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4화. 내 사전에 두번째 마린스는 없다(2)
[비결은 빌딩을 타지 않은 브라이언 캐시먼의 선택일까? 뉴욕 양키스 최종 후보에 포함!!]
브라이언 캐시먼이 태블릿을 높이 들었다가 얌전히 내려놨다. 그리고는 애꿎은 책상을 강하게 한 차례 내리쳤다.
-쾅!!
“젠장, 과학의 발달은 이게 문제야. 예전에는 짜증나는 뉴스가 있으면 그대로 신문을 구겨 던질 수 있었는데 이제는 마음대로 던져 버릴 수가 없으니.”
“단장님 연봉이면 그래도 괜찮지 않을까요?”
“한, 두 번이면 괜찮겠지. 그런데 어디 마음에 안 드는 기사가 한두 개여야 말이지.”
“하하······.”
조쉬 해럴드가 어색하게 웃었다.
“아무튼 이번 일은 꼭 성사를 시켜야 해. 내 마지막 업적이자, 자네의 첫 번째 업적이 될 수 있는 프로젝트니까.”
“그거 지난번에 에릭슨 때도 비슷한 말씀 하셨던 것 같은데 제 착각인가요?”
“크흠······. 아니, 그렇다고 내가 은퇴를 그딴 성적을 내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잖나. 게다가 에릭슨이야 어차피 드래프트의 결과물이고. 스완 같은 경우는 추가로 얻는 드래프트 1라운드 같은 거니까. 아무튼 괜히 양키스라고 거들먹거리지 말고 최대한 맞춰주자고.”
“그거 제가 드린 말씀이잖습니까. 예전에 오타니 때 실패 원인이 저희가 양키스인데 네가 어쩔꺼냐는 자세로 나왔던 거니까 이번엔 그러지 말자고요. 솔직히 서류 심사 광탈은 좀 문제가 있었죠.”
“자네는 참 맞는 말을 기분 나쁘게 하는 재주가 있어.”
“그리고 단장님은 그걸 높게 사서 저를 경영지원팀에서 부단장까지 올려주셨죠.”
“그래, 그러니까 그게 내 인생 최대의 실수가 되지 않도록 얼른 가서 열심히 일하라고.”
***
[뉴욕!! 그리고 또 뉴욕!! 스완이 사랑한 도시]
[스완이 선택한 최종 후보 다섯 개에 나란히 포함된 양키스와 메츠. 과연 뉴욕은 이 젊은 스타를 손에 넣을 수 있을까? 그렇다면 웃게 되는 것은 브롱크스일까? 아니면 퀸스일까?]
뉴욕 헤지펀드의 왕이자 뉴욕 메츠의 구단주인 스티브 코헨이 미간을 찌푸렸다.
“참, 아무리 생각해도 야구에 덕지덕지 붙은 이 제도라는 것들은 문제가 많단 말이지. 내가 어릴 적에는 참 심플했어. 좋은 구단은 좋은 선수를 모으고 좋은 성적을 내서 더 많은 돈을 벌고 그 돈으로 다시 더 좋은 선수를 모았지. 양키스는 그렇게 제국을 세운 거고. 하지만 지금은 드래프트니, 보너스 풀이니, 국제 유망주니 하여간 쓸데없는 제도들이 너무 많아. 사람들은 이런 복잡한 걸 좋아하지 않아. 심플하게 최강의 팀. 그리고 그 팀에 도전하는 도전자들을 원할 뿐이야. 이러니 야구의 전성기가 다시 돌아오지를 못하는 거야. 안 그런가. 조쉬?”
“글쎄요. 재미라는 건 어디까지나 주관적인 것 아니겠습니까.”
스티브 코헨의 말에 조슈아 파그노만이 쓰게 웃으며 답했다.
그 대답이 영 마음에 안 든 것일까? 스티브 코헨이 퉁명스럽게 말했다.
“아니라는 말을 돌려돌려 말하는 버릇은 여전하군. 하긴, 만약 야구가 내가 원하는 그런 모습이었다면 이렇게 굳이 비싼 돈 들여가면서 자네를 고용할 이유는 없었겠지. 그래서 스완은 어떻게 돼가고 있나.”
“최종 후보로 남은 팀이 다섯 개라고 하지만 사실상 저희와 양키스 그리고 다저스의 삼파전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실적으로 현재 스완의 요구를 맞춰줄 수 있는 팀은 이 셋뿐이니까요.”
“그거야 너무 뻔한 이야기고.”
