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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에 갇혀 고인물-232화 (232/740)

232화 56층

손에 잡히는 큐브 하나.

뒤죽박죽 섞여 있기는 한데 은근히 쪼그마한 게 귀여운 것도 같고.

공헌도를 왜 나누나 했더니만 이런 게 있었구먼.

“다른 애들도 받으려나 모르겠네.”

분명 1위가 나, 2위가 냥펀, 3위가 핥짝이었던 거 같은데.

하늘 정원의 큐브는 아니더라도 괜찮은 보상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

고생했으니까 뭐라도 받아 가야지.

그건 그거고.

-쿠르르르릉

하늘 정원이 빠르게 무너지고 있다.

큐브 플라워를 꺾는 것으로 55층은 클리어.

처음 상태로 돌아가게 되었으니까.

괜히 어물쩍거리지 말고 탈출하자.

-우우우웅

난 곧장 포탈을 넘었다.

익숙한 부유감이 온몸을 감쌓고, 눈을 떴을 때는.

-후우우우

건조한 바람과 함께 흙먼지가 날아왔다.

눈에 보이는 거라고는 돌, 바위, 기타 암석들뿐.

삭막한 공간에 말라붙은 식물이 보인다.

아사 구간이랑 비슷한 느낌이기도 한데 좀 다르다.

드문드문 식물도 보이고, 자잘한 몬스터들도 돌아다닌다.

생태계 자체가 개판이 나지는 않았다는 것.

“상점창도 제대로 작동하고 말이야.”

혹시나 해서 열어 봤는데 정상적으로 열린다.

주변에 위험한 건 없으니 이번에 얻은 보상이나 좀 살펴볼까.

55층을 클리어하면서 얻은 아이템이니 보통 물건은 아닐 거 같은데.

[하늘 정원의 큐브 (AAA)]

-침입자를 양분 삼아 성장하는 하늘 정원의 식물들.

-그 모체가 되는 큐브 플라워의 큐브입니다.

-큐브를 맞추면 랜덤으로 아이템을 얻을 수 있습니다.

-큐브 등급 이상의 아이템이 나오니 기대해 봐도 좋겠죠?

-파괴 불가.

“오오오오!”

“그에엑.”

랜덤 상자 같은 건가?

심지어 최소 AAA등급 아이템이 나온다.

설명에 큐브 등급 이상의 아이템이 나온다고 되어 있으니.

운만 좋다면 S급, 어쩌면 그 이상도 얻을지 모른다.

그래, 이 정도 보상은 줘야지.

안 그래도 좀 아쉬운 느낌이 있었다.

펠라인 세트가 있어서 그동안은 느끼지 못했지만.

“냥펀을 보니까 나도 은근히 욕심이 생기더라고.”

나도 떡하니 S급 아이템을 들고 다니고 싶다.

그렇게 굴렀는데 제대로 된 S급 아이템도 하나 없다는 게 말이 되나.

물론 S급 스킬인 영혼 찢기도 얻었고, 펠라인 세트를 모아 S급 스킬을 두 개나 쓸 수 있게 됐지만, 사람 욕심이라는 게 끝이 없는 거 아니겠는가.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좋은 게 탑이고…….

좋았어, 큐브를 맞춘다.

내가 말이야, 어? 행운 스텟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고.

반드시 S급 이상으로 가져가고 만다.

-고오오오오!

잔뜩 기세를 올린 채 큐브를 잡았다.

뭐든 해 보면 되겠지.

가자!

“으아아아!”

기합과 함께 큐브를 돌렸다.

복잡해 보이지만 결국에는 같은 색으로 맞추면 되는 거잖아.

초인적인 인지 능력으로 큐브를 돌리기를 반복.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해서 10분 동안 큐브를 맞췄고.

“후… 후후, 우후후후.”

더욱 복잡하게 섞여 버린 큐브를 얻을 수 있었다.

아… 이거 뭔데 어렵냐.

