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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에 갇혀 고인물-537화 (537/740)

537화 이렇게 나오면 나도 어쩔 수 없어

난 속으로 감탄했다. 역시 망구. 태생이 악령인 만큼 몸은 실체라 할 게 없었고, 그 덕분에 조그마한 틈만 있으면 잠입할 수 있었다.

만약 망구가 아니었으면 이토록 쉽게 안쪽에 누군가 있는지 확인하지 못했겠지.

“폭발이 일어난 걸 보면 안에 누군가 있다는 뜻이고 제대로 찾아왔다는 거야, 그치?”

“그게 맞기는 한데, 에휴. 됐다. 말을 말자.”

“그에에.”

장렬히 자신을 희생한 망구에게 감사함을 표하며 우리는 움직였다.

창문 안에는 상위 헌터와 그의 담당 NPC가 있었고, 망구의 침입에 긴장감을 올린 채 경계를 하고 있었다.

창문 쪽에 트랩을 설치했던 거 같지만 망구 덕분에 대부분 파괴된 상황.

“완전히 방어 태세에 들어갔군.”

곧장 밖으로 튀어나오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그렇게 자리를 비울 생각은 없는 거 같았다.

다행이랄까, 멤버는 아니다. 같이 위로 올라온 상위 헌터 중 한 명이지. 녀석들이었으면 저항이 만만치 않았을 텐데.

“빠르게 움직이는 게 좋아. 폭발음이 들렸으니 다른 담당 NPC도 이쪽으로 올 거야.”

“나도 그렇게 생각해. 시선을 끌어 줘.”

타앗.

그 말을 남기고 밑으로 착지했다. 짜기라도 한 것처럼 니아나가 창문을 향해 단검을 날리며 공격을 하기 시작했고.

“니아나! 설마 이쪽을 노릴 줄이야. 그냥 쉽게 가면 안 되냐!”

“딱히 저격한 건 아닌데. 그냥 운이 나쁜 거지.”

상대 NPC가 소리를 지르며 달려들었다.

좋은 전략이다. 한 명은 내부를 지키겠다는 거니까.

그래도 괜찮다. 나도 방법을 생각하지 않은 건 아니라서.

[프리즘 레인보우(SS)]

펠라인 스킬 중 하나. 완전 은신이 가능했으며 창문에 놈들의 정신이 쏠린 타이밍,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입구 쪽에도 적의 침입에 대비하기 위해 트랩과 방어 마법이 깔려 있기는 했으나.

[SSS급 권능, 별을 주시하는 눈이 발휘됩니다.]

내게는 소용없다. 어디에 뭐가 있는지 알 수 있으니까.

작동하기만 한다면 효과를 발휘할 수 있겠지만 피해 가면 장애물이 아니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안으로 파고들었다. 밖에서 전투 소리가 한창이다. 니아나가 제 역할을 잘하고 있다는 뜻이지.

1층 거실을 지나며 벽과 기둥을 터치했다.

[시한폭탄(S) Lv.MAX]

자고로 누군가에 집에 왔으면 집들이 선물이라도 쥐여 줘야 하는 법.

아쉽게도 음료수 세트 같은 건 없으니 이거라도 주자.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는데.

‘1층 작업은 이 정도면 된 거 같고.’

바로 위로 향했다.

굳게 닫힌 문. 아래와 달리 문과 벽 전체에 마법진이 박혀 있어 조그만 충격만 가해져도 곧장 작동된다.

벽을 부수는 건 당연히 걸릴 거고 문고리만 돌려도 마법진이 작동하겠지만 내게는 소용없었다.

[안개 질주(S) Lv.MAX]

-스으으으으

안개화할 수 있는 건 망구만이 아니다. 나도 쓸 수 있지.

문과 문틀 사이의 얇은 틈. 난 그곳으로 들어갔고.

“제길, 운이 좋지 않아. 이벤트가 시작된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이를 악문 채 검을 쥐고 있는 상위 헌터를 볼 수 있었다.

