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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에 갇혀 고인물-314화 (314/740)

314화 탈모 괴롭히지 마!

앞으로 달려 나갔다. 이미 펠라인 세트는 모두 착용한 상태.

검도 혼돈검으로 바꿨다. 파비안의 몸을 빌려 등장한 건 악마. 평범한 무기는 못 버틴다.

카오스 속성이 깃들어 있는 만큼 어느 정도 영향은 줄 수 있겠지.

데이본드에게 몸을 바친 파비안의 몸은 이미 사람이라고 보기 힘들었다.

피부를 시작으로 몸 구조까지 바뀌었으니까. 평소 모습과 비슷하게 신체를 개조했을 터.

신체 능력이 대폭 상승했을 것이다.

그 증거로…….

“우랴아아아!”

“재밌는 녀석이 있군, 흐흐흐! 네 뒤를 봐주는 악마는 누구냐.”

“뒤는 안 봐주고 두들겨 맞기만 했거든!”

단순 피지컬로만 따지면 발군인 탈모맨이 날뛰고 있는 데도 놈은 여유가 있었다.

60층대에서 마기를 다루는 모습에 흥미로워하는 모습.

잽을 날린 탈모맨이 싱글렉 테클을 건다.

몸이 바뀌기는 했지만 데이본드 역시 사람 형태. 탈모맨은 육탄전에서는 스페셜 리스트다.

소름 돋게 정확히 들어간 테클은 놈이라도 기우뚱할 수밖에 없었고.

[SS급 권능, 괴력난신이 빛을 발합니다!]

[칭호, 초인의 길이 방향을 제시합니다!]

[강강약강 (S) Lv.6]

[투쟁본능 (S) Lv.2]

[일격필살 (AAA) Lv.9]

곧바로 상위 포지션을 차지한 탈모맨이 온 힘을 다해 주먹을 내려쳤다.

단번에 주먹에 스킬이 중첩되었다.

탈모맨 역시 상대가 강하다는 걸 인지하고 있다는 뜻. 기회가 있을 때 쏟아부을 생각일 거고.

-쾅! 콰과광! 콰앙!

파운딩, 엘보우 가릴 거 없이 피니쉬를 노렸다.

충격을 받은 바닥이 폭발하듯 깨져 나간다.

완전히 으깨 버릴 심산으로 내려친 공격.

게다가.

[정의의 일격 (S) Lv.2]

마기를 두르고 있던 모습에서 벗어나 신성력을 머금고 놈의 얼굴을 날리려는 순간.

-턱

“아, 이건 못 받아주겠군. 설마 신성력을 쓸 줄이야.”

속수무책으로 공격을 받던 데이본드가 탈모맨의 주먹을 움켜쥐었다.

데미지가 없는 건 아니다. 녀석의 얼굴과 목 전부 엉망진창이었으니. 골절은 기본이고, 몇 군데는 눈살이 찌푸려질 정도로 망가졌다.

문제는…….

-스스스스스

마기가 올라오며 상처가 치유되고 있다는 것.

녀석이 천천히 몸을 일으켜 세운다.

“크흐으읍!”

탈모맨이 포지션을 유지하려 했으나 쉽지 않았다.

위치상의 유리함을 깨트리고 상체를 일으킨 녀석이 입가를 비튼다.

“60층대에서 마기와 신성력을 모두 얻었을 리는 없으니… 그래, 킬더레스로군. 명성은 많이 들었지. 천마대전의 승리자! 제7 마계와 제1 천계의 군주!”

중력을 거스르듯 녀석의 몸이 세워진다.

주먹을 쥔 손에 힘이 더해지는지 탈모맨의 표정이 구겨진다.

우지직. 건틀릿이 구겨지는 소리가 들렸다.

아직 놈과의 거리가 좀 있지만 급한 불부터 끄자.

놈을 향해 손가락을 내밀었다.

“탈모맨, 숙여!”

[러브 앤 피스 (S) Lv.10]

[오로라 빔 (S) Lv.7]

“으아아압!”

둘이 겹쳐 있는 상황.

내 목소리를 들은 탈모맨이 머리를 숙이며 데이본드를 끌어안았다.