진심 하나도 모르겠다.

세상에 이런 게 왜 있는 걸까… 희망 고문 하려고?

범재를 놀리기 위한 천재들의 장난감인가?

차라리 자물쇠 같은 거로 잠겨 있는 거면 부숴 버리겠는데, 파괴 불가 옵션이 달려 있다.

보나 마나 나같이 열 뻗어서 부순 뒤 맞추려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겠지.

“그에에.”

“그런 눈으로 보지 마라. 너라고 맞출 수 있을 거 같아?”

혀를 차는 덕춘이에게 큐브를 넘겼다.

양서류 주제에 나보다 똑똑할 리는 없지만 혹시 모르는 거니까.

그런 나를 비웃듯이 손가락을 까딱인 덕춘이가 큐브를 집는다.

위아래, 각 부분에 어느 색깔이 있는지 확인한 덕춘이가 큐브를 맞추기 시작했다.

굉장히 빠른 속도.

뭐지? 조금씩 맞아 가는 거 같은데?

역시 킹갓영물님인가!

혹시 모른다는 기대감을 느끼며 덕춘이를 바라봤고.

“그, 궤에에엑!”

“워워. 참아, 덕춘아. 때리는 거 아니야.”

그럼 그렇지.

잠시나마 기대한 내가 멍청이었다.

진심으로 큐브를 땅에 내리찍으려는 덕춘이를 말리고, 큐브를 다시 인벤토리에 집어넣었다.

탑에 사람이 몇 명인데 큐브 맞추는 방법을 아는 사람이 한 명은 있겠지.

일단은 아이템이니까 NPC 중에 아는 이가 있을지 모르고.

56층까지 올라왔으니 60층도 그리 멀지는 않았다.

릴카한테 부탁하면 어떻게든 해결할 가능성이 높으니 잠시 잊어 두고 등반에 집중하자.

“후우.”

길게 심호흡을 하며 달아올랐던 마음을 진정시키던 그때.

-까앙!

“아 씨, 어떤 놈이 머리에 돌을 던지냐?”

뜬금없이 돌멩이가 머리를 치고 떨어졌다.

어이가 없네. 멀쩡히 서 있는 사람한테 돌을 던져?

이건 선전 포고라고 봐도 되는 거지?

가뜩이나 기분이 안 좋은데 잘됐다, 화풀이나 해야지.

난 돌멩이가 날아온 하늘을 바라봤고.

“오… 세상에.”

-후우우우웅!

거대한 바위가 날아오는 걸 볼 수 있었다.

거짓말 안 보태고 집채만 한 크기.

[56층- 압사]

[클리어 조건]

[한 달 동안 생존하시오.]

[암석상의 동공에 도달하시오.]

이번에는 압사구나!

“도망치자!”

“궤에엑!”

뒤도 안 돌아보고 달렸다.

돌멩이는 깜찍한 거였네.

바로 움직였기 때문일까 깔리기 전에 바위의 추락 범위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콰아아앙!

순수한 물리력.

육중한 바위가 대지를 강타하며 터져 나간다.

엄청난 위력이다.

저 정도면 잘못 깔렸다가는 그대로 찌부러지지 않을까.

-후웅!

-후우우웅!

떨어지는 바위는 저거 하나가 아니다.

지금도 계속해서 바위가 날아온다.

불만 붙으면 메테오나 다를 바 없는 모습.

여기까지만 해도 골치 아프건만…….

-쿠르르르릉!

“낙석에 산사태라… 너무하네, 진짜.”

사방이 돌산으로 이루어진 곳.

바위와 토사가 쏟아져 나오는 건 물론이요, 비탈길을 따라 세차게 굴러오는 바위까지.

어떻게든 압사시키겠다는 의지가 물씬 풍긴다.

이런 곳에서 한 달을 버티라고?

되려나 모르겠네. 떨어지는 바위를 어떻게 견딘다고 하더라도 산사태에 파묻히면 숨을 쉴 수가 없다.

