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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에 갇혀 고인물-330화 (330/740)

330화 레비아탄 공략

그동안 많은 필드를 겪었지만 제대로 된 해상 전투는 이번이 처음.

수많은 배와 선원이 한 몸인 듯 움직이며 거대한 괴수를 토벌하는 과정에는 직접 겪지 않으면 설명하기 힘든 생동감이 있었다.

“일제히 쏴!”

-콰과과과광!

-콰아아아앙!

푸그리드의 지휘 아래 수십 개의 대포가 불을 뿜는다.

천둥이 몰아치는 듯한 착각.

이전에 내가 봤던 포탄과는 전혀 다르다.

오로지 괴수를 상대하기 위해 만들어진 특수 포탄이었으며.

[해상전투 (SS) Lv.MAX]

[일제 포격 (SS) Lv.MAX]

그가 가진 스킬로 강화까지 됐다.

가공할 만한 위력. 그가 발자칸의 지배자였던 이유.

바다낚시 좋아 그룹도 레이아탄을 상대하는 것만큼은 한 수 접어줬다.

“크하아아아악!”

[바다의 지배자, 레비아탄이 포효합니다!]

물론 놈도 만만치는 않았다.

귀를 찌르는 놈의 포효 소리. 음파가 몸을 통과해 내부까지 흔든다.

어중간한 수준을 지녔다면 제대로 서 있기도 힘들 정도.

바다 위로 기다란 목을 내민 녀석의 모습은 그 자체로 위협적이었다.

용을 떠올리게 만드는 머리와 기다란 목.

겉을 감싸고 있는 바위 같은 비늘.

바다 아래 감춰진 몸은 유선형의 섬과 같았고, 갈퀴가 달린 지느러미를 한번 움직일 때마다 바다가 요동치며 수 미터의 파도가 우리를 덮쳤다.

[SS급 권능, 별을 주시하는 눈이 발휘됩니다.]

-츠즈즈즉

[레비아탄]

-바다의 지배자!

-고대종 영물입니다.

-오랜 시간을 바다의 폭군으로 군림했습니다.

-폭풍과 벼락을 몰고 나타납니다.

온전한 영물.

그것도 고대종이다.

오랜 시간 동안 힘을 누적시킨 괴물 중의 괴물이라는 말.

못해도 달칸과 동급이다.

‘달칸은 시스템도 봉인으로 클리어하게 만들었고 말이지.’

이번에는 봉인 같은 편리한 방법 따위는 없다.

직접 놈과 부딪쳐야 한다.

상황도 그때와는 다르다. 이번에는 함께 놈을 공략해 줄 지원군들이 있으니까.

“으하하하! 생선은 큰 게 맛있지!”

“예전부터 궁금했습니다. 레비아탄의 내부 기관이 어떻게 이루어져 있는지요. 매번 잡자마자 해체돼서 살필 겨를이 없었거든요.”

“그래! 낚시는 바다에서 하는 거지!”

레비아탄을 유인해 이곳까지 온 바다낚시 삼 형제.

오는 동안 고생을 많이 했는지 몰골이 말이 아니었으나 힘은 넘쳐 보였다.

67층을 통틀어서도 손꼽히는 강자들.

-찌유우우웅!

-파바바방!

에게르의 플라밍고 튜브가 입을 벌리며 레이져를 쏜다. 바닷물이 갈라지며 놈의 가죽을 지져 버렸고, 바다에 뛰어든 곤이 작살을 날렸으니.

[해왕의 창 (SSS) Lv.MAX]

-콰과과과곽!

가공할 만한 위력의 일격이 레비아탄에게 꽂혔다.

루건 역시 가만히 있지 않았으니.

“회는 바로 떠먹어야지!”

-콰직!

직접 놈의 몸에 달라붙어 중식도를 쑤셔 넣었다.

레비아탄은 초대형 몬스터. 저 정도 사이즈의 칼로는 생채기밖에 내지 못해야 정상이었으나.

