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9화 65층 클리어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6번과 7번 오망성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우리를 쫓아오는 달칸도.
“공블아이, 놈이야!”
“탈모맨은?”
“살아 있어. 커뮤니티에서 까불고 있네. 씨이, 다행이다.”
얼굴을 찡그리면서도 웃은 핥짝이가 러브 앤 피스가 인챈트 된 압축 구슬을 집어 들었다.
“봉인할 때는 하더라도 혼쭐은 내 줘야지. 바로 가자.”
“알았어.”
“살아서 보자고!”
핥짝이가 미련 없이 무지개다리에서 뛰어내린다.
타이밍에 맞춰 파이어 밤.
-콰아아아앙!
폭발력에 핥짝이가 6번 오망성을 향해 날아간다.
“크르르륵!”
달칸의 눈이 핥짝이로 향한다. 핥짝이를 먼저 잡으려는 거겠지. 누가 됐든 7명만 아니면 봉인될 일이 없으니까.
그런데 말이지.
“넌 못 지나가.”
우리라고 무작정 도망만 친 건 아니다. 작전을 짜 뒀지.
난 내가 지나온 무지개다리를 돌아봤다.
무지개 위로 빼곡하게 설치된 시한폭탄 마법진.
-따악
손가락을 튕겼다.
[러브 앤 피스 (S) Lv.9]
[시한폭탄 (AAA) Lv.4]
[시한폭탄 (AAA) Lv.4]
[시한폭탄 (AAA) Lv.4]
.
.
.
-쿠과과과과과광!
-푸화아아아아악!
무지개다리를 타고 신성력을 머금은 불길이 터져 나왔다.
하늘을 길게 잇는 하얀 불의 장막.
필드 위를 양분하는 불길은 꼬리를 이어 뻗어 나갔으며, 핥짝이를 쫓으려던 달칸을 뒤덮었다.
신성력을 품은 순백의 열기.
“크하아아아아앙!”
불길에 휩싸인 달칸이 고통스럽게 울부짖는다.
놈을 뒤덮고 있던 칠흑의 불길이 주춤한다.
“너도 좀 당해 봐야지.”
입꼬리를 올렸다.
7번 오망성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지금쯤이면 핥짝이는 6번 오망성에 들어가지 않았을까.
나만 오망성에 들어가면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놈과의 전투를 끝마쳐야겠지만.
-파스스스
달칸은 포기하지 않았다. 신성한 불길에 몸이 흩어지면서도 끈질기게 날 쫓았다.
그래야지, 놈도 필사적일 테니까.
여기부터는 내 능력껏 버텨야 한다.
할 수 있을까? 할 수 있어야 한다.
오망성은 이제 지척.
놈과의 거리 역시 코앞.
달칸이 입을 크게 벌렸다.
[연옥의 불세례 (SSS)]
-콰화아아아악!
브레스가 나를 덮친다.
여기까지는 예상했다. 급한 만큼 처음부터 몰아붙일 거라 생각했다.
“무지개 반사!”
[반사에 실패합니다!]
“제길!”
-푸화아아아악!
모든 걸 태워 버리는 일격이 나를 덮친다.
이번에는 행운이 따라 주지 않았다. 고작해야 3퍼센트 확률이니 당연한 걸지도 몰랐다.
소리치면 확률이 올라간다고는 한다만 얼마나 오르는지도 모르겠고.
“크흐으으읍!”
실시간으로 몸이 타올라 녹아내리는 고통은 형언하기 힘들었으나 정신을 놓지 않았다.
반사는 실패했으나.
[구사일생 (S) Lv.8]
구사일생이 있는 한 한 번은 무조건 버틸 수 있다.
달칸이라 하더라도 SSS급 스킬을 딜레이 없이 뽑아 낼 수는 없는 법.
7번 오망성과의 거리. 앞으로 800미터.
달칸과의 거리.
“크허어엉!”
8미터.
고속으로 전진한 녀석이 나를 물어뜯기 위해 아가리를 들이밀었다.
어떻게든 날 무지개다리에서 떨어트리려는 수작이겠으나.
“나도 쉽게는 안 당해.”
방어? 회피?
다 좋은데.
[아스트랄 레인보우 (S)]
[러브 앤 피스 (S) Lv.9]
[스킬 레벨 업!]
[러브 앤 피스 (S) Lv.10]
날 물려고 하면 어떻게 해야 해.
어쩌기는…….
“다시는 못 물게 해 줘야지.”
[되갚기 (S) Lv.7]
-쿠구구구궁
-콰아아아아앙!
나를 집어삼키는 아가리에 되갚기를 사용했다.
이미 나한테 한번 당하지 않았었나?
그만큼 급하다는 거겠지. 나야 그렇게 나오면 더 좋은 거고.
놈의 주둥이 일부가 흩어진다. 신성력의 폭발은 놈에게 치명적이니까.
버프까지 둘렀으니 말할 것도 없지.
문제는 녀석 역시 만만치 않았다는 것.
-콰드드드득!
