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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에 갇혀 고인물-511화 (510/740)

511화 합성에 합성

마그나로크의 왕관으로 접근할 수 있는 교단의 총채.

그 끝을 알 수 없는 세월 동안 교단의 일원으로 활약해 왔던 성인들의 기억을 엿볼 수 있는 건 말 그대로 기적과도 같은 일이었으며, 알 수 없는 적에게 대항하기 위한 최고의 선택이었다.

특히나 얼음과 불의 교단은 특성상 전투에도 밀접한 인연이 있는 곳.

두 속성에 대한 이해를 제외하더라도.

‘성인이라 불린 이들은 언데드와 온갖 괴이에 대해서는 전문가다.’

사이한 힘을 쓰는 언데드나 마족, 그 외에도 재앙과 같은 불명확한 무언가를 상대함에 있어 뛰어난 효율을 자랑했다.

누적된 정보와 수많은 이의 희생. 그 속에서 다른 이들을 구원하고 명성을 떨친 이들의 기억이 들어 있으니까.

나 또한 언젠가는 교단의 총채에 들어가지 않을까. 어찌 됐든 나도 교단의 성자로 추앙받고 있으니까.

“후우.”

작게 숨을 내뱉으며 잡생각을 떨쳐 냈다.

왕관을 통해 내게 들어온 교단의 지식. 성인, 다칼의 기억.

무기를 내려놓은 팔라딘이라는 이명은 거짓된 것이 없었다. 그는 언데드를 상대함에 있어 무기를 들지 않았다.

놈들의 골통을 부수기에 적합한 메이스나 해머, 하다못해 몽둥이도 들지 않고 사람들을 구했으니, 그 비결은 과거 내가 행하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쿠웅!

발을 박찼다.

땅이 움푹 파이며 신형이 앞으로 쏘아져 나간다.

주변에서 들어오는 공격은 아랑곳하지 않고 오로지 게드릭을 향해 전력을 다해 달려갔다.

나를 저지하기 위해 온갖 마법과 저주가 파고들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원하는 건 단 하나.

“어림도 없다!”

게드릭을 붙잡기 위해 팔을 뻗었다.

녀석 또한 근본이 마법사인 녀석. 접근전을 허용할 만큼 밍밍한 대상이 아니었고, 순식간에 블링크로 거리를 벌리더니 보호막으로 온몸을 감쌌다.

여기까지는 예상했던바.

난 멈추지 않고 돌진했고.

-콰가가가가가!

-쿠드드득!

다시 한번 놈에게서 마법 세례가 뿜어져 나왔다.

학습 능력이 없는 녀석인가. 녀석이 마법에 강한 저항력을 가졌듯이 나 또한 방호력이 상당하다.

대미지가 아예 안 들어오는 것은 아니었으나 맞고 쓰러지지는 않는다는 말.

오히려 파이어 밤과 다른 스킬을 사용했으니.

[일렉트릭 쇼크(SS) Lv.4]

-콰지지지직!

거센 전격이 어지럽게 튀어 올랐다.

폭발하는 홍염과 함께 번개가 튀어 오르자 일대는 한순간에 거대한 빛이 되어 타올랐으며, 눈알이 없는 게드릭마저도 손을 내밀며 시야를 가렸다.

그 속에서 다시 한번 가속.

저절로 나의 위치를 파악해 쏘아지는 마법은 안개 질주로 돌파했으며.

[망자귀환亡者歸還(S) Lv.10+]

안개 질주가 끝나는 시점 다시 한번 버프.

인벤토리에서 타락한 천사의 검을 꺼내 휘둘렀다. 경계를 끊어 버리는 검.

놈을 보호하던 보호막이 찢겨 나갔으며, 도로 검을 집어넣고 양팔을 벌렸으니.

“지금부터 같이 견디는 거야.”

입꼬리를 올리며 녀석의 몸을 끌어안았다.

해골을 안는다는 것이 썩 유쾌한 경험은 아니었으나 앞으로 일어날 일에 비해서는 양반이지.

얼음과 불의 교단.

그곳의 성인, 무기를 내려놓은 팔라딘 다칼.

그가 언데드를 잡아낸 방법은 실로 간단하면서도 무식했다.

“옛날 생각 나는군.”

[러브 앤 피스(S) Lv.10+]

[파이어 밤(SSS) Lv.5]

-콰아아아아앙!

“크하아아악! 이런 미친놈이!”

“크흐으읍!”

끌어안은 상태 그대로 신성의 폭발을 일으키자 놈이 기겁하며 비명을 지른다.

나 또한 폭발을 뒤집어썼기에 이를 악물며 버텼다.

성인 다칼이 언데드, 그것도 강력한 보스급 언데들을 전문적으로 처치한 방법은 간단했다.

자신의 방어력을 믿고 신성력을 쏟아 자폭하듯이 달려드는 것이었으니까.

한계는 명확했다. 자기보다 튼튼한 적이 있다면 스스로 자멸하는 것이었으니. 실제로 교단의 지식을 통해 들어온 그의 마지막 순간도 그러했다.

