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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에 갇혀 고인물-234화 (234/740)

234화 57층 클리어

난 스킬 합성을 활성화시켰다.

[합성 대상을 선택하십시오.]

급하지 않게 신중히 골라야 한다.

“아직 시간은 좀 있어.”

현재 탈모맨은 53층을 공략 중.

내가 만년설귀를 잡지 않았다면 더 빠른 속도로 올라왔겠지.

다행이다, 공략을 열심히 해 둬서.

55층, 낙사 구간도 시간이 제법 걸리겠지.

하늘 정원의 등장 조건은 여섯 개의 천장을 깨는 거니까.

나야 핥짝이와 냥펀의 도움으로 빠르게 끝낼 수 있었지만, 탈모맨은 원맨쇼를 할 가능성이 높으니 꽤 오랜 시간이 걸릴지도 모른다.

벨자트가 있는 54층은 쉽게 깨겠지만.

공략글을 올리면서 벨자트가 포탈을 만들도록 하는 방법도 설명해 놨다.

맛없어 포션을 이용하는 것.

제작법도 함께 올려 뒀다. 연합 사람 중에 제작 스킬이 있는 이들이 봉사 개념으로 만들어서 뿌리기로 댓글창에서 합의가 됐고.

나도 어느 정도는 협력해서 만들 생각.

“흐음. 일단 탈모맨이 60층까지 오려면 시간이 어느 정도 걸릴지 예측해야 해.”

“그에에에.”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탈모맨과의 만남은 기정사실화됐다.

다만 어떤 일이 벌어질지, 녀석이 어떻게 나올지는 미지수.

그 전에 내 멘탈이 버틸 수 있을지나 모르겠네.

하필이면 60층에서 만나기로 해 가지고.

안전지대라는 말은 우리 말고 다른 이들도 있다는 뜻.

이미 모습이 알려진 탈모맨을 알아보는 사람은 많을 것이며, 쁘띠공듀와 멤버들을 보겠다며 따라오는 사람도 무조건 생길 거다.

안 그래도 60층에서는 릴카의 계승자가 되어야 해서 골치 아픈데.

그뿐일까. 50층과 마찬가지로 60층은 타국 헌터들과 만나는 장소기도 하다.

50층에서 아시아 일부 채널이 합쳐졌으니 60층에서는 전세계의 헌터들이 모이겠지.

50층대에서 살아남는 사람은 극소수니까.

전세계 S급 헌터 예정자 앞에서 정체가 까발려질 생각은 없다.

자자, 정리해 보자.

만나는 장소는 60층.

흘러가는 상황을 보아하니 탈모맨을 비롯한 모든 멤버가 한자리에 모일 것 같다.

그동안 탈모맨을 피해 왔던 냥펀도 안전지대에서라면 다가올 가능성이 있고.

무엇보다 옆에 핥짝이가 있으니 따라오겠지.

나도 바라던 바다. 이미 탈모맨을 제외한 멤버들에게는 정체를 드러냈으니 거리낄 것도 없고.

혹시 모를 돌발 상황이 발생한다 하더라도 나 혼자 있을 때보다 핥짝이와 냥펀이 함께 있을 때가 더 빠르고 안전하게 대응할 수 있다.

좀 더 직설적으로 말하면…….

“탈모맨이 덤비면 둘이 같이 말려 줬으면 한다는 거지만…….”

벌써 무섭네.

원래 저런 애들이 눈 돌아가면 제일 위험한데.

다른 사람도 아니고 탈모맨이다. 본인 입으로 한국의 척살대인 94특임대 출신이라 밝혔으며, 권능도 나랑 동급.

심지어 킬더레스한테 개인 교육을 받기도 했지.

생각해 보면 그때 킬더레스의 계승자가 된 게 아닌가 싶다.

냥펀도 10층에서 금천황후의 계승자가 되지 않았던가.

이건 직접 만난 다음 권능을 두 개 가지고 있는지 확인해 봐야 알 수 있다.

뭐가 됐든 전투에 있어서 탈모맨이 스페셜 리스트라는 건 변함이 없다.

이래저래 생각이 길어졌지만 결국 할 거는 정해져 있다.