56층의 테마 자체가 압사인 만큼 질식사하기 전에 무게를 못 버티고 죽을 가능성이 더 높겠지만…….

-콰아아앙!

“어흑!”

[강철의 의지 (AA) Lv.2]

[강체强體 (AA) Lv.9]

[물리 공격 내성 (AA) Lv.2]

바위 하나가 등을 강타한다.

방어 스킬이 발동됐음에도 둔중한 타격감에 등이 울린다.

못해도 톤 단위는 되어 보이는 바위에 스쳤다고는 하나 결국 부딪힌 것이니 데미지가 안 들어올 리가 있나.

펠라인 세트의 효과, 감각 공유 덕분에 더 아픈 것 같다.

이게 피하고 싶기는 한데, 범위가 너무 넓어서 모든 걸 피하기가 쉽지 않다.

아무래도 안 되겠다.

“한 달 동안 버티기도 힘들고, 여기에 더 있고 싶지도 않으니 바로 빠져나가자.”

“그에에.”

56층을 클리어할 수 있는 조건 두 번째.

암석상의 동공을 찾아가라.

경험상 50층대에서 어딘가를 찾아가라고 하는 것들은 굳이 위치를 숨기지 않는 경향이 있었다.

51층이 그러했고, 53층도 마찬가지. 54층에 있던 하늘 정원도 조건만 맞추면 대놓고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가.

이번에도 그럴 가능성이 농후했으며.

[암석상의 동공으로 향하는 이정표]

역시나, 동공으로 향하는 방향을 알려 주는 시스템이 있었다.

시스템 메시지.

그것이 깜빡이며 화살표를 만들어 낸다.

죽음이 테마인 만큼 난이도는 높지만 이런 부분은 배려해 주는 모습.

나야 좋지.

화살표가 가리키는 곳을 바라봤다.

어디 보자.

어…….

“밑이네?”

어디 바위산 꼭대기에 숨겨져 있나 했더니만 오히려 밑에 있다.

그렇다면 쉽지.

-콰앙!

-콰아앙!

연달아 떨어지는 바위를 쳐 내며 스킬을 사용했다.

[땅굴 이동 (B) Lv.7]

땅이 꺼진다.

시스템이 알려 주는 방향으로 전속력으로 움직였다.

성격이 급해서?

그것도 있지만.

-쿠르르르릉!

땅굴 이동으로 지나온 곳이 빠르게 붕괴하고 있었다.

이럴 줄 알았다.

압사가 테마인 곳에서 지하로 향하라니.

너무 노골적이지 않나. 밑으로 끌고 온 다음 생매장시키겠다는 건데.

나야 땅굴 이동이 있어서 어떻게든 비벼 볼 수 있지만 다른 사람들은 어떨지 모르겠다.

그건 본인들이 알아서 하라 하고.

[야간 시야 (D) Lv.4]

야간 시야가 발동되며 앞이 보인다.

화살표는 여전히 아래를 가리키는 상황.

-쿠르르르릉!

땅이 무너지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내부로 들어갈수록 압력이 높아지는 건가.

아니면 내가 진입하는 걸 꺼리는 걸지도 모른다.

나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지.

[프로즌 브레이크 (AAA) Lv.5]

-콰드드득!

프로즌 브레이크를 이용해 굴이 무너지는 걸 막았다.

오래 버티지는 못한다.

그저 목적지까지 도달할 때까지 시간을 벌 용도.

마력을 아낌없이 사용했고, 스킬을 사용한 지 얼마나 지났을까.

[땅굴 이동 (B) Lv.10]

땅굴 이동의 레벨은 어느새 B급 최대치에 올랐으며.

-콰아아앙!

“도착이다!”

“그에엑!”

끊임없이 이어질 것 같던 땅굴이 사라졌다.

눈앞에 펼쳐진 건 거대한 동공.

