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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에 갇혀 고인물-300화 (300/740)

300화 영원한 밤의 야수

난 권능을 통해 보인 정보를 보며 웃음을 내뱉었다.

65층의 재앙, 구면이다.

[재앙을 극복하시오.]

-영원한 밤의 야수, 달칸.

“이야, 9층에서 봤던 애를 여기서 만나네.”

“그에에에.”

9층의 보스 몬스터. 봉인이 걸려 있던 괴물이었고, 내게 밤을 부르는 자 칭호를 준 녀석이기도 했다.

그때도 봉인이 전부 풀리면 6성급은 되지 않을까 했었는데 6성은 무슨, 재앙급 괴물이었다.

약간은 반갑다. 구관이 명관이라고 한번 싸워 봤던 녀석이랑 한 번 더 싸우는 게 나도 편하니까.

물론 그때랑은 다를 거다.

“봉인이 전부 풀렸을 테니 내가 모르는 능력을 쓸 수도 있지.”

빙글, 검을 꺼내 한 바퀴 돌렸다.

투구까지 완전히 착용했다. 나도 슬슬 탑에 적응한 건가, 요새 전투를 하지 않았더니 몸이 근질근질하다.

실전 감각을 유지하는 건 헌터의 기본.

시커먼 세계를 마주했다. 영원한 밤의 야수라는 이명이 어울리게 필드에는 달조차 떠 있지 않았다.

야간 시야가 없었다면 상당히 곤란했을 터.

-파앗!

난 높은 곳을 향해 달려갔다. 어딘가 달칸이 있을 거다. 이번 재앙은 극복하는 방법이 뭔지 잘 모르겠다.

어둠 속에서 살아갈 방법을 찾는 것? 그런 것도 클리어 조건에 부합할지 모르겠다만…….

“밤을 몰아내는 게 정답에 더 가깝겠지.”

그러기 위해서는 원인인 달칸을 처리해야 할 거고.

“그에에에.”

덕춘이가 낮게 운다. 달칸도 영물이려나, 충분히 가능성 있는 일이다.

빠르게 달린 덕분일까. 오래지 않아 근방에서 가장 높은 언덕 위에 도달할 수 있었다.

달칸은 찾지 못했으나 다른 건 발견했다.

희미한 빛.

뜨문뜨문 빛이 보였다. 흐릿하지만 워낙 어두운 곳이다 보니 못 보고 지나칠 수가 없었다.

마을인가? 그런 걸 수도 있는데.

“규칙적이야.”

NPC들과 시간을 보내며 마법진도 여러 번 봤었다. 무작위로 빛나는 것이 아니다.

빛과 빛을 연결하면 거대한 오망성이 그려진다. 단순한 우연일까?

그거야 알아보면 되는 거다만.

“그 전에 필드의 주인과 대화 좀 해야겠는데.”

난 시선을 멀리 던졌다.

산을 타고 내려오는 거대한 그림자.

검은 불꽃이 온몸을 감쌌으며, 유일하게 빛나는 두 눈동자는 날 응시하고 있었다.

거리가 꽤 멀었음에도 눈이 마주치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영원한 밤의 야수, 달칸이 등장합니다.]

[달칸이 당신과의 재대결에 환호합니다.]

-크아아아아아아!

놈이 울부짖었다.

공기가 찢어지며 울려 퍼지는 피어.

필드를 배회하던 야행성 몬스터도 몸을 떨며 웅크리고, 달칸의 영역에서 벗어나기 위해 날짐승이 하늘로 날아올랐다.

음영만이 존재하는 세계.

-파아아아앗!

빛이 일었다.

[러브 앤 피스 (S) Lv.6]

탑을 오르며 수많은 족적을 남겼다. 탑 내에서 나의 인지도는 상당했으며.

[칭호, 잊힌 교단의 팔라딘이 빛을 내뿜습니다!]

불과 얼음의 교단. 명예 팔라딘이 되며 나의 활약과 업적은 신성력이 되었다.

내 이름을 떨치면 떨칠수록 올라가는 신성력.

프램버그에 있을 때만 해도 700대 수준이었으나 지금 800대에 들어섰다.

고급 영약 또한 남부럽지 않게 먹고 있으니 시간만 충분하다면 900대에 진입하겠지.

나 역시 9층을 오를 때와는 다르다는 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었다.

-콰르르르릉!

놈이 산을 무너트리며 내게 달려들었다.

기억 속의 모습보다 덩치가 훨씬 크다. 봉인에는 신체적인 제약도 있었던 건가.

나 역시 놈을 향해 몸을 날렸다.

-콰아아아앙!

파이어 밤으로 얻은 추진력.

한순간 밝아진 공간, 붉게 물든 하늘을 떠오르며 검을 쥔 손에 힘을 더했다.

동시에 발휘한 권능.

[영원한 밤의 야수, 달칸]

-재앙.

-밤은 안식의 시간인 동시에 두려움의 영역.

-달칸은 어둠 속에서 태어난 영물입니다.

과연, 영물이라 이건가.

