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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에 갇혀 고인물-597화 (597/740)

597화 첫 침공

타이쿤 게임이란 무엇인가.

각종 재화를 수급하여 보다 많은 기능을 얻고, 그 기능으로 더 많은 재화를 벌어들여 성장에 성장을 거듭하는 것이었다.

현재까지 적의 침입이 확인되지 않은 시점, 난 타이쿤 게임을 하듯 마왕성의 기능 개방과 영역 확장, 식량 수급을 우선시했으니.

[토끼 동산에 임프 농장을 설치합니다.]

[꾸물거리는 늪의 탐사도가 100퍼센트에 도달했습니다!]

[각각 조각산의 탐사를 시작합니다.]

[첨탑(기능)이 개방되었습니다.]

.

.

.

현재까지 4개의 개척지를 확보할 수 있었고, 개척지를 중심으로 새롭게 나타난 미개척지 탐사도 진행할 수 있었다.

거기에 더불어 임프 농장까지 개설되었으니.

“농!”

“사!”

“농!”

“사!”

내 허리까지 오는 임프들이 농장에서 나와 일을 하기 시작했다.

말하는 것이 지능은 좀 낮은 거 같았지만 농사만 잘 지으면 되지.

이걸로 식량 수급은 조금이나마 나아지지 않을까 싶다.

어째서 히메룬이 먹을 것에 집착했는지도 알겠고.

“공복도가 있을 줄이야.”

생각보다 관리할 것이 많았다.

각 몬스터의 컨디션도 그렇지만 식량이라는 부분이 있었으니까.

저게 일정 수치 아래로 떨어지면 공복도가 낮아지는데 그럼 활동 능력에 제한이 걸린다.

단순히 생각해도 밥 못 먹고 다니면 힘이 빠지지 않던가.

개인이라면 나만 신경 쓰면 됐지만 이놈들은 내가 책임져야 했다. 노동력이 있기는 하지만 자체적으로 식량을 만들어 내지는 못해서.

[임프 농장의 세금을 책정해 주세요.]

-세금만큼의 식량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세금이 과할 시 반란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세금이라.

게이트에서 굴러다니던 내가 세금을 매기게 되다니. 뭔가 기분이 미묘하다.

어떻게 할까.

짧게 턱을 괴었고.

“그래, 너무 착취하는 것도 안 좋지. 얘네도 먹고살아야 하니 딱 80퍼센트 정도만…….”

[농민 봉기의 싹이…….]

“하하하하! 당연히 60퍼센트지!”

[임프들이 만족합니다.]

[임프 농장이 원활히 돌아갑니다.]

“조금 더 뜯어 갈 수 있지 않을까요?”

“그건 나중에 생각해 보자.”

히메룬이 옆에서 속닥거렸지만 일단은 무시했다.

어찌 됐든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유일한 식량 생산지다. 괜히 무리했다가 문제 생기면 그게 더 곤란하다.

이쪽은 이 정도면 됐고.

“첨탑에는 얘네가 좋겠군.”

[첨탑(시설)]

-적들을 감시! 일하는 이들도 감시!

-무엇이든 예방이 중요한 법입니다.

-뭔가를 발견할지도?

-배치 (0/3)

“하피 3마리 배치.”

마왕성에 달린 첨탑에는 하피를 넣어 뒀다.

높이가 있는 만큼 누가 들어가도 잘하겠지만 이왕이면 시력이 좋은 몬스터가 있는 게 좋으니까.

하피라면 하늘을 날 수도 있으니 활동 반경이 더 넓어지겠지.

‘몬스터의 개성을 이용해야 해.’

적절하게 몬스터를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효율성이 올라가니까.

“이제 어쩐다.”

당장 할 일은 끝났다. 가만히 있자니 뭔가 시간 낭비 같고 어쩐다.

“미개척지를 가 볼까, 아니면 개척지에 뭘 놔둘까.”

미개척지를 돌아다니며 골드도 좀 모았고, 잡다한 아이템도 얻었다.

수중에 있는 건 120골드.

참으로 애매한 돈이었다.

첫 뽑기와 달리 이제는 한 번 뽑기를 할 때마다 50골드가 필요했으니 사실상 2번 돌리면 끝이라는 건데.

“게임을 좀 해 둘 걸 그랬나.”

머리를 긁적이며 마왕성 관리창을 켰다.

나도 게임을 해 보기는 했지만 그건 어릴 때 이야기고, 대격변이 일어난 후에는 먹고사는 데 바빠서 뭔가를 하기가 힘들었다.

언젠가 탑에 올라갈 것을 대비해 운동을 하거나 각종 무기술을 연마하고 몬스터, 헌터에 대한 정보를 모으는 데 집중했으니까.

짐꾼으로서 간접적으로 게이트를 겪을 때도 마찬가지.

핸드폰으로 헌터 영상을 보며 짧게 짧게 게임을 하기는 했지만 간단한 퍼즐 게임이었지 이런 종류는 아니었다.

그 시간이 아깝지는 않다. 그 시간들이 탑에 들어와 위로 올라갈 수 있는 토대가 되었으니.

