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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에 갇혀 고인물-340화 (340/740)

340화 벌룬 파크

벌룬 파크의 피엔트. 그게 이번 재앙의 이름인가.

각 재앙은 이명이 존재한다. 추월 불가의 쌍두귀, 영원한 밤의 야수 달칸, 월광의 깡총이같이.

은연중에 재앙이 가진 힘과 근본을 알려주는 것.

영물 형태가 아닌 재앙도 마찬가지다. 무너지지 않는 돌탑, 소원 들어주는 연못도 이름으로 능력을 알 수 있으니까.

반면에 이 녀석은…….

‘벌룬 파크가 뭔데.’

좀 애매한 감이 있다. 벌룬 파크라… 보니까 풍선이 많기는 하다.

떠올라 천장에 붙어 있는 풍선도 있고, 벽이나 기둥에 장식된 것도 있고, 바닥에 굴러다니는 것도 있다.

이번 재앙의 핵심은 풍선이다. 저 풍선이 어떤 기능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것보다…….

“거, 줄 거면 좀 넉넉히 주지?”

난 놈에게 불지 않은 풍선을 더 줄 것을 요구했다.

릴카의 퀘스트를 클리어하려면 여러 개가 필요해서 말이지.

[릴카의 부탁 (5)- 강제 퀘스트]

-릴카의 계승자가 된 당신!

-이제 반박할 수 없는 일 노예가 되었습니다.

-구르는 돌에 이끼가 생기지 않는 법. 구릅시다!

-쌍두귀의 뱀 꼬리 (1/1)

-소원 들어주는 연못물 (1/1)

-레비아탄의 독이빨 (1/1)

-불지 않은 풍선 (0/10)

레비아탄의 독이빨은 발자칸에서 머물 때 얻어왔으니 이것만 얻으면 다 모은다.

내 말이 의외인 것일까, 녀석이 웃는다.

하얗게 분칠한 얼굴에 입이 쩍 벌어지더니 사람이라면 올라갈 수 없는 높이까지 입꼬리가 올라갔다.

기뻐하는 거 같기도 하고. 말도 안 하니 알 수가 있어야지.

녀석이 내게 불지 않은 풍선 5개를 줬다.

팍 인상을 구겼다.

“어허,더 안 주냐? 짜다, 짜! 풍선 그거 얼마나 한다고.”

“그엑. 그엑.”

덕춘이도 동조한다. 머리를 갸웃거리면서도 하나 더 내미는 녀석.

여전히 부족하다. 퀘스트용으로 10개. 내가 쓸 거 하나. 11개는 있어야 한다.

“더 달라고오오. 아니, 이걸 누구 코에 붙여. 여기 서비스가 영 아니네!”

얼굴을 찌푸린 피엔트가 주섬주섬 품을 뒤지더니 3개를 더 줬고 난 다시 내놓으라며 난동을 부렸다.

때아닌 진상의 등장에 이마를 긁적이는 녀석.

[벌룬 파크의 피엔트가 혼란스러워합니다.]

[혼돈 수치 +1점]

오, 예상치 못한 보상.

작게 한숨을 내쉰 피엔트가 봉투째로 불지 않은 풍선을 던져 줬다.

어디 보자. 봉투 안에 든 게 10개. 오케이, 충분하다.

난 물건을 인벤토리에 챙겼고.

“이제 됐어, 꺼져.”

휙휙. 손을 내저었다.

-끼긱

-쾅! 쾅!

순간 벙찐 녀석이 우뚝 멈추더니 모자를 바닥에 던지고는 밟아 댔다.

찌릿, 날 노려보고는 씩씩거리며 떠나가는 피엔트.

그래도 공격하지는 않네. 싸우는 형태의 괴물은 아니라는 건가.

어쩌면 대기실에 있어서 그런 건지도 모르겠다. 아직 입장하기 전이라.

