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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에 갇혀 고인물-261화 (261/740)

261화 새로운 세트 스킬

동시에 맞붙은 나와 탈모맨.

어떻게 보면 예정된 결과일지도 몰랐다.

오해가 있으면 풀면 되는 거고, 서운한 게 있으면 털어놓으면 그만.

쿨하게 웃고 넘어가면 좋겠지만 사람인 이상 미련이 있기에 질척일 때가 있었고, 지금이 그러했다.

누가 옳으냐를 떠나 믿고 있던 것이 깨졌다는 당혹감과 의도치는 않았지만 먼저 말하지 않고 비밀을 감추었다는 것이 만나 육체적인 표현으로 펼쳐졌다.

-쩌어어어엉!

거대한 쇳소리가 울려 퍼진다.

일 합부터 힘을 아끼지 않았다.

탈모맨과 나는 이미 맞부딪친 적이 있었으니까.

비록 탑을 오르며 더욱 강해졌고 새로운 스킬과 칭호를 얻었지만, 근본은 바뀌지 않았다.

사람의 천성이라는 것이 쉽게 바뀌지 않는 탓도 있었고, 초반에 얻은 스킬을 주로 사용하다 보니 이후에도 계속 쓰는 경향이 있기 때문.

나만 해도 여전히 파이어 밤을 애용하고 있지 않은가.

-주륵

검과 건틀릿이 격돌했고 서로 뒤로 물러났다.

반발력에 손바닥이 터질 것 같다.

보통 무기를 든 쪽이 유리한 게 사실이나 여기서는 상황이 다르지.

“튼튼하네.”

“물론이지.”

튕겨 나가는 순간에 검을 비틀어 어깨를 찔렀건만, 녀석의 타이즈에 자그마한 구멍이 생겼을 뿐 별다른 외상은 없었다.

오히려 몸으로 검을 받은 후 붙잡으려는 움직임까지 있었다.

검이 제대로 박히지 않는 몸.

검날도 망설임 없이 움켜잡을 수 있는 능력.

무기를 쓰는 입장에서는 이쪽이 더 까다로울지도 몰랐다.

한 번이라도 무기를 빼앗기면 육탄전에 익숙한 녀석이 더 유리해지니까.

그러니…….

[일렉트릭 쇼크 (AAA) Lv.3]

-파직, 파지지지직!

난 전격을 몸에 둘렀다.

펠라인의 주황색 오른발이 빛나며 출력이 높아진다.

이런 식으로 스킬을 운용하면 내게도 데미지가 들어올 수밖에 없지만.

[전격 내성 (AAA) Lv.1]

[독자무강獨者武强 (S) Lv.4]

[강철의 의지 (S) Lv.3]

[강체强體 (S) Lv.4]

이 정도면 충분히 견디고도 남지.

지금부터 내 검이든 몸이든 닿기만 하면 감전될 거다.

킁! 콧김을 내뱉은 녀석은 별 상관 안 하는 거 같지만.

-탓

가벼운 발소리.

그와 함께 놈이 쏜살같이 달려든다.

조금은 힘을 뺀 채 검을 그었다.

허초.

눈가를 가로지르는 검은 본능적으로 상대방을 움찔하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

이어 시야가 가려지니 조금이라도 몸을 비틀어 자세를 수정할 것이고, 난 그 틈을 타 제대로 된 일격을 가하고자 했으나…….

-콰앙!

“미친!”

“이 정도로는 어림도 없다!”

놈은 무식하게도 턱을 살짝 당기며 이마로 검을 받았다.

아무리 속도에 중점을 뒀다고 하더라도 절삭을 두른 검인데.

놀랍게도 녀석의 이마에는 상처 하나 없었다.

감전된 녀석의 입가가 떨렸지만 그뿐이었다.

[호신강기 (S) Lv.2]

[금강불괴 (S) Lv.1]

[불굴 (AAA) Lv.7]

[충격 흡수 (AA) Lv.4]

[전격 내성 (AA) Lv.7]

놈 역시 몸을 보호하는 스킬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호신강기랑 불굴까지는 봤었는데 금강불괴랑 충격 흡수는 나중에 얻은 건가.

