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화. 혼자서 사내연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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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화. 혼자서 사내연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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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화. 혼자서 사내연애
2022.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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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왔는지 도혁이 재인의 빈자리를 내려다보며 물었다.
나희는 행여 우진이 보낸 메시지를 도혁이 봤을까, 얼른 휴대전화를 책상 위에 엎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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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뭐라고 하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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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주임은 어디 갔냐고 물었습니다. 자리를 오래 비운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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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또 서재인이야?
나희는 도혁이 재인에게만 유독 다른 모습을 보이는 게 신경이 쓰였다.
처음에는 나희도 재인이 도혁에게 찍혀서 그렇다고만 생각했는데.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서재인이라는 사람이 차도혁에게 편해져서 그런 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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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한테는 선을 딱 그어놓고 못 넘게 하면서 왜 서재인만? 내가 서재인보다 못한 게 대체 뭐야?’
미모며, 몸매며, 재력이며, 뭐든 내가 훨씬 나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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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대리, 내 말 들었습니까?”
대답을 기다리던 도혁이 짜증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
나희는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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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서 주임은 나 팀장님과 차 마시러 나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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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민우 팀장?”
탐탁지 않다는 듯 도혁의 미간이 구겨지자, 나희가 눈빛을 반짝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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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일하다 말고 놀러 나가서 못마땅해하는 거 맞지?’
나희에겐 눈엣가시나 다름없던 재인을 곤란하게 만들 절호의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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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나 팀장님이 차 한잔하자고 했더니 신나서 갔어요. 팀장님께서 지시하신 자료는 하고 가는 거냐고 물었는데 귓등으로도 안 듣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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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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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 무척 다정해 보였어요. 어머, 그냥 친한 선후배 사이라고 하더니, 혹시 서 주임이 뒤로 호박씨 까는 거 아니에요?”
나희는 은근슬쩍 재인과 민우를 세트로 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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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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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팀장님?”
의기양양한 나희를 내려다보며 도혁이 차갑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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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사자가 없는 자리에서 그런 오해 살 만한 이야기는 삼가세요. 사실이 아니면 강 대리가 책임질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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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뇨, 전 그게 아니라…….”
흠칫 놀란 나희가 우물쭈물하는 사이에 도혁은 쓱 밖으로 나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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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 이게 뭐야! 서재인 때문에 괜히 나만 싫은 소리 들었잖아.’
나희는 입을 삐쭉거리며 괜스레 재인의 빈자리만 째려봤다.
그러다 뭔가 놓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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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오랜만에 야근하는 나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안 하고 서재인만 찾다 가네?’
며칠 전에도 팀장님과 서재인이 영화관에 같이 간 게 아니라고 딱 잘라 말해서 넘어가긴 했는데, 여전히 찜찜함이 가시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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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인이 다른 남자랑 데이트했다고 말했을 때 팀장님이 웃었던 게 아무래도 수상해. 팀장님한테 누구랑 영화 봤냐고 물었더니 사생활이라며 딱 잘라버렸고 말이야.’
영화관에서 재인과 함께 있었던 남자의 훤칠한 뒷모습이 떠올랐다.
남자가 입고 있던 롱코트는 차콜그레이.
오늘 도혁은 짙은 밤색 롱코트를 입고 왔지만, 차콜그레이 코트를 입고 온 적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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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콜그레이 코트가 세상에 하나만 있는 것도 아니고, 괜한 오해겠지?’
꼭 그래야 하는데.
나희는 재인이 만났다는 조현준이라는 사람이 누군지 확인할 때까진 마음을 놓을 수 없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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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만약 서재인이랑 본 게 아니라면 팀장님은 대체 영화를 누구랑 본 거지? 정말 숨겨둔 애인이라도 있는 거야?”
참을 수 없는 궁금증에 속내가 밖으로 튀어나와 버린 나희였다.
그때,
띠링 하고 휴대전화 메시지가 또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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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희 씨, 확인하셨는데 답이 없어서요. 이번 주 토요일 저녁에 시간 괜찮으신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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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낸 지 얼마나 됐다고 조급해하긴. 아이, 귀찮아!’
나희는 신경질적으로 키보드를 꾹꾹 눌러 답장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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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우진 씨 죄송해요. 일하느라 조금 바빴어요. 저도 토요일 괜찮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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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이에요! 고마워요, 나희 씨.]
나희는 우진이 밀고 들어오면 들어올수록 도혁이 더 아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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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 팀장님께 확 들이대 봐?”