“간부라는 녀석들은 보이지도 않고.”

“그에에.”

아마 특별한 이벤트가 있거나 다른 시설을 개방해야 만날 수 있는 거 같은데.

잠깐 고민하고 있는 찰나.

“삐이이이익!”

첨탑 지붕에 앉아 있던 하피 한 마리가 높은 휘파람 소리를 내며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뭔가 싶어 하늘을 올려다보니.

[첨탑에서 침공을 발견했습니다!]

피이잉!

저 멀리 빛기둥이 생기는 것이 보였다.

척 보기에도 좋은 징조는 아닌 듯 붉은 기운이 넘실거린다.

맵에 표시되는 위치는 최근에 개척지로 만든 꾸물거리는 늪. 아직 별다른 설치를 하지 않은 곳이었다.

얼굴을 구겼다. 침공이라니. 벌써 인류 쪽에서 쳐들어온 건가? 시기가 너무 빠른데.

‘아니지, 어쩌면 이게 정상일지도 몰라.’

디팬스가 괜히 디팬스가 아니다.

상대도 이쪽을 공격하며 성장할 것이고 나 또한 덤벼드는 적들을 상대하는 입장이니까.

일단 가자. 뭐가 됐든 가만히 구경만 할 수는 없었다.

[침공 지역으로 이동하시겠습니까?]

[현재 해당 지역에 몬스터가 배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배치 가능 몬스터 (0/20)

“적들에 대한 정보가 없군.”

“배치를 먼저 해야 합니다. 저들도 바로 진격할 수 없어요.”

그렇겠지. 어찌 됐든 저들도 게임을 하는 상황.

싸울 대상이 있어야 플레이가 가능한 건 당연한 일이었다.

이대로 배치 안 하고 버티는 것도 가능한가 싶었지만.

[30초 후 임의 배치됩니다.]

아무래도 그건 불가능해 보였다.

역시 얕은수로는 안 되는 건가. 결국 싸워야 한다면 제대로 하는 수밖에.

빠르게 내가 보유하고 있는 몬스터들을 살폈다.

하급 몬스터들로 꽉 차 있는 목록창. 그나마 다행이라면 어지간한 하급 몬스터는 전부 있다는 뜻.

하다못해 3성급이라도 하나 있으면 좋겠지만 상황에 맞춰서 승부 하는 수밖에.

“리자드맨 10마리. 하피 5마리. 고블린 5마리.”

-파아아앗

내 지시에 따라 마왕성에서 뒹굴던 녀석들이 사라진다.

나 역시 마찬가지.

늪지대 허공에 몸이 멈춘다.

개척지인 꾸물거리는 늪이 펼쳐진다. 한눈에 보이는 전장.

나와 배치된 몬스터가 연결되는 느낌이 든다. 흡사 덕춘이와 비슷하지만 그것보다는 약한 정도. 아무래도 지휘를 하기 위한 거 같은데.

“각자 위치로.”

내가 손을 휘두르자 의도를 알아차린 몬스터들이 위치를 조정한다.

전방에 리자드맨. 하피는 기습적으로 위에서 공격할 수 있도록 중앙에 위치하고, 고블린은 맨 뒤에 머문다.

[배치 완료]

[침공이 시작됩니다!]

[마왕(최종 보스)은 마왕성이 직접적인 공격을 당하지 않으면 출정할 수 없습니다.]

-개척지에서는 마왕의 모습이 보이지 않습니다.

아쉽게도 나는 나설 수 없다.

-쿠구구구구궁

침공이 시작되니 늪지대 끝에 균열이 생긴다.

그 안으로 들어오는 일단의 무리. 난 유심히 그들을 살폈다.

“역시 저쪽도 완전히 준비를 한 건 아니야.”

구색은 갖추었지만 메인 장비만 그럴듯하고 나머지는 허름하다.

아마 놈들이 노린 건 초반 털기. 내가 가장 약한 시점을 노리고 덤벼든 걸 거다.

그게 아니면 무리해서 공격해 올 이유가 없었으니까.

시도는 좋았다만 결과는 그리 좋지 못할 거다.

“키아아악!”

“께르륵.”

이곳은 늪지대. 리자드맨에게는 집이나 다를 바 없는 곳이었으니까.

움직임이 자유로운 몬스터들과 달리 놈들은 질퍽거리는 환경에 당황했다.

“무, 무슨 처음부터 늪지대야!”

“탱커 뭐 해! 앞에 오잖아!”

“나도 알아! 무거운 걸 어떻게 해!”

침공해 온 적은 총 10명.

그중 두툼한 갑옷을 입고 있는 탱커가 둘. 검이나 창 같은 걸 들고 있는 녀석이 다섯. 활을 들고 있는 원거리 딜러가 셋이었다.

나름 조합까지 짜고 왔으나 상대가 나빴다.

-콰직!

-뿌구구국

무거운 갑옷에 몸을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고 리자드맨에게 탱커 하나 당했으니까.

긴급히 뒤에 있던 궁수들이 활을 쏜다.

운이 좋은 건지 아니면 실력이 좋은 건지 리자드맨 하나가 머리를 꿰뚫려 고꾸라진다.

