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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 부수는 플레이어-21화 (21/170)

<21>

“젠장 이 낫은 왜 안 떨어져?”

“그거 저주받은 무기라…….”

“으익! 그런 거면 미리 좀 말해주지 망할 기사단 놈들.”

남태수를 인계받은 간수는 기겁을 하며 그에게서 떨어졌다.

결국 남태수는 멀찍이서 사슬을 잡고 창으로 쿡쿡 찌르는 간수에게 밀려 제 발로 감방에 들어가야 했다.

간수는 남태수가 철창 안으로 들어서자 사슬을 풀어주고 문을 잠궜다.

“전쟁 중이라 화형은 보류됐지만 사고 치면 바로 사살이니 탈옥은 꿈도 꾸지 마쇼!”

남태수가 갇힌 감옥은 말 그대로 던전 형태의 지하감옥이었다.

차갑고 습한 건 당연한 일이었으나, 어차피 철창 안에 가둬둔 상태라 그런지 다행히 쇠사슬로 몸을 묶이지는 않았다.

“이런 거에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내 팔자가 서럽다…….”

-긍정적으로 생각하시죠, 마스터. 이참에 마법이나 연습하면 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하긴, 내가 없다고 스테이지 클리어에 지장이 생기는 것도 아니니.”

25스테이지는 한창 전쟁 중인 상태라 남태수의 처분도 전쟁이 끝난 뒤로 밀렸다.

하지만 전쟁이 끝나면 스테이지 클리어 판정을 받고 다음 층으로 올라갈 테니 사실상 화형이 이루어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는 것.

어차피 성진이 같은 스테이지에 있는 이상 클리어는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입고 있던 장비를 빼앗기긴 했지만 사신의 대낫도 손에서 안 떨어지는 덕분에 남아 있고, 인벤토리 안의 물건들도 멀쩡하니 서브 장비는 멀쩡해.”

-탈옥하시겠습니까?

“글쎄…… 지금으로서는 딱히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

이곳에서 탈옥하더라도 NPC들에게 쫓길 뿐이었다.

큰 문제가 없다면 그냥 스테이지가 끝날 때까지 여기 남아 있는 편이 나을지도 몰랐다.

“사신의 대낫이라면 철창도 자를 수 있겠지? 작정하면 얼마든지 나갈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나가서 할 것도 없으니 일단은 여기 있자.”

상황을 지켜보기로 결정하고 나니 감옥 안에서는 딱히 할 수 있는 일도 없었다.

-지금까지 연습했던 것부터 복습해볼까요?

무르무르의 말에 남태수는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특별히 이게 마력을 다루는데 효과적인 자세는 아니었으나, 집중을 위해 명상의 요령을 사용하다 보니 이게 익숙해져버렸다.

-마법을 쓸 때마다 자세를 잡아야하면 전투마법사로는 못 해먹을 텐데요. 새삼 성좌 놈들이 만든 스킬 시스템이 대단하긴 하군요 말만 하면 자동으로 마법이 나가는 기술이라니.

‘시끄러.’

남태수는 무르무르를 조용히 시키고 자신의 심장소리에 집중했다.

‘사람이 가만히 있어도 심장은 뛴다.’

다른 모든 움직임을 멈추고 집중하자 평상시에 느끼기 힘든 심장의 고동 소리가 선명하게 느껴졌다.

‘내 몸에는 마력이 들어 있다. 피도 마찬가지. 그렇다면 나는 24시간 혈관을 따라 마력을 움직이고 있는 셈이다.’

인간은 자신의 피가 흐르는 것을 볼 수 없다.

그러나 마력을 느낄 수 있게 된 남태수는 마력을 통해 피의 흐름을 느낄 수 있었다.

이를 기반으로 혈액의 흐름과 자신의 감각을 동조시킨다.

심장을 중심으로 순환계에 마력을 굴리는 방식.

이것이 바로 무르무르가 가르쳐준 마력 운용법이었다.

