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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화. 날 죽일 셈이야? (38/129)


38화. 날 죽일 셈이야?
2022.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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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돼?”

도혁이 통화버튼을 누르려다 말고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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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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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늦었으니 김 실장님도 쉬셔야죠. 아까 김 실장님 안색이 어두운 게 많이 피곤하신 것 같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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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도혁은 의외로 순순히 휴대전화를 다시 바지 주머니 속에 집어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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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알았어.”

휴우, 큰일 날 뻔했다.

재인은 다용도실을 흘낏 쳐다보며 벌렁거리는 심장을 간신히 진정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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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해요. 김 실장님! 미안하다, 유라야!’

성준은 지금, 다용도실에 숨어 있었다.

공교롭게도, 유라와 같이.

조금 전, 도혁이 문을 열고 들어오려고 할 때였다.

재인은 본능적으로 현관문 손잡이를 꽉 붙들었다.

그러고는 성준에게 간절한 눈빛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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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려주세요!’

눈치 빠른 성준은 재인을 돕겠다고 자신의 구두와 유라의 부츠, 식탁 위의 찻잔까지 챙겨 다용도실에 몸을 숨긴 것이었다.

그 와중에 도혁에게 줄 서류를 재인의 손에 쥐여 주는 센스까지.

재인은 성준의 젠틀함과 프로페셔널함에 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아무튼.

재인은 1초라도 빨리 도혁을 방으로 들여보내고 성준과 유라를 구출해낼 생각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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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장님, 피곤하실 텐데 어서 들어가서 쉬세요. 아주 푸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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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인이 간절한 염원을 담아 도혁의 등을 떠미는데도 웬일인지 도혁은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아직 할 말이 남은 듯한 표정이었다.

도둑이 제 발 저리다고.

재인은 행여 도혁이 수상한 분위기를 눈치챈 건 아닌가 싶어 덜컥 겁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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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한테 뭐 하실 말씀 있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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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야. 잘 자라고.”

싱겁긴.

재인은 퇴근할 때나 할 법한 인사에 어색한 미소를 실어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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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팀장님.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이제는 가겠구나 싶었는데, 웬걸.

도혁은 그래도 뭔가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그 자리에서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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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장님, 대체 왜 그러세요? 무섭게…….’

쿵.

갑자기 다용도실 안에서 무언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순간 도혁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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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소리가 들리지 않았나?”

재인은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듯했다.

위태로운 정신줄을 붙잡고 재인은 유라와 성준이 들을 수 있게 일부러 큰 목소리로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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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글쎄요. 전 아무 소리도 못 들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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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분명히 저쪽에서 들린 것 같은데…….”

도혁이 다용도실을 쳐다보며 미심쩍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다용도실에는 세제를 비롯한 각종 생필품과 식료품 등 잡다한 것들을 놓아두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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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마 세제 같은 게 떨어졌나 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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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주워야지.”

재인이 말릴 틈도 없이 도혁은 단숨에 다용도실 문 앞까지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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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만요!”

도혁이 미닫이문 손잡이를 잡으려고 손을 뻗자, 하얗게 질린 재인이 황급히 다용도실 문을 막아섰다.

그 바람에 두 사람의 몸은 그만, 숨결이 닿을 정도로 밀착되어버렸다.

서로를 향한 두 눈동자가 미친 듯이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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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인 씨, 갑자기 왜 이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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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장님, 나중에 제가 치울게요! 신경 쓰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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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됐어. 내가 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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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에요! 제가 하고 싶어요.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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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혁은 한쪽 눈썹을 끌어 올리며 재인의 얼굴을 찬찬히 들여다보았다.

흡!

금방이라도 겹쳐질 듯 다가오는 그의 얼굴을 피할 생각도 못하고 재인은 눈만 동그랗게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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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서재인 씨, 뭔가 수상해. 이 안에 뭐 숨겨 놓기라도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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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숨기긴요! 제가 그럴 게 뭐가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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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방금 그 소리는 뭐야?”

저도 궁금하긴 한데요,

그래도 그냥 모르고 싶어요.

눈앞이 깜깜해진 재인의 입에서 겨우 한마디 말이 새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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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

그것도 변명이라고.

하.

도혁이 기가 차다는 듯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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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나보고 믿으라고?”

그래, 나라도 안 믿겠다.

그래도 어쩔 수 없지. 이왕 귀신이라고 말해버린 거 끝까지 우겨보는 수밖에.