격만 따지자면 메스토카보다 위, 애초에 단일 객체로 재앙으로 분류된 녀석이다.

63층에서 만난 쌍두귀처럼 타락한 영물도 아니다.

덕춘이와 같은 온전한 영물.

“그에에에엑!”

덕춘이가 기세를 올린다. 동급의 존재를 향한 경계인지 패기인지는 모르겠으나 마음은 같았다.

“가자.”

[SS급 권능, 굴하지 않는 검귀가 번뜩입니다.]

-동화율 86퍼센트

어느덧 동화율이 80퍼센트대까지 올랐다.

매일 밤 잘 때마다 겪어야 했던 알리오스의 전투 기억은 어느새 내 경험이 되었으며.

-콰아아아아앙!

지금의 내 검에는 확신이 있었다.

마주치는 발톱과 검.

손톱 굵기만 어지간한 남성의 허벅지보다 굵다. 그에 비해 내 검은 가냘프기 그지없었으나 부러지는 일은 없었다.

[이블아이의 혼돈의 검 (SSS)]

-프램버그의 영웅, 이블아이를 위해 베힐탄이 심열을 기우려 만든 검.

-혼돈의 파편, 델버튼을 감싸고 있던 역병의 알로 만들어졌습니다.

-단단합니다.

재앙을 넘어 혼돈의 파편을 잡기 위해 만들어진 검이 있었다.

쇠조차도 베어 버릴 검술 또한 있었다.

-파삭!

놈의 발톱 일부가 깨져 파편이 튀었다.

달칸의 속성은 어둠. 태생 자체가 빛과 신성력과 상극이다.

-콰아아앙!

나 역시 피지컬에 밀려 바닥에 처박혔지만 만족스러운 일 합이었다.

씨익. 입꼬리가 올라갔다. 긴장감에 등이 뻣뻣해지는 감각.

강하다, 이게 재앙.

차라리 이편이 나았다. 괴이한 현상으로 혼란을 부추기는 것들보다 훨씬 직관적이며 해답이 정해져 있으니까.

“워우우우우우!”

9층에 이어 두 번째 승부.

놈 또한 가만히 있지 않았다. 길에 울리는 하울링.

듣는 것만으로도 서늘한 음색에 어둠이 짙어진다.

야간 시야의 레벨이 올랐다는 메시지가 연달아 떠올랐으나 지금은 살필 때가 아니었다.

[달칸이 완전한 밤을 부릅니다.]

[모든 스텟이 하락합니다.]

[밤의 주민들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잠깐이지만 몸에 힘이 빠졌다. 뭐, 말 그대로 잠깐이지만.

밤이 녀석의 영역이라 했었나. 나도 밤을 좋아한다. 누구 덕분에 말이지.

[칭호, 밤을 부르는 자가 발휘됩니다.]

-스텟이 상승합니다.

이걸로 스텟 감소는 상쇄.

이어 난 칭호의 옵션을 사용했다.

[옵텍터를 소환합니다.]

-키키키킥!

-키킥! 키키키!

내 주변으로 나타난 옵텍터들.

그와 대적하듯 달칸의 뒤로 밤의 존재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옵텍터는 기본, 밴시에 팬텀, 그림자 도둑 등등, 종류도 다양하다.

밤의 영물을 따라 명령을 떠받드는 놈들.

게다가…….

“저건 밴시 퀸인가?”

상위 몬스터들 역시 존재감을 과시했다. 밴시 퀸이 시작. 팬텀 로드에 그림자 왕까지 6성급이다.

내가 데리고 있는 옵텍터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군단.

심지어 내 옵텍터들은 한번 죽으면 부활도 안 된다. 한계가 명확한 옵션. 이미 예전에 사용해 그 수가 예전만 못하다.

“쉽지 않겠는데.”

“궤에.”

동의하는 듯 덕춘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유리한 부분이라고는 신성력을 다룬다는 것 정도.

보다 많은 데미지를 욱여넣을 수 있다.

“끼아아아아악!”

“가그그그극!”

몬스터 무리가 달려든다. 영체형 몬스터가 대부분이라 그 속도는 굉장히 빨랐다.

옵텍터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키히이이익!”

내게 닿기도 전에 신성력의 영향으로 타들어 갔으니까.

능력치를 뺏는 능력만 아니면 1성급 몬스터다. 내가 신경 쓸 필요 없다는 것.

눈여겨봐야 하는 건 저놈들이지.

내게 달려드는 놈들을 향해 폭발을 일으켰다.

[파이어 밤 (S) Lv.8]

-콰아아아아앙!

러브 앤 피스로 내 모든 행위에는 신성력이 깃든다.

파이어 밤도 예외는 아니었고, 어둠 속성 몬스터들은 비명과 함께 쓰러져 갔다.

그 사이로 들어오는 칠흑의 검.

-차앙!

검을 쳐 냈다.

그림자 왕. 모든 그림자 몬스터들의 우두머리.

검은 연기로 이루어진 몸 위로 푸른빛을 띠는 왕관을 쓰고 있다.

