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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에 갇혀 고인물-660화 (660/740)

660화 아군 추가

나를 보며 개떼같이 달려드는 놈들.

그들의 눈에 나는 황금 고블린이나 다를 바 없다.

그냥 죽이기만 하더라도 생존율이 폭등한다.

만약 나를 잡고 하다가 미납금보다 많이 시스템에 지급했다?

‘그럼 겸사겸사 돈도 버는 거고.’

한마디로 개꿀이라는 뜻이다.

그러니 실력 격차가 있다는 걸 알면서도 덤벼드는 거지.

이곳에 어떤 이유로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남한테 칼을 겨눈 시점에서 다 끝났지.”

누군가를 죽이려 한다면 본인도 죽을 각오를 하라.

원한이든 은혜든 반드시 갚는다.

이게 지금까지 나를 이끈 신념이었으니.

-촤아아악!

앞서 덤벼드는 놈의 목을 베면서도 호흡 하나 흐트러지지 않았다.

그저 다른 놈이 어디서 달려들지 주시할 뿐.

놈들이 일제히 스킬을 사용한다.

공격 스킬은 물론이고 저주와 디버프 마법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계속 움직여! 중첩되면 약한 것도 위험해져!”

“그렇긴 하지.”

나와 동맹을 맺은 초코쪼코도 부지런히 움직이며 공격하고 있다.

사실 다른 상품들도 그렇지만 초코쪼코도 의식하고 있었다.

동맹을 파기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으니까.

물론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없다.

돕는 척하다가 중요한 시점에 뒤통수를 칠 수도 있는 노릇이니.

겸사겸사 어떤 식으로 싸우는지도 확인해 보려 했고.

[대지 강타(SSS) Lv.6]

-콰아아아아앙!

어느새 생겨난 전투 망치를 쥔 녀석이 그대로 땅을 가격했다.

땅이 폭발하듯 비산한다.

광범위 공격 중 하나.

충격파에 온몸이 찢기는 자도 있었고, 날아드는 파편에 처맞고 쓰러지는 이도 있다.

저 스킬이 좋은 게, 파편이 날아가는 것까지 스킬 판정이다.

원래 등급이 B급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SSS급까지 올린 걸 보면 메인 스킬 중 하나가 분명했다.

내가 사용하는 파이어 밤이 B등급부터 시작했던 것처럼.

-뻐어어억!

“키합!”

이어서 망치를 횡으로 힘차게 돌리자 얼떨결에 맞은 놈이 포탄처럼 날아간다.

“나이스 샷!”

힘이 굉장하다.

어떤 식으로 싸우나 했더니만 꽤나 터프한 방법을 쓴다.

양손 망치를 써서 방어에는 좀 취약할 것도 같았으나.

“흡!”

-카아아아앙!

그에 대한 대비책도 마련되어 있었다.

은신 계열인 놈이 기습적으로 등에 칼을 꽂으려 했지만 저지당한다.

순간적으로 허공에 나타난 반투명한 막.

그와 동시에 녀석의 옷이 살짝 빛난다.

옷 자체에 뭐가 있다기보다는.

[현무 각인(SSS)]

-문신형 아티팩트.

-최고의 방어는 방어!

-물리 공격에 강한 반발력을 가집니다.

저거다.

문신형 아티팩트.

입수하기가 미친 듯이 어려워서 그렇지, 있으면 상당히 좋다.

일단 방어구와 달리 무게가 나가지 않으니까.

칼을 찔러 넣었던 녀석이 되레 칼을 놓치며 손목을 움켜잡는 걸 보니 어지간한 공격은 뚫리지도 않을 것 같다.

재빠르게 전장을 누비며 망치를 휘두르는 게, 재빠른 전차를 보는 기분.

“민첩 망치 전사라. 이건 또 뭔 조합이야.”

어이가 없었지만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었다.

어찌 됐든 내게는 강력한 아군이라는 뜻.

대인전, 그것도 다수를 상대하는 데 장점을 가지고 있다.

나도 마찬가지.

[파이어 밤(SSS) Lv.8]

-쿠콰아아아앙!

조준할 필요도 없다.