-푸화아아악!

중식도를 기점으로 피부가 갈라지더니 그대로 몸 일부가 떨어져 나갔다.

특수한 스킬이나 아이템 효과를 적용시킨 모양.

“크하아아아!”

놈이 몸부림치자 해일이 일어난다.

대량의 피로 붉게 물든 바다.

“잘한다, 바다 바보 삼 형제!”

“믿고 있었지! 바보낚시 극혐제!”

해적들도 유의미한 타격을 날리는 세 NPC를 보며 환호성을 질렀다.

그것도 잠시.

“이쪽이다! 으하하!”

바다낚시 삼 형제가 레비아탄을 도발하더니 발자칸으로 돌진했고.

“크하아아!”

분노한 레비아탄이 그대로 전진.

그대로 성벽을 들이박았다.

-쿠우웅!

-콰르르릉!

성벽이 무너지며 놈을 덮쳤다.

높이가 상당했으니 흡사 하늘에서 떨어진 돌을 맞은 거랑 비슷할 건데.

“미친놈들아!”

“다 도망쳐! 벽이 뚫렸다!”

“내 집! 내 집 어쩔 거야!”

난리가 난 건 우리 쪽도 마찬가지.

구경꾼들이 일제히 대피했으며 낙석에 휘말린 예비용 배 2척이 침몰했다.

“하하하하하! 어떠냐! 우리의 지략이!”

결과가 흡족한지 잔해에서 기어 나온 곤이 크게 웃었다.

돌덩이 틈으로 손을 뻗어 엄지를 세운 에게르와 루건을 보자니 절로 이마가 쳐진다.

다른 해적들과 구경꾼들도 마찬가지.

푸그리드가 피곤한지 얼굴을 쓸어내린다.

“믿은 내가 병신이지. 후우, 됐다. 저놈들 신경 쓰지 말고 쏴!”

“옛썰!”

“포탄 아끼지 마! 이참에 개노답 삼 형제도 해치우자고!”

뭐가 됐든 기회는 기회.

잔해에 잠시 발이 묶인 레비아탄을 향해 폭격이 이어진다.

놈이 정신이 차리지 못하도록 계속해서 공격.

“급하게 맞붙는 만큼 어느 정도의 피해는 감수해야 해.”

“저런 식으로 피해를 입을 줄은 몰랐지만 말이야.”

“…다시 생각해도 빡치는군.”

푸그리드가 나직이 중얼거린다.

과정이 개판이기는 하지만 나름 선방하고 있다.

급조된 팀. 제대로 된 준비를 한 것도 아니었고 놈의 몸을 구속할 함정 따위는 존재하지도 않는다. 이런 식으로라도 놈을 괴롭혀야 하는 법.

가용한 수단은 모조리 써야 한다.

“방호 시스템 있다면서, 그건 놔둬서 뭐 해.”

“그것도 그렇지. 저 머저리가 빠르게 선택을 해야 할 텐데.”

푸그리드가 구멍이 뚫린 절벽 감옥을 올려다본다.

그곳에 서 있는 한 남자.

트윈.

뭐가 됐든 현재 발자칸을 접수한 건 그다.

방호 시스템에 접근할 권한은 그에게 있다는 것.

표정이 살벌한 게 이번 일에 불만이 가득한 모양.

괜히 고집부리지 말고 빨리 가동시키면 좋겠는데.

최악의 경우 끝까지 쓰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니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야 한다.

다행히 지원군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뒤늦게 상황을 전해 들은 해적들이 배를 끌고 나타났으며…….

“곤! 에게르! 루건! 우리가 왔다!”

“뭐야, 푸그리드 풀려났네?”

“풀려나야지. 상황이 개판인데. 크하하하!”

바다낚시 좋아의 다른 멤버들도 모습을 드러냈다.