피할 수 없도록 고정하려는 것이었고.

“오, 이건 더 심하군,”

짤막한 감탄사를 내뱉은 데이본드가 입을 벌렸다.

시커먼 마기가 꿀렁이더니 그대로 쏘아져 나온다.

입에서 뭐가 나오는 거야!

-치이이이이익!

놈이 뱉어 낸 마기와 오로라 빔이 충돌한다.

서로 상극인 힘이 만나 연기와 함께 빛이 터져 나온다.

상쇄되는 힘.

제대로 된 타격을 주지는 못했으나 틈은 잡을 수 있었다.

“빠져나와! 탈모맨!”

[해제 (S) Lv.7]

핥짝이가 놈의 밑으로 압축했던 천사상을 날려 버린 것.

급격한 팽창에 천사상이 산산조각 나며 폭발했고, 그건 그 자체로 신성력 수류탄이나 다를 바 없었다.

탈모맨을 버리고 훌쩍 자리를 피하는 녀석.

녀석이 얼굴을 타고 흐르는 시커먼 피를 핥는다.

데미지가 아예 안 들어가는 건 아니다.

다만 저건 뭐랄까…….

‘유흥.’

즐기고 있는 거다.

NPC는 기본적으로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한다.

놈의 본체가 어디에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65층에 내려온 건 일종의 나들이나 마찬가지.

더군다나 데이본드는 지금 빙의 상태다.

본인의 몸이 아니라는 것. 설사 죽음에 이르는 타격을 받아도 진짜 죽는 건 파비안이다.

그러니 더 저러는 거겠지.

“가증스러운 신성력을 쓰는 놈이 둘이라. 아, 그쪽도 나름 따가웠어.”

“다음에는 따갑게 말고 아프게 해 줄게.”

데이본드의 말에 핥짝이가 으르렁거린다.

악마를 상대할 때는 신성력을 쓰는 것이 좋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른 공격이 안 통하는 건 아니다.

놈도 생명체고, 머리가 날아가든 심장이 터지든 하면 죽는 건 똑같으니까.

“저 녀석 마기가 잘 안 먹혀. 나보다 마기가 짙어서 그런가 봐.”

“같은 힘으로는 힘들다는 거군.”

탈모맨이 고개를 끄덕였다.

같은 마기 덕분에 놈의 공격에도 어느 정도 버틸 수 있지만, 반대로 공격을 해도 놈의 마기에 데미지가 상쇄된다는 것.

힘의 우월이 확실하다.

빙의라는 게 말이나 되는지 모르겠으나 시스템이 인정해 줬으니 별수 없지.

덕분에 모르던 사실을 알게 됐다.

숭배자들은 등반가의 몸을 빌릴 수 있다.

조건이 뭔지, 숭배자면 모두 가능한지, 부작용이 뭔지는 모른다.

그래도 한 가지 가능성은 보인다.

어째서 등반가 출신의 숭배자가 있는지에 대한 답.

‘저런 식으로 빙의를 한다면 등반이 더 쉬워지겠지.’

본인의 힘으로는 깰 수 없는 곳도 뚫을 수 있을 테니까.

일종의 치트키. 등반 욕구가 있는 사람이라면 거부하기 힘든 유혹일 것이다.

내가 보기에는 멍청한 짓거리지만.

그냥 악마한테 영혼을 판 거나 다를 바 없다.

“킬더레스의 계승자에, 천족에 맞먹는 신성력을 지닌 등반가라. 재밌어.”

“재밌어서 기분 좋은 거 같은데 나도 기분 좋게 뭐 좀 물어보자. 넌 티어가 어디냐.”

“하하! 그것이 궁금한가?”

내 질문이 뭐가 그리 웃긴지 웃음을 터트린 녀석이 허공을 손가락으로 그었다.

골드.

다이아 바로 아래 등급이다.

골드 등급인 숭배자의 이름을 하나 알고 있다.

61층 테일러에게 테러를 지시한 NPC.

“유헤다랑 같은 등급이군.”

유헤다라는 이름에 녀석의 얼굴이 굳는다.

“네가 알 리 없는 이름일 텐데, 그녀와 무슨 관계냐.”

