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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에 갇혀 고인물-229화 (229/740)

229화 생각보다 편하게 가겠는데?

안전한 곳에 도달했다는 안도감도 잠시.

메시지창과 함께 필드가 바뀌었다.

-꽈드드드득

뾰족했던 암석들이 갈려 나가며 대규모 변화가 발생.

사방에서 굴러오는 바위를 피해 정신없이 몸을 날렸고, 이내 필드가 잠잠해졌을 때는…….

“평평해졌네?”

“그에에.”

단순히 평평해진 정도가 아니다.

마치 대리석처럼 반질반질하다 못해 매끈하다.

두 발로 서 있기도 힘들 정도.

각성자의 균형 감각이 아니었다면 진작에 미끄러졌을 거다.

기름이라도 바른 건가.

그보다…….

“단단해.”

넘어지지 않기 위해 발을 땅속으로 박아 넣으려 했지만, 자그마한 균열만 갈 뿐 깨지지는 않았다.

중량 팔찌를 이용해도 마찬가지.

단순히 송곳 바위들을 평평하게 만든 줄 알았더니만 압축에 압축을 가한 건가.

혹시 몰라 파이어 밤과 오로라 빔도 사용해 봤지만 그렇다 할 성과가 없었다.

“그에에에.”

그나마 덕춘이는 빨판이 있어서 버티는 모양.

나도 스킬을 사용했다.

[달라붙기 (C) Lv.4]

“이제 좀 낫네.”

은근히 쓸모가 많단 말이지, 이 스킬.

일단 한시름을 놨는데.

“덕춘아, 뭔가 잘못된 거 같지 않냐?”

“그에?”

“아니, 여기가 천장이라잖아.”

메시지창을 가리켰다.

[제1천장에 도달했습니다.]

자고로 천장이라는 건 머리 위에 있는 거 아닌가?

난 지금 떨어져서 바닥에 도착한 거고.

게다가 한 가지 더 의문이 있었으니…….

“분명 55층 클리어 조건은 두 개였어.”

한 달 버티기와 하늘 정원에 있는 큐브 플라워를 꺾는 것.

내가 놓친 게 아니라면 여기까지 떨어지는 동안 하늘 정원이니 뭐니 하는 걸 봤어야 맞는데, 전혀 보질 못했다.

하늘에서 떨어진 만큼 시야는 충분히 트여 있었는데도 말이지.

어딘가에 숨겨져 있는 건가?

유적처럼 특별한 입장 조건이 있는 걸지도 모른다.

결계 같은 거에 가려져 있을 가능성도 있었으며, 정원이라는 것 자체가 투명할 가능성도 있다.

여러 가지 가능성은 있지만, 그래도 내가 가지고 있는 권능이라면 꿰뚫어 봤어야 정상.

머리가 복잡해지는 가운데.

[제1천장이 변화를 마쳤습니다.]

[하늘이 뒤집힙니다.]

“음?”

새로운 메시지창이 떠올랐고.

이질감을 느끼기도 전에 세상이 뒤집혔다.

방금까지 딛고 있던 바닥은 더 이상 중력을 지니지 않았으며, 머리부터 떨어지는 꼴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그, 그에에엑!”

어떻게든 빨판으로 버티던 덕춘이가 혀를 뻗어 날 붙잡았지만.

-뽁!

귀여운 소리와 함께 덕춘이 역시 떨어졌다.

당황스럽다.

기껏 바닥까지 내려왔더니만 천장이었다니.

왜 미끄럽게 바뀐 줄 알겠다.

그렇게 해야 못 매달리고 떨어지니까.

밸런스 한번 제대로 잡아 놨네.

도무지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았지만, 탑에서 비상식적인 일이 일어나는 게 한두 번도 아니고. 이내 침착함을 되찾을 수 있었다.

그런 내게 계속해서 떠오르는 알람.

[제1천장 클리어.]

[하늘 정원 개방까지 남은 천장 5개.]

[각 천장을 클리어할 때마다 추락 속도가 빨라집니다.]

-후우우우웅!

처음 55층으로 들어왔을 때보다 훨씬 빠르게 추락한다.

몸을 비틀어 다리가 아래로 향하게 만들었다.

고개를 들어 올리니 어느새 제1천장은 사라지고 청명한 하늘만 보인다.

마치 방금까지 서 있던 것이 꿈처럼 느껴질 지경.

지금까지 나온 정보를 종합해 봤을 때.

“하늘 정원인지 뭔지 하는 게 나올 때까지 다섯 번은 더 뒤집힌다는 거군. 난이도가 올라가면서 말이야.”