재인은 제 팔을 감싸며 몸을 부르르 떠는 시늉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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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정말이에요! 저번에도 이상한 소리가 들려서 문을 열어 봤는데 물건이 마구 떨어져 있더라니까요. 왠지 등골이 서늘한 게 무서워서 혼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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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눈을 동그랗게 뜬 재인이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도혁은 잠시 생각에 잠기는가 싶더니 이내 콧방귀를 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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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그렇다면 더욱 확인해봐야겠네.”

말이 끝나자마자 손잡이를 잡은 그의 손에 불끈 힘이 들어갔다.

드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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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돼!”

재인의 절박한 외침이 거실 가득 울려 퍼졌다.

그러나.

빼꼼 틈을 보인 문은 더 이상 열릴 줄 몰랐다.

손잡이를 잡은 채 엉거주춤 몸을 숙인 도혁이, 마치 잘생긴 조각상처럼 굳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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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혁의 목에는 뜻밖에도 재인이 매달려 있었다.

문 열리는 소리에 다급해진 재인이 그의 목을 끌어안은 것이었다.

쿵쾅쿵쾅.

쿵쾅쿵쾅.

누구의 것인지 분간이 되지 않은 심장박동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졸지에 포옹 아닌 포옹을 하게 된 두 사람은 화악 붉어진 얼굴로 서로의 눈치만 살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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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쳤어! 미쳤어! 아무리 급해도 그렇지 어떻게 이런 짓을!’

재인은 생각할수록 제 행동이 기가 막혔다. 가능하다면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었다.

실낱같은 정신줄은 이미 끊긴 지 오래.

지금 이 순간,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도혁과 자연스럽게 떨어질 수만 있다면. 재인은 영혼이라도 기꺼이 팔 준비가 되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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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지? 팔을 풀면 팀장님이 문을 열려고 할 텐데……. 그렇다고 계속 이러고 있을 수도 없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재인은 눈을 질끈 감은 채 한숨만 푹푹 내쉬었다.

한편.

도혁은 재인이 내쉬는 한숨이 귓가에 닿을 때마다 말 그대로, 죽을 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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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이지…… 고문이 따로 없군. 서재인 씨, 날 죽일 셈이야?’

도혁은 금방이라도 날아갈 것 같은 얄팍한 이성을 붙잡으려고 어금니를 질끈 깨물었다.

초인적인 인내심을 발휘해 간신히 버티고는 있지만, 그의 이성은 모래 위에 쌓은 성처럼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위태로운 상태였다.

31년 인생을 통틀어 가장 견디기 힘든 순간일지도.

이대로 재인을 와락 끌어안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며 도혁이 힘겹게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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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인 씨…… 왜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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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 무서워서요.”

팀장님한테 들킬까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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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귀신이라고 생각한 거야? 세상에 귀신이 어디 있다고. 괜찮아, 괜찮아. 내가 있잖아.”

도혁은 부드러운 손길로 어린아이 다독이듯 재인의 등을 토닥였다.

팔자에도 없는 연기를 하고 있는 재인은 그의 다정한 행동에 얼굴이 화끈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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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인, 진짜 왜 그래? 팀장님은 그냥 진정시키려는 것뿐인데 왜 혼자 오바야?’

오늘 밤도 잠은 다 잤네.

제 등을 토닥이는 도혁의 손이 파르르 떨린다는 건 꿈에도 눈치 못 채는 재인이었다.

꼬르륵. 꼬르륵.

갑작스러운 소리에 도혁은 손을 멈췄다.

저녁을 굶은 재인의 배 속에서 나오는 정직한 아우성이었다.

풋.

도혁은 그만 웃음이 터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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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인 씨, 배가 많이 고픈가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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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재인이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창피한 건 창피한 거고 배고픈 건 배고픈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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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해서 좋군.”

쿡쿡. 도혁은 아예 대놓고 웃기 시작했다.

재인의 얼굴이 화끈거리다 못해 아예 데일 것처럼 뜨거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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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 이러고 있을 수도 없고……. 셋을 세면 떨어지는 것으로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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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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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하나, 둘, 셋!”

셋과 동시에 두 사람은 후다닥 멀찌감치 떨어져 마주 보고 섰다.

시선을 피하려고 고개를 푹 숙인 재인에게 도혁이 나직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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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인 씨 말이 맞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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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뭐가요?”