“첫 번째, 60층에서 모이기 전까지 최대한 강해질 것.”

“그엑.”

“두 번째, 남들 눈에 띄지 않는 장소를 찾을 것.”

일단은 이 두 개가 가장 급하다.

무력 마찰도 염두에 둬야 하는 상황. 이 정도는 대비해야지.

괜히 싸우다가 주변 NPC나 헌터한테 민폐 끼치면 일이 더 커지니까.

다시 집중해서.

“뭘 합성해야 하나.”

활성화한 스킬 합성을 바라봤다.

선택지가 몇 가지 있다.

먼저 합성을 통해 새로운 스킬을 얻는 것.

아니면 기존 스킬의 레벨을 올리는 데 쓰는 것.

기회는 한정되어 있고,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번에 사용해서 비활성화되면 적어도 일주일 이상은 기다려야 할 테니.

먼저 샤워나 워터, 파이어 같은 일상용 스킬들은 제외.

마찬가지로 야간 시야나 수중 호흡 같은 보조적인 것도 잠시 놔두자.

지금 수준으로도 충분히 쓸 만하거니와 특정 상황이 아니라면 써먹기 힘드니까.

버프 다이스는 좋기는 한데 랜덤성이어서 좀 그렇고.

확실한 효과를 볼 수 있는 것들 위주로 올려야겠다.

새로운 스킬을 얻는 좀 이따가.

스킬 합성에는 제한이 있다.

새로운 스킬을 만들었을 때, A급 이상은 5개가 나오면 끝.

혹시나 S급이 만들어진다면 바로 권능이 비활성화된다.

스킬 강화를 하는 것도 제한이 있는 건 마찬가지.

그러니 확실히 할 수 있는 것들 먼저 해 둬야지.

먼저 파이어 밤.

난 쓸모없는 스킬북을 재료로 사용했고.

[스킬 합성.]

[스킬 등급 차이가 심합니다.]

[파이어 밤 (AAA) Lv.7이 강화됩니다!]

[스킬 레벨 업!]

대략 40여 개의 스킬북을 갈아 넣었을 때.

[파이어 밤 (AAA) Lv.10]

[최대 레벨에 도달했습니다.]

“드디어 S급으로 승급시킬 수 있는 건가.”

AAA등급 10레벨.

일반 등급의 스킬은 S급이 최대치.

탑을 오르면서 꾸준하게 주력으로 쓴 스킬.

B급에서 여기까지 키워 낸 스킬이었으며 이제는…….

[쿠폰을 사용해 파이어 밤을 승급시키겠습니까?]

“예스.”

상점창에서 산 쿠폰을 사용해 승급을 진행했으니.

-파아아아앗!

[축하합니다!]

[파이어 밤을 S급으로 승격시켰습니다.]

[10,000포인트가 지급됩니다.]

축하 알람과 함께 두 번째 S급 스킬을 얻을 수 있었다.

실감이 안 난다.

아직 직접 써 보지 않아서.

시험 삼아 써 볼까도 싶었지만.

“여기서 했다가 생매장당하면 곤란하지.”

“그에에에.”

지금은 땅속에 있는지라 위로 올라갈 때까지 참아야 할 거 같다.

이걸로 강화는 끝.

더 진행했다가는 스킬 합성이 비활성화된다.

그럼 이번에는 새로운 스킬을 얻어 보실까.

난 가지고 있는 스킬북을 모조리 꺼냈다.

여기부터는 권능과 운의 영역이다.

-우우우웅!

[SS급 권능, 별을 주시하는 눈이 발휘됩니다.]

[행운 스텟이 반응합니다!]

권능과 행운 스텟.

아공간에 모아 둔 스킬북들.

희미한 빛무리는 무시한 채 가장 빛나는 것들을 파악했다.

가지고 있는 스킬북의 숫자만 수십 개가 넘는데 만족스러울 정도의 빛을 뿜는 건 고작해야 4개.

[벌떡! (C)]

-정신을 잃으셨나요?

-쓰러지셨나요?

-걱정 마세요! 이 스킬과 함께라면 일어설 수 있습니다!

[수면 회복 (D)]

-깊은 잠에 빠집니다.

-회복력이 극대화됩니다.