6성급 몬스터로 분류되기는 하다만…….

‘6성급도 다 같은 6성급이 아니란 말이지.’

일반 몬스터의 등급은 6성이 끝이다. 이후에는 네임드, 재앙급 몬스터뿐.

다르게 말하면 재앙급에는 못 미치지만 상당히 강한 놈이라는 것.

개인의 무력도 나름 대단하지만 더 짜증 나는 부분이 있었으니…….

“그아아아아!”

“그그그그그!”

왕이라는 칭호답게 산하 부하들을 자유자재로 다룬다는 것.

그림자 왕뿐만이 아니다. 밴시 퀸과 팬텀 로드 역시 마찬가지.

마구잡이식이 아닌 전략적으로 움직이는 몬스터는 위험도가 몇 배나 올라간다.

어림잡아도 나를 둘러싼 몬스터의 숫자는 백 단위.

더 큰 문제는…….

“크아아아아앙!”

“제길!”

-콰아아아앙!

내게 원한을 가지고 있는 재앙, 달칸.

몬스터로 시야를 가린 후 그대로 앞발을 휘둘렀다.

급한 대로 막기는 했으나 데미지가 없다면 거짓말.

보호 스킬과 펠라인 세트의 방호력이 없었다면 위험할 뻔했다.

-쿠르릉!

기세를 잡아 몰아붙이려는 건가. 달칸이 재차 공격해 왔다.

앞발을 휘두르는 건 애교다.

-콰드드드득!

저 커다란 주둥이에 물리면 어떻게 될지.

땅굴 이동으로 공격을 피한 후 생각했다.

현재 가장 위험한 게 무엇인가. 따질 것도 없이 달칸 그 자체가 제일 위험하다.

그렇다면 가장 방해되는 건 무엇인가.

몬스터. 그것도 집단으로 행동하며 내 움직임을 방해하는 행위.

보스급에 해당하는 밴시 퀸과 팬텀 로드, 그림자 왕만 사라지면 통솔력은 사라진다.

달칸이 밤의 영물인 건 맞지만 일일이 몬스터를 컨트롤하지는 않으니까.

-쿵, 쿠구궁

땅이 울린다. 역시 개코라 이건가. 땅속에 있는데도 정확히 나를 향해 땅을 파고 있다.

오케이. 녀석도 혼자 안 싸우는데 나라고 혼자 구를 수는 없지.

“덕춘아.”

“그에에.”

내 생각을 읽은 덕춘이가 고개를 끄덕인다.

난 청각을 집중했다.

땅을 파 내는 속도가 굉장한지 소음이 빠르게 가까워지고 있다.

앞발로 파고 있을 테니 뒷발은 고정해 뒀을 테고 그 위치는 아마.

[디그 (C) Lv.2]

[디그 (C) Lv.2]

[디그 (C) Lv.2]

여기.

“크하아앙!”

연달아 디그를 사용했다. 뒷발이 빠진 달칸이 순간적으로 균형을 잃었고.

[무지개다리 (S)]

난 그대로 위를 향해 무지개다리를 사용했다.

-뻐억!

이동 중에 파괴 불가 옵션. 그 말은 다르게 말하면 아주 단단하다는 뜻.

위로 뻗어 나간 무지개다리는 그대로 달칸의 턱을 올려 쳤다.

턱이 돌아간 녀석이 비틀거리고 난 무지개다리를 타고 위로 이동했다. 맞춰지는 눈높이.

“짜릿할 거야.”

난 인벤토리에서 뇌봉참검을 꺼냈다.

혼돈검을 허리에 걸며 뇌봉참검을 역수로 양손으로 잡았다.

그대로 무지개다리에서 점프.

[중량 팔찌 (C)]

마력을 힘껏 불어넣어 무게를 늘렸다.

온몸은 갑옷. 급격히 늘어난 무게. 뇌전을 뿌리는 검.

[절삭 (S) Lv.1]

[도축 (S) Lv.2]

[일렉트릭 쇼크 (AAA) Lv.7]

-푸욱

-파지지지지직!

“크하아아아앙!”

놈의 코를 찌른 뇌봉참검이 전격을 내뿜었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벼락.

달칸이 몸부림치는 상황에도 다른 몬스터의 방해는 없었다.

왜냐.

[뺨치기 (S)]

-짜아아아악!

“그에에에.”

킹갓 개구리 덕춘 님이 친히 보스급 몬스터의 뺨을 때리고 있었으니까.

그림자 왕이 반항했지만 녀석의 검은 외갑 특성을 사용한 덕춘이를 뚫을 수 없었고, 혼돈 속성을 지닌 덕춘이의 손바닥은 연기로 이루어진 놈의 몸뚱이마저 타격할 수 있었다.

“궥.”

그림자 왕을 보내 버린 덕춘이가 엄지를 세운다.

나 역시 엄지를 들었다.

“크르르르르.”

분노한 달칸이 이빨을 드러낸다.

나도 마주 보며 웃었다.

“우린 우리끼리 놀아야겠다, 그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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