다르게 말하면.

‘내가 견딜 수만 있다면 이보다 확실한 건 없다는 거지.’

등반 초기 이미 여러 번 해 보지 않았던가. 오징혁을 상대했을 때도 그렇고, 다른 강력한 적을 상대했을 때도 그렇고.

88층까지 오른 지금 내가 쌓아 온 보호 스킬은 상당했으며, 펠라인 세트를 모두 모아 이루어 낸 방어력 또한 만만치 않았다.

심지어 녀석은 신성력과 상극인 언데드.

난 SSS급 등급인 ‘날개 없는 천사의 왼쪽 날개’와 신성력과 관련된 칭호를 가지고 있다.

최소 언데드 한정으로 화력이 밀릴 일은 없다는 것이었고 동시에 몸 또한 튼튼했으니.

-콰아아아아앙!

-콰광, 콰가가가가강!

망설임 없이 연달아 폭발을 일으켰다.

블링크는 소용없다. 다른 사람과 엮여 있을 때 사용하기도 힘들뿐더러 어떻게 사용한다 하더라도 신체가 접촉되어 있는 이상 같이 움직이니까.

보호막? 그딴 건 써 봤자 폭발만 더 맞지. 화장실에 들어가 수류탄을 까는 거랑 다를 바 없으니까.

어떻게든 내게서 벗어나려고 발악을 하던 녀석이었지만 미친 듯이 터트린 파이어 밤에 온몸이 너덜거릴 뿐이었다.

하얗게 빛나던 뼈가 검게 그슬리고 팔다리는 부서지고 깨져나간다.

매끈했던 머리통에도 실금이 그어지며 내부에서 피어오르는 연기에 더욱 흉악한 꼴이 되었으나, 위험하게 빛나는 안광만큼은 그대로다.

강력한 악의와 살기로 똘똘 뭉쳐 나를 내려다보는 시선은 섬뜩하기 그지없었고.

“그래. 갈 데까지 가 보자꾸나.”

녀석이 입을 쩍 벌렸다.

물어뜯기라도 하려는 건가. 어처구니없는 발악에 코웃음을 치려는 타이밍.

“이런 씨!”

-화르르르륵!

녀석이 푸른 불꽃을 내뿜었다.

허공에 거대한 해골을 불러 영혼을 태우는 브레스를 뱉어 내던 것과 동일한 그것.

본인 머리도 해골이라 이건지 직접 사용하기에 이르렀다. 졸지에 불길에 온몸을 직격당했고 곧이어 엄청난 격통이 찾아왔으니.

“그아아아아악!”

말 그대로 영혼이 타 버리는 통증에 머리가 돌아버릴 거 같았다.

본인은 해골이라 이거지. 해 봤자 나만 고통스럽다는 거다, 영악한 녀석.

이를 바스라져라 악물며 손에 힘을 줬다.

“지금이라도 놓아라! 그러지 않으며 마지막 티끌까지 네 영혼은 타오를지니!”

“닥쳐! 그전에 터트리면 그만이야!”

연달아 터트린 파이어 밤만 수십 번.

지금도 폭발은 멈추지 않았으나 이게 전부라고 하면 아니다.

기다리고 있었다. 녀석에게 치명적인 일격을 가할 타이밍을. 그러기 위한 준비였고 인내였다.

내가 게드릭에게 선사할 선물은 하나.

[대미지가 최대치까지 누적되었습니다.]

“이게 진짜야, 게드릭.”

[아스트랄 레인보우(S)]

[러브 앤 피스(S) Lv.10+]

[되갚기(S) Lv.10+]

[칭호, 폭탄마가 함께합니다!]

누적된 에너지를 한 번에 쏟아 내는 공격.

짧은 시간이지만 파괴력을 10배로 늘릴 수 있는 아스트랄 레인보우.

폭발의 위력을 올려 주는 칭호, 폭탄마.

“덕춘아아아!”

난 덕춘이의 이름을 부르며 샤일을 데리고 도망칠 타이밍을 알려 줬고.

“그에에엑!”

“어? 어어?”

그대로 샤일의 뒷덜미를 잡고 빠져나가는 덕춘이를 눈에 담는 것을 끝으로.

-쿠궁, 쿠구구구궁

-쿠아아아아아아아앙!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폭발이 일어났다.

산산조각 났던 일대가 재차 무너져내린다. 나를 중심으로 퍼져 나가는 파괴의 파동.

이번에 끝을 본다.

날아갈 것 같은 정신 속 난 스킬을 발동시켰다.

놈과 뒹굴며 사방에 깔아둔 또 다른 스킬.

[러브 앤 피스(S) Lv.10+]

[시한 폭탄(S) Lv.10+]

“말 같지도 않으으으으은!”

하늘을 치솟는 화염.

게드릭의 비명이 울려 퍼졌으나 그보다 큰 굉음이 놈의 목소리를 집어삼켰다.

“으아아아아아!”