삼 형제가 가장 먼저 도착하고 나머지 멤버들은 이후에 합류한다더니 이제 도착한 모양.

거기에 더불어.

“으아아! 공블아이, 나쁜 놈아!”

나를 도와 여론전을 펼쳤던 냥펀까지 참전했다.

반쯤 울면서 내 욕을 하는 녀석.

그도 그럴 것이.

[환상의 보물선 (SS)]

-어릴 적, 보물이 숨겨진 섬을 꿈꿨나요?

-보물 지도! 모험! 동료!

-그런데 말이죠, 그 보물들은 어떻게 가져왔을까요?

-여러분의 환상을 대신합니다!

“우오오옷! 황금배다!”

“진주인가? 보석도 달렸어! 보물 상자가 몇 개야!”

“니들 상식적으로 황금이 어떻게 물에 뜨냐. 저거 다 가짜야.”

“그래서 못 본척한다고?”

“아니, 저건 못 참지! 갑판, 갑판이라도 뜯자!”

녀석이 타고 있는 건 찬란한 황금빛을 뿜는 보물선이었으니까.

태생이 해적인 NPC들이 침을 흘리며 쫓아온다.

내가 보기에는 지금 등장한 해적 중 절반, 솔직히 말하면 대부분은 냥펀에 이끌려 온 놈들이다.

-쿠우우웅!

얼씨구, 냥펀한테 대포까지 쏘네.

피아식별 좀 하자, 이놈들아.

“으아앙! 얘네 싫어!”

[‘환상의 보물선 (SS)’을 해제합니다!]

용케 내 근처까지 도달한 녀석이 바로 배를 없앤다.

SS급 아티팩트라니… 도대체 얼마나 많은 아이템을 가지고 있는 건지.

“아, 안 돼! 내 보물이!”

“왜 네 거야! 내 건데!”

“좋은 꿈을 꿨습니다. 황금으로 된 배를 가지는 꿈을요!”

여기저기서 탄식하는 목소리가 들렸지만 무시하자.

“죽는 줄 알았다고! 익! 이익!”

푸그리드의 배에 올라타 숨을 고르던 냥펀이 바로 냥냥펀치를 날린다.

물론 대미지는 없었다. 단순 피지컬로만 따지면 멤버 중에 가장 딸려서.

“어허, 몸 성히 잘 왔구만. 너의 노고를 치하하마.”

“난 널 치고 싶다구!”

“악! 너클은 반칙이지!”

너클은 또 언제 낀 거야.

날뛰는 녀석에게 맞으며 전장을 살폈다.

뭐든 부족한 상황. 냥펀 역시 큰 도움이 될 거다.

전투력 하면 탈모맨과 핥짝이도 발군이지만 냥펀 역시 보통은 아니라서.

‘작정하고 싸우면 무섭다고.’

무수히 많은 아티팩트와 아이템.

일반적인 등반가와는 결이 다른 칭호와 권능까지 합쳐지면 나라도 상대하기 껄끄럽다.

“이 보물 고블린은 네 친구인가?”

“어허, 보물 고블린이라니. 말이 심하네. 걸어 다니는 보물 상자 정도로 하자.”

“냥펀이거든!”

푸그리드와 시답잖은 대화를 하는 것도 잠시.

-쿠앙!

레비아탄이 잔해를 부수고 빠져나왔다.

데미지를 입었는지 온몸은 상처투성이.

움직임도 살짝 굼떠졌다.

무엇보다…….

“놈의 피부가 말랐다! 달려들어!”

“우오오오오!”

“물속으로 못 들어가게 막아!”

놈의 비늘과 피부가 폭격의 열기로 말라붙었다.

푸그리드가 말한 레이아탄 공략법 그 첫 번째.

‘놈의 방호력은 물기가 마르면 낮아진다.’

영물이라는 것들은 하나같이 근본을 이루는 뭔가가 있다.