단단한 암석과 수정들로 만들어진 곳은 강한 압박에서도 무너지지 않았으며.

그 중앙에는…….

[암석상 동공에 도달했습니다.]

[포탈이 생성됩니다.]

“포탈이네?”

난 또 가디언이라도 하나 있을 줄 알았더니만 그렇지는 않은 모양.

하긴, 여기까지 오는 것만 해도 말도 안 되는 난이도기는 하지.

…하고 생각할 뻔했다.

[SS급 권능, 별을 주시하는 눈이 발휘됩니다.]

-우우우웅

동공 중앙.

나를 유혹하듯이 빛나는 포탈.

권능을 통해 보이는 그 정보는…….

[페이크 포탈]

-랜덤으로 필드 어딘가로 이동시킵니다.

-땅속이든 물속이든 하늘 꼭대기든!

-어디로 이동될지 행운을 시험해 보는 건 어떨까요!

행운을 시험하기는 개뿔.

진짜 악독하다, 악독해.

뻔히 포탈을 만들어 두고 이런 짓거리를 하다니.

쉽게 가면 탑이 아니지, 못된 놈들.

“가짜가 있다는 건 진짜도 있다는 건데.”

시스템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56층 클리어 조건으로 암석상의 동공에 오는 걸 제시했으면, 이는 반드시 지킨다.

메시지도 뜨지 않았던가.

포탈이 생성되었다고.

여기 어딘가 숨겨져 있겠지.

혹시라도 페이크 포탈에 닿지 않도록 조심하며 동공을 살폈다.

찾기는 어렵지 않다. 나한테는 권능이 있으니까.

주의 깊게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흔적을 찾아낼 수 있었고…….

“찾았다.”

“그에에.”

-우우우웅

동공의 중앙.

그 바로 아래를 파내자 진짜 포탈이 모습을 드러냈다.

56층은 그래도 좀 쉽게 끝냈구먼.

휴식도 취할 겸 오랜만에 공략을 올려야겠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56층은 페이크 포탈에 당할 사람이 너무 많을 거 같다.

특히 일단 몸으로 때우는 탈모맨의 경우는 냉큼 들어가겠지.

게다가 조심성이 많은 냥펀도 당할 위험이 있다.

여태까지 포탈을 이용한 함정은 나오지 않았으니까.

후후, 웃음이 나온다.

이런 걸 올려야 공략 점수를 많이 얻지.

[공략자- 칭호 (성장형)]

-올 스텟 +50

-행운 스텟 +20 (행운 스텟은 일반 스텟과 별개로 적용됩니다.)

-신성력 스텟 +30

-현재 공헌도: 108점 (300점 도달 시 보상이 이루어집니다.)

이미 공략 점수는 한 번 채워서 성장한 상태.

이전보다 올 스텟이 20만큼 더 늘었고, 행운 스텟도 5점 더 올랐다. 신성력 스텟도 상승했고.

다시 봐도 사기적인 칭호.

주기적으로 능력치를 올릴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대단한 건지 새삼 느낀다.

“뭐, 꼭 이것 때문만은 아니지만.”

내가 공략을 쓰는 이유가 더 있다.

서버가 통합되면서 타국 헌터들에게도 쁘찡연합과 멤버들의 이름이 퍼지고 있다.

다르게 말하면 내 영향력이 넓어지고 있다는 뜻이었고.

내게는.

“세계가 멸망의 과도기에 접어들었다는 걸 알려야지.”

그들에게 알려야 할 정보가 있었다.

뭐, 결론적으로만 보면 이것도 공략 점수 올리는 결과를 가지고 오겠지만.

좋은 게 좋은 거 아니겠는가.

어깨를 으쓱이며 커뮤니티를 켰다.

못 본 사이에 메시지가 쌓여 있다.

먼저 이준석이 보낸 것부터.

난 그가 보낸 메시지를 클릭했고.

“엥?”

예상치 못한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왤까… 뒷골이 아파 오기 시작하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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