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화. 옥탑방 그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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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화. 옥탑방 그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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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화. 옥탑방 그 남자
2022.09.27.
유라의 집에서 재인이 살던 집까지는 차로 15분이면 충분했다.
재인은 쾌재를 부르며 유라에게 전화를 걸었다.
벨이 울리자마자 심드렁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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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무슨 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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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라야, 부탁이 하나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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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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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한데 나 살던 옥탑방에 가서 택배 좀 찾아다 주면 안 될까? 내가 차도 없고 지금 너무 바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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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인아, 나 샤워했다.
이런, 한발 늦었네.
유라는 샤워를 하고 나면 아무리 꾀어도 절대 밖에 나가지 않는 게 철칙이었다.
재인은 최대한 애처롭게 목소리를 쥐어 짜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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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부탁해서 미안해. 엄마가 반찬을 보내주셨는데 내가 갈 수 없어서 그래. 다음에 거하게 한턱낼 테니까 이번 한 번만 부탁하자,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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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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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유라야?”
재인이 마음을 졸이던 그때, 유라가 웬일로 흔쾌히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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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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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역시 최유라 너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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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조건이 하나 있어.
조건?
심상치 않은 유라의 목소리에 재인의 몸이 절로 움찔했다.
* * *
주택가 골목, 가로등 불빛이 닿지 않은 어두컴컴한 계단을 씩씩하게 올라가는 한 여자가 있었다.
트레이닝팬츠에 무릎 밑까지 내려오는 두툼한 점퍼를 걸친 유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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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 추워! 내가 샤워하고 밖에 나오는 건 10년 만에 처음이네. 서재인, 대가는 톡톡히 받겠어.”
유라는 점퍼 지퍼를 야무지게 치켜 올리며 중얼거렸다.
투덜대고는 있지만 입가에는 의미심장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조금 전 유라가 말한 조건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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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한턱, 차 팀장님 집에서 받아야겠어.」
모솔에 대포도 막아낼 만큼 단단한 철벽을 쳐온 재인이었으니.
남자와 같이 사는 현장을 직접 보고야 말겠다는 강한 호기심이 발동할 수밖에?
당연히 재인은 기겁하며 절대 안 된다고 난리였다.
유라가 그러다 음식이 상하거나 그 집 사는 사람이 먹어버리기라도 하면 어쩌냐고 설득하자, 재인은 어찌 됐든 내일 직접 찾으러 가겠다며 버텼다.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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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인아, 냉정하게 생각해서 내일이라고 네가 안 바쁘리라는 보장 있니? 워커홀릭 차 팀장님이랑 사는데?」
유라가 콧방귀를 뀌며 결정타를 날리자 재인은 깨갱 바로 꼬리를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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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라, 대신 팀장님 안 계시는 날 딱 한 시간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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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예! 드디어 말로만 듣던 펜트하우스에 가보는구나. 간 김에 차 팀장님과 재인이 사이도 밝혀내고야 말겠어.’
유라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옥상에 올라섰다.
옥탑방 창문을 통해 뿜어져 나온 빛이 옥상을 밝게 비추고 있었다.
옥상은 오히려 재인이 살 때보다 더 깨끗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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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지 모르겠지만 엄청 깔끔 떠는 사람인가 보네.’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유라는 옥탑방 출입구 옆에 놓여 있는 하얀 스티로폼 아이스박스를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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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재인이가 말한 게 이건가 보다!’
아이스박스에 붙은 송장을 확인하니 역시 재인에게 온 것이 맞았다.
미션 완료!
이제 고이 가져가 주인에게 돌려주기만 하면 되는데,
그냥 들고 가자니 어쩐지 마음에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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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보면 꼭 훔치는 것 같잖아? 이러다 괜히 도둑으로 오해받는 거 아니야?’
옥탑방에 사는 사람에게 얘기를 하고 가야 뒤탈이 없을 것 같았다.
유라는 할 수 없이 출입문을 두드렸다.
똑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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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례합니다. 계세요?”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몇 번을 다시 불러도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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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은 켜져 있는데…… 어디 나갔나?’
어찌해야 하나 망설이고 있는데, 때마침 쌩, 하고 불어온 칼바람에 유라의 온몸이 부르르 떨렸다.
이 추운 날 밖에서 마냥 기다릴 수도 없고, 그냥 가져가기 찜찜하다고 내일 다시 오자니 생각만으로도 귀찮은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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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쪽지를 남기고 가면 되겠네!’
유라는 쓸 만한 것을 찾아보려고 가방 안을 뒤적거렸다.
