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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에 갇혀 고인물-274화 (274/740)

274화 한 번 더

61층까지 올라오며 스스로도 많이 강해졌다고 생각했다.

거만한 생각일지 모르지만 동층대를 오르고 있는 자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라고.

탈모맨과 겨루고 나서 그 생각이 더 짙어진 걸 수도 있다.

비슷한 곳을 오르고 있는 사람 중 나와 비슷한 수준의 강자는 멤버들뿐이었고, 탈모맨은 그중에서도 독보적이라고 할 정도로 강했으니까.

솔직히 말하면 시간이 더 흐른 뒤 싸우면 어떻게 될지 장담하지 못할 수준.

핥짝이와 냥펀도 있기는 하지만 장단점이 확실한 케이스라 패스.

아무튼 자신의 실력에 조금은 자신감이 있는 나였지만.

-콰아아앙!

“크으윽!”

나보다 높이 올랐던 이들과 비교한다면 어떨까?

저돌적으로 달려간 것도 잠시, 테일러의 반격을 맞고 뒤로 튕겨져 나갔다.

검을 맞댔을 뿐인데 느껴지는 압박감이 다르다.

이게 상위층에 올랐던 이의 힘인가.

NPC와 싸운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래서 더 단단히 마음먹고 있었는데.

“더럽게 세네.”

“네놈도 보통은 아니구나.”

나름 인정해 주는 게 기분 나쁘지는 않았지만 상황은 나쁜 게 맞았다.

에밀라와 베이어드는 다른 숭배자와 결투를 이어 가는 중.

뒤로 빠져 있는 둘은 서로를 견제하면서 전투 상황을 살피고 있었다.

실질적으로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는 건 어려운 상황.

어떻게든 내 힘으로 꺾든가, 에밀라나 베이어드가 이길 때까지 버텨야 한다.

물론 버틴다는 선택지를 고를 생각은 없다.

내 성향 문제를 떠나서…….

‘에밀라와 베이어드가 이긴다는 보장이 없어.’

아무리 마을의 대표와 로얄 드루이드라고 하더라도 우리가 상대하고 있는 건 비밀에 쌓여 있는 탑 숭배 집단이었다.

반응을 보아하니 NPC 사이에서도 그리 알려지지 않은 세력이고, 규모가 어떻게 되는지 얼마나 강한 이들이 있는지도 알려진 게 없는 거 같다.

프램버그에 가지 않았다면 지금 이 순간에도 모르고 있었겠지.

놈의 이간질에 휘말려 61층에서 굴렀을 거고.

차라리 잘됐다. 이번 기회에 놈들의 정체에 대해 파 봐야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제압부터 해야 하는데.

‘제압이 되나?’

못 할 거 같은데.

괜히 무리하지 말고 이기는 데 집중하자.

어차피 숭배자는 더 있으니까.

셋 중 한 명만 살아도 되겠지.

테일러의 말이 사실이라면 뒤에 있는 이들 중에도 숭배자가 있을 가능성이 있지만 말이다.

최악의 경우는 두 명 모두 숭배자인 건데, 그럴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그랬으면 진작에 협공을 했지 이렇게 힘 뺄 이유가 없다.

검을 움켜쥐며 옆으로 살짝 돌았다.

여유로운 모습으로 날 바라보는 녀석.

먼저 공격하며 압박할 능력이 있음에도 그러지 않고 있다.

녀석 또한 내게 묻고 싶은 게 많을 테니까.

“숭배 집단에 대해서는 어디서 들었지? 이제 막 60층대에 들어선 녀석이 알 만큼 보안이 허술하지는 않은데 말이야.”

“연줄이 많거든. 그래서 숭배 집단의 규모가 어떻게 되지?”

“아직 자세한 건 모르나 보군. 날 지목한 건 우연이었나? 곤란한데, 뒷덜미가 잡히면 안 돼서 말이지. 나 말고 다른 숭배자를 만난 적은?”

“총체가 있을 텐데? 일단 집단이면 우두머리가 있을 거 아니야. 수장이 누구냐? 어디에 있는지 말해 주는 건 어때?”

놈도 나도 질문에 답을 하지는 않았다.

