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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에 갇혀 고인물-609화 (609/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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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왕성이 분주해졌다. 플레이어들이 들어온 스테이지가 많은 만큼 떠오른 홀로그램도 십여 개.

그 안에서 구르고 있는 이들의 비명 소리가 서라운드로 펼쳐진다.

액션 영화와 공포 영화를 동시에 여러 개 틀어 놓은 듯한 소란이었지만 이쪽도 만만치 않게 정신없었다.

“8번 스테이지 상황 종료! 생존자 없습니다!”

“4번 스테이지 생존자 확인했어! 7명 중 3명 생존.”

“12번 스테이지에서 귀환 스크롤을 사용한 자가 4명 있습니다, 주군.”

“9번도 끝났다. 전멸이다. 공명에 버티는 무기가 있구나. 따로 처리를 한 건지 확인해 봐야겠어.”

자칭 4천왕이 각각 스테이지 상황을 말한다. 나 역시 마찬가지. 빠르게 들려오는 보고를 취합해 정리하고 있었다.

“이변을 느낀 플레이어들이 빠져나가고 있습니다.”

“위로 올라가는 사람 없는데? 클리어한 애들도 다 나가는 중.”

하나둘 꺼지는 홀로그램 창. 이내 마지막으로 분투하던 13번 스테이지의 플레이어들이 전멸하는 것으로 모든 스테이지가 종료되었다.

잠시 찾아온 정적.

“끝, 끝났나?”

“상황 마무리됐습니다!”

“와아아아아!”

환호와 함께 작전이 종료되었다. 예상한 것 이상의 성과에 다들 들뜬 분위기.

나 역시 작게 박수를 치며 모두에게 수고했다는 말을 전했다.

“이번 스테이지 진입 인원 총 1,058명. 그중 탈락자 704명. 생존자 128명. 귀환 스크롤 사용자 226명. 완승이다.”

정리된 내용을 밝혔다.

기존 예정보다 빠르게 작전을 실행시켰기에 스테이지에 진입한 인원은 계획했던 것보다 적었지만 탈락자가 많았다.

생존자 128명. 거기에 스크롤을 사용한 자를 합쳐 봤자…….

“고작해야 30퍼센트 정도만 살아남았다는 뜻이지.”

이번 작전의 목표는 충분히 달성했다.

가능한 많은 플레이어를 이번 게임에서 제외시키고, 보유하고 있는 귀환 스크롤을 소비시킨다.

그동안 스테이지에 도전하다 죽은 이들과 이번 작전에 걸려든 이들까지 제외하면.

‘남은 플레이어는 이제 절반 정도. 귀환 스크롤을 가지고 있는 인원은 많아 봐야 반의반도 안 된다.’

스테이지 공략은 기본적으로 수많은 도전이 필요하다. 앞에 뭐가 있을지 모르는 만큼 시행착오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뜻.

그렇기에 선발대로 덤벼든 이들이 클리어해 가며 공략법을 전파해야만 후발대들이 안전히 진입할 수 있다.

그런 선발대의 숫자 자체를 줄여 버리면?

“놈들은 더 이상 무작정 덤벼올 수 없지.”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 있느냐? 그건 또 아니다.

플레이어들이 오지 않으면 그동안 난 더 많은 개척지를 만들어 낼 것이고, 그들이 해결해 나가야 할 스테이지는 늘어날 테니까.

이번 작전을 통해 시간에 따른 우위를 가지고 온 것이다.

그동안 놈들이 언제 덤벼올지 몰라 전전긍긍했다. 마왕성을 성장시킬 골드는 부족하고, 강력한 몬스터를 구하기도 쉽지 않았으니까.

게다가 플레이어들이 성장하는 속도가 빨라 그에 대응할 장비와 대팬스 장치를 구하는 것도 빠듯할 지경이었다.

특히나 시간이 지날수록 플레이어들은 더 강해진다. 심지어 성장 가능성이 몬스터보다 높다. 후반으로 갈수록 힘든 건 나라는 뜻이었지만.

‘이제는 달라.’

이 순간부터는 되려 녀석들이 시간에 쫓길 거다.

밖에 유적과 던전 같은 특수한 성장 수단이 있는 건 안다. 그런데 뭐? 그건 어디까지나 소수의 인원만 사용할 수 있다.

성장을 위해서는 어차피 침공을 해야 한다. 그럴 필요가 없었다면 애초에 침공이라는 게 있을 필요가 없을 테니 당연한 일이었다.

스테이지 공략에 대한 부담감. 점점 영역을 넓히는 나. 절반도 되지 않을 플레이어.

“놈들은 속공해 올 거야. 심리적으로 압박감이 있을 테니까.”

“옳은 판단이군, 마왕.”

내 판단이 정답이라는 듯 회의실 구석에서 가르티가 모습을 드러냈다.