재인이 어리둥절해하자 도혁은 손가락으로 빼꼼 열린 문틈을 가리켰다.

과연 그녀의 말대로 바닥에 세제 통이 떨어져 있었다.

다행히 성준과 유라는 몸을 잘 숨겼는지 아무런 인기척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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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쓸데없는 생각을 했나 봐요. 그냥 떨어질 수도 있는데 귀신은 무슨…….”

재인이 여전히 눈을 마주 보지 못한 채 웅얼거리자, 도혁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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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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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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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와.”

도혁은 큰 걸음으로 성큼성큼 걸어가더니 현관으로 쏙 사라졌다.

밖으로 나가려는 모양이었다.

재인은 주춤거리며 다용도실 쪽을 쳐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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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라랑 김 실장님은 어떡하지?’

두 사람만 두고 가려니 차마 발길이 떨어지지 않아 망설이고 있는데, 나간 줄 알았던 도혁이 다시 돌아와 재인을 재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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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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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가, 갑니다!”

재인은 미안한 마음을 가득 담아 다용도실을 한 번 쳐다보고는 허둥지둥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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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지금은 팀장님과 사라져주는 게 도와주는 거야.’

김 실장님, 죄송합니다. 미안하다, 유라야.

* * *

적막만이 감도는 어두운 다용도실.

문틈 사이로 들어온 한 줄기 빛이 바닥에 길게 드리워져 있었다.

빛의 끄트머리에는 유라가 실수로 건드려서 떨어진 주방 세제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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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 것 같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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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라가 열린 문틈을 슬쩍 쳐다보며 속삭였다.

갑니다, 라고 재인이 말한 뒤로 꽤 시간이 흘렀다.

밖에서는 더 이상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긴장이 풀린 유라는 갑자기 잊고 있던 허기가 몰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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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 배고파. 아, 족발 올 때 됐는데!”

족발의 쫄깃한 식감을 떠올리자 순식간에 유라의 얼굴에 생기가 돌았다.

그런 그녀의 머리 위로 차분한 목소리가 내려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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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이제 그만 떨어져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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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정신이 번쩍 든 유라는 낯선 남자와 캄캄한 다용도실 구석, 선반과 벽의 좁은 틈 사이에 몸을 숨기고 있음을 깨달았다.

두 손으로 그의 옷깃을 꽉 붙든 채.

유라는 화들짝 놀라 성준의 가슴을 힘껏 밀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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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얏!”

선반에 등을 부딪친 성준이 인상을 찡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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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죄송해요! 많이 아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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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습니다.”

딸깍.

어두웠던 다용도실이 갑자기 환하게 밝아졌다.

유라는 눈이 부셔 눈살을 찌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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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으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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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에.”

살포시 눈을 뜬 유라의 앞에 지적인 매력을 풀풀 풍기는 훤칠한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세상은 넓고 잘생긴 사람은 많구나.

유라가 흐뭇한 얼굴로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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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누구세요?”

그러고 보니 갑작스러운 전개에 통성명할 새도 없었다.

빤히 쳐다보는 유라의 눈길을 피하며 성준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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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차도혁 팀장님의 개인 비서실장 김성준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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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러시구나. 전 재인이 친구 최유라라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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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면에 실례가 많았습니다. 그럼 아무도 안 계신 것 같으니, 저 먼저 나가보겠습니다.”

깍듯이 고개를 숙인 성준은 빠른 걸음으로 다용도실에서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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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잠깐만요!”

뒤따라 나온 유라가 다급한 목소리로 성준을 불러 세웠다.

성준이 움찔하며 걸음을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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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로……그러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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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우리 만난 적 있나요? 낯이 익은 것 같은데…….”

분명 어디선가 본 것 같은 기분이 드는 유라였다.

고개를 갸웃하는 그녀에게 성준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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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리가요. 전 오늘 처음 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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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요? 이상하다. 제가 사람 얼굴 한 번 보면 절대 안 잊어버리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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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흔한 얼굴이라 착각하실 수도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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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닌데. 오히려 유니크하게 잘생기셨는데요.”

성준의 입꼬리가 슬쩍 올라갔다 이내 제자리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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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흠, 칭찬 감사합니다. 그럼 전 바빠서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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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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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왜 그러시는지……?”

조심스레 되묻는 성준의 표정이 어쩐지 초조해 보였다.

유라가 생긋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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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발 같이 드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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