이미 나를 둘러싸고 있는 놈이 한 트럭이니.

거대한 폭발에 휘말리는 놈들을 향해 돌진하며 스킬을 사용했다.

[잊혀지지 않는 창기사(SSS) Lv.7]

“끼에에…….”

“조용히 안 울어도 돼. 전투다!”

“끼에에에에엑!”

전투라는 말에 힘차게 비명을 지르는 녀석.

놈의 모습은 크게 달라졌다.

망령이 기본인 건 변함이 없었으나 무기부터 흉갑까지 싹 다 새로 맞췄다.

[드라코 헤드본(S)]

-용종의 머리뼈를 가공해 만든 투구.

-강력한 마법 저항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냄새가 좀 납니다!

[역관절 외갑(SS)]

-충인종의 외갑으로 만든 갑옷.

-매우 유연하고 튼튼합니다!

-그런데 관절이 역순이네요?

-아주… 좀 많이? 유연한 사람만 입을 수 있습니다!

그것도 최소 S급부터.

퍼스트 몬스터를 잡으며 얻은 부산물과 암흑 속성 재료를 듬뿍 넣었고.

[드래고니안 스피릿(SSS)]

-에이션트 몬스터의 부산물로 만든 창!

-창날에 혼돈이 깃들어 있습니다!

-각성한 에이션트 몬스터의 기운이 담겨 업그레이드됐습니다!

무기인 창에는 혼돈까지 집어넣었다.

내가 직접 제작하며 넣은 것도 있고 최초의 드래고니안의 부산물은 그 자체로 혼돈을 가지고 있었다.

각성까지 한 녀석이라 그런지 스펙도 뻥튀기된 상태.

아직 내가 SSS급을 만들 수준은 아니었지만 재료빨로 가능했다.

만들고 보니 살짝 탐났지만 망구가 쓰는 게 맞았다.

‘뭐, 같은 등급인 물건이라도 격차가 제법 나기도 하고.’

나야 SSS급 무구가 이미 충분히 많다.

아무튼.

지금의 망구는 그냥 망구가 아니다.

“가랏! 슈퍼 망구!”

“끼엑! 끼엑!”

어지간한 놈은 도륙을 내 버릴 수 있는 슈퍼 망구다.

맹렬한 기세로 돌격한 녀석이 창을 휘두른다.

다른 건 몰라도 창을 쓰는 실력만큼은 나보다 뛰어난 놈이다.

거기에 무기까지 갖춰졌다?

“크하아아악!”

“이건 또 뭐야!”

“모, 몬스터? 몬스터가 왜 여기 있냐고!”

“끼아아아---!”

그동안의 울분을 쏟아 내기라도 하듯 창을 휘두르며 적진을 헤집는다.

덕춘이 또한 가만있지 않았다.

요리조리 발밑을 뛰어다니며 혓바닥 한 번 할짝거려 주면.

“끄아아악!”

“내 다리!”

놈들의 연약한 다리 정도는 쉽게 분질러졌다.

사람 2명. 개구리 하나. 망령 하나.

이 정도면 괜찮은 전력이지.

-스르르륵.

[피의 무게가 더해집니다.]

저 멀리, 저울이 조금씩 움직인다.

미납금 쪽으로 기울었던 저울이 살짝 올라갔다.

죽은 이들에게서 흘러나온 가치가 저울 위로 더해지고 있는 것.

저렇게 눈으로 보이게 해 놓으니 소름 돋네.

[오로라 빔(SSS) Lv.2]

-찌유우우우웅!

정면에 있던 놈을 오로라 빔으로 처리하고 뒤로 한 발 물러섰다.

무작정 덤비던 놈들은 얼추 정리했다.

문제는 지금부터.

“얕보면 안 돼. 가격이 적게 붙긴 했지만 그건 다른 물건을 다 뺏겨서 그런 걸 수도 있으니까.”

“나도 알지.”

초코쪼코의 말대로다.

내가 유독 높은 감정가를 받은 이유는 별거 없다.

보유하고 있는 권능과 칭호도 그렇지만.

‘난 대부분의 물건을 다 가지고 다니니까.’

