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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에 갇혀 고인물-681화 (681/740)

681화 애 숨 막힐라

낙마한 사람은 어떻게 되는가.

상황마다 다르겠지만 보통은 크게 다친다.

심하면 죽기도 하고.

물론 이곳에 있는 NPC들 또한 보통 사람이 아니니 낙마한다고 죽지는 않겠지만.

“쿨럭! 크헤엑!”

관성에 따라 몇 미터나 굴러가던 털북숭이가 피를 토하며 고통을 호소한다.

가슴을 움켜쥐고 목에는 핏대가 섰다.

“네, 네놈, 무슨 짓을.”

부릅뜬 눈으로 테이준을 노려보던 녀석이 쓰러진다.

뒷말은 제대로 못 들었다.

이미 놈과 거리가 제법 멀어졌으니까.

‘옆에 있었어도 못 들었겠지만.’

미동도 없는 것이, 죽은 게 아닐까.

우리를 쫓아오던 놈들도 갑작스러운 상황에 혼란스러워하더니.

“이, 일단 대장을 챙긴다!”

“형님! 정신 좀 차려 봐요!”

이내 말고삐를 돌렸다.

우리를 잡는 것보다는 대장을 챙기는 게 먼저라는 거겠지.

“후우. 짜증 나는 놈들.”

“꽤 하네.”

“내가 좀 실력이. 뭐?”

자연스러운 손길로 비어 버린 실린더에 총알을 채워 넣던 녀석이 되물었다.

마치 숨기던 뭔가를 들킨 것 같은 표정.

이해 못 할 건 아니다.

자기 능력이 드러나는 걸 달갑게 느끼지 않을 수도 있지.

“쟤 잡은 건 네 능력이잖아?”

“탐색 계열 능력이 있나 보네. 그래, 내가 했다. 뭐.”

“잘했다고.”

누가 뭐라나.

불만스러운지 녀석이 입술을 내밀었지만 별다른 말은 없었다.

“가장 가까운 곳으로 갈 거야. 제4 안전지대.”

“안전지대가 몇 개 있지?”

“5개. 정확히 말하면 하나는 빼야 돼.”

안전지대면 안전지대지 하나는 왜 빼냐.

“거기는 군벌이나 마찬가지거든. 외부인은 아예 못 들어가. 종속 마을이라면 모를까.”

완전 폐쇄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뜻이었다.

간단히 이야기하자면.

‘군인이 아니면 진입 자체가 불가능.’

그 외에 식량이라든가 기타 물품을 만드는 건 외부 마을에 둔다고 했다.

상식적으로는 말이 안 된다.

중요한 산업 시설이나 그런 건 내부에 놔두는 게 좋으니까.

보니까 96층은 몬스터도 많고 무법자도 많다.

괜히 그러나 마을이 붕괴되면 안전지대도 덩달아 망한다는 거다.

“군대가 그곳을 지키니까. 제정신인 사람은 안 건들지. 말했잖아. 굳이 교류를 원하는 거면 안전지대까지 갈 필요는 없다고.”

“그곳에서 만나야 할 사람이 있어.”

“그럼 차라리 그 사람보고 나오라 하지? 그 편이 나을 텐데.”

틀린 말은 아니다.

단순히 냥펀과 합류하는 게 목적이었다면 그랬을지 모른다.

다만.

‘안전한 공간이 필요해.’

97층으로 넘어가기 전에 장비를 점검하는 것?

완벽하게는 아니더라도 자체적으로 할 수 있다.

상점창이 막힌 것도 아니고 포션이나 기타 물품은 내가 만들면 되니까.

원하는 건 이거.

인벤토리에 집어넣은 물건을 살폈다.

오필리아가 준 물건.

안전지대에 들어가면 확인해 보라 했다.

높은 확률로 위로 올라갔을 때 필요한 정보가 담긴 거겠지.

‘생각해 보니 오필리아도 만나야겠군.’

상위 헌터 중에 숭배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렸다.

그녀라면 뭔가 소득이 있을지 모른다.

요정 클럽과 루키 그룹 일원들도 만나서 정보를 나누는 편이 좋고.

어느덧 96층.

100층까지 남은 층은 4개밖에 남지 않았다.

그 사이에 이런 중립지대가 존재한다는 건.

‘지금까지 겪은 90층대보다도 훨씬 어렵다는 거다.’

마지막 휴식 공간.

그게 96층이 가지고 있는 의미니까.

위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는 자를 만나야 한다.