[독자무강獨者武强 (S) Lv.8]
[강철의 의지 (S) Lv.7]
[강체强體 (S) Lv.8]
[물리 공격 내성 (S) Lv.7]
타격을 입은 것도 무시한 채 날 물어뜯었다.
놈의 집념은 상상 이상으로 강했다.
“쿨럭!”
상체 대부분이 씹혔다.
끔찍한 고통과 함께 저절로 피가 토해졌다.
펠라인 세트와 보호 스킬들이 날 보호했지만, 2페이즈에 돌입하며 전투력이 2배는 오른다는 게 사실인지 감당하기가 힘든 수준.
[파이어 밤 (S) Lv.10]
[오로라 빔 (S) Lv.7]
[일렉트릭 쇼크 (S) Lv.1]
발악하듯 버프가 끝나기 전 스킬을 난발했고.
-꾸구구구국!
[안개 질주 (S) Lv.5]
몸이 완전히 절단되기 전에 안개 질주를 사용했다.
따악!
놈의 주둥이가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얼굴 대부분이 하얀 불길과 검은 불길로 뒤덮여, 늑대보다는 알 수 없는 괴물의 모습에 더 가까워졌지만 눈빛은 살아 있다.
오망성까지의 거리는 이제 고작 200미터.
몸 상태는 최악.
무지개 반사와 구사일생, 안개 질주는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다.
[아스트랄 레인보우가 종료됩니다.]
[안개화가 종료됩니다.]
“크흡… 죽겠네, 진짜.”
난 무지개다리에서 내려섰다. 연결된 곳은 여기까지. 지금부터는 걸어가야 한다.
여전히 상처는 벌어진 상태. 한두 군데가 부러진 게 아닌 거 같다.
팔은 움직이지도 않고, 서 있는 것도 버겁다.
걷는 건 거의 불가능할 지경이었으나.
“궥, 궤엑!”
덕춘이가 혀로 날 감싸더니 달리기 시작했다.
절묘한 혀 놀림으로 날 회복시키는 건 덤.
“역시 덕춘이!”
“그에엑!”
이제 진짜 코앞이다.
달칸 역시 멀쩡하지는 않다. 서두르느라 치명적인 일격을 여러 번 허용했으니까.
이지키일이 신성력이 900대에 오르면 달칸을 완전히 없앨 가능성이 있다고 했던가.
비록 900은 아니지만 800대의 신성력을 지니고 있다.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준.
“크하아아앙!”
달칸이 마지막 힘을 쥐어 짜낸다.
저거 설마…….
“브레스?”
못 써야 정상이었으나 놈은 입에 불길을 머금는 데 성공했다.
무리하는 거다. 그 증거로 놈의 몸을 감싸고 있던 칠흑의 불길이 옅어졌다.
수명을 깎아 가며 능력을 사용하겠다는 것이었고, 오망성과의 거리는 아주 짧지만 분명하게 남아 있다.
난 하늘을 바라봤다.
지금쯤이면 와야 한다. 핥짝이와 이야기한 게 있으니까.
하늘 위로 작은 뭔가가 보인다.
[너에게 닿기를 (S) Lv.2]
6번 오망성에서 날린 압축 구슬.
그것이 달칸을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
제때 해 줬구나.
씨익 웃으며 멈춰 섰다.
지금 필요한 건.
[파이어 (B) Lv.1]
-화르르륵
모닥불 하나와.
[칭호, 불과 춤의 화신의 효과!]
-기분이 좋아집니다!
-모든 상태 이상이 줄어듭니다.
-회복 효과가 상승합니다.
-스텟이 일시적으로 상승합니다.
-정신 보호가 활성화됩니다.
춤.
칭호 효과로 출혈이 멎고, 덕춘이의 회복 능력이 올라간다.
조금이지만 나아진 몸 상태. 난 팔과 다리를 움직였다.
모든 걸 불태우듯 격렬하게!
[구애의 춤 (A) Lv.1]
[치명적인 포즈 (D) Lv.3]
“크륵!”
예상치 못한 충격은 사고를 멈추게 한다.
브레스를 뿜기 직전, 달칸은 멈칫할 수밖에 없었고.
바로 그 타이밍에 커뮤니티를 열어 핥짝이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쁘띠공듀]: 지금!
6번 오망성에서부터 날아온 구슬이 달칸에게 닿는 시점.
[해제 (S) Lv.7]
원격으로 해제 타이밍을 들은 핥짝이가 스킬을 사용했다.
-콰아아아앙!
정확히 달칸의 안면을 강타한 일격.
“크하아아아앙!”
놈의 머리가 옆으로 돌아갔고.
[연옥의 불세례 (SSS)]
-콰화아아아악!
녀석이 준비한 회심의 일격은 엉뚱한 곳으로 날아갔다.
나는 절뚝이며 앞으로 걸어나갔다.
이제 마무리를 할 차례다.
한 발, 한 발.
그리고 한 발.
[7번 여명의 오망성에 진입했습니다.]