“뭐든 왕도는 뻔한 이야기에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기책이 필요한 건 어디까지나 왕도를 걸을 수 없는 팀의 이야기인 법 아니겠습니까. 구단주님이 계신 메츠라면 왕도만으로 충분하죠.”
“흥, 그런 뻔한 이야기나 늘어놓을 거라면 내가 자네를 그 비싼 돈 주고 고용할 이유가 없지.”
“이 바닥에서는 왕도를 제대로 걸을 수 있는 단장도 귀하다는 거 잘 아시지 않습니까. 아니, 오히려 왕도를 걸을 수 있는 단장이야말로 진짜 귀한 법이죠.”
스티브 코헨이 못마땅한 표정으로 답했다.
“그래, 뭐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아. 내가 바라는 건 스완을 우리 팀에 데리고 오는 것. 그리고 알렉스와 스완이 메츠의 레전드가 되는 것뿐이야.”
돈을 아주 많이 번 사람이 있다.
그가 벌어들인 돈은 천문학적이다.
순자산 250억 달러.
연 3%의 수익률로만 계산하더라도 스몰마켓 팀 하나를 ‘구매’할 수 있을 만큼 거대한 금액이다.
그렇다면 이런 사람이 원하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물론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하지만 아주 기초적인 욕구충족의 이론 모형을 생각해봤을 때 이미 일흔을 훌쩍 넘긴 이 노인이 바라는 것은 아마도 명예.
그러니 지금 스티브 코헨이 말한 그가 원하는 것이 자신의 손으로 메츠의 레전드를 만들어 낸다는 것은 진실일 것이다. 뉴욕 메츠라는 팀이 정말로 전성기의 양키스와 같은 악의 제국이 될 수 있다면 그가 얻게 될 명예의 크기는 과연 어떨 것이며 뉴욕의 천만 시민들에게 그가 받게 될 평가는 또 어떠할 것인가.
“알겠습니다.”
조슈아 파그노만이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
다저스와 양키스 그리고 메츠.
보스턴 레드삭스와 텍사스 레인저스.
마지막으로 남은 다섯 개의 후보들이었다. 그리고 앞의 세 팀과 뒤의 두 팀 간에는 한 가지 차이가 있었다. 다름아닌 오타니 쇼헤이의 훈련 데이터가 그것이다.
“중요한 조건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 건 아니겠지만 그래도 참고할 자료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는 매우 크니까요.”
굳이 잭과 순다르의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나 역시 충분히 동의하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고작 그런 이유로 보스턴과 텍사스를 완전히 후보에서 제외하는 것도 우스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테드 박의 이야기 역시 옳았다.
솔직히 말해서 내가 기억하는 오타니 쇼헤이라면 찾아가서 좀 알려달라면 알려줄 수도 있는 인성이기도 했다.
다만 내가 기억하는 오타니 쇼헤이는 전성기가 완전히 끝나고 이제 은퇴를 코앞에 둔 2034년의 오타니 쇼헤이였고 지금의 오타니 쇼헤이는 커리어의 절정을 달리는 시기의 오타니 쇼헤이라는 차이가 있었던 만큼 그렇지 않을 가능성도 있긴 했으니 이왕이면 데이터를 챙기는 쪽이 더 확실하긴 할 것이다.
Suwon Choi(DH)
Hit : 70
Power : 80
Run : 70
Fielding : 35
Arm : 80
Suwon Choi(RHP)
Fastball : 65
Curve : 60
Slider : 40
Changup : 35
Control : 40
나의 투타에 관한 다저스의 평가였다. 그리고 그들이 나에게 어필한 조건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다저스가 투수의 왕국이라는 점. 투타에 모두 욕심이 있다면 투수로서의 기량을 끌어올리며 리그에 적응하는데 다저 스타디움만한 곳이 없을 것이라는 점이었다.
그리고 나의 기량에 대한 평가는 한 팀을 제외하고는 다른 구단들도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약간의 차이는 있었지만 대부분 투타겸업을 시도하는 데 시간 제한을 두지 않을 것이며 나의 투수 적응을 돕겠다는 것이 그 제안의 요지였다.
“실제로 오타니 쇼헤이 선수가 에인절스로 팀을 결정한 가장 결정적인 이유가 투타겸업 시도에 제한을 두지 않겠다는 조건이었으니까요.”
테드 박의 말처럼 오타니 쇼헤이가 2018년 당시 메이저리그 팀을 선택할 때 가장 중점을 뒀던 것은 투타겸업에 대한 지원 여부였다. 참고로 말하자면 당시 빌딩에 올라 ‘오타니 뉴욕 와라.’라고 소리치는 똥꼬쇼까지 펼쳤던 양키스가 서류에서 광탈했던 것도 투타겸업에 매우 회의적인 입장이었기 때문이다.