도움을 받을 수 있으면 더 좋고.

이러나저러나 한자리에 모두가 모일 필요가 있다는 건데.

‘안 나오겠지.’

나올 이유가 없다.

여기까지 왔는데 괜히 밖에 돌아다니다가 죽으면 억울하지 않겠는가.

안전한 공간은 그 자체로 큰 가치를 지닌다.

“안에 들어가야 하는 이유는 차고 넘쳐.”

“그래. 뭐. 알아서 해라.”

“너는 안전지대에 부정적인 것 같은데.”

전부터 느끼기는 했지만 이 녀석은 안전지대에 들어갈 생각이 없다.

오히려 싫어하는 기색이다.

“…나랑 안 맞아.”

“그래.”

굳이 더 캐묻지는 않았다.

개인 사정이 엮인 문제 같았으니.

녀석이 나침반을 꺼낸다.

“제4 안전지대로 가는 방법은 두 개야. 직선으로 뚫는 거랑 우회해서 돌아가는 거.”

“차이는?”

“직선으로 가면 3일. 돌아가면 14일.”

무려 5배에 가까운 시간 차이.

그만큼 직선으로 달렸을 때의 위험이 있다는 거다.

고민은 짧았다.

“직선으로.”

“후회하지 마라. 위험하면 버리고 갈 거니까.”

-파바바바박!

도마뱀의 속도가 올랐다.

* * *

테이준은 강하다.

동시에 명확한 약점이 있었으니.

-타앙!

-차르르륵.

총알을 모두 써 버린 녀석이 장전한다.

그 과정에서 생기는 공백.

짧은 순간이었지만 전투에 있어 그 정도의 시간은 충분히 위험한 수준이다.

특히나 다수를 상대할 때는 더더욱.

“저기 있다!”

“산 채로 씹어 먹어 주마, 빌어먹을 녀석!”

가장 가까운 안전지대로 가는 길.

왜 우회 경로를 알려 줬는지 알겠다.

길이 험한 것도 험한 거고.

몬스터도 심심치 않게 튀어나오는데.

“감히 우리 영역을 침범하다니!”

갱단이 존재한다.

놈들의 영역을 뚫고 지나가야 한다는 것.

나름 자기들만의 마을을 보유한 놈들이었는데 기본적으로 약탈을 본업으로 하는 이들이다.

“내가 이래서 이쪽은 오기 싫었는데!”

“말할 시간에 속도나 좀 내 봐.”

“이게 최고 속력이거든? 봉봉이 힘들어하는 거 안 보여?”

“헥헥헥.”

녀석의 말마따나 봉봉이.

그니까 녀석이 타고 다니는 도마뱀은 열심히 달리고 있었다.

더 이상은 속도를 높이고 싶어도 못 낸다.

다행인 점이 있다면 갱단이 타고 있는 것들도 그리 빠르진 않다는 것.

저게 뭐야.

‘타조?’

대충 그거 비슷하게 생겼다.

훨씬 크고 위험하게 생겼지만.

순간적인 속도는 말도 안 되는데 체력이 낮은 편.

초반에 날뛰면서 거리를 벌리니 지금은 못 따라오고 있다.

거친 욕설과 신경질적으로 쏜 화살, 볼트가 날아왔지만 유효타는 아니었다.

“하 씨. 수명 10년은 준 것 같네.”

키 작은 나무들이 우거진 곳으로 간 녀석이 바닥에 벌러덩 눕는다.

도마뱀도 목이 마른지 작은 웅덩이에 코를 박고 물을 마셔 대고.

“이런 놈들이 더 있다는 거지?”

“앞으로 2개 정도 더 있을걸. 아닐 수도 있고.”

손수건으로 땀을 닦아 낸 녀석이 수첩을 꺼내 살핀다.

“이쪽 길은 3년 만에 오는 거라, 중간에 세력이 바뀌었을 수도 있어.”

방랑자과 무법자들이 많으니 이권 다툼이 심하다는 이야기였다.

심지어 여기 있는 놈들은 약하지도 않다.

한번 제대로 붙으면 다른 한쪽은 전멸할 거다.

“갱단마다 대충 20명에서 40명 사이인가.”

“대형 갱단도 있기는 한데 보통 그렇지. 덩치가 커지면 필요한 것도 많아지니까.”

인원이 많을수록 안전해지는 건 당연하다.

제대로 된 인프라가 없어 유지를 못 할 뿐.

방금 우리를 쫓아오던 놈들도 기껏해야 30명 정도였다.