애초에 상점창이 안 열릴 때를 대비해서 식량과 재료들을 아공간 아이템에 넣고 다닌다.

거기에 혼돈 수치가 높아서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많이 붙은 것.

반면에 저놈들은 인벤토리에 넣어 둔 것 말고는 다 뺏긴 놈들이다.

봐라.

처음에는 빈털터리였던 놈들이 지금은 무장을 제대로 하지 않는가.

진짜 중요한 건 인벤토리에 넣어 둔 거다.

그건 뺏을 수 없으니까.

여전히 숫자는 수백 단위.

“비싼 놈도 제법 있군.”

천만 단위에 달하는 놈들도 있다.

억 단위는 아니지만 충분히 위험한 대상이라는 것.

그나마 다행인 게 있다면.

‘시간이 거의 끝났어.’

1차 징수라고 했던가.

남은 시간이 대략 2시간.

10시간을 내리 싸웠다.

짜증 나게도 적들의 인원이 훨씬 많아 번갈아 휴식하며 싸우는 데 반해, 우리는 조금도 쉬지 못했다는 것.

체력이 빠르게 깎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무엇보다 신경 쓰이는 건 저것.

‘1차 징수라는 건 2차 징수도 존재한다는 거야.’

그때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다.

초코쪼코라면 알지도 모르겠지만 한가롭게 그런 걸 묻고 있을 타이밍은 아니었으니.

“아직 체력에 여유 있지?”

“이 정도는 괜찮지.”

오케이.

일단 아직은 멀쩡한 상태.

다만 앞으로를 위해서라도 보험을 들어 놔야겠다.

“그럼 잠깐만 혼자 싸우고 있어 봐.”

“어? 아니, 야! 그건 아니지!”

“둘이 도와줄 거야!”

초코쪼코가 뭐라 하기도 전에 발을 박찼다.

이곳이 처음인 만큼 가능한 안전한 방법을 사용할 예정.

안 그래도 눈여겨보고 있던 놈이 있다.

대부분 우리를 잡으려고 했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다.

안쪽에서 서로 싸우기도 했고 중립을 유지한 놈들도 있다.

그리고 저 녀석.

[트랄로우 바르칸]

-95층의 NPC.

-지하 투기장을 무너트린 자!

-부촌의 고위 관료를 죽인 현상 수배범이죠!

처음부터 눈에 띄었던 쇳덩이에 온몸이 구속된 녀석.

이제 보니 단순한 철이 아니다.

프램버그에서 사용하는 거인용 장비를 만들 때 쓰는 특수 합금이지.

아무리 힘이 세도 차렷 자세에서 몸을 감싸고 있는 폭 4m짜리 쇳덩이를 부수는 건 힘들 터.

그런 상태에서도 놈의 주변에는 시체가 널브러져 있었다.

‘나와 초코쪼코를 제외하면 가장 감정가가 높은 놈이고.’

망설임 없이 놈에게 다가갔다.

뒤에서 초코쪼코가 욕을 하는 소리가 들렸지만 지금은 이쪽을 확인할 차례였다.

“이봐, 함께한다면 그걸 풀어 주지.”

다른 말 할 시간이 없다.

바로 본론을 꺼냈고.

잠시 날 응시하던 녀석이 입을 열었다.

“내가 왜 그래야 하지?”

“안 그러면 널 저기다 던져 버릴 거니까.”

다른 놈들이 있는 곳을 가리켰다.

놈을 설득하는 건 선택지에 없었다.

함께하냐 마냐.

선택지는 2개뿐이다.

“흐흐. 할 수는 있나?”

그 자리에 가만히 있었음에도 열댓 명을 쓰러트린 놈이다.

나름 실력에 자신 있다는 거겠지.

본인도 1억에 가까운 강자이기도 하고.

뭐, 싫으면 말고.

이 녀석 말고도 중립을 유지하고 있는 녀석은 더 있으니까.

망설임 없이 놈을 향해 걸어갔다.

[칭호, 동족상잔이 번뜩입니다!]

[이지 상실(SSS) Lv.3]

[살육본능(SS) Lv.MAX]

[한 걸음이 천릿길(S) Lv.MAX]

놈의 칭호와 스킬이 발동되었다.