나희는 앉은 자세 그대로 몸을 바로 세우며, 자신의 가장 큰 매력 포인트라 생각하는 늘씬한 S자 몸매를 만들었다.
그동안 화려한 외모와 풍만한 몸매로 유혹하지 못한 남자가 없던 그녀였다.
점점 자신감이 차오르던 나희는 문득 조금 전 찬바람이 쌩쌩 불던 도혁의 얼굴이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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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야! 그러다 거절이라도 당하면 웬 망신이야. 뭔가 자연스럽게 접근할 방법이 필요한데…….’
그렇게 나희가 야근을 빙자해 사심만 키우는 사이, 시간은 8시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 * *
1층 카페는 퇴근 시간이 지나 한산했다.
민우는 따뜻한 차뿐 아니라, 괜찮다고 거절하는 재인에게 굶고 일하면 안 된다며 샌드위치까지 사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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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장님도 배고프실 텐데……. 설마 저녁 먹으러 가려고 아직까지 기다리시는 건 아니겠지?’
재인은 도혁과의 약속 때문에 샌드위치를 먹으면서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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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인아, 요새 별일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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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참, 프러포즈 준비는 잘되어 가요?”
정신이 없어서 제대로 도와주지 못한 것이 내내 마음에 걸렸던 재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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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준비는 다 끝났고 이제 실전만 남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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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됐어요! 두 사람, 결혼하면 정말 행복하게 잘 살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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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 재인아, 서연이가 언제 한번 같이 보자더라. 우리 사이 일등공신인 너한테 결혼 전에 한턱내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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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에 통화할 때 얘기 들었어요. 규민이도 그때 같이 보면 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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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근데 재인아, 너 혹시 만나는 사람 없어?”
민우가 빙그레 웃으며 물었다.
생각지도 못한 질문에 재인은 말문이 막혔다.
더 당혹스러운 것은.
도무지 자신도 이해할 수 없지만, 민우의 질문을 듣자마자 도혁의 얼굴이 곧바로 떠올랐다는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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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팀장님이랑 너무 붙어 있어서 그런가? 맞아, 자꾸 보니까 뇌리에 박혀서 그런 거야.’
재인은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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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사람 없어요. 맨날 일에만 치여 사는데요, 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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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왜 혼자 있는 건지 이해가 안 돼. 다들 눈이 어떻게 됐나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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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야 선배가 좋게 봐주니까 그런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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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인아, 그래서 말인데…….”
무슨 얘기를 꺼내고 싶은 건지, 민우가 자꾸만 뜸을 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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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요, 선배?”
불러놓고 말이 없자, 재인이 되물었다.
이윽고 민우의 입에서 뜻밖의 말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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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민이는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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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앗, 뜨거워!
재인은 화들짝 놀라 차에 혀를 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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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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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녀석 그때도 괜찮았지만, 오랜만에 만났더니 더 멋져졌더라. 지난번에 얘기할 때 너한테 호감이 있는 눈치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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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우 선배까지 그렇게 느꼈다니.
규민이 저에게 맘이 있다는 걸 더는 부정할 수 없는 재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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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민이는 친구로밖에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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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이랑 나도 처음엔 친구였잖아. 남자가 봐도 그 녀석 참 괜찮아서 지금부터라도 생각해보라는 거지.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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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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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이도 너희 둘 너무 잘 어울린다고 적극 찬성이래.”
어쩐지. 지난번에 통화할 때 서연 언니가 규민이 칭찬을 많이 하더라니.
난감해진 재인은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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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 저 곧 일본 갈 건데 만나긴 누굴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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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거기서 살 것도 아니잖아. 마음만 먹으면 일본이고 뭐고 상관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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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됐어요. 공부하는 것만으로도 벅차요.”
재인이 단호하게 말하자 민우가 멋쩍게 웃으며 한발 물러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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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긴. 힘들게 모은 돈으로 가는 유학이니 집중해야지. 미안해. 규민이가 워낙 좋은 녀석이다 보니 아까워서 내가 괜한 얘길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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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에요. 절 생각해서 한 얘긴데요, 뭘. 암튼 전 당분간 공부에만 열중할 생각이라서요.”
공부에만 열중?
잘도 떠든다.
그 말을 할 때마저도 머릿속에서 차도혁이 떠올랐으면서.
재인은 그런 자신이 당혹스럽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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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인, 정신 바짝 안 차릴래?’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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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주임, 나 팀장님이랑 좋은 시간 보내고 왔어요?”
재인이 사무실에 들어서자 나희가 한껏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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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간은 무슨. 잠깐 얘기하고 온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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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렇구나. 두 사람 그림이 너무 좋아 보이길래 혹시나 했는데.”