놈들의 영역을 벗어나자 더 이상의 추격도 없었고.

이렇게 통과한 갱단만 해도 벌써 4번째다.

그중에는 테이준이 모르는 조직도 있었다.

누워 있는 녀석 옆에 앉아 가만히 하늘을 올려다봤다.

요 며칠 느낀 건데.

“여기 NPC가 많네.”

NPC가 많다.

그것도 상식 이상으로.

층을 오르면서 수많은 NPC로 차 있는 곳도 지나오다.

안전지대는 말할 것도 없고 상위층으로 오르고부터는 필드도 마찬가지였다.

그와 함께 변화한 것이 있었으니.

‘상위층부터는 하나의 세계라 봐도 무방해.’

이곳의 NPC는 독자적인 세계관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었다.

그 형태가 어떻든 간에.

단순히 등반가만을 위해 준비된 미션으로서 존재하지 않았다.

그런 성향은 위로 올라갈수록 강해지고 있고 말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너무 많아.’

고작해야 안전지대는 5개.

듣자 하니 그곳의 영주권을 받을 수 있는 건.

‘안전지대마다 500명.’

편차가 있기는 하지만 평균적으로 그러하다.

다 합치면 2,500명 정도 되려나.

그 외에 안전지대를 들락거리거나 일을 하는 이들이 존재하지만.

그들이야 허용된 시간이 지나면 퇴근하듯 안전지대를 벗어난다.

500명이라는 숫자는 얼핏 보면 크지만 하나의 조직이라 생각하면 어떨까.

‘보통 고등학교 전교생이 2, 300명이니까.’

대충 고등학교 2개를 합친 정도의 수준밖에 안 된다.

거기에 모든 인프라가 몰려 있다?

“대놓고 싸우라는 건데.”

그래도 안전지대는 안전지대다.

전에 만났던 삼인방은 안전지대에 들어가려 한다.

그 방법으로 영주권을 가진 이가 밖으로 나왔을 때 습격하는 걸 선택했고.

어찌 됐든 영주권만 챙기면 그만이니까.

그거야 그렇다 치고.

“하루에도 몇 명씩이나 NPC들이 죽잖아.”

“여기서는 일상이지.”

NPC는 나름 고급 인력이다.

어느 정도 성과를 이룬 등반가만이 NPC가 될 자격을 얻으니까.

시스템도 그걸 알기에 피의 제단과 같은 장치를 이용해 부릴 수 있는 NPC를 얻으려 한다.

다르게 말하면.

‘이런 식으로 NPC를 굴리는 건 낭비 아닌가?’

이게 무슨 의미가 있다고?

이상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다.

뭔가가 있다.

그렇게밖에는 생각할 수 없었다.

이런 생각이 든 이유 중 하나는.

[냥냥펀치]: 여기 분위기가 좀 수상함

[냥냥펀치]: 좀 알아보고 옴 ㅇㅇ

냥펀의 메시지.

어제 말을 한 이후로 별다른 말이 없다.

혹시 이상한 일에 엮인 건 아닐까.

물론 냥펀인 만큼 어디 가서 당할 것 같지는 않지만 세상일은 또 모르는 법이니까.

“다 쉬었음 가자. 한곳에 오래 머물고 있는 것도 위험해.”

“안 위험한 곳이 없군.”

“안전지대라고 다를 것 같아?”

“뭐?”

뼈가 담긴 말.

“넌 다를지도 모르겠네. 대단한 등반가시니까.”

나를 살갑게 대하지 않는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지금은 좀 과하다.

투정보다는 빈정거림에 가까운 말이었으니.

“나한테 불만이라도 있냐?”

“없어. 어차피 며칠 있으면 볼 사이도 아닌데.”

괜히 긁어 부스럼 만들 필요는 없다.

그냥 성격이 꼬였구나 하면 그만이다.

그만이기는 한데.

‘살짝 걸린단 말이지.’

전부터 느낀 건데 말이야.

이 녀석, 안전지대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다.

단순히 어디서 주워들은 수준이 아니다.

각 안전지대에 대한 정보와 구성 인원, 영주권자 수.

군벌에 속하는 이들과 안전지대에 종속된 마을 등등.

거기에 안전지대에 대한 불신과 분노.

그 대상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안전지대 출신 같은데?’

그런 생각이 들었다.

“가자. 이제 진짜 얼마 안 걸리니까.”

휴식을 마치고 다시금 출발했다.

대화는 없었다.