대체 그동안 얼마나 강해진 거야.

권능을 통해 녀석의 정보를 읽어 보자 했지만 그럴 틈이 없다.

-슈왁!

박치기로 검을 튕긴 녀석이 팔을 뻗어 왔으니까.

뱀처럼 칼날을 타고 올라오는 손.

찰나의 순간, 난 검을 놓으며 뒤로 몸을 날렸다. 어차피 내가 가지고 있는 검은 저거 하나가 아니다.

-팡!

허공을 움켜쥔 놈의 손에서 공기 터지는 소리가 들린다.

서늘한 감각이 목을 타고 흐른다.

잡혔으면 어떻게 됐으려나.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신 녀석이 가드를 올린 채 전진 스텝을 밟는다.

좌우로 몸을 흔들며 타점을 흐리면서도 큰 보폭으로 빠르게 접근해 온다.

옆으로 피해 갈 수 있을까?

[외톨이의 길 (B) Lv.1]

순간적으로 은신 스킬을 쓰며 몸을 틀었지만.

“어딜!”

그대로 날 따라잡은 녀석이 몸을 던진다.

통할 리가 없지. 눈이 가려졌을 때도 내 위치를 파악하는 놈인데.

놈을 향해 손바닥을 내밀었다.

위치는 좀 아래.

[파이어 밤 (S) Lv.6]

-콰아아아아앙!

폭발에 휘말린 탈모맨이 위로 솟구친다.

놓칠 수 없는 기회.

[심연의 눈동자 (A) Lv.9]

[집착하는 망령 (AA) Lv.2]

놈이 어떻게 하기도 전에 두 스킬을 사용했고.

인벤토리에서 뇌봉참검을 꺼냈다.

[영혼 찢기 (S) Lv.4]

[절삭 (AAA) Lv.6]

그대로 놈을 베었다.

몸이 단단해도 상관없다.

영혼 찢기는 애초에 육체를 베는 스킬이 아니니.

녀석이 반사적으로 팔을 내밀었으나.

-찌이이이익!

뭔가가 찢기는 소리와 함께 녀석의 팔이 힘을 잃는다.

육체가 아닌 영혼을 자르는 스킬.

이걸로 녀석의 왼 주먹은 봉인한 거나 마찬가지.

문제는.

-콰아아아앙!

그럼에도 불구하고 놈은 강했다는 거다.

보통은 당황하지 않나?

이 미친놈은 그 와중에 발을 들어 날 걷어찼다.

엄청난 위력.

[SS급 권능, 괴력난신이 빛을 발합니다.]

녀석의 권능의 힘인지 말 같지도 않은 충격이 온몸을 휩쓸었고.

-쿠웅! 콰가가강!

거세게 땅에 꽂히고도 몇 바퀴나 굴러야 했다.

그런 내게 놈이 주먹을 뻗었으니.

[파사권풍 (AAA) Lv.9]

-콰아아아앙!

거센 충격파가 날 휩쓸었다.

권풍이요? 아예 장풍도 쓰지 그래?

시답잖은 생각을 하며 칼을 바닥에 박았다.

카가가가가!

불똥이 튀며 검이 불안하게 흔들린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그대로 뒤로 넘어가겠지.

그런 내게 놈이 한 발자국 움직였는데.

“읍!”

그대로 움직임을 놓쳤다.

너무 빨라서? 아니.

[블링크 (AAA) Lv.2]

실제로 사라졌다 나타났으니까.

육체파라 당연히 그런 것들만 가지고 있을 줄 알았는데 허를 찔렸다.

블링크라니.

피하고 말고가 없다. 사라졌던 녀석이 코앞에서 나타났고.

-콰아아앙!

안면을 가격당했다.

자동으로 목걸이 투구가 활성화되며 얼굴을 보호했지만 머리를 울리는 통증까지는 막을 수 없었다.

이어 놈이 태클을 걸더니.

“흐랴아압!”

그대로 엉켜서 뒹굴었다.