릴카의 퀘스트 재료가 모두 모인 것을 확인한 후에 풍선을 불었다.

대체 뭐길래 풍선을 부는 것이 입장 조건인 걸까.

권능으로 살짝 확인도 해 봤지만…….

[불지 않은 풍선]

-그냥 풍선이 아니죠.

-벌룬 파크에서 사용하는 풍선입니다!

-소중한 것을 담아 불어 보세요!

-장기 자랑을 할 수도 있습니다!

이것만 봐서는 잘 모르겠다. 이상한 게 있더라도 일단은 불어야 한다. 5분 내로 진입하지 않으면 사망이니까.

-푸우우우

힘껏 분 풍선. 금세 빵빵해진 풍선이 부풀어 올랐다.

[풍선을 불었습니다!]

[벌룬 파크에 입장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소중한 신체 일부를 담보로 잡습니다!]

“어?”

“궤?”

-빰빠라밤!

팡파르와 함께 풍선이 저절로 묶여 사라졌다.

그와 동시에 떠오르는 메시지.

[당신의 심장을 담보로 잡습니다.]

[자신의 풍선을 찾아 터트려 심장을 되찾으세요!]

[남의 풍선을 터트리면 안에 든 것이 터집니다.]

그니까 지금.

“풍선이랑 내 심장이랑 바꿔 먹었다고?”

이게 뭔 개소린가 싶었으나.

“…심장이 안 뛰어.”

목에 손가락을 대고 맥박을 확인해 본 결과, 정말 심장이 뛰지 않는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이게 말이 돼? 하지만 의문을 가지는 건 의미가 없다. 탑에서 말이 안 되는 일이 벌어지는 게 한두 번인가.

그런 걸로 따질 거였으면 깡총이가 운석 떨군 것부터 따져야지.

[2분 13초 후, 대기실 인원이 사망합니다.]

일단 움직이자. 가만히 있다가 죽을 수는 없으니까.

[벌룬 파크에 입장합니다.]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

“즐거운 시간은 개뿔, 내 심장이 날아가게 생겼는데. 이거 순 장기매매범 아니야.”

으득. 이를 갈았다.

이번 재앙이 어떤 식으로 사람을 엿 먹이는지 알겠다. 어째서 NPC들의 표정이 안 좋은지도.

테마파크 안에 있는 수많은 풍선. 이 중에는 분명히 신체 일부가 담긴 풍선이 있을 거다.

문제는…….

‘내 풍선을 터트리면 돌려받고 끝이지만 다른 사람 걸 터트리면 그 사람은 죽어.’

물론 무조건 죽으라는 법은 없다.

콩팥 같은 건 하나 없어도 살 수는 있다고 한다. 그래도 두 개 다 있는 게 훨씬 좋겠지만.

NPC들의 모습을 살폈다. 저들은 무엇이 사라졌을까.

보아하니 장기 말고도 다른 걸 뺏어갈 수도 있는 것 같다. 귀라든가 눈이라든가 머리카락……. 저건 그냥 대머리인가.

아무튼 정확한 기준은 모르겠지만 신체 일부가 사라지는 것이 원칙.

장기가 사라져도 풍선이 멀쩡한 이상 기능에 문제는 없는 거 같다.

혼란을 부추기기 딱 좋은 환경이다.

“어이! 거기! 풍선 건들지 마!”

“저 새끼 일단 잡아!”

“아악!”

풍선을 터트렸을 때의 리스크를 본인이 아닌 다른 누군가가 지게 설계되어 있으니까.

방금도 풍선을 건들던 NPC 한 명이 바로 제압당했다.

어떤 게 본인의 것인지 모르니 방치한 채 살아가기로 한 건가.

여러모로 까다로운 재앙이었으나.

“이번 층은 쉽네.”

“그에에.”

내게는 아무런 의미도 없다.

내 심장이 담겨 있을 풍선을 떠올리며 망원경을 꺼내 눈에 댔다.