나 또한 공간을 잡아먹는 굉음에 목소리를 더했고 이내 모든 것이 잠잠해졌을 때.

파스스.

몸의 절반 이상이 사라진 게드릭을 마주할 수 있었다.

폭발의 여파에 제때 피하지 못한 언데드가 모조리 파괴되는 건 물론. 게드릭의 팔다리는 완전히 바스라졌고 척추와 갈비뼈 또한 겨우 자리를 유지하고 있었다.

툭 치면 부러질 것 같은 모습.

두개골마저 사방에 금이 가 어떻게 여전히 남아 있는지 모를 지경이다.

“…인정하마. 네놈은 강하다. 나뿐만이 아니겠지. 다른 군단장들도 네놈을 상대하는 건 쉽지 않을 것이다.”

“유언치고는 볼품없는 말이군.”

“유언으로 내뱉는 말이 아니니. 하나 날 방해하려는 목적은 충분히 이루었군.”

끼리릭.

녀석의 턱이 삐걱거리며 비틀린다.

“어떻게 마지막 용을 잡으려던 것을 알아차렸는지 모르겠지만 아쉽게 됐다. 조금만 더 발버둥 쳤으면 용사로 추앙받을 수 있었을 터인데.”

“뭐?”

“클클. 나 또한 아쉽다. 드래곤을 재료 삼아 수하로 삼았다면 이 꼴이 되기 전에 네놈을 찢어 죽였을 것이다. 물론 지금도 결과는 크게 달라지지 않겠지.”

녀석의 안광이 번뜩인다.

언제 쓰러져도 이상할 거 없건만 묘하게 빛나는 눈.

아직 끝이 아니라는 것을 암시하는 말투.

“죽음을 거부한 자, 나 게드릭이 네놈을 처단하고 말리라!”

-구우우우우웅!

놈의 몸에서 가공할 만한 마기가 쏟아져 나온다.

조금씩 수복되기 시작하는 몸. 이걸로 끝이 아니라는 건지 가루가 되었던 뼈가 들썩이며 재생하려 한다.

아니 아니, 내가 궁금한 건 그게 아니다.

“마지막 용이라니.”

놈의 목표가 그거였단 말인가. 이곳에서 마주했을 때부터 자신을 방해하니 뭐하니 떠들어 대길래 뭐 하는 건가 했는데.

그 부분은 일단 넘어가자. 지금은 게드릭을 끝내는 것이 우선이라.

-콰아아아앙!

다시 폭발을 일으켰다.

게드릭이 몸을 들썩거렸지만 여전히 마기를 뿜어 내고 있다.

“크흐흐흐! 너처럼 신성력을 다루는 이에게 대항할 방법이 없다 생각했느냐!”

뭐가 그리 좋은지 실실 웃는 녀석.

나도 안다. 지금까지 녀석이 버틸 수 있었던 이유.

[SSS급 권능, 별을 주시하는 눈이 발휘됩니다.]

-츠즈즈즈즈

권능과 함께 녀석에 대한 정보가 들어왔으니.

[게드릭]

-언데드의 상극은 신성력!

-마기 또한 신성력의 상극이죠!

-마기를 집약해 신성력에 강력한 저항력을 가지는 핵을 만들었습니다.

녀석은 마족인 동시에 언데드.

신성력에 더욱 취약한 것이 사실이었고 본인의 약점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하얗게 점멸하는 빛무리가 녀석의 머리를 가리킨다. 핵이라는 것이 있는 위치겠지.

나도 안다. 권능은 수시로 쓰고 있었고, 마그나로크의 왕관을 통해 얻은 성인 다칼의 기록에도 나와 있던 종류의 것이니.

그의 마지막 기록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나와 같은 적의 핵을 없애기 위해서는 마기를 품은 공격이 필요하다.

신성력에는 강한 저항력을 가지고 있으니 마기를 쓰라는 말.

난 계속해서 폭발을 일으켰다.

“의미 없는 발악이다, 이블아이!”

마력을 많이 써서 그런가 처음보다는 위력이 약했지만 상관없었다.

내가 진짜 노리는 것은 따로 있었으니.

[SSS급 권능, 스킬 합성이 활성화됩니다!]

“이제야 풀렸네.”

게드릭을 끌어안은 상태 그대로 권능을 사용했다.

녀석을 잡고 있는 나를 대신해 놈을 끝내 줄 존재가 필요했다.

[집착하는 망령(S)과 심연의 눈동자(S)를 합성합니다!]

[잊혀지질 악몽, 녹턴(S)을 획득합니다!]

녹턴이라. 태생 S급 소환형 스킬.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강력하지만 조금 아쉬운 것이 사실. 하지만 걱정할 건 없었다.

“내가 합성할 스킬은 3개라서.”

망설임 없이 스킬 합성을 재차 눌렀다.

[녹턴(S)과 데몬 스피어(S)를 합성합니다!]

무려 S급 스킬을 모아 만든 합성!

서로 합쳐지던 스킬이 빛을 뿜었고.

“좋군.”

떠오른 결과에 난 입꼬리를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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