“궁금하면 묻는 거에 대답이나 잘해 봐. 빙의는 다 할 수 있는 건가, 아니면 골드 티어는 되어야 할 수 있는 거?”

“문답은 동등한 위치에 있을 때 할 수 있는 것이다!”

-푸화아악!

마기를 폭사시킨 데이본드가 팔을 뻗었다.

검게 물든 촉수가 뻗어 나와 날 강타하려 했으나.

-콰아아아앙!

신성력을 머금은 파이어 밤으로 공격을 쳐 냈다.

다른 건 몰라도 숭배자끼리 다 사이가 좋은 거 같지는 않다.

반응만 봐도 알지.

[버프 다이스 (S) Lv.1]

[2]

[집중]

딱히 좋은 버프는 아니지만 없는 것보다는 낫다.

놈이 강한 건 맞다만 수적으로는 우리가 우세하다.

내겐 신성력도 있고, 탈모맨은 마기와 신성력을 번갈아 쓸 수 있으니 변칙적인 공격을 할 수 있겠지.

핥짝이는 뒤에서 지원 사격을 해 줄 거고.

‘이지키일은 좀 힘들 거 같은데.’

이미 중상이다. 그렇다고 넋 놓고 구경만 하는 건 아닌 것 같다. 눈동자가 정신없이 움직이는 걸 보아하니 커뮤니티를 통해 뭔가를 하고 있는 모양.

빅스타 길드 소속이니 데이본드에 대한 걸 조사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뭐가 됐든.

[SS급 권능, 굴하지 않는 검귀가 번뜩입니다!]

[칭호, 악마 노역소의 대항자의 효과!]

[강대한 적을 마주했습니다.]

[능력치가 상승합니다!]

검을 움켜쥐고 놈을 향해 도약했다.

칭호가 반응했다는 건 나보다 확실한 강자라는 뜻.

빙의의 부작용으로 힘 일부가 제한됐음에도 이 정도라.

본체는 얼마나 강한 걸까. 아니, 이런 놈도 골드면 다이아 티어는 어떤 괴물인 거지?

다이아 위에 비어 있는 칸은 또 뭐고.

알면 알수록 숭배자 집단은 위험하다.

[칭호, 밤을 부르는 자가 발휘됩니다.]

[밤이 찾아옵니다.]

[능력치가 상승합니다.]

칭호로 얻을 수 있는 버프는 모두 뽑아냈다.

스텟이 상승하며 움직임이 더욱 빨라진다.

-콰아아앙!

내 검과 놈의 손이 격돌한다.

절삭과 도축.

단단한 놈의 피부에서 불똥이 튀었고, 그대로 팔을 타고 검을 찔러 넣었다.

목표는 놈의 목.

[영혼 찢기 (S) Lv.7]

-찌이이이익!

검 끝이 닿았다.

물리력을 무시한 일격. 놈이라도 완전히 피하는 건 불가능했다.

재빨리 놈이 물러섰으나.

“어딜!”

탈모맨이 이미 뒤를 점한 상태.

기회를 노리고 있던 탈모맨이 가공할 기세로 놈에게 주먹을 날린다.

[정의의 일격 (S) Lv.2]

신성의 주먹이 놈을 덮친다.

“귀찮게 구는구나!”

놈도 신성력은 좀 꺼려지는지 마기를 내뿜어 탈모맨의 공격을 막아 냈다.

동시에 안으로 접근. 탈모맨의 목을 움켜잡은 녀석이 그대로 바닥에 내리꽂았고.

[즉결심판 (SS) Lv.MAX]

-콰드드드득!

천장에 생성된 마법진에서 불길한 검이 튀어나와 탈모맨을 찔렀다.

“탈모맨!”

자그마치 SS급 스킬.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위력의 공격이었으나.

[호신강기 (S) Lv.5]

[금강불괴 (S) Lv.4]

[불굴 (S) Lv.2]

[충격흡수 (AAA) Lv.7]

.

.

.

탈모맨이 악착같이 버텨 냈다.

연달아 떠오르는 녀석의 스킬 정보.

게다가.

[칭호, 마왕의 가호가 적의에 대항합니다!]