순간적으로 치솟는 인간혐오.

동시에 머리가 살짝 멍해지며 공격적인 성향이 떠오른다.

심지어 놈을 향해 걸어가는 속도가 대폭 늦어졌다.

한마디로.

‘자신에게는 오지 못하게 만들면서 서로 싸우게 했다는 거군.’

그 능력 덕에 지금까지 살아남은 것일 테고.

그런데 어쩌나.

[정신 보호(SSS) Lv.MAX]

“할 수 있는 건 다 했나?”

“어, 어떻게!”

뭘 어떻게야.

난 정신 공격에 면역이니까 그렇지.

녀석이 당황하며 뭔가 말하려 했지만 됐다.

“대화는 나중에 하는 게 좋겠어.”

자기 입장을 분명히 알게 해 주는 게 먼저인 것 같으니까.

녀석에게 접근하기가 힘들다?

그럼 뭐, 안 다가가면 되지.

가볍게 땅을 밟았다.

[어스 월(S) Lv.MAX]

-쿠구구궁.

-푸화아아앗!

“으아아아! 미친놈아!”

녀석이 있던 자리에서 흙벽이 치솟으며 놈을 날려 버린다.

목적지는 적들 한가운데.

-빠드드득!

“끄아아아악!”

“이 새낀 또 어디서 나타난 거야!”

운 없는 몇 놈이 쇳덩이에 찌부러지는 소리가 들린다.

죽기 싫으면 열심히 능력을 써야 할 거다.

“그러게 말로 했을 때 들으면 편했잖아.”

꼭 강제로 시켜야 말을 들어요.

1차 목표는 달성했으니 초코쪼코를 도우러 가 보자.

그래도 그냥 가면 좀 심심하니까.

[땅굴 이동(S) Lv.MAX]

-구드드드득.

어스 월로 놈들의 시야가 가려진 걸 이용해 땅굴 이동을 사용했다.

그냥 이동만 한 건 아니다.

가는 길에 앙증맞고 귀여운 시한폭탄을 뿌리면서 갔지.

한 바퀴 신나게 돌고 위로 올라온 난 초코쪼코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혹시 무지개 좋아하나?”

“어? 그게 갑자기 뭔.”

“좋아하게 될 거야.”

꽤 인상 깊을 테니까.

[무지개다리(S)]

-촤아아아악!

덕춘이와 망구를 챙기는 것과 동시에 천장을 향해 무지개다리를 사용했다.

어둡고 붉은 공간 안, 찬란히 빛나는 무지개.

순간 위로 뻗은 우리를 보며 적들이 무기를 세웠으나 곧 내려놓게 될 거다.

[시한폭탄(SSS) Lv.1]

[시한폭탄(SSS) Lv.1]

[스킬 레벨 업!]

[시한폭탄(SSS) Lv.2]

.

.

.

-쿠구구구.

-쿠와아아아아앙!

일제히 폭발하는 시한폭탄.

땅굴 이동으로 약해진 지반이 무너지며 붉은 불길이 치솟는다.

뜨거운 열기와 함께 올라오는 바람.

머리카락이 거꾸로 솟을 정도의 충격파.

그 와중에도 굳건한 무지개다리 위에서 잠시 그 광경을 구경했다.

어디 미사일 폭격이라도 당하면 이런 광경이려나.

모르겠다. 직접 당해 본 적이 없어서.

-드드드드.

이내 폭발이 잦아들고 확연하게 사람이 줄어든 땅바닥에 착지했다.

이걸 땅바닥이라고 해야 할지 돌무덤이라 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살아 있었군.”

난 석면 한구석에 처박힌 트랄로우에게 다가갔다.

온몸을 구속하고 있던 쇳덩이는 부서진 지 오래.

피 섞인 침을 뱉은 녀석이 나를 올려다본다.

부촌까지 침입했던 현상 수배범이라.

피의 제단 때문이 아니더라도 좀 알아볼 필요가 있는 친구였다.

깊은 친애를 담아 녀석에게 손을 내밀었다.

“함께할 거지?”

“…사실 그러고 싶었다.”

역시 진심은 통하는 법.

아군이 한 명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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