뒤에 있던 녀석도 팔에 화살을 맞고 주춤거렸고.

“으아아아!”

창을 쥔 녀석이 기합과 함께 찔러 넣자 쓰러졌다.

상대방들도 아직 초반이라 약하긴 하다만 그건 나도 마찬가지라서.

애초에 하급 몬스터기도 했고 장비도 마땅치가 않다.

“하피, 하강. 너무 깊숙하지는 않게.”

“삐이이이이!”

내 지시에 하피가 하강하며 궁수들을 위협한다.

늪에 빠지면 곤란한 건 하피도 마찬가지라 무리하지는 않았다.

“위에도 있다!”

“창 든 녀석이 보호해! 검은 탱커랑 앞으로 간다!”

“언제까지 여기에 박혀 있을 거야! 가! 가라고!”

“진격해!”

이전부터 합을 맞춘 건가. 진형 짜는 것이 익숙하다.

뭔가 싶어 확인해 보니 전원 NPC다.

‘이들도 새로운 기회를 노리는 건가.’

아마 마왕을 잡는 것으로 새로운 기회를 얻게 되는 게 아닐까 싶은데.

이유가 뭐든 당해 줄 생각은 없다. 나도 위로 올라가야 한다는 명확한 목적이 있으니까.

‘상대방도 시간이 있어야 강해지는 게 맞아.’

몬스터들과 전투를 벌이며 다가오는 놈들을 바라봤다.

90층대에 있는 NPC라면 결코 약하지 않을 터. 실제 상황이었다면 저런 몬스터 따위는 손가락만 까딱해도 잡을 수 있다.

그러지 못하고 있다는 건 적어도 현시점에서는 모든 힘을 쓸 수 없다는 뜻.

앞으로 계속 강해질 적들을 상대하려면 나 역시 정비해야 한다.

만약 잘한다면…….

‘내가 저들보다 더 빠르게 강해지는 것도 가능하겠지.’

무작정 당하는 구조는 아닐 거다. 그런 거였다면 출정이니 뭐니 하는 기능이 있을 필요가 없으니까.

우선은 이번 전투에 집중하자.

“하피, 깊숙이. 그사이 리자드맨 2마리 정면. 2마리는 각각 측면 공격.”

적들의 공격에 남아 있는 하피는 한 마리. 그걸 미끼로 사용했다.

급강하를 통해 창을 든 녀석의 어깨를 아작 낼 수 있었지만 그걸로 끝. 늪지대에 빠지며 빠져나올 수 없었고.

“기회야! 잡아!”

“죽여!”

그 타이밍을 놓치지 않은 이들이 하피를 확실히 마무리했다.

정면에 있는 탱커는 리자드맨이 붙잡았고 신경이 양쪽으로 분산된 사이.

“키햐아아아악!”

“케하아아!”

측면에서 리자드맨이 놈들을 습격했다.

순식간에 난장판이 되어버린 전장. 개판으로 싸우면 리자드맨이 유리하다.

늪지대에서 뒹굴수록 움직이기 불편해지는 놈들과 달리 리자드맨은 아무런 문제가 없으니까.

-콰직!

-콰아아앙!

-빠각!

괴성과 병장기 부딪치는 소리가 어지럽게 뒤섞인다.

결과적으로는 적들의 승리.

“개 같은 리자드맨 놈들! 더 나와 봐! 나오라고!”

“시작부터 진이 다 빠지네. 빌어먹을.”

다만 놈들 또한 멀쩡하지는 않았다. 10명이었던 이들 중 6명이 죽었으니까.

남은 4명 중 탱커는 사실상 전투 불능. 들고 있던 방패는 깨졌고 무거운 갑주 때문에 체력이 바닥나 제대로 서 있는 것도 버거워했다.

나 또한 남은 거라고는 고블린 5마리가 고작이지만.

늪지대가 불편한 건 고블린도 마찬가지. 하급 중에서도 하급인 게 고블린인지라 이걸로 놈들을 막는 건 불가능.

침입자들도 그 사실을 아는지 입꼬리를 올리며 승기를 자신했다.

“초입에 모든 걸 쏟았다 이거군. 머리 좀 굴렸네.”

“그러게. 쓸데없이 고생만 하고 말이야. 진짜 무리해서 장비 맞춘 건데 망가졌잖아.”

“얼른 끝내고 가자. 첫 보상이면 훨씬 이득이야.”

-콰앙!

놈들이 기세 좋게 달려든다.

칼질 몇 번이면 보기 좋게 토막 날 게 분명한 고블린들이었으나 그럴 일은 없었다.

“디팬스 장비 설치.”

[기관총이 설치됩니다.]

“어?”

“저게 왜 벌써?”

달려오는 그대로 눈을 깜빡이는 이들.

헛것을 보는 건 아닐까 의심하는 거 같았지만 제대로 보고 있는 게 맞았다.

내 의지에 맞춰 기관총에 달라붙은 고블린들이 방아쇠를 당겼다.

-투다다다다다다!

총성과 함께 불꽃이 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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