“좋습니다. 일단 그러면 각 팀들과의 미팅을 진행해보죠.”
***
캘리포니아는 언제나 그렇듯 따뜻했다.
솔직히 날씨와 환경만 생각한다면 LA 다저스만한 팀도 없다. 가장 많이 싸워야 하는 지구 팀들과의 거리도 콜로라도 로키스 정도를 제외한다면 매우 가까워서 이동 거리도 짧고 한인 타운이 가장 활성화 된 지역도 LA다. 영어를 할 줄 모른다면 다른 조건이 조금 부족해도 이 곳을 선택하는 곳이 올바른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저희는 투타겸업이 주는 매리트의 크기를 다른 어떤 팀보다 높게 평가합니다. 14번째 투수라는 것은 사실 투수로써 20이닝 정도만 소화할 수 있더라도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봅니다. 아, 물론 스완의 경우 장기적으로 충분히 선발의 한 자리를 소화할만한 재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아직 스무살 밖에 되지 않은 스완이 타자로써 지명 타자에 국한되는 부분은 유감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희 다저스에서는······.”
여러모로 나쁘지 않은 브리핑이었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나에게 우익수로서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는 점이었다. 내 팔과 주력을 생각한다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텍사스는 캘리포니아보다 조금 추웠다.
1월의 캘리포니아 한낮이 에어컨을 쎄게 튼 실내 정도의 날씨라면 텍사스는 경량패딩 정도는 입어줘야 할 날씨랄까? 게다가 여름의 경우는 캘리포니아보다 훨씬 더워서 거의 한국의 더위에 육박한다. 게다가 이동 거리도 다저스보다는 훨씬 길었다.
“오, 스완!! 반가워. 이렇게 보니까 영상으로 보던 것보다 몸이 훨씬 좋은데?”
애런 리즈.
본래 내가 알던 역사대로라면 신시내티 레즈의 프랜차이즈로 한 때는 빅 레드 머신의 재래라는 평가는 받지만 MVP는 물론이거니와 미들마켓이라는 팀 자체의 한계로 우승에는 결국 한 번도 도전해보지 못하는 비운의 선수다.
“복잡한 이야기는 사실 나도 잘 모르는 이야기라서 모르겠어. 하지만 스완 너의 플레이는 완전히 미쳤다고 생각해. 그리고 우리 레인저스는 딱 너와 같은 선수를 기다리고 있었어. 그러니까 지금 우리 팀에 네가 합류한다면 우리는 정말 전설적인 시즌들을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팀의 미래라고 평가받는 애런 리즈가 직접 나와서 구장 여기저기를 가이드하면서 나에게 적극적인 영업을 펼쳤다. 사실 구장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구장 관리인이 가이드했던 다저스 쪽이 더 정확했겠지만 성의만 따지자면 텍사스 쪽이 훨씬 성의있게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렇게 텍사스의 환대를 받은 이후 만나본 보스턴 레드삭스는 조금 실망스러웠다. 조건이야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텍사스 레인저스만한 성의를 보이기는커녕 다저스만큼의 성의도 느껴지지 않았다.
“일단 보스턴은 후보에서 지우죠.”
그리고 네 번째.
뉴욕 양키스.
뒤로 한참 후퇴한 머리를 박박 민 170 남짓의 사내가 나에게 걸어왔다. 내가 기억하고 있던 모습과는 많이 다른 매우 생생한 모습의 브라이언 캐시먼이었다.
“반갑습니다. 브라이언 캐시먼입니다.”
그는 올해로 60이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활력이 넘쳤다. 내가 기억하는 2034년의 브라이언 캐시먼이 거의 다 죽어가는 노인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참으로 믿기 힘든 모습이었다.
“우선 저희가 보냈던 스완의 현재 기량에 대한 평가는 좀 어떠셨습니까? 다른 팀들과는 조금 다르지 않던가요?”
“네, 사실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Suwon Choi(DH)
Hit : 80
Power : 75
Run : 70
Fielding : 25
Arm : 55
Suwon Choi(RHP)
Fastball : 65
Curve : 55
Slider : 35
Changup : 30
Control : 40
서류를 통과한 다섯 개 구단 가운데 나의 파워보다 컨텍을 더 높게 평가한 구단은 양키스가 유일했다.
그리고 내가 생각할 때 이건 매우 정확한 평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