[부랑자의 발걸음 (B)]

-혐오의 대상은 언제나 빠르고 은밀히 움직여야 하는 법!

-흔적을 남기지 않고 움직여 보는 건 어떨까요?

[군중 속 외로움 (C)]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존재감이 옅어집니다.

-모든 사람에게 무시를 받아보는 건 어떨까요?

전체적으로 나쁘지 않아 보인다.

등급은 낮지만 효과는 못 나지 않았다.

몇 가지 조건이 달려 있는 것 같기는 하지만…….

권능으로 보여지는 빛, 빛무리가 서로 연결되어 있다.

첫 번째는 벌떡과 수면 회복.

두 번째는 부랑자의 발걸음과 군중 속 외로움.

이미 몇 번 스킬 합성으로 새로운 스킬을 얻어 왔기 때문일까 대략 어떤 스킬이 만들어질지 눈에 보였고.

“스킬 합성.”

망설임 없이 스킬을 조합하기 시작했다.

제발 좋은 게 걸리기를.

행운 스텟까지 반응했잖아! A급 이상으로 뜨게 해 주세요!

난 두 손을 모아 기도했고.

-파아아앗!

[스킬이 합성되었습니다!]

[새로운 스킬이 생성되었습니다!]

[스킬이 합성되었습니다!]

[새로운 스킬이 생성되었습니다!]

“오오오!”

“그에에.”

찬란한 빛과 함께 두 개의 스킬북이 떨어졌다.

이팩트가 화려한 것이 범상치 않은데.

두근거리는 가슴을 달래며 스킬북을 확인했고.

“그래, 이거지!”

허공에 주먹을 뻗으며 환호했다.

* * *

[57층- 진사震死]

56층을 통과하고 도착한 곳은 57층 진사 지대.

진사가 뭔가 했더니만…….

-콰르르르릉!

-번쩌어억!

“벼락 맞고 죽는 거였네.”

내가 있는 곳은 협곡.

세차게 비가 내리고 있었으며, 먹구름으로 가득한 하늘은 천둥소리가 가득했다.

거대한 스파크를 튀기며 요동치는 구름과 날벼락.

-콰아아앙!

하늘에서 내려온 벼락이 그대로 근처에 있던 나무를 박살 낸다.

저걸 그대로 맞으면 어떻게 될까.

어떻게 되기는 짜릿한 거지.

이미 몇 번 맞았다.

진짜 쇼크로 죽는가 했지만.

[전격 내성 (A) Lv.3]

[펠라인의 주황 오른 다리 속성이 발휘됩니다.]

내게는 전격 내성이 있었고, 어느 정도는 버틸 수 있었다.

펠라인 세트에 부여된 속성 효과도 있고.

주황색 오른쪽 다리는 전격 속성을 지니고 있다.

“일방적으로 맞기만 하는 건 또 오랜만이네.”

사실상 벼락을 보고 피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워서 떨어지면 떨어지는 대로 맞는 수밖에 없다.

초속 100,000킬로미터를 어떻게 보고 피해.

내전 스킬이라면 또 모를까.

아무래도 스킬은 자연 현상과는 달리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거라 속도가 불규칙하다.

마력의 이동이나 미세한 징조로 알아차릴 수도 있고.

“그어어어.”

협곡을 벗어나기 위해 이동하는 찰나.

익숙한 울음이 들려왔다.

57층에서 가장 짜증 나는 몬스터.

[강철 나무꾼]

-5성급 몬스터.

-골렘 종류지만 핵 대신 심장을 지닌 특이한 몬스터입니다.

-팔다리가 날카로우니 조심하세요!

-박치기도 조심!

강철 골렘 같은 녀석.

덩치도 큰데 하필 머리도 뾰족하게 생겨서 걸어 다니는 피뢰침이나 다를 바 없다.

우르르 몰려와서 달라붙으면 바로 날벼락 맞는 거지.

아니, 심장도 있다는 놈들이 왜 벼락 맞고도 멀쩡하냐고.

으득. 이가 갈렸지만 별수 있나.

몬스터가 몬스터 같은 거 가지고.

“그오오오아!”

“가으으윽!”

강철 나무꾼 4마리가 달려든다.