“그엑.”

아무래도 쉽게 55층을 클리어하기는 그른 것 같다.

언제, 어떤 식으로 바닥에 꽂혀 버릴지 모르는 상황.

잠을 잘 수도 없을 거고, 결국 체력적으로도 지칠 게 분명하다.

그뿐일까.

“키헤아아악!”

“부오오오오!”

천장 하나를 깨 버려서 그런지 몬스터까지 출몰하기 시작했다.

4성급 몬스터들이 떼를 이루어 움직이고 있었다.

모이니 최소 5성급의 위력이 되어 버린 공격력.

“저, 저리 가! 으아아악!”

저 멀리, 괴익조 3마리에게 붙잡힌 사람 한 명이 그대로 리타리어 되는 게 보였다.

괴익조는 그나마 귀엽지.

-퍼어어어엉!

-콰아아앙!

“자폭하는 놈도 있네.”

젤리같이 생긴 놈들이 사람들을 들이박더니 그대로 폭발하는 모습도 눈에 띈다.

공중에 있는 만큼 움직임에 제약이 생기는 건 당연.

대응하지 못한 이들은 속절없이 당했다.

[붐버젤리]

-4성급 몬스터.

-군집형 몬스터로 떼를 지어 움직입니다.

-객체 여럿이 자폭. 남은 객체들이 사냥감을 흡수해 분열합니다.

군집형 몬스터라.

객체 하나하나는 5성급에 미치지 못할지라도 뭉쳐 있으면 꽤 살벌한 위력을 낸다.

다음 사냥감을 고르는 걸까. 허공을 어지럽게 날아다니던 것들이 내게로 달려든다.

자폭이라 했나.

“그건 나도 자신 있는데.”

들어오는 놈들을 향해 팔을 벌렸다.

얼마나 강한지 봐 보자.

그런 내 모습이 건방진 걸까. 놈들이 거침없이 내게 달라붙었고.

-콰아아아앙!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다.

물론 데미지는 없었다.

화끈하기는 하지만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

[강철의 의지 (AA) Lv.2]

[화기 내성 (A) Lv.3]

[강체强體 (AA) Lv.9]

[독자무강獨者武强 (AA) Lv.2]

내가 가진 패시브 스킬과 펠라인 세트의 방호력을 뚫으려면 더 대단한 걸 가지고 와야지.

그래도 은근히 화력이 좋은 것이 계속 맞다 보면 스킬 레벨이 올라갈 거 같다.

괜찮구먼.

어, 괜찮은 게 맞나……?

자연스럽게 자폭 몬스터를 보고 스킬 레벨을 올릴 생각을 하고 있었네.

그동안 구르기만 해서 그런지 뇌 구조가 바뀐 거 같다.

좀 쉴 때가 된 건가.

이참에 휴가 느낌으로다가 적당한 몬스터한테 잡혀 봐?

어차피 5성급 정도면 나를 어떻게 할 수도 없을 테니, 대충 밧줄로 고정해 두면 힘도 안 뺀 채 날아다닐 수 있을 것이다.

제법 괜찮은 방법 같기도 하고.

자꾸 잔머리만 굴리는 거 같지만 어쩔 수 없다.

사람이 편하고 싶은 건 본능이나 마찬가지 아닌가.

“잠깐만, 편하게 하늘을 날아?”

순간 머릿속으로 아이디어 하나가 스쳐 지나갔다.

지금 쉴 때가 아니다.

잘하면 생각보다 빠르게 55층을 클리어할 수 있을 거 같다.

계속해서 달라붙어 자폭하는 붐버젤리를 무시하고 주변을 살폈다.

괴익조들은 나한테 관심이 없는 듯하고.

어디 괜찮은 몬스터가 없나.

시야를 넓게 가지며 주욱 훑었고.

“오? 저게 저기 있었네.”

훌륭한 사냥감을 찾을 수 있었다.

[벌룬로드]

-6성급 몬스터.

-가스로 가득 찬 몸으로 날아다닙니다.

-자유롭게 날아드는 촉수! 뿜어져 나오는 독성 가스!

-은근히 귀엽습니다!

벌룬로드.

열기구같이 생긴 녀석으로, 거대하게 부풀어 오른 몸통 밑에는 촉수가 달려 있다.

흡사 문어 같기도 했지만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알록달록하네.”

“그에.”

몸통에 있는 무늬가 은근히 화려하다는 것.

청록색, 빨간색. 커다란 물방울무늬가 합쳐져 꽤 인상적이다.