이 거리에서는 검이 의미를 잃는다.

레슬링.

온몸에 두른 일렉트릭 쇼크에 스파크가 사방으로 뻗쳐나감에도 녀석은 아랑곳하지 않고 움직였다.

나도 탑에 들어오기 전에 다양한 체육관을 다녔고, 그중에는 주짓수도 있기는 했지만.

-꽈드드득!

놈은 차원이 달랐다.

프로? 프로고 나발이고 맨몸으로 몬스터랑 싸우던 94특임대다.

상황에 따라서는 몬스터가 아닌 대인전을 펼치는 집단.

경지에 오른 기술과 초인이 되며 향상된 능력.

게다가 전투에 특화된 권능과 스킬.

한차례 천장이 뒤집혔다 느꼈을 때, 이미 녀석의 팔과 다리가 뱀처럼 온몸을 조이고 있었고.

-카드드드, 카각!

갑옷에서는 기괴한 소리가 울렸다.

관절기. 오른쪽 팔꿈치와 어깨에 압박감이 느껴지더니 조금씩 관절이 비틀리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녀석보다 힘 스텟이 월등히 높았다면 억지로라도 풀겠다만 이 녀석을 상대로는 힘들다.

특히나 이미 기술이 들어간 상태에서는 더더욱.

“그만 항복하시지?”

“크읍, 이 정도로?”

난 입꼬리를 올렸다.

아직 안 끝났다.

프스스스. 몸이 옅어진다.

[안개 질주 (S) Lv.1]

마력이 쑥 빠져나간다.

안 그래도 오늘 결투 때 한 번 사용해서 말이지.

그런 거로 아쉬워하지는 말자. 따지고 보면 탈모맨도 59층, 즉사 구간을 막 뚫고 올라왔으니까.

안개화로 놈의 관절기에서 벗어난 나는 벗어 뒀던 투구가 있는 곳으로 빠져나갔고, 안개화가 풀리는 것과 동시에 망자귀환을 사용했다.

단번에 늘어난 스펙.

몸에 부담이 가는 게 느껴졌지만 별수 없지.

난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던 투구를 집어 들었다.

탈모맨 역시 천천히 일어선다.

“역시 숨은 수가 더 있는 거지?”

“너도 마찬가지 같은데.”

상대해 보니 알겠다.

확실히 놈은 육체파다. 무기는 쓰지도 않으며 쓸 생각도 없다.

전투 관련 스킬들과 본인이 갈고 닦은 기술.

그리고…….

[김진성 (최고 층수: 60층)]

-닉네임: 니머리 탈모

-권능, 괴력난신怪力亂神 (SS) 보유.

-권능, 두 세계의 지배자 (SS) 보유.

-칭호, 맨몸의 파괴자 보유.

-칭호, 인간전차 보유.

-칭호, 인간재해 보유.

-칭호, 천무지체 보유.

.

.

.

[동 등급의 권능을 보유해 자세한 정보를 읽을 수 없습니다.]

녀석이 걸어온 길을 대변하는 칭호와 새롭게 생긴 권능 하나.

탈모맨 역시 계승자가 된 건가.

두 세계의 지배자라… 왤까, 킬더레스가 떠오르는 건.

내가 아는 NPC 중에 두 세계를 지배했던 건 킬더레스뿐이라서 말이지.

슬쩍 옆을 바라보자 릴카 역시 흥미로운 눈으로 탈모맨을 바라보고 있다.

다른 두 녀석도 나름 즐기고 있는 거 같고.

“공듀와 탈모. 우우, 이 끔찍한 광경이라니.”

“이것도 먹을래? 귀, 귀여워!”

“이히히, 팝콘 맛있당.”

냥펀은 무릎을 끌어안은 채 집중하고 있고, 핥짝이는 양쪽에 냥펀과 릴카를 끼고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다.

릴카 이 녀석은 준다고 냉큼 팝콘이나 뜯고 말이야.

누군 죽어라 싸우고 있는데.

살짝 울컥했지만 다시 탈모맨에게 집중했다.