부서진 창문 너머로 니아나와 NPC의 모습이 보인다. 미리 말했던 대로 적극적인 전투는 피하고 도망치면서 시간을 벌고 있다.

은연중에 뒤로 빠지면서 거점에서 떨어지는 것도 잊지 않았으니.

[보석을 획득했습니다.]

‘지금이다.’

실체화를 한 나는 바로 보석을 빼내고 창밖으로 탈출했다.

기척을 느끼기라도 했는지 상위 헌터가 고개를 돌렸지만 완전 은신을 한 만큼 날 보지는 못했고, 적당히 거리를 벌린 시점.

-따악

손가락을 튕겼다.

-콰아아아아아앙!

1층에 설치해 뒀던 시한폭탄 마법진이 작동하며 건물이 무너져 내린다.

이 정도면 먼저 간 망구의 복수로 충분하지 않을까.

“으아아아아!”

안에 있던 상위 헌터의 비명이 들린 것도 같았지만 가볍게 무시해 주고, 갑작스러운 폭음에 멈칫한 NPC를 향해 돌진했다.

충돌이 난 이상 빠르게 치고 빠지는 게 좋았다.

“니아나, 교대!”

“알았어!”

내 외침에 니아나가 뒤도 안 돌아보고 무너진 건물을 향해 뛰었다. NPC 또한 그냥 보내 주지 않겠다는 듯 손을 내뻗었으나.

“어딜 가려고!”

“이이이익! 놔라!”

달라붙기까지 사용해 녀석을 붙잡았다.

앞으로 몇 군데는 더 털어야 하는 만큼 불필요한 전투로 힘을 뺄 생각은 없었기에 찰거머리처럼 몸통을 끌어안은 채 버텼으며.

“거기 서라!”

건물이 무너져 신경이 흐트러진 상위 헌터를 뚫고 보석을 챙긴 니아나가 멀리 도주하기 시작했다.

나이스. 이걸로 보석 2개는 챙겼다. 그럼 이쪽은 볼일 끝났으니.

“알았어. 놓을게. 보석 고맙다!”

“야, 이!”

붙잡고 있던 NPC를 밀어내며 무지개다리를 생성. 빠르게 도망쳤다.

녀석들도 악을 쓰며 쫓으려 했으나 그것도 잠시.

“이쪽이다!”

“보석을 내놔!”

“이런, 빌어먹을.”

“하나라도 챙겨야 돼! 지켜!”

폭음을 듣고 몰려든 NPC들을 상대하기 위해 멈춰 서야 했다.

나와 니아나가 보석을 훔치기는 했지만 여전히 보석 한 개는 남아 있었으니까.

몇몇 눈치 빠른 녀석들은 나와 니아나를 쫓아오려 했으나 그것도 여의치 않았다.

놈들을 따돌리기 위해 일부러 니아나와 흩어진 거다. 빙빙 돌아서 추적이 없다고 판단된 후에야 거점으로 돌아가 보석을 끼워 둘 생각.

“시작은 순조롭네.”

생각보다 빠르게 보석 2개를 얻었다. 앞으로 챙겨야 할 건 5개.

밤은 아직 길다.

* * *

인기척이 없는 골목, 스트레칭을 하며 숨을 길에 내뱉었다.

“거의 끝났군.”

현재 내 비석에 박혀 있는 보석은 9개.

전략을 바꿔 니아나는 보석을 지키고 있었고 나 혼자 보석을 훔치러 나왔다.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의 거점이 들통났고 보석을 빼앗긴 이들은 다른 보석을 찾기 위해, 보석을 가진 자들은 뺏기지 않게 날뛰었으니까.

아예 훔친 보석을 비석에 안 넣고 개인이 가지고 있던 녀석도 있었다.

“그 녀석은 좀 똑똑했지.”

보석을 가지고 있는 만큼 다른 보석을 가져갈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보석 한 개는 챙겨가는 좋은 전략이었으니까.