칭호를 통해 뿜어져 나온 마기가 녀석을 보호했다.

탈모맨이 가지고 있는 신성력과 마기가 놈의 공격 일부를 중화시켰기에 가능한 일.

그렇다고 이대로 놔뒀다가는 사망 확정이다.

핥짝이 역시 그 사실을 알았기에 무차별적으로 압축 구슬을 던졌으며.

[파이어 밤 (S) Lv.10]

[파이어 밤 (S) Lv.10]

[파이어 밤 (S) Lv.10]

-파아아아악!

-콰아아앙!

나 역시 화력을 아끼지 않았다.

연달아 폭발이 일어나 놈의 신경을 분산시켰다.

무식하게 공격을 맞아 가며 탈모맨을 끝낼 것이냐, 아니면 물러설 것이냐. 놈에게 선택지가 주어졌고.

“한 놈씩 확실히 끝내 주겠다!”

“제기랄! 공블아이! 시간 좀 끌어줘!”

녀석은 후자를 선택했다.

핥짝이가 놈을 향해 질주한다.

기본적으로 원거리 공격을 주로 하는 핥짝이가 직접 움직인다는 건 확실한 뭔가가 있다는 뜻.

그게 뭔지는 모르겠으나 원한다면 하게 해 줘야지.

현 상황에서 놈과 그나마 비벼볼 수 있는 건 나뿐이니까.

[프로즌 브레이크 (S) Lv.3]

[일렉트릭 쇼크 (S) Lv.1]

놈과 탈모맨 사이에 빙벽을 세우는 동시에 전격을 가했다.

이어 아공간 팔찌를 개방.

“떨어져, 이 자식아!”

생명수를 비롯한 디버프 포션을 집어던졌다.

달칸을 상대하느라 포션을 많이 소모했지만 당장 쓸 만큼은 남았으며.

[수호자의 의지 (AA)]

[지옥불의 순례자 (AA)]

[홀리 크랩 (AAA)]

가지고 있는 성물을 사용했다.

신성한 불길이 데이본드와 나를 이었고, 수호자의 의지가 탈모맨을 보호했다. 성스러운 집게발이 놈을 구속하는 건 덤이었으나.

“같잖은 수는 집어치워라!”

-쿠구구구구궁!

놈 역시 보통이 아니다.

거세게 휘모는 마기의 폭풍.

불길이 꺼지며 보호의 장막이 깨져 나간다.

집게발이 부러지고 놈의 주변으로 거칠고 사나운 기운이 폭주했다.

그 안으로 몸을 들이밀었다.

-촤아아악

-까가가가각

펠라인 세트가 갈리고, 날카로운 마기의 파편이 몸을 헤집는다.

[러브 앤 피스 (S) Lv.10]

신성력이 아니었다면 진작에 갈가리 찢어졌을 상황이었으나 꿋꿋하게 앞으로 나아가 놈을 붙잡았다.

상태가 안 좋은 탈모맨을 걷어차 데이본드와 떨어트리고 그대로 되갚기.

-쿠구구구구구궁!

놈이 내뿜는 마기만큼이나 강력한 파괴의 파동이 일대를 휘저었으며.

“공블아이! 신성력!”

그 지옥 같은 곳으로 뛰어든 핥짝이가 데이본드가 있는 곳으로 슬라이딩했다.

핥짝이의 손에 걸려 있는 건 저주 아이템.

[처형용 가시 갑옷 (S)]

-상대방에게 강제 착용.

-저주 걸린 갑옷입니다.

-갑옷 내부로 가시가 박혀 있습니다.

“가뜩이나 탈모인 애 괴롭히지 마, 악마 새끼야!

[처형용 가시 갑옷이 강제 착용됩니다!]

핥짝이가 데이본드의 몸에 저주 갑옷을 착용시켰고, 난 핥짝이의 손을 잡고 신성력을 불어 넣었다.

-파아아앗!

하얗게 빛나는 핥짝이.

녀석이 데이본드를 향해 내뻗은 손을 움켜쥐었고.

[압축 (S) Lv.8]

-뿌드드드득!

-푸화아아악!

놈의 마기가 핏물이 되어 뿜어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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