어색한 기류만 가득한 채 운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갱단과 마주치는 일도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우욱. 냄새.”

“이미 한바탕 했군.”

우리가 가는 길에 있어야 할 갱단은 이미 토벌당했으니까.

몬스터의 공격을 받은 게 아니다.

남은 흔적을 봤을 때 다른 사람들이 공격한 거다.

결과는 참혹했다.

제대로 수습도 안 해 놨다.

오히려 장대에 목을 달아 경고하듯 세워 놨지.

이곳에 오지 마라.

오는 이들은 죽는다.

높게 솟은 장대 사이에서는 깃발이 바람을 받아 나부끼고 있었으니.

“…피스 랜드. 제3 안전지대의 깃발이야.”

그것참, 이름값 못 하는 곳이네.

시답잖은 생각을 하고 있는 찰나.

“음?”

녀석의 변화를 눈치챘다.

눈에 띄게 안색이 어두워진 녀석이 손을 떨고 있다.

내가 공감 능력이 뛰어난 건 아니지만 지금 녀석이 느끼고 있는 감정은 확실히 알겠다.

공포.

‘그리고 분노.’

잠깐만.

그런데 이 녀석.

“우리 제4 안전지대로 가고 있던 것 아니었나?”

분명 제3 안전지대가 아니라 제4 안전지대로 가고 있었다.

근데 왜 저게 저기 있어.

따지고 보면 두 안전지대는 서로 떨어져 있을 텐데.

왜 남의 앞마당에 깃발을.

“설마.”

“피, 피해야 돼. 놈들이 진출한 거야. 드디어 미쳐서 밖으로 나온 거라고!”

내가 뭐라 하기도 전에 녀석이 팔을 잡아끌었다.

다급함이 느껴지는 손길에 나 역시 더 말하지 않고 자리를 피하려 했으나.

“발견! 맞습니다!”

“설마설마했지만 진짜였을 줄이야.”

일단의 무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한두 명이 아니다.

지금까지 만났던 갱과도 다르다.

제대로 된 장비를 착용한 병력이었다.

눈에 보인 이들만 20명이 넘었고 그 뒤로 넓게 퍼져 있는 이들까지 합친다면.

‘최소 50명.’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다.

심지어 이곳은 놈들의 본거지도 아니다.

빠르게 놈들의 옷차림을 살폈다.

통일성 있지는 않았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스카프처럼 두른 천.

그곳에 그려져 있는 문양은.

‘피스 랜드.’

이곳을 쓸어버린 안전지대 세력의 심볼이었다.

완벽히 포위당한 상황.

“이야. 오랜만입니다, 도련님?”

병사들이 양옆으로 갈라지며 한 사내가 걸어왔다.

장교처럼 투구에 깃털로 만든 장식을 단 녀석.

어디서 놀고 있었는지 손톱을 다듬고 있었다.

“바깥 놀이는 재밌으셨습니까. 이만하면 충분히 즐기셨을 것 같은데.”

후우.

손톱을 분 녀석이 턱짓한다.

“그만 들어가시지요. 아버님께서도 보고 싶어 하지 않겠습니까.”

녀석의 입꼬리가 올라간다.

비웃음. 혹은 도발.

그의 도발에 맞춰 병사들이 한 발 앞으로 다가온다.

“배신자가 입을 함부로 놀리는구나.”

얼굴을 구긴 테이준이 총을 뽑는다.

녀석의 능력을 알고 있는지 장교가 병사들 뒤로 몸을 숨긴다.

“도련님 모셔라.”

“네!”

병사들이 포위망을 좁혀 온다.

“하아.”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걸로 테이준이 안전지대 출신이라는 건 기정사실.

본의 아니게 일에 휘말린 것 같다.

분위기로 봤을 때 호의랑은 거리가 멀고.

“야.”

“뭐.”

“내가 도와주면 너도 나 도와줄래?”

딜을 걸었다.

빠르게 주변을 살피던 테이준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럼.

“잠깐 들어가 있어.”

걸리적거리니까.

“어? 야아아아아!”

[디그(S) Lv.MAX]

[디그(S) Lv.MAX]

[디그(S) Lv.MAX]

.

.

.

빠르게 땅속으로 떨어지는 녀석을 무시하고 땅을 덮었다.

그래도 10분 정도는 숨 참고 있겠지?

초인이니까 20분도 너끈할지 모르겠다.

아무튼.

“빨리 덤벼. 애 숨 막힐라.”

놈들을 향해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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