-잘하셨습니다. 이렇게 하면 따로 신경 쓰지 않아도 심장이 뛰면서 마력 연습이 되니 쉽고 빠르게 성장할 수 있지요.

남태수는 동조상태를 유지하며 눈을 뜨지 않고 답했다.

“자동사냥이 개꿀이긴 하지.”

-마찬가지로 호흡에 맡기는 방식도 있습니다만 효율이 떨어집니다. 기체인 공기보다는 액체인 피에 담긴 마력이 더 진하니까요.

“밀도랑 관계있는 건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보통은 질량이 큰 편이 더 많은 마력을 품을 수 있습니다. 숨만 쉬어도 마력이 쌓이는 축복받은 세계에선 아직도 원시적인 운기토납법이 사용된다고 합니다만, 지구는 그렇지 않지요.

무협소설에서조차 직접 호흡으로 내공을 모으는 것보다 압축된 영약을 먹는 편이 낫지 않던가.

현실에선 무협소설에서처럼 앉아서 숨만 가다듬어도 내공이 늘어나는 일은 없다.

이는 성좌들이 병사를 육성하기 위해 만들어둔 탑에서도 마찬가지.

마력을 다루기 위해서는 집중이 필요했다.

그러나 무르무르가 가르쳐준 이 방식은 평상시에도 계속해서 심장이 뛰며 마력을 다루는 연습이 되는 효과가 있었다.

-절대적인 마력량은 레벨 업을 통해 늘릴 수 있습니다. 때문에 마스터께선 그걸 다루는 연습만 해도 충분하지요.

탑이라는 환경은 꼭 레벨을 올리고 스킬을 얻는 것 외에도, 이처럼 전통적인 방식으로 단련하기에도 좋은 환경이었다.

-물론 마냥 장점만 있는 건 아닙니다. 마스터의 재능이라면 연습으로 익숙해지는 것보다 레벨 업으로 성장하는 게 더 빠를 테니까요. 가진 힘과 힘을 다루는 역량에 괴리가 생기면 폭주가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폭주가 일어나면 어떻게 되는데?”

-운이 좋으면 죽을 겁니다.

“…… 운이 좋으면?”

-운이 나쁘면 죽여달라고 하게 되겠지요.

그 말에 남태수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래도 시스템의 보조를 받는 동안에는 괜찮을 겁니다. 탑 안에 있으면 마력이 폭주하는 일은 없다고 봐도 되겠지요.

“으으, 그렇게 말하니까 더더욱 나가고 싶지 않잖아.”

-맞습니다. 그러니까 마스터는 어떻게든 계약자님의 바짓가랑이 붙잡고 탑을 오르셔야 합니다.

남태수가 탑을 나가면 무르무르도 성진을 지켜볼 수 없게 된다.

그의 입장에서도 남태수가 최대한 잘 되어야 좋은 것.

무르무르는 최선을 다해 남태수를 가르쳤고, 남태수는 최선을 다해 가르침을 흡수했다.

물론 최선을 다했을 뿐, 딱히 잘 배우는 건 아니었다.

-다이어트도 몇 달은 해야 하는데 마법을 벼락치기로 단기완성 할 수 있을 리가 없지요. 실망하지 말고 꾸준히만 하십시오.

“…… 너도 위로는 나만큼이나 못 하는 거 아냐?”

-설마요? 아무리 그래도 제가 마스터만큼 못났을 리가 있겠습니까?

남태수는 말없이 언젠가 무르무르의 영혼석을 변기에 넣고 물을 내려 버리기로 결심했다.

-마력운용은 순조롭게 되어가고 있으니 이번엔 영혼들을 돌보는 일입니다.

사령술사에게는 마법을 잘 쓰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바로 영혼을 다루는 일이었다.

특히 성진이 탑의 영혼을 해방시키다 보니 마법 수준에 비해 강력한 영혼들을 데리고 다니는 남태수에겐 오히려 이쪽이 더 중요했다.