다행히 볼펜과 영수증 종이가 나왔다.
유라는 출입문 유리에 대고 영수증 뒷면에 글씨를 써 내려갔다.
잠시 후.
[고맙습니다]
유라는 훈훈한 문구로 마무리한 쪽지를 문틈에 끼워 넣었다.
이제 거칠 것이 없는 유라가 아이스박스를 번쩍 안아 든 찰나였다.
끼이익.
갑자기 안쪽에서 문 열리는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곧이어 날카로운 외침이 날아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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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 누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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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깜짝 놀란 유라가 주춤주춤 뒷걸음질을 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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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컥!
출입문이 열렸다.
그리고, 문틈 사이로 허리에 타월 하나만 달랑 두른 그리스 조각상 같은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유라를 발견한 남자가 기겁하며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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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누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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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꺄악! 죄, 죄송해요!”
소스라치게 놀란 유라는 괴성을 지르며 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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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도망가자!’
하지만.
마음은 냅다 달리고 싶은데, 덜덜 떨리는 다리가 말을 듣지 않았다.
설상가상, 무거운 아이스박스의 무게 때문에 휘청거리던 유라는 옥상 바닥에 낀 살얼음 위를 걷다 그만 발이 미끄러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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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어어……!”
쿵!
쩌억!
아이스박스 쪼개지는 소리가 무거운 밤공기를 갈랐다.
그 소리에 유라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리고 제 몸이 공중에 45도 각도로 기울어진 채 정지된 상태라는 것을 깨달았다.
기우뚱 넘어지려는 순간, 남자가 달려와 강철 같은 팔로 유라의 등을 받친 것이었다.
유라는 남자의 보기 좋게 패인 가슴골을 타고 흘러내리는 물방울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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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뭐야?”
남자가 다그치듯 물었다.
고개를 든 유라는 흐트러진 젖은 머리카락 사이로 저를 뚫어지게 쳐다보는 짙은 눈동자와 마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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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라예요.”
그새 남자의 심해 같은 눈동자에 푹 빠져 넋이 나간 유라였다.
남자는 기가 막힌다는 듯 헛웃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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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최유라 씨, 지금 내 집 앞에서 뭐 하는 거냐고 묻고 있잖아?”
유라는 그제야 퍼뜩 정신을 차리고 해명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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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죄송해요! 그냥 가져가려는 게 아니라…… 아무리 불러도 대답이 없어서 쪽지를 썼는데……. 친구가 택배를 찾아다 달라고 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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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택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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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전에 여기 살던 친구인데, 서재인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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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인?”
재인의 이름을 듣자 흠칫 놀란 남자가 재빨리 유라를 똑바로 세웠다.
그러고는 한 발짝 물러서서 정중한 어조로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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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라 씨, 괜찮으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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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에.”
갑작스럽게 돌변한 남자의 태도에 유라가 얼떨떨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남자는 한쪽 무릎을 꿇고 바닥에 떨어진 아이스박스를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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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밑이 쪼개졌군요. 잠깐만요. 상자를 좀 찾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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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그것보다 옷을 먼저 챙기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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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간 남자의 눈이 튀어나올 것처럼 커졌다.
그제야 벗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남자는 허리에 위태롭게 걸린 수건을 부여잡고 후다닥 집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유라는 얼굴을 붉히면서도 남자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탕!
문이 닫히자 유라가 큰 소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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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평상에 앉아서 기다릴 테니까 천천히 나오세요!”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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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인 씨, 나한테 뭐 할 말 있나?”
그날 밤, 여느 때처럼 일하던 도혁이 고개를 뒤로 젖히며 물었다.
흠칫 놀란 재인은 세차게 고개를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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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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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왜 자꾸 날 힐끔거리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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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제가요? 아닌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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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음.”
도혁은 잠시 재인을 바라보다 이내 모니터로 눈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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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니터만 뚫어지게 쳐다보는 줄 알았더니 눈이 머리 꼭대기에도 달린 거야?’
재인은 속으로 뜨끔했다.
저도 모르게 자꾸 도혁에게 눈길이 가서 허벅지에 바늘이라도 찌르고 싶은 심정이었다.
어젯밤 도혁에게 당차게 선을 그은 건 재인 자신이었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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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왜 이러지? 팀장님이라서가 아니라 남자랑 둘만 있는 게 불편해서 그런 거겠지? 맞아, 그런 거야.’
재인은 정신을 가다듬고 눈을 부릅떴다.
하지만 이틀째 잠을 설친 탓에 주체할 수 없이 하품이 터져 나왔다.
하암. 하아암.