“슬슬 끝내자고.”

고개를 끄덕인 녀석이 자세를 잡는다.

동시에 가공할 만한 기세가 느껴졌으니.

[칭호, 초인의 길(성장형)이 빛납니다!]

녀석이 가지고 있는 칭호의 효과였다.

미치겠네. 성장형 칭호까지 가지고 있었다고?

그뿐만이 아니다.

[SS급 권능, 두 세계의 지배자가 빛납니다!]

[칭호, 마왕의 가호가 함께합니다.]

말로 표현하기 힘든 존재감이 느껴진다.

거친 동시에 격정적인, 그러나 난폭하지는 않은 기운.

발걸음 하나에도 무게감이 실린다. 공기가 묵직하게 내려앉은 것만 같다.

전신을 저릿하게 조여오는 투기.

-철컥

나 역시 탈모맨을 바라보며 투구를 착용했다.

[펠라인 세트 효과! (6/7)]

-올 스텟 +120

-패시브 스킬 ‘쾌적 (D)’ 적용.

-자가 수복기능 활성화.

-완전 파괴 불가.

-펠라인 세트의 방어력이 통합됩니다.

-파츠별 속성이 개화됩니다.

-‘감각 공유 (C)’ 적용. (펠라인 세트에 한정됩니다.)

-파츠별 속성의 저항력이 올라갑니다.

-세트 아이템에 봉인된 스킬 일부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펠라인 세트의 광택이 더욱 도드라집니다.

-통합된 방어력이 증가합니다.

-받은 데미지 일부를 상대에게 돌려줍니다.

6세트까지 완성한 상태.

올 스텟이 70에서 120까지 급격히 올라갔으며, 받은 데미지 일부를 돌려주는 옵션까지 생성되었다.

여기에 하나 더.

[펠라인 세트 스킬이 추가되었습니다.]

[펠라인 세트 스킬이 추가되었습니다.]

세트 아이템을 여섯 개까지 마쳤기 때문인가.

두 개의 스킬이 더 생겨났다.

이걸 여기서 쓰게 될 줄은 몰랐지만.

인벤토리에서 새로운 검을 꺼냈다.

탐욕의 검 (AA).

타락한 천사의 검도 있기는 하지만 그것보다는 이게 등급이 더 높아서.

-키릭

검을 고쳐 쥐며 펠라인 세트 스킬을 발동했다.

[아스트랄 레인보우 (S)]

-10초간 모든 공격 스킬 데미지 1,000퍼센트 증가.

-10초 후 공격에 사용된 스킬 데미지 10퍼센트로 하락. (1시간 동안 유지)

-하루에 한 번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결투 때 사용하지 않길 잘했다.

그랬으면 지금 못 썼을 테니까.

스타트는 오로라 빔.

-찌유우우웅!

-콰과과과광!

손끝을 타고 오로라 빔이 연달아 쏘아진다.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공격을 피하며 다가오는 녀석.

그래, 이걸로는 못 막겠지.

그러기에는 오로라 빔은 너무 직선적이니까.

[디그 (D) Lv.5]

놈이 디딜 바닥을 예측해 디그를 사용했다.

“똑같은 수에는 안 당하지!”

그러고 보니 10층 투기장에서도 이런 식으로 했던가.

괜찮다. 그때랑은 다를 테니까.

[디그 (D) Lv.5]

[디그 (D) Lv.5]

[디그 (D) Lv.5]

[디그 (D) Lv.5]

연달아 디그를 사용해 하나의 선을 그었다.

게다가 프로즌 브레이크.

-콰가가각!

파여 버린 구덩이 위로 얼음 장벽이 솟아올랐다.

내게 도달하려거든 여길 뛰어넘어야 할 것이다.

아니면.

[SS급 권능, 별을 주시하는 눈이 번뜩입니다!]

[블링크 (AAA) Lv.2]

통과하든가.

녀석이 스킬을 사용한 걸 파악한 것과 동시에 난 검을 내리쳤다.

-파아아아앗!

새롭게 획득한 펠라인 세트 스킬이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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