 일을 할 순 없고요?”
“적성에 맞는 일이 여럿이라면 그중 원하는 일을 고르실 수 있습니다. 능력 있는 방문자님들께는 장군직과 함께 군의 지휘 또한 부탁드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기 보이는 분들은 다 단순노동에 시달리는 것 같은데요.”
“그야 저분들의 능력으로는 저게 가장 효율적이었으니까요.”
요정족.
그들은 긴 수명을 바탕으로 고도화된 문명을 건설해낸 극단적인 효율주의자들이었다.
그리고 이 장생종 효율주의자들은 고작해야 30레벨인 30층 플레이어들보다 훨씬 강했다.
자기들 딴에는 약한 인간들을 잡아 강제로 노역시키는 것이 아니라, 동의한 사람들에 한해 일을 나눠준 것뿐인데 마침 인간들이 너무 약했던 것.
“다른 층의 요정들이랑 너무 다르잖아.”
-그야 지구의 인간도 다른 차원의 인간들과 다르지 않습니까.
“그거야 그런데.”
-전 차원의 요정들은 모두 요정향의 요정이 퍼져나간 결과입니다. 즉, 이곳이야말로 요정들의 고향이자 원래 요정은 이런 종족인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탑의 30층이 첫 번째 벽인 이유.
그 이유가 바로 이러한 요정들의 습성 때문이었다.
여기서 어떤 업무와 역할을 부여받는지에 따라 진행이 확 갈리는 것.
더 따지고 싶었으나 남태수는 마티아스를 생각하며 입을 다물었다.
마티아스 또한 이곳 출신이었으니 괜히 요정향에 대해 나쁜 말을 할 필요는 없었다.
‘그래도 뭐 괜찮겠지.’
남태수가 이럴 수 있었던 이유는 간단했다.
“어차피 성진 씨라면 여기서도 얼마든지 대접받을 수 있겠죠? 잘 부탁할게요.”
“뭘 부탁한다는 거지?”
“네? 그야 성진 씨는 장군감일 테니 저 하나쯤이야 좋은 자리에 앉혀주실 수 있을 거 아니에요?”
성진은 말없이 남태수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남태수는 뭔가 잘못되었음을 직감했다.
“…… 앉혀주실 거죠?”
“능력에 따라 일한다. 합리적인 방법인데 굳이 요정들의 문화를 거스를 필요가 있나?”
“성진 씨?”
그들을 안내하던 클로에라는 요정은 일행끼리 할 말이 끝났으면 어서 진행하자는 듯 성진에게 다가왔다.
“그럼 적성을 확인하겠습니다. 마력 검사를 할 테니 손을 내밀어주세요.”
성진이 손을 내밀자 클로에는 맥을 짚어 보듯 손목을 잡았다.
그 직후.
“이 무슨 엄청난……!”
클로에는 화들짝 놀라 곧장 자세를 바로하고 격식을 갖춰 성진을 대했다.
“위대한 영혼이시여.”
“엑?”
기대는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던 남태수의 멍청한 소리와 함께 노역장에 있던 수많은 이들이 그들을 바라보았다.
“왕좌의 방으로 안내해라.”
“즉시 안내하겠습니다!”
“자, 잠깐만요? 성진 씨, 저는?”
그 말에 성진은 깜빡했다는 듯이 클로에에게 말했다.
“저 녀석의 적성도 검사해서 적절한 곳에 보내주도록.”
그 말에 클로에는 고개를 끄덕이고 남태수의 손목을 잡았다.
남태수는 부드러운 요정 여성의 손에 당황했지만, 클로에는 아무렇지도 않게 검사결과를 말할 뿐이었다.
“이 정도 능력이라면 저기서 저분들이랑 같이 노역을 하시면 되겠군요.”
성진의 일행이라 해서 가산점 따위는 없었다.
“뭐? 다시 잘 좀 봐봐. 그래도 내가 30층 플레이어 중에서는 상위권일 텐데!”
그 말에 클로에는 다시 남태수의 손목을 잡아보고 고개를 갸웃하다가 이내 말을 번복했다.
“확실히 일반 노역자 분들보다는 조금 낫군요.”
“그렇지?”
“네. 차이가 너무 미미해서 알아차리지 못했습니다. 이에 대해 사과드리겠습니다.”
“미, 미미?”
“남태수 님은 일반 노역자가 아니라 노역 십장이 적합하겠군요.”
남태수 인생 30년.
조금이라도 달라지기 위한 노력 끝에, 탑의 요정에게서 노가다 십장이 적성이라는 판정을 받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