서로 하고 싶은 말만 던져 댈 뿐.

단순한 시간 끌기는 아니다. 질문과 질문 사이에서 정보를 빼 내는 중이었지.

‘뒷덜미가 잡혀 곤란하다고 했지. 분명 처벌자가 있는 거야. 어떤 식으로든 불이익을 줄 수 있는.’

대외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비밀 집단.

당연히 비밀 엄수가 기본 원칙일 거다. 곤란하다고 말하는 이유도 그 때문일 터.

중요한 건 그에 따른 페널티다.

단순히 본인의 소속이 드러난다고 곤란할 리가 있나, 발뺌하면 그만인데.

구체적인 증거가 없으니 찜찜하더라도 확신은 불가능하겠지.

그렇게 넘어갈 수도 있는 문제를 놈은 크게 키웠다.

같은 NPC를 죽이는 것도 서슴지 않을 정도로 확실하게 비밀을 지키려 했지.

페널티가 있다는 거다.

‘대체 어떤 식으로? NPC는 움직임에 제약이 있을 텐데, 처벌을 하는 존재가 올 수가 있나? 아니면 계약 같은 간접적인 방법을 이용한다던가.’

눈으로는 놈을 주시하면서도 생각을 멈추지 않았다.

이번에는 덕춘이와 더덕이의 반응과 테일러의 노골적인 수작질 덕에 숭배자를 만날 수 있었지만 앞으로도 그럴 거라는 보장이 없다.

가능한 많은 정보를 뽑아내고 싶었으나.

“그래. 좋게 말로 해결할 거라는 생각은 안 했지. 팔다리 하나 정도 자르고 시작하자고.”

놈은 인내심이 그리 많지 않았다.

검을 길게 내뻗는 것과 동시에 빠르게 접근한다.

한순간 섬광이 번뜩이더니 서늘한 감각이 목에 닿았고.

-카앙!

난 가까스로 반응해 검을 쳐 낼 수 있었다.

검으로 막은 것도 아니다.

급한 대로 펠라인 세트를 믿고 팔뚝으로 걷어 낸 거지.

-주륵

반쯤 갈라진 완갑 사이로 핏물이 쏟아진다.

[강철의 의지 (S) Lv.3]

[강체强體 (S) Lv.4]

[물리 공격 내성 (S) Lv.3]

패시브 스킬이 활성화됐음에도 이 정도라…….

연달아 공격을 허용하면 위험하겠는데. 60층에 머물던 녀석들이랑은 차원이 다르다.

더군다나 탑에 오랫동안 갇혀 있는 게 NPC. 사실상 가지고 있는 대부분의 스킬 레벨이 MAX라고 보는 게 맞았다.

지금의 나로서는 감당하기 버거운 존재라는 건 바뀌지 않았으나.

-콰아아앙!

“날 너무 얕보네?”

나도 그냥 당할 만큼 만만치는 않다.

예전에는 보지 못했을 공격도 반응하는 걸 넘어 대응할 수 있게 됐다.

교묘하게 파고든 검을 어깨로 받아 내며 검을 내질렀다

놈의 검날을 타고 올라가 목까지 꿰뚫으려 했지만.

[접근 금지 (S) Lv.MAX]

-카르르릉!

무형의 힘이 내 검을 밀어 냈다.

접근 금지? 저건 또 뭔 스킬이야.

내가 모르는 스킬이 너무 많다. 그나마 권능으로 읽어 낼 수라도 있어서 다행이지.

빙글.

몸을 돌리는 것과 동시에 파이어 밤을 날렸다.

S급에 다다른 파괴력.

일대가 폭발에 휘날리며 열기가 치솟는다.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 데미지를 입으면 좋겠지만 그럴 것 같지는 않고.

적당히 눈가림이라도 할 수 있으면 다행.

망설임 없이 일렉트릭 쇼크를 사용했다.

-콰지지직!

전격이 세차게 뿜어져 나간다.

어지간한 몬스터는 감전돼 바들거릴 수준이건만 테일러에게는 씨알도 안 먹힌 것 같다.

어지럽게 피어오르는 먼지를 뚫고 내게 검을 날렸으니까.