물론 내 권능 앞에서 물건을 숨기는 건 의미가 없었고 탈탈 털렸지만. 덕분에 마지막 보석 하나도 얻었으니 이걸 끼워 넣기만 하면 끝이다.

-띠링

-띠링

커뮤니티 알람이 연속해서 떠오른다.

보나마나 멤버들일 거다. 그도 그럴 것이.

[냥냥펀치]: 테러다, 테러! 내 집 돌려내 나쁜 놈아!

[정수리 핥짝]: 아, 덕춘이 쓰는 건 반칙이지! 잡히면 뒈진다 진짜.

[니머리 탈모]: 하하하하! 너희 바보구나?

[니머리 탈모]: 처음부터 집 무너트려서 비석 땅에 묻어 두면 되는데.

[정수리 핥짝]: 또라이 같은데 괜찮은 방법인 것도 같고.

[냥냥펀치]: 얘도 정상은 아냥.

[쁘띠공듀]: 아하, 그 밑에 있던 거용? 이미 챙겨 갔습니닷!

[니머리 탈모]: 어? 잠깐만.

[니머리 탈모]: 진짜 없는데? 언제 가져 갔냐!!!!!

[냥냥펀치]: ㅋㅋㅋㅋㅋㅋㅋ 이미 털렸구요.

[정수리 핥짝]: 웬일로 머리 쓰나 했더니 바로 당했죠? ㅋㅋㅋㅋㅋㅋ

보석을 훔친 대상에는 멤버들도 섞여 있기 때문.

정면으로 가서 싸울 생각은 없었기에 편법을 좀 썼다. 땅굴 이동으로 지반을 약하게 만들어 건물을 무너트리거나 시선을 끄는 사이에 덕춘이를 보내 훔치거나.

땅굴 이동으로 돌아다니다 보니 밑에 비석이 있어서 냉큼 챙기기도 했다. 누구 건가 했는데 탈모맨 거였구나. 나야 땡큐지.

이래서 소중한 물건은 옆에 둬야 하는 법이었다. 좋은 교훈이 됐을 거라 믿는다.

-파앙

발을 박찼다.

밖이 난리가 난 상황이라 언제 어디서 적이 나타날지 모른다. 나와 니아나가 보석을 많이 모았다는 소문이 돌기라도 했는지 다들 눈에 불을 켜고 거점을 찾으려 하고 있기도 하고.

속전속결로 해결하려 하지 않았다면 10개를 다 모으는 건 불가능하지 않았을까.

물론 아직 끝난 게 아니기에 방심할 생각은 없다.

봐라.

“어쩐지 쉽게 끝나나 했다.”

니아나가 있는 거점, 몇몇 담당 NPC가 달려들고 있지 않은가.

기어코 내 거점을 찾아냈다 이거지. 니아나가 최대한 버티고는 있었지만 놈들도 필사적이었다.

“여기다! 이쪽으로 다 모여!”

“아까는 잘도 내 보석을 가져갔겠다!”

“어디 한번 해보자고!”

보석을 빼앗겨서 화가 난 거 같은데 그럴 거였으면 간수를 잘했어야지.

-콰아아아앙!

파이어 밤을 터트렸다.

순간적으로 가속되어 날아가는 몸. 한 박자 늦게 니아나를 압박하던 NPC가 고개를 돌렸지만.

“크아아압!”

그대로 녀석을 걷어차 멀리 날려 버렸다.

옆에 있는 놈이 재빠르게 나를 무시하고 비석이 있는 거점으로 몸을 던진다.

같이 싸우던 녀석에게 시선이 끌린 찰나를 이용하는 것이 꽤 괜찮은 방법 같았으나.

[시한폭탄(S) Lv.MAX]

-콰과과과광!

“우리도 그냥 방치만 하지는 않았다고.”

최소한의 안전장치 정도는 해 두었다. 거점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사방에 깔린 시한폭탄을 뚫어야 할 것이며.