무심코 입을 크게 벌리고 연거푸 하품하던 재인은 황급히 입을 틀어막았다.
힐끔 쳐다보니 다행히 도혁이 못 본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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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하품도 마음 편히 못 하겠네.’
눈꺼풀이 천근만근이지만, 깜박하고 잠들면 도혁이 또 번쩍 안아서 옮길까 봐 잠깐 엎드리지도 못하겠고.
그야말로 죽을 맛이었다.
그때, 도혁이 재인을 넌지시 바라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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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졸리면 그만 들어가서 자. 하품 그만하고.”
역시 봤구나.
재인은 화르륵 달아오른 얼굴을 들킬까 봐 푹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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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니에요. 아직 마무리하려면 좀 남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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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잠깐 엎드려 있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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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됐어요!”
재인은 고개를 번쩍 들며 소리쳤다.
고양이한테 생선을 맡기고 말지.
그러자 도혁이 가늘게 뜬 눈으로 잠시 재인을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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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인 씨, 오늘 뭔가 좀 이상한데……. 할 말 있으면 하지?”
이쯤 되니 진짜 뭐라도 말해야 하는 분위기가 되어버렸다.
다급히 머릿속을 뒤적거리던 재인은 샌드위치에 대한 감사 인사를 제대로 하지 못했던 게 생각났다.
드디어 재인에게도 할 말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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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장님, 아침에 샌드위치랑 주스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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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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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정말 감격했어요. 팀장님 센스가 넘치신다고 난리였다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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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내 것 사는 김에 샀을 뿐이야.”
솔직하지 못하시긴.
재인은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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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그러셨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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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 말을 하려고 자꾸 쳐다봤던 거야?”
그런 걸로 치고 넘어갑시다.
재인이 멋쩍게 웃어 보이자, 도혁이 어이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또 어색하게 말이 끊길 위기였지만, 다행히 그녀에게는 아직 할 말이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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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요, 팀장님. 저번에 야근할 때도 팀장님이 샌드위치 주신 거 맞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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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도혁은 기억이 안 난다는 듯 딴청을 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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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제가 책상에서 샌드위치…….”
혼자 먹다 들킨 날요.
다시 생각해도 창피해서 재인은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그제야 도혁은 씩 웃으며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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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
역시 그런 거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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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왜 말씀을 안 하셨어요? 전 민우 선배, 아니, 나 팀장님이 준 걸로 알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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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팀장…….”
그 말을 끝으로 도혁은 입술을 꾹 다문 채 재인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민망해진 재인은 눈 둘 곳을 찾아 눈동자를 굴리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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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는 오해해서 죄송해요. 늦었지만 감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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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인 씨, 내일…….”
도혁이 천천히 말을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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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저녁 먹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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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갑자기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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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제품 진행 상황을 자세히 듣고 싶은데 시간이 없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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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네에.”
휴우.
데이트 신청이라도 하는 줄 알고 깜짝 놀랐네.
재인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역시 차도혁.
밥 먹는 시간까지 헛되게 쓰지 않다니 진정한 워커홀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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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러면 한 과장님도 같이 먹으면서 얘기하는 게 좋겠어요.”
강 대리야 원래 일을 안 하니까 그렇다 쳐도 규민은 알고 있어야 하니까.
재인의 말이 끝나자마자 도혁이 당황한 얼굴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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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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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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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과장은…… 내일 출장을 가야 하거든. 아주 멀리.”
금시초문이었다.
출장이라면 적어도 하루 전에는 알려주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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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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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일하다 보면 그럴 수도 있지. 한 과장은 들어온 지 얼마 안 됐으니까 연구소도 둘러보고, 시장조사하면서 분위기 파악도 좀 해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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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긴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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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내일 6시 반, 지하 주차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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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재인은 대답을 해놓고도 뭔가 석연치 않은 느낌이 들어 고개를 갸웃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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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나랑 단둘이 식사하려고 일을 꾸민 거 아니야?’
설마.
일에 있어서만큼은 냉철한 팀장님인데 공과 사도 구분 못 하실까.
서재인, 이제 자의식과잉인 거야?
뭐든 그쪽으로 갖다 붙이네.
아직 팀장님이 확실히 얘기한 것도 아니고 그냥 혼자서 추측한 것뿐인데.
재인은 망상을 쫓아내려 도리질을 쳤다.
그때, 모니터 너머에서 무심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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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인 씨는 음식 뭐 좋아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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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밥이요.”
물어본다고 곧이곧대로 대답하는 재인이었다.
서류를 넘기던 도혁의 입꼬리가 씩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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