검만 날렸으면 오히려 다행이지.

[공간압축 (SS) Lv.MAX]

뭔 말도 안 되는 공격을 해 댔다.

징조는 찰나.

주변이 일렁인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콰드드득!

내가 있는 곳이 완전히 압착됐다.

처음 보는 공격.

SS급에 이르는 파괴력과 범위.

보고 피하기에는 늦었고, 난 안개질주를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재밌는 스킬을 쓰는군.”

네가 쓰는 것만 할까.

안개화가 되어 말할 수는 없었지만 욕이 절로 나온다.

무적이 유지되는 건 고작해야 몇 초.

지금이라도 놈의 전력을 가늠해야 한다.

[SS급 권능, 별을 주시하는 눈이 발휘됩니다.]

-츠즈즈즉

권능이 발현되는 것과 동시에 놈에 대한 정보가 떠오른다.

역시나 NPC라 그런지 제대로 된 정보는 떠오르지 않았으나.

[테일러- NPC]

-전장을 누비던 특작부대 출신.

-가장 안전하게 비밀을 지키는 건 목격자를 죽이는 것이죠!

-처리하지 않는다면 끝까지 장애물이 될 겁니다.

놈을 이 자리에서 반드시 없애야 한다는 건 알 수 있었다.

얼른 더 강해지던가 해야지. NPC 상대로는 정보를 제한적으로 얻는 게 불편하다.

적어도 동급, 못해도 어느 정도 비빌 만한 수준이면 가지고 있는 권능이나 스킬은 살짝 엿볼 수 있었을 텐데.

뭐, 권능은 이미 알고 있지만…’.

‘비밀특사 (SS)였지 분명.’

공격형 권능은 아니다.

비밀스럽게 정보를 전달하고 활동하는 데 특화된 능력이지.

이것만 믿을 수는 없지만.

혹시 아는가, 권능을 더 가지고 있을지. 나만 해도 한두 개가 아닌데.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말자. 알 수 없는 걸 고민해 봤자 정답이 나오는 건 아니니까.

[안개화가 종료됩니다.]

[망자귀환 (AAA) Lv.5]

몸을 되찾자마자 버프를 둘렀다.

여기에.

[버프 다이스 (AAA) Lv.1]

[6]

[아물지 않는 상처]

-상대방의 치유 효과가 대폭 저하됩니다.

오랜만에 보는 눈금 6.

효과는 말할 것도 없다.

안 그래도 스펙으로 밀리는 상황인데, 회복까지 해 버리면 답이 없거든.

조금은 무리해야겠다.

NPC를 상대로 체력을 남겨 두고 싸운다는 발상 자체가 말이 안 되니까.

이미 버프를 두른 상황.

선택지는 없다.

“가자.”

“그에엑!”

“끼아아악!”

탐색전은 이미 충분했다.

난 앞으로 달렸고, 오른쪽에는 덕춘이가, 왼쪽에는 더덕이가 진을 짜며 돌격했다.

만물의 영장과 영물, 영약의 콜라보!

-콰아아앙!

바닥을 걷어차 흙덩이를 놈에게 뿌렸다.

“얕은 수를!”

맞다, 얕은 수다.

그래서 어쩔 건데. 투시 스킬이라도 있는 게 아니면 흙이든 침이든 눈만 가리면 안 보이는 거 아니야?

[오로라 빔 (S) Lv.3]

[오로라 빔 (S) Lv.3]

[오로라 빔 (S) Lv.3]

연달아 오로라 빔을 날렸다.

공격이 직선이라 피하기 쉽지만 대신 원거리 공격 속도가 빠르다.

견제하는 데는 이만한 게 없다는 것.

가뜩이나 버프를 두른 상황, 위력은 말할 것도 없다.

물론 이 정도로 끝내면 아쉽지.

방금 건 어디까지나 놈을 흔들기 위한 밑밥일 뿐.

[시한폭탄 (AA) Lv.6]

폭탄을 설치했다.

어디에?

“한번 제대로 가 보자.”

내 몸과 검에다가.

갑옷과 검에 폭발 마법진이 덕지덕지 새겨진다.