같은 필드에 있으니 분명 보일 거다.

-지이이잉

저절로 초점이 맞춰지며 흐릿했던 이미지가 선명해진다.

특별할 것 없는 노란색 풍선. 기둥에 묶여 있다.

“다 똑같이 생겨서 애매하기는 한데. 그거야 가 보면 되니까.”

-타앗!

망원경을 집어넣었다. 특징은 잡아 놨다.

기둥 중에서도 파란색 페인트칠이 되어 있는 기둥이다.

보이는 대로 찾아간 다음 권능으로 정보를 살피면 그만.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겼다. 혹시라도 풍선을 밟았다가는 NPC들의 공적이 될 테니까.

지금도 나를 주시하는 눈길이 느껴진다. 허튼짓하면 바로 달려들겠지. 살짝 공포 영화 같기도 했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이거군.”

테마파크 곳곳을 누빈 끝에 발견해 낼 수 있었다.

회전목마 옆에 세워진 기둥 끄트머리에 묶여 있는 풍선을.

[SS급 권능, 별을 주시하는 눈이 발휘됩니다.]

-츠즈즈즉

[소중한 것을 담은 풍선]

-당신의 심장이 펄떡펄떡!

-싱싱합니다!

내게 맞다.

가볍게 점프, 풍선을 향해 뛰었고.

“멈춰어어어!”

“등반가 녀석들은 오자마자 이러는 거냐고!”

“그게 뭔지 알고 건들려는 거야!”

아니나 다를까 나를 주시하던 이들이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재앙에 묶여 이곳에 있기는 하지만 NPC는 NPC. 상위층에 오른 자들이다.

나도 만만치는 않지만.

-턱

가장 먼저 달려온 녀석의 어깨를 밟고 다시 한번 도약했다.

그런 나를 잡기 위해 다른 놈이 팔을 뻗었으나.

“읏차. 그걸로 되겠어?”

공중에서 몸을 비틀어 손을 피한 뒤 뒤통수를 걷어찼다.

“억!”

그대로 균형을 잃고 앞으로 고꾸라지는 녀석.

이들 모두 풍선을 터트리지 않기 위해 무기를 쓰고 있지 않다. 당연히 스킬도 안 쓴다.

움직임을 봤을 때 기껏해야 70층 초입까지 올랐던 것 같았고 지금의 난.

“이제는 좀 비벼볼 만하네.”

연속된 투쟁으로 이전보다 훨씬 강해진 상태였다.

층을 오를 때마다 올라가는 스텟.

발자칸에서 먹은 영약.

경험을 통해 익힌 신체 컨트롤.

객관적으로 봐도 내 수준은 70층 초입은 넘어갔다.

“이익!”

이대로는 안 된다고 생각했는지 남은 한 명이 몸을 던졌으나 늦었다.

내 손은 이미 풍선에 닿았으니까.

손아귀에 힘을 줬다.

물컹.

기묘한 감각이다. 물풍선이 이런 감촉일까.

-펑!

-빰빠라밤! 빠라라람!

풍선이 터지며 종이꽃과 이팩트가 터져 나왔다.

본인의 풍선을 되찾았다는 증거였으며…….

[69층 클리어!]

[최단 기록 달성!]

[혼돈 수치 +5점]

[심장을 되찾습니다.]

[벌룬 파크의 피엔트가 벽을 내려칩니다.]

겸사겸사 최단 기록까지 달성해버렸다.

포탈이 생성되었고, 나를 쫓던 NPC들은 입을 벌린 채 그 자리에 굳었다.

“어, 어떻게?”

“우리는 아직도 못 찾고 있는데.”

“야아, 저걸 바로 찾네. 부럽다.”

설마 이렇게 쉽게 깰 줄은 몰랐는지 저 멀리, 날 지켜보고 있던 피엔트가 머리를 뜯어 댔다.

찡긋, 윙크해 주며 약을 올려니 좋아 죽는다.