“마티아스.”

-부르셨습니까.

무르무르의 영혼석에 들어가 있던 마티아스는 곧바로 남태수의 부름에 응답했다.

-전투입니까?

“아니 그런 건 아니고. 앞으로 같이 싸우게 되었으니까 너에 대해서도 좀 알아두려고.”

-그게 성좌에게 복수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야 기꺼이.

기본적인 것은 이미 남태수도 들어서 알고 있었다.

“생전에는 요정향의 기사였고, 천상과 싸우다 죽은 뒤에 지구의 탑에 배정받은 거랬지?”

-네, 그렇습니다. 놈들은 자신에게 대든 이들을 그냥 잡아먹지 않고 모든 힘을 빼앗은 뒤 탑에서 노역시킵니다.

“노역이라면 NPC 역할을 시키는 걸 말하는 건가?”

탑의 모든 NPC들에게 실제 영혼이 들어 있는 건 아니었다.

스테이지에 존재하는 풀벌레 하나하나를 전부 실제 영혼으로 만들려면 엄청난 숫자의 영혼이 필요할 테니까.

실제 영혼이 들어가는 것은 플레이어와 상호작용이 많은 NPC나 몬스터뿐.

대충 대화를 해야 하거나, 전투를 해야 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지능이 필요한 NPC라는 뜻이었다.

“내가 잘 몰라서 그러는데 NPC의 몸에 들어간다는 게 구체적으로 어떤 식인 거야?”

-내가, 내가 아니게 되는 느낌. NPC로서의 기억과 감정이 강제로 주입되어 나 자신이 다른 사람이 되는 느낌입니다. 마스터가 빙의를 사용하는 것과도 비슷하겠군요.

내 몸을 다른 사람이 움직이는 느낌.

남태수는 무르무르를 통해 그 느낌을 경험해본 바 있었다.

“아, 대충 알 것 같아.”

-저는 그 상태로 11층에서 14층 사이의 몬스터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30년 동안 몇 번이고 죽음을 반복했지요.

뛰어난 기사인 마티아스는 전투 중 자신이 어떻게 죽을지 알아볼 수 있었다.

죽을 것을 알면서도 NPC의 몸이 멋대로 달려드는 것을 보고만 있어야 하는 것.

온갖 방식으로 수십, 수백 번 죽음을 반복하고 그 감각을 모두 겪는 것은 말 그대로 죽음보다 더한 고통이었다.

-하지만 NPC로 싸우다 죽는 육신의 고통보다도 더 끔찍한 것은 천사의 장난이었습니다.

“천사의 장난?”

-놈들은 심심함을 풀기 위해 탑의 영혼들을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았습니다. 반항하는 것은 꿈도 꿀 수 없었지요.

힘이 없으니 탈출은 불가능.

그렇다고 해서 차라리 소멸시키라고 반항하는 것도 불가능했다.

-제가 반항하면 놈들은 저를 늑대와 같은 육식동물의 몸으로 스테이지에 집어넣었습니다. 그리고 함께 잡혀 있는 제 가족들을 토끼와 같은 사냥감의 몸에 넣어 주변에 풀어두었지요.

늑대가 된 마티아스는 NPC 육체의 본능에 따라 자신의 가족을 사냥해 잡아먹었다.

가족의 목을 물어뜯고 생살을 찢으면서도 맨정신으로 그 모든 것을 보고만 있어야 하는 것.

남태수는 그 광경을 상상하고는 침을 꿀꺽 삼켰다.

“미친.”

-놈들에게 복수할 수만 있다면 저는 뭐든 할 수 있습니다.

마티아스의 말은 남태수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무게를 담고 있었다.

“…… 성진 씨라면 충분히 할 수 있을 거야. 나도 탑을 열심히 오를 테니까 잘 부탁해.”

-잘 부탁드립니다.