몸 성히 싸워서 이길 놈이 아니다. 내 살을 깎아 먹더라도 데미지를 입혀야 한다. 버프 다이스 효과가 사라지기 전에.

-콰아아앙!

폭발을 일으켜 가속에 가속을 더했다.

급속도로 가까워지는 테일러와 나.

[SS급 권능, 굴하지 않는 검귀가 번뜩입니다!]

[일렉트릭 쇼크 (AAA) Lv.3]

[절삭 (AAA) Lv.6]

[영혼찢기 (S) Lv.4]

[홍예참 (SS)]

아낌없이 스킬을 사용했다.

권능의 보정치.

온몸에 두른 전격.

강화된 절삭력에 펠라인 세트 스킬인 홍예참까지.

여기에.

[중급 근력 강화 포션]

-힘이 불끈불끈!

[하급 민첩 강화 포션]

-발이 파박파박!

일시적이지만 근력과 민첩이 올라가는 포션까지 입에 털어 넣었다.

포션 제작을 게을리 안 해서 다행이다.

가공할 만한 속도.

난 손을 뻗었다.

이제 시작이다.

[심연의 눈동자 (A) Lv.9]

[집착하는 망령 (AA) Lv.2]

[프로즌 브레이크 (AAA) Lv.5]

내가 가지고 있는 속박기와.

“끼아아아아아악!”

[영혼의 절규 (SS)]

더덕이의 서포트.

SS급에 오른 영혼의 절규가 테일러를 강타했다.

“크으으읍!”

아무리 NPC라도 몸을 굳힐 수밖에 없는 조합.

그런 놈을 향해 전력을 다해 검을 휘둘렀다.

권능과 스킬로 강화된 검격이 놈을 갈랐고.

[파이어밤 (S) Lv.6]

-콰아아아아아앙!

거대한 폭발을 시작으로 내 몸과 검에 새겨진 시한폭탄이 일제히 불을 뿜었다.

귀를 찢는 굉음과 뜨거운 열기.

한순간에 불구덩이가 된 공간에 보이는 거라고는 붉게 타오르는 화염뿐.

불길이 하늘을 향해 몸을 흔들고 아지랑이가 하늘을 일그러트린다.

연기가 구름을 대신했으며 대지마저 전율해 몸을 떨었다.

내 몸도 버티지 못하고 깨져 나갈 거 같다는 게 문제였지만.

[되갚기 (S)의 효과]

[데미지가 누적됩니다.]

되갚기를 시작으로 방어 스킬의 알람이 계속해서 떠오르기를 반복.

“대단, 하군.”

시야를 덮었던 불길이 가시자 온몸이 타들어 간 테일러가 눈에 들어왔다.

척 봐도 몰골이 말이 아니다.

반쯤 타들어 간 상체.

영혼찢기가 지나간 곳을 기점으로 놈의 몸 절반은 기능을 잃었으며, 열기에 타 버린 머리카락은 화상으로 얼룩진 얼굴에 달라붙었다.

입을 벌릴 때마다 흘러나오는 검은 연기.

죽어도 이상할 게 없지만 난 방심하지 않았다.

놈은 NPC.

59층, 즉사 구간을 넘어선 존재.

그 말은 곧.

[단기 회귀 (S) Lv.MAX]

-10초 전으로 돌아갑니다.

놈에게도 비장의 수는 남아 있다는 거였고.

“더 보여 줄 게 없다면 네놈의 패배다.”

온전치는 않지만 놈의 몸이 복구되었다.

비릿하게 웃는 녀석.

그럴 줄 알았다.

바로 끝날 리가 없지.

나도 놈을 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보여 줄 게 왜 더 없어.”

[아스트랄 레인보우 (S)]

바닥을 기는 마력.

난 온몸에 있는 마력을 쥐어짰다.

비장의 한 수는 나도 있다.

그리고…….

“그에에에엑!”

[뺨치기 (S)]

-짜아아아아악!

덕춘이도 있지.

“커흑!”

기습적인 싸대기에 놈의 목이 돌아간 순간.

“한 번 더 버텨 봐.”

난 놈에게 몸을 던졌다.

[되갚기 (S) Lv.1]

아까와는 또 다른 파괴의 파동이 대지를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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