그래. 이렇게 날로 먹는 층도 있어야지. 사실 나여서 그냥 깨 버린 거지 다른 사람이었으면 고생 꽤 했을 거다.

털썩, 벤치에 앉았다.

‘이번 층은 뭐라고 공략을 올려야 하나.’

고민되는 건 이 부분.

뭐라도 올려야 공략 점수가 오르지.

칭호 상태를 확인했다.

[공략자-칭호 (성장형)]

-올 스텟 +90

-행운 스텟 +30 (행운 스텟은 일반 스텟과 별개로 적용됩니다.)

-신성력 스텟 +50

-현재 공헌도: 410점 (500점 도달 시 특수 보상을 획득합니다.)

그동안 꽤 성장한 결과 어마어마한 능력치를 보여 주고 있다.

올스텟 +90부터가 사기적이다. 거기에 다른 식으로는 올릴 수 없는 행운 스텟이 30까지 상승했고, 신성력 스텟도 많이 올랐다.

이것만으로도 혀를 내두를 지경이었으나 사람 욕심은 끝이 없는 법.

“90점만 더 채우면 500점이란 말이야.”

눈을 가늘게 떴다. 지금까지와는 살짝 다른 설명이 추가됐다.

500점 도달 시 ‘특수’ 보상이 지급된다는 것.

뭔지는 모르겠지만 대단한 뭔가가 아닐까. 그동안 날 실망시킨 적이 없는데.

70층은 상위층. 가능한 스펙을 올리고 싶은 게 당연한 마음이다.

미간을 찌푸리며 고민하는 가운데…….

“저, 저기. 자네.”

“하하. 하하하. 핫도그 좋아하나? 맛은 괜찮다고 장담하지.”

“음?”

NPC들이 쭈뼛거리며 다가왔다.

뇌물로 보이는 핫도그까지 가져오면서.

“궥!”

냉큼 받아 입에 무는 덕춘이.

맛이 좋은지 엄지를 치켜세운다.

“그 뭐야, 보니까 바로 자기 풍선을 찾더구만. 흠흠.”

“우리 것도 좀 찾을 수 있을까? 여기서 썩은 지가 오래돼서 말이야.”

“물론 맨입으로 해 달라고 하는 게 아닐세!”

[신체 보물찾기!- 종합 퀘스트]

-자신의 신체 일부를 잃어버린 자들에게 풍선을!

-벌룬 파크에 있는 NPC들의 풍선을 찾아 주자.

-보상:???

-모든 퀘스트 종료 후, NPC들의 보상을 취합해 산정합니다.

오, 종합 퀘스트.

프램버그 이후 처음 아닌가?

어차피 멤버들의 풍선도 찾아 주려 했다. 겸사겸사 이것도 같이하면 좋을 거 같은데.

“여기 있는 NPC가 몇 명이죠?”

“내 기억에는 114명이야.”

“아니지. 그건 예전이고. 지금 몇 명은 뒈졌어.”

“어디 보자. 78명 남았구먼그래.”

78명이라, 많기는 한데 못 할 수준은 아니다.

그런 우리의 대화를 엿듣고 있던 피엔트가 안절부절못한다.

재앙 주제에 깜찍하네. 괜히 더 하고 싶어지게.

“좋습니다.”

[퀘스트를 수락합니다.]

흔쾌히 퀘스트를 받았다.

하면서 공략법도 찾지 뭐. 가만히 앉아 있는다고 생각나는 것도 아니고.

“우오오오! 고맙네!”

“무지개일 때부터 알아봤지! 소문 들었다고!”

“맞아. 내가 아는 녀석들이 말하던데. NPC 도와주는 무지개가 있댔어.”

“아하하! 있는 동안 필요한 게 있으면 말만 해.”

NPC는 환호성을 질렀고 피엔트는 초조하게 손톱을 물어뜯었다.

가자.

벌룬 파크를 파산시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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