추월 불가의 쌍두귀가 후방 공격을 무시하는 것.

밤을 부르는 달칸이 낮에는 자리를 피하는 것과 마찬가지.

바다의 영물인 녀석에게는 물이 필요했다.

-푸슉!

-꽈드드득!

푸그리드를 필두로 함선들이 쇠사슬로 이어진 그물망과 작살, 올가미를 던진다.

놈의 기다란 목을 고정해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는 게 핵심.

“으아아악!”

“제기랄!”

기회를 놓치지 않은 해적들이 목줄을 걸기 위해 놈의 몸을 타고 기어오른다.

레비아탄 역시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초대형종이 날뛰는 건 그 자체만으로도 재앙이었으니까.

엄청난 괴력.

덤벼들었던 NPC들이 튕겨 나가고 작살을 꽂아 넣은 배가 요동치며 서로 부딪친다.

가라앉거나 반파되는 배가 부지기수.

어떻게든 버틴 이들은 서로의 배를 묶어 고정했다.

“닻 내려! 멍청이들아!”

“닻 내리란다!”

촤르르르륵.

푸그리드의 명령에 모든 배들이 일제히 닻을 내린다.

“지금부터는 속도전이다. 정석대로 하면 더 좋겠지만 지금은 그럴 여유가 없어.”

푸그리드가 검을 고쳐 쥔다.

다른 해적들도 마찬가지.

“속도전? 갑자기 왜?”

“곧 폭풍이 몰려올 거야.”

-콰르르르르릉!

푸그리드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떨어졌다.

자연현상이 아니다. 정확히 우리가 있는 곳을 노리고 떨어지는 녹색 번개.

레비아탄은 폭풍과 벼락을 몰고 온다.

내가 읽었던 레비아탄의 설명.

“설마.”

“전원 돌격! 비가 내리기 전에 목숨을 끊어야 된다! 칼 없으면 이빨이라도 박아 넣어!”

서서히 몰려드는 먹구름.

비를 맞아 놈의 피부가 물기를 되찾으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속도전의 의미를 파악한 순간이었으며.

“와아아아아!”

“가즈아아아아!”

이미 이런 과정을 겪었던 해적들은 놈과 이어진 쇠사슬 위를 달려가기 시작했다.

쪽배를 타고 가는 이들도 있었으며 무식하게 대포로 날아가는 놈들까지.

으득! 푸그리드 역시 달려갈 준비를 하며 절벽을 노려봤다.

“트위이이이인! 방호 시스템을 가동시켜라!”

쩌렁쩌렁 울리는 목소리.

절벽 감옥에 있던 트윈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방호 시스템을 작동시키려 간 걸까.

모르겠다.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냥펀을 붙잡았다.

“가자.”

“으으… 난 두고 가면 안 될까?”

“그럼 너한테 부산물 안 돌아갈걸? 레비아탄인데 포기할 거야? 이만한 실적을 버린다고?”

실적이라는 말에 냥펀의 눈이 번뜩였다.

“시, 실적은 채워야 돼. 배 사느라 돈 많이 썼단 말야!”

“좋은 자세야, 몸 웅크려!”

“응?”

[강철의 의지 (S) Lv.8]

[파이어 밤 (S) Lv.10]

-콰아아아앙!

냥펀이 뭐라 하기도 전에 녀석에게 강철의 의지를 부여하고 폭발로 날려 버렸다.

쪽배나 외줄 타기보다는 이게 더 빠르지.

“공블아이─! 두고 보자아아아아─!”

삼류 악당이 할 법한 소리를 하며 날아가는 냥펀.

포물선이 예쁘네.

“우리도 가야지.”

“궤엑.”

-콰아아아아앙!

나 역시 폭발을 일으켜 레비아탄을 향해 돌진했고.

“어? 뭐야. 방호 시스템 켜러 간 거 아니었냐!”

절벽 아래, 암초. 단신으로 선 트윈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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