도서관이 개방된 이후, 나 외에는 얼굴을 비추지 않았던 터라 다들 놀란 얼굴을 한다.

“마왕?”

“아니지. 전대 마왕이지.”

“허허. 이렇게 보니 느낌이 색다르군, 가르티.”

저마다 아는 체를 한다.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녀석이 내게 서류를 넘긴다.

“네가 찾던 플레이어들의 행방과 예상 성장 폭, 획득했을 아이템 목록이다.”

“고맙군. 확인해 볼게.”

보고서를 쓰느라 여태 보이지 않았던 모양.

짧은 시간에 썼다기에는 두께가 좀 있었다. 빠르게 훑어보았음에도 정리가 잘 되어 있는 것이 한두 번 써 본 솜씨가 아니다.

다만…….

“이거 진짜인가?”

“놈들이 진입한 유적을 알아냈으니 확실하다.”

“침공 말고 여기에 집중한 이유가 있었군.”

그 내용을 보자 미간이 절로 찌푸려졌다.

화무선과 요정 클럽 일당이 들어간 것으로 보이는 유적, 기간토 마타타. 그곳을 클리어하고 나왔을 시 예상되는 그들의 평균 레벨은.

‘37레벨 정도.’

가파른 상승률이다. 당장 이번 침공에서 가장 선두에 있던 이들의 평균 레벨이 26 정도다.

37레벨이면 탈모맨보다 높은 수치기는 한데.

‘탈모맨도 놈들이 유적을 클리어하는 동안 레벨을 더 올릴 수 있으니 비슷하다고 봐야 하나.’

결과적으로 보면 비슷할 거 같기도 하다.

중요한 건 이거지. 37레벨이면 3성급 몬스터보다 높은 수준. 장비를 장착시키고 각성이나 디펜스 장비 같은 걸 준비하지 않는다면 쓸릴 게 분명했다.

당장 40레벨이 되면 플레이어들도 변화가 생긴다고 들었다.

“축복.”

“맞다. 그들은 빠르게 축복을 받으려 하고 있지.”

40레벨이면 4성급인 히메룬과 다른 녀석들과 동급이라고 봐야 한다.

이유는 하나. 40레벨 때 받을 수 있는 축복 때문.

일종의 버프라고 보면 됐는데, 게임이 종료되거나 죽기 전까지 지속되는 개사기 버프였다.

받는 것만으로도 능력치가 오르는.

“축복은 한정되어 있다. 먼저 40레벨에 도달할수록 더 좋은 축복을 받을 수 있지.”

“종류를 아나?”

“3등까지는. 그 뒤는 별 신경 쓰지 않는다. 기껏해야 공격력이나 방어력 일부가 좀 더 올라가는 형식이니.”

다르게 말하면 1등부터 3등까지는 단순 능력치 강화가 아닌 뭔가가 있다는 뜻이었다.

가르티가 설명한 내용은 이랬다.

3등 버프-쓰러지지 않는 자.

모든 대미지의 40퍼센트 회복.

“누군가를 공격할수록 피가 차는 거지. 방어에 취약한 딜러 포지션도 이게 있으면 좀비처럼 회복해서 달려든다네.”

게임에서 나오는 피흡 같은 개념.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대미지의 40퍼센트는 너무한 거 아닌가.

다수의 적을 향해 광범위한 공격을 하는 사람도, 단일 대상에게 강력한 공격을 하는 사람도 잘 어울리는 축복.

그나마 탱커가 가지고 있으면 효율이 떨어질 거 같다.

2등 버프-평화의 상징.

“있는 것만으로도 본인 포함 일대에 회복 효과와 버프를 준다. 스테이지는 갈수록 길어져. 이 능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는 명확하지.”

“장기전 특화 능력이군.”

스테이지 공략에 맞춰 만들어진 듯한 축복.

따로 뭔가를 하지 않아도 살아 숨쉬기만 하면 회복과 버프를 준다?

존재 자체로 영입 1순위다. 3등이 홀로 살아남는 형식이라면 2등은 모두와 함께 살아남는 방식.

전투를 벌인다면 가장 먼저 처리해야 할 적이기도 하다.

2등이 이 모양이면 1등은 대체?

“가장 먼저 축복을 받는 자는 회복 능력이라든가 버프와 같은 건 없다. 다만 한 가지 권한을 가지게 되지.”

1등 버프.

“전략적 후퇴.”

가르티가 뾰족한 턱을 쓸어내린다.

“마왕의 영역에 내에서 클리어하지 않아도 인류 측으로 탈출할 수 있는 권한이다. 귀환 스크롤과 비슷하지. 대신 하루에 한 번만.”

“그건 좀 너무한데?”

사실상 무한 사용이 가능한 귀환서를 가지고 있다는 거랑 비슷하다는 뜻 아닌가.