[수호자의 의지(AA)]

성물을 이용해 만든 보호막도 뚫어야 할 것이다.

AA등급의 성물. 90층대에서 사용하기에는 조금 애매한 감이 있었으나.

-우우우우우웅!

성물이란 신성력을 기반으로 작동하는 아티팩트. 러브 앤 피스로 신성력을 가득 불어 넣어 주자 임시적이기는 하나 방호력이 상승했다.

저 정도면 하룻밤 정도는 S급에 가까운 퍼포먼스를 내지 않을까 싶다.

물론 담당 NPC들 또한 보통 놈들은 아니기에 보호막을 찢어발길 실력은 되었으나.

-콰지직!

“잠깐 멈춘 것만으로도 충분해,”

보호막을 뚫기 위해 검을 휘두르는 시간 1초. 그 정도면 나와 니아나가 달려들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굳이 치고받고 싸울 필요도 없다. 비석에 접근하지만 못하게 만들면 되니까.

니아나 역시 그 사실을 알고 있었고.

“으합!”

“이런!”

안으로 파고들려던 녀석의 뒷덜미를 잡아 던졌다.

이걸로 끝이면 좋겠다만.

“거기 딱 기다리고 있어라, 공블아이!”

“으냐아아앙! 내 집 마련의 꿈을 짓밟다니!”

“아하하하! 가자, 가자!”

멤버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담당 NPC들이 날뛴 덕분에 위치가 들통났다. 녀석들의 보석을 훔친 것도 있었기에 찾아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설마 벌써 올 줄이야.

-파아아아앙!

뭐라 말을 할 틈도 없었다. 곧장 핥짝이의 압축 구슬이 날아와 터졌으니까.

그뿐일까. 냥펀이 아티팩트를 사용했는지 허공에 떠오른 마법검이 미친 듯이 회전하며 달려들었으며, 탈모맨은…….

“읏차!”

“야, 이 무식한 녀석아!”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건물을 뽑아서 던졌다.

아니 암만 그래도 그렇지 집을 뽑아? 힘이 괴물 같은 건 알고 있었지만 이럴 줄은 몰랐는데.

-쿠우웅!

급한 대로 몸으로 막았다. 거점이 날아가면 그것대로 곤란해서. 비석이 어디로 튈지도 모르고 건물 안에 준비한 트랩들도 무용지물이 된다.

나한테 당한 게 있어서인지 가차 없이 온갖 것들이 날아왔고.

“와라!”

“조오옿지!”

나와 니아나는 녀석들을 향해 돌진했다. 지지 않고 파고 들어오는 녀석들. 이쯤 되면 보석이 목적이 아니라 그냥 날 때리고 싶은 게 아닐까 싶을 정도.

“핥짝이, 출격!”

“없애 버려!”

탈모맨이 창을 던지듯 핥짝이를 날려 보낸다. 인간 투창이 된 핥짝이가 저주 걸린 구속구를 뻗었고, 냥펀의 아티팩트가 발동되며 퇴로를 차단했다.

핥짝이가 나를 붙잡고 있는 사이, 탈모맨이 치고 들어오면 그걸로 게임 오버.

그렇다면 어쩔 수 없다.

“니아나, 눈 감아.”

“음? 지금?”

“감아!”

내 외침에 니아나가 자세를 낮추며 눈을 감는다.

멤버들은 나에 대해 잘 안다. 사용하는 스킬, 전투 스타일, 권능도 어느 정도 파악했겠지. 즉, 나를 상대할 방법을 알고 있다는 것.

해결법은 간단했다.

녀석들이 예상하지 못한 방법으로 받아치면 된다는 거니까.

후우. 내가 이렇게까지는 안 하려 했는데.

어느새 지척까지 다가온 핥짝이. 격돌하기 직전 난 천천히 양팔을 벌렸다.

[구애의 춤(A) Lv.5]

[치명적인 포즈(C) Lv.5]

[정신 보호(SSS) Lv.MAX]

펠라인 세트가 화려하게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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