[모든 오망성이 가동됩니다.]
[빛의 도시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우우우우웅
-파하아아앗!
오망성 안에 들어왔다.
한순간 빛이 터져 나온다. 눈을 뜨기도 힘들 만큼 강렬한 빛.
“그하아아아악!”
필드 전체를 뒤덮은 빛은 하늘을 가리는 먹구름마저도 뚫었으며, 그 안에 있던 달칸은 하얗게 타올랐다.
촤르르륵!
각 오망성에서 뻗어 나온 빛의 사슬이 달칸을 옥죈다.
발버둥 쳐도 소용없다. 물어뜯어도 소용없다.
빛이 사슬이 달칸을 구속해 끌어당긴다.
“워오오오오오!”
길게 울려 퍼지는 녀석의 하울링.
그런 녀석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만물의 영장을 무시하지 마라, 멍멍이 녀석아.”
“게헤헤헤!”
짧은 이별 인사.
달칸이 봉인되는 과정을 지켜보았다.
오망성에서 나온 7개의 사슬이 달칸을 붙잡아 중앙에 고정시켰고.
[빛의 도시 출현!]
[8개의 봉인이 달칸을 구속합니다.]
낮이 찾아온 필드.
그 중앙에 거대한 유적이 생성되며 달칸 봉인을 알렸다.
[65층 클리어!]
[혼돈 수치 +6]
[포탈이 생성됩니다.]
“아! 죽겠다!”
연달아 떠오르는 메시지를 확인하며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드디어 끝났다.
진이 다 빠진다. 마지막 한 방울까지 체력이 빨려 나간 기분.
상급 포션을 꺼내 입에 털어 넣었다.
덕춘이가 있으니 시간이 지나면 회복을 하겠지만 당장은 좀 쉬고 싶다.
아예 대자로 누워 커뮤니티를 확인했다.
[정수리 핥짝]: 오오오오! 낮이다아아아!
[니머리 탈모]: 성공했구나! 그럼 그렇지!
[냥냥펀치]: …? 뭐임. 너희 65층 클리어함? 나만 빼고!
[니머리 탈모]: 어허, 그러게 올라왔어야지. 우리가 으으으을마나 고생했는데! 때액!
[정수리 핥짝]: 방금 우리 냥펀한테 소리친 거?
[냥냥펀치]: 탈모 새끼가 나한테 막 윽박지르고! 욕하고! 막막! 때리고!
[니머리 탈모]: 아니요; 이건 좀 억지잖아요… 층도 다른데!
[정수리 핥짝]: 정수리 핥짝형에 처합니다. 이번엔 진짜 핥을 거니 닦고 대기하도록.
“오늘도 평화롭구만.”
평소랑 아주 똑같아.
피식 웃으며 나도 참가했다.
[쁘띠공듀]: 탈모는 어디가 정수리죠?
[냥냥펀치]: 앗… 아앗.
[정수리 핥짝]: 오, 그건. 오오…….
[니머리 탈모]: 뭐가 오오야. 너 내 정수리 봤잖아. 저기요? 여보세요?
[정수리 핥짝]: 미쳐 그 부분을 캐치 못 했네. 정수리를 찾을 수 없는 관계로 정수리 핥짝형 집행을 취하합니다. 땅땅땅!
[쁘띠공듀]: 내가 도와줬으니 고마워하라구욧!
[니머리 탈모]: 아니지! 그렇게 넘어가면 안 되지! 사람들이 진짜 탈모로 안다고! 그전에 탈모가 대머리는 아니거든?
[냥냥펀치]: 한 가닥도 소중한 탈모맨.
[정수리 핥짝]: 이것마저도 소중해…….
[쁘띠고듀]: 굵은 한 가닥 얇은 열 가닥 안 부럽다 (명─언).
[니머리 탈모]: 아니라고!
다들 힘이 넘치는 것 같으니 다행.
아직 할 일은 많다.
이지키일을 비롯해 다른 이들도 유적이 생성된 것을 확인했을 거다.
그중에는 파비안도 있을 거고 말이지.
“유적이 있는 만큼 다들 곧장 위로 올라가지는 않을 거야.”
조금만 더 회복하고 움직이자.
지금은 컨디션이 영 안 좋아서. 주력 스킬들도 쓰기 힘들고.
탈모맨도 말을 안 해서 그렇지 달칸을 붙잡고 있느라 무리 좀 했을 거다.
그나마 멀쩡한 건 핥짝이 정도인가.
고개를 살짝 들어 유적을 바라봤다.
빛의 도시라는 말에 걸맞게 하얀 성벽과 건물들이 늘어서 있다.
[SS급 권능, 별을 주시하는 눈이 발휘됩니다.]
권능을 사용했다.
당장 움직이지는 못하더라도 정보를 모으는 것 정도는 할 수 있으니까.
[빛의 도시- 유적]
-달칸을 봉인하는 마지막 성소.
-제2 천계의 유적입니다.
“제2 천계?”
그거 쉐핀이 있던 곳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