내가 가장 경계한 것 중 하나가 귀환서의 유무였는데.

이론상 스테이지마다 귀환서를 통해 공략법을 알아내게 된다면 1,000 스테이지를 만들어도 뚫을 수가 있었다.

실제로는 그 과정에서 귀환서를 쓰기도 전에 죽는 경우가 허다하겠지만, 당장 이번에 탈락한 이들 중에서도 귀환서를 가지고 있음에도 죽은 이들이 있을 거다.

그렇다 하더라도.

‘스펙이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죽기 전 시간을 벌 가능성이 커.’

의도한 바가 느껴졌다.

결국에 이 게임은 마왕과 원정대의 전투를 유도한다.

기회를 주는 거다. 온갖 역경을 뚫고 마왕성에 이를 수 있는 기회를.

여기만 해도 신경 쓸 게 한두 가지가 아니건만.

보고서 맨 아래.

‘침공 장비.’

놈들이 유적을 클리어함으로써 얻게 될 물건이 상당히 거슬렸다.

내게 디팬스 장비가 있듯이 플레이어 측에는 침공을 위한 장비가 마련되어 있었으니.

“…타이탄 골렘.”

“수성 무기가 있다면 공성 무기도 있는 법이지.”

단순히 말하면 커다란 골렘이었다.

내가 준비한 함정을 부숴 버릴 단단하고 무식한 골렘.

기관총도 통하지 않고, 깊게 판 해자도 넘어올 것이며, 마왕성을 감싸고 있는 성벽을 무너트릴 플레이어의 전략 병기였다.

비장의 한 수를 준비한 건 우리뿐만이 아니었다.

그런 내게 떠오르는 알림.

[정산이 완료되었습니다.]

[수많은 플레이어를 쓰러트리는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21,080골드를 획득합니다!]

[장비를 획득합니다! (상세 내역 확인)]

[진화석을 획득합니다! (상세 내역 확인)]

[불의 구를 획득합니다!]

.

.

.

침공 방어 성공 보상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워낙 많은 수의 플레이어를 잡았기 때문인지 시간이 좀 걸렸다.

찝찝한 소식만 아니었다면 순수하게 기뻐했을 텐데.

조금은 차분해진 기분으로 보상 목록을 살폈고.

“이건?”

이내 마지막에 떠오르는 보상에 구겼던 표정을 풀었다.

[인류 측에 막대한 피해를 입혔습니다.]

[모두가 마왕의 존재를 경계합니다.]

[새로운 기능 하나를 추가할 수 있습니다.]

새롭게 생겨난 기능.

마왕의 영향력이 일정 수치를 넘어서야만 개방되는 기능인 것으로 보였는데 내게 선택권이 있는 듯했다.

[추가 가능 기능 목록]

-움직이는 마왕성

-언데드 강림

-개척지 테라포밍

-왕위 계승

-거점 진지

-침공 역전 세계

-필드 몬스터 마수화

-대재앙

.

.

.

다양한 종류의 기능들이 떠오른다.

움직이는 마왕성이야 말 그대로 마왕성 전체를 움직이는 것이고.

언데드 강림은…….

“죽은 인류 측 인원을 언데드로 부활시키기.”

이건 좀 끌린다.

스테이지 곳곳에 죽은 플레이어들을 다시 일으킨다는 건 오늘 있었던 작전을 한 번 더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이었으니까.

개척지 테라포밍은 개척한 곳의 환경을 내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것이고.

이걸 활용하면 흡혈충과 괴목 생산을 늘리는 건 물론이고, 진화석이나 마광석이 나오는 광산을 임의로 만들 수도 있다.

하나같이 강력한 기능들.

“그래. 이래야지.”

플레이어 측에서 축복을 받는 이들이 등장하려는 타이밍. 나도 이런 게 있어야 할 맛이 나지 않겠는가.

마왕성을 강화하고 우세해진 전황을 확고히 할 수 있는 방법이 다양하게 떠오른다.

우선은 확인부터.

난 천천히 목록에 있는 기능들을 살폈고.

“저거 저거! 침공 역전 세계! 저거면 이제 우리가 침공할 수 있다고!”

“개척지 테라포밍이 낫지 않겠나? 더 이상 저들은 우리가 공급한 장비를 쓰지 않을 걸세. 자체적으로 정비할 자원이 필요해.”

“전 거점 진지를 세워 인류 측에 마왕의 영역을 하나 마련해 두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주군.”

간부들 역시 저마다 쓰임새 있어 보이는 기능들을 추천했다.

톡. 톡. 손가락을 두드리며 집중했다.

솔깃하지 않은 제안이 없는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을 찾자.

“결정했다.”

모두의 시선이 집중된 가운데, 난 선택을 마쳤고.

“출정 준비를 해라.”

동시에 다음 작전을 시행하기로 마음 먹었다.

퍼즐이 맞춰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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