나희의 얼굴에 의미심장한 미소가 그려졌다.
무슨 망상을 하는 건지.
일도 안 하는 것 같은데 집에 가주면 좋겠네.
재인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팀장실을 힐끔 쳐다봤다.
지금 시각은 8시.
나희가 이렇게 쌍심지를 켠 상태로 지키고 있으니, 팀장님과 저녁 먹으러 가는 건 진즉 그른 것 같다.
자포자기한 재인의 손에는 샌드위치 두 개가 들려 있었다.
도혁이 마음에 걸려 샌드위치를 사려는데, 도혁만 주면 이상하게 생각할 게 뻔해 나희 몫까지 산 것이었다.
재인은 미운 놈 떡 하나 준다는 심정으로 나희에게 샌드위치를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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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시간이 지나버렸네요. 강 대리님, 이거 먹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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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주임이 웬일이에요? 어쨌든 주는 거니까 잘 먹을게요.”
그럴 때는 그냥 고맙다, 고 하면 되거든?
일일이 붙잡고 가르칠 수도 없고.
재인은 쓸데없는 오지랖을 부린 걸 후회하며 팀장실로 향했다.
똑똑.
재인이 노크를 하고 팀장실 안으로 들어갔다.
도혁은 심각한 얼굴로 서류만 뒤적일 뿐 고개도 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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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뭡니까?”
입 밖으로 내뱉은 말이 그대로 얼음 조각이 되어 날아들 것만 같은 냉랭한 목소리였다.
아까, 휴게실에서 저녁 식사를 하자고 말했던 도혁과는 180도 다른 모습이었다.
여전히 서류에서 눈을 떼지 않는 도혁의 태도를 보며 재인은 내심 당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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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장님, 저녁은 어떡하죠? 밖에 강 대리도 있고…… 아무래도 오늘은 안 되겠죠?”
둘 다 사라지면 나희가 이상하게 생각할 게 분명하니까.
재인은 괜스레 나희의 눈치가 보였다.
몰래 사내연애를 하고 있는 것도 아닌데.
그러나, 당연히 다음에 식사하자고 대답할 줄 알았던 도혁은 차가운 목소리로 뜻밖의 말을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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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시다시피 지금 좀 바빠서. 어차피 일 얘기를 하려던 거였으니, 내일 오전에 회의실에서 듣기로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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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아, 죄송합니다. 바쁘신데 제가 방해했네요.”
뭘 놀라고 그래?
원래 일 얘기하려던 거 맞잖아?
재인은 괜히 혼자 들떠서 고민했던 게 낯 뜨거워 그대로 사라지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의 손에는 주인을 찾는 샌드위치가 들려 있었다.
재인은 살포시 도혁의 책상에 샌드위치를 내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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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장님, 이거 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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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야 도혁이 고개를 들어 재인을 쳐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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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뭡니까, 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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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식사도 못 하셨으니 배가 고프실 것 같아서요. 저번에 사 주신 것도 있고 해서…….”
잠시 굳은 얼굴로 재인을 쳐다보던 도혁은 샌드위치에 손도 대지 않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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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됐습니다. 속이 안 좋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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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아…….”
무안해진 재인은 샌드위치를 도로 집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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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서 사 왔더니…… 너무하시네.’
서운한 마음에 입이 뾰로통하게 나온 그녀에게 도혁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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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1층 카페에서 파는 샌드위치 같은데, 자리 비우고 거기 갔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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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게…….”
도혁이 묻는 걸로 봐서는 민우랑 나간 것을 모르는 눈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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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았으면 가만히 있을 팀장님이 아니지. 사적으로 만나지 말라고 버럭댔으니까.’
도혁은 이미 최영도 전무의 총애를 받는다는 이유로 민우를 의심했던 적이 있었다.
재인이 민우는 스파이가 아니라고 열심히 해명하긴 했지만.
재인은 혹시라도 민우에게 해가 가진 않을까 걱정되어, 있는 그대로 선뜻 대답할 수 없었다.
무엇보다 아무것도 아닌 일로 바쁜 도혁을 신경 쓰게 하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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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려서 커피 사러 갔어요. 지금도 보세요, 막 하품 나오는 거. 간 김에 배고파서 샌드위치도 사 온 거예요.”
재인은 하품하는 시늉까지 해가며 그럴듯한 변명을 늘어놓았다.
그러자 도혁이 가늘게 뜬 눈으로 그녀를 응시하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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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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