과거는 이쯤하고, 앞으로의 싸움을 위해선 실용적인 부분도 확인해둘 필요가 있었다.

“마티아스 네 검술이 정확히 얼마나 강한 거야?”

-언데드로 소환되어 검을 휘두르는 이상 어떤 육체를 쓰는가에 따라 제 힘도 달라질 겁니다.

“그거야 당연히 그렇겠지.”

최하급 스켈레톤의 몸을 쓸 때와, 데스나이트의 몸을 쓸 때의 위력이 같을 수는 없었다.

남태수의 언데드 강화 스킬 레벨이 올라갈수록 강해지는 건 당연한 일이니 저것만으로는 감이 오지 않았다.

그러자 옆에서 보고 있던 무르무르가 설명을 덧붙였다.

-요정기사라면 기량적인 측면에서는 인간이 따라갈 수 있는 수준이 아닐 겁니다. 반대로 말하면 마스터가 만들어준 언데드 육체가 부족할지언정 그의 기량이 부족할 일은 없다는 뜻이지요.

적어도 지구상에 존재하는 그 어떤 전사계열 플레이어와 비교해도 뒤떨어지진 않으리라.

심지어 이는 세계정부의 사도들과 비교해도 마찬가지였다.

사도는 성좌에게서 부여받은 힘이 강력한 것.

그걸 제외하면 ‘지구의 플레이어 중에서 가장 뛰어난’ 수준에 불과했다.

“인간은 상대도 안 되는 건가…….”

-다른 차원에는 계약자님과 같이, 인간 중에도 얼마든지 강력한 존재가 있습니다만. 지구는 마력에 눈을 뜬 역사가 짧으니 한계가 있지요.

“아무리 그래도 탑의 힘도 없이 그렇게 강하다고? 게다가 요정기사라는 게 한 명만 있는 것도 아닐 거 아냐.”

-요정족이 특별한 겁니다. 요정족은 인구수만 많았으면 천상의 성좌놈들보다 더 무시무시한 차원제국을 건설했을지도 모르는 종족이니까요.

숨만 쉬어도 강해지는 용족에 비할 바는 아니어도, 요정족은 전 차원에서도 손에 꼽히는 강력한 종족이었다.

물론 인간이 모두 주성진이 아닌 것처럼 요정이라고 모두 강한 건 아니었지만 말이다.

“신기하네.”

-지구는 다른 차원과 교류가 없었으니 다른 종족 이야기가 신기할 만합니다.

“그것도 모두 탑이 이 세상을 고립시킨 탓이지? 성좌들이 먹기 쉽게 하려고.”

-그렇습니다. 지구의 운명은 마스터의 손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마스터의 운명은 왕의 계약자께서 쥐고 계시지만요.

무르무르는 남태수의 운명과 지구의 운명을 구분지어 말했다.

실제로 그는 자신의 고향이 멸망한 뒤에도 다른 차원으로 넘어가 계속 살아간 리치.

고향이 망한다고 꼭 자신의 삶까지 끝나는 건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저 외에도 탑에는 도움이 될 만한 강한 영혼들이 몇몇 있습니다. 이참에 제가 아는 정보들을 말씀드리죠.

마티아스는 그 외에도 귀중한 정보들을 알려주었다.

남태수는 그것들을 분류해 수첩에 정리했다.

-적어두시는 겁니까?

“전부 기억력으로 때우면 좋겠지만 난 그렇게 머리가 좋은 편은 아니니까.”

외울 수 없다는 걸 아니 기록이라도 한다.

이러한 버릇이야말로 평균 언저리 인생을 살아온 남태수의 생존전략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던 와중이었다.

“크흠!”

갑작스럽게 안쪽에서 들려온 소리.

감옥에 자기 혼자 있는 줄 알았던 남태수는 화들짝 놀라 고양이 마냥 튀어올랐다.

“무, 무슨 소리지?”