몸뚱이가 워낙 단단해서 칼질로는 좀 그렇고.

[파이어 밤 (S) Lv.1]

-콰아아아아앙!

강력한 화력으로 박살을 내 버리는 게 편하다.

거대한 폭발과 함께 쇳덩이가 터져 나간다.

빗줄기가 한순간 증발하며 안개가 생성되었으며, 어두컴컴한 공간이 환하게 빛난다.

천둥소리와 비견될 만한 굉음은 덤.

위력은 말할 것도 없었다.

5성급 몬스터를 단번에 잠재웠으니.

방해꾼은 사라졌고.

“위로 올라가야지.”

57층의 공략법 역시 2개.

한 달을 버티든지.

[구름 사다리를 타고 정상에 오르시오.]

저기, 하늘을 향해 뻗어 있는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든지.

번개는 높은 곳에 친다고 했던가.

연달아 벼락을 맞고 있는 사다리는 한시도 쉬지 않고 스파크를 내뿜고 있었다.

저길 올라가야 한다는 것이 어이가 없을 지경이었지만 스킬 레벨을 높인다고 생각하면 못할 거도 아니다.

“그에에에.”

덕춘이도 고생이 많다.

나랑 같이 번개를 맞고 있으니.

전격 내성도 없는 애라 오로지 피지컬만으로 버티고 있다.

후우.

심호흡 한번 하고.

“가자.”

사다리를 오르기 시작했다.

-파지지직!

손끝을 타고 전해지는 전류.

신경이 날뛰며 팔다리가 저절로 오그라지는 느낌이다.

근육이 제멋대로 움직이려는 건 당연하고.

발작하듯 팔이 튀어 사다리를 놓칠 뻔하기도 했지만.

“끄으으윽!”

이를 악물고 버텨 냈다.

조금씩이지만 적응하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전격 내성 레벨이 올라가고 있기도 하고.

새삼 느낀다, 내성 스킬의 소중함을.

각 첫 번째 층마다 숨겨져 있는 내성 스킬북.

이것들을 전부 얻지 못하면 등반 난이도가 가파르게 상승한다.

전격 내성도 41층에서 얻었던 거였지.

“후우. 훅!”

저릿한 몸을 이끌고 계속해서 위로 올라갔다.

오르고 또 오르고.

밑을 내려다보니 까마득하다.

구름 사다리라길래 어릴 적 놀이터에 있는 걸 생각했더니만 진짜 구름까지 닿겠네.

어이가 없었지만 웃을 힘도 없다.

세차게 몰아치는 비바람 때문에 체온까지 떨어지고 몸이 둔해지려 하는데, 계속되는 낙뢰로 신체 컨트롤 자체가 안 된다.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저절로 날 지경이었으나.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결국에 끝은 찾아오기 마련이었으며.

[구름 사다리 정상에 도착했습니다.]

“와우.”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도 모를 타이밍.

기어이 먹구름을 뚫고 사다리의 끝에 설 수 있었다.

먹구름 위에는 찬란한 하늘이 있었다.

상반되기에 더욱 선명해 보이는 곳.

오로지 시련을 이겨 낸 자만이 볼 수 있는 풍경.

[카메라 (C) Lv.3]

-찰칵

눈앞에 펼쳐진 장관을 본 나는 오랜만에 카메라 스킬을 사용했다.

이런 건 혼자 보기 아깝지.

난 사진과 함께 57층 공략을 올렸고.

-오오오! 공듀 님이 오른 사다리! 후욱! 후욱!

-경치 ㅁㅊㄷ.

-쁘띠공듀 테마파크 2호점 등록! 천국으로 가는 사다리.

└1호점은 뭐임?

└52층 화산 동굴이요 ㅇㅇ.

-SNS각인데? 저 경치에 커피 한잔 올리고 한 장 찍으면 오…….

-속보) 사다리 끝에 자물쇠 잠그면 쁘띠공듀와 이어진다는 전설이……!

└오우씻; 바로 간다.

└다 꺼져! 내가 1빠다.

└[니머리 탈모]: 응, 내가 먼저야^^

└형은 반칙이지;

잘못된 해석과 소문이 발생하며 의도치 않은 등반 욕구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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