-다른 감방에서 난 소리입니다. 옆인 것 같군요.

“신참이 들어온 건가? 젠장 하필 이런 시기에.”

옆방의 NPC는 남태수에게 관심을 보였다.

“거기 신입. 그쪽은 무슨 죄목으로 잡혀왔나?”

“용사로 소환됐더니 사령술사라고 잡아 가두던데요.”

“뭐? 푸하하! 그거 가관이군. 그러게 사령술사 같은 건 왜 해서 그러나?”

“저도 좋아서 고른 직업은 아니거든요?”

감방의 죄수마저 비웃는 상황에 남태수는 표독스럽게 답했다.

그러나 죄수는 쿨하게 그것을 인정했다.

“뭐 그렇지. 먹고살기 힘든 이런 시대에 자기가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사는 놈이 얼마나 되겠나.”

이렇게 나오니 남태수도 이 의문의 죄수가 궁금해졌다.

“당신은 죄목이 뭔데요?”

“이적죄.”

“예?”

“군수물자를 좀 빼돌려다가 팔았더니 그게 하필 돌고 돌아 적국의 손에 들어갔지 뭔가? 덕분에 추적당해 매국노로 잡혀 들어왔지.”

암만 봐도 그냥 잘못한 게 맞는데도 죄수는 당당했다.

“이래서 근본 없는 용병 놈들이랑은 거래하면 안 되는 건데. 하필 그때 원래 물건을 인수하려고 했던 놈들이 잠수를 타서 급하게 처분하느라…….”

“아, 예…….”

“사령술사면 자네도 사형일 테지? 같은 사형수 동지끼리 잘해 보자고.”

“어차피 죽을 건데 잘해볼 게 뭐가 있어요?”

“뭐가 있긴. 당연히 탈옥해야지.”

“…… 탈옥이요?”

“그럼 자네는 죽으란다고 그냥 죽을 건가?”

물론 남태수도 앉아서 얌전히 사형을 당해줄 생각은 없었지만 이 죄수의 당당함은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그걸 저한테 말해도 돼요?”

“말 안 하면? 어차피 옆방이라 다 들킬 텐데. 자네도 사형수라면 어차피 탈옥밖에 답이 없으니 차라리 끌어들이는 게 낫지.”

그 말에 남태수는 얼빠진 표정이 되었다가 퍼뜩 정신을 차렸다.

‘이거 히든 퀘스트 같은 건가?’

사령술사는 인구 자체가 적어 바깥에서도 정보를 얻기 힘들었다.

게다가 남태수는 원래 성기사를 하려했던 만큼 사령술사로서의 공략정보는 적었다.

‘사령술사라면 자연스럽게 이 감옥에 갇히게 되어 있으니, 어쩌면 이건 사령술사를 위한 히든루트일지도 모른다!’

탑에서 남들과 다른 걸 시킨다고 하면 보통 어려운 대신 보상도 큰 편이었다.

그리고 남태수에게는 무르무르와 마티아스가 있었으므로 어지간한 플레이어보다 훨씬 강했다.

정보가 없는 히든 퀘스트라도 혼자서 깨볼만 하다는 뜻.

‘각이다!’

“그래서 나와 함께할 텐가?”

“탈옥할 방법이 있다면 저도 기꺼이 돕겠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탈옥하실 건데요?”

“내가 사실 땅굴을 파고 있거든. 심지어 굴 자체는 다 팠는데…….”

“팠는데?”

“하필 지하에 있던 자연동굴과 연결되었단 말이야? 덤으로 그 안에는 몬스터가 가득하고.”

그거면 충분했다.

땡그랑!

남태수는 사신의 대낫으로 철창을 배고 옆방의 죄수 앞에 섰다.

“몬스터 퇴치는 제게 맡겨주시죠!”

성진을 바라보며 애처롭게 울던 것이 고작 1시간 전.

남태수는 1시간 만에 세상에서 가장 자신만만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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