나도 다른 사람들이 보면 저런 느낌일까.

왠지 모르게 동질감이 느껴졌지만 감상은 오래가지 않았다.

그래 봤자 몬스터고.

[릴카의 부탁 (4)- 강제 퀘스트]

-당신은 릴카의 신뢰를 얻었습니다.

-계승자가 되기 위하여 열심히 구르세요!

-크라켄의 촉수 (1/1)

-만년설귀의 혓바닥 (1/1)

-벌룬로드의 눈 (0/1)

-미니캣 (0/1)

릴카가 준 퀘스트 재료를 가진 녀석이다.

곧장 파이어 밤을 사용해 놈에게 날아갔다.

“구오오오오!”

그런 나를 향해 촉수를 뻗는 녀석.

빠르다. 괜히 6성급 몬스터가 아니라는 거겠지.

하지만.

-서걱!

베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촉수가 끊기며 피가 튀어 오른다.

-치이이익

몸에 닿자마자 피어오르는 연기.

[독 내성 (A) Lv.8]

피에도 독이 섞여 있는 건가.

까다롭기는.

정석적으로 사냥을 한다면 접근하지 않고 멀리서 요격하는 게 맞았지만, 난 놈의 눈이 필요하다.

그 말은 최대한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것.

실수해서는 안 된다.

특이하게도 놈은 눈이 하나뿐이라서.

저 맑고 투명한 눈을 보라. 괜히 펑펑 터트렸다가 같이 터지면 수습하기도 힘들다.

6성급 몬스터는 잘 보이지 않는 편이기도 하고.

주변에도 4, 5성급 몬스터만 날아다니지 6성급은 보이지 않는다.

51층에서도 그랬었지. 크라켄을 제외하면 모두 5성급 이하였다.

연달아 검을 휘둘렀다.

성가신 촉수부터 제거하자.

[절삭 (AA) Lv.9]

[도축 (AA) Lv.1]

재료 손질은 이미 익숙해진바, 검을 휘두를 때마다 놈의 다리가 잘려 나갔고.

“구오오오!”

“궤엑!”

어중간한 위치에서 날아오는 공격은 덕춘이가 쳐 냈다.

54층에서도 느꼈는데 덕춘이도 절대 무시할 수준이 아니다.

그때도 혼자서 척살대원들을 처리했었지.

객관적으로 봐도 6성급 몬스터는 이길 것 같다.

덩치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뭐, 절대적인 힘 앞에서는 무의미하니까.

-텁

촉수 하나를 잡고 프로즌 브레이크를 사용했다.

이어서 일렉트릭 쇼크.

“크오오오오!”

한순간 마비가 된 녀석이 몸을 떨었고.

[달라붙기 (C) Lv.4]

그 틈을 노려 촉수를 타고 달렸다.

덩치가 크니까 이런 건 편하구먼.

마비되는 시간은 길지 않을 거다.

등급도 높지만 덩치 자체가 너무 크니까.

그래도 괜찮다.

-푸우욱!

원하는 것을 얻는 데는 충분한 시간이니.

도약하는 것과 동시에 검을 박아 넣었다.

그대로 한 바퀴.

“쿠호오오옥!”

[벌룬로드의 눈]

-보석으로도 가공할 수 있는 벌룬로드의 눈입니다.

-괴수들의 특식으로 쓰이기도 합니다.

놈의 눈을 파낼 수 있었고.

퀘스트 재료를 인벤토리에 넣는 것과 동시에 오로라 빔을 쐈다.

-푸구구구국!

그대로 벌룬로드의 뇌를 관통해 허공을 날아가는 레이저.

절명한 벌룬로드가 아래로 추락한다.

이걸로 챙길 건 챙겼고.

지금부터는.

“55층을 클리어해야지.”

방법은 이미 생각해 뒀다.

혼자서 할 수도 있지만 좀 번거로우니 도움을 받을 생각.

커뮤니티를 켰다.

-띠링

-띠링

다들 생각이 비슷한 걸까.

켜기가 무섭게 개인 메시지가 왔다.

[정수리 핥짝]: 공듀, 제1천장이 어쩌구 저거 네가 한 거지?

[냥냥펀치]: 떨어진다아아아아───! 나 멀미 있는데!

음, 냥펀은 그냥 뻘소리 하는 것 같다만서도.

아무튼…….

[쁘띠공듀]: 제가 한 게 맞습니닷! 바닥에 착지하면 천장이 하나씩 깨지는 구조라구욧!

[정수리 핥짝]: 앞으로 남은 건?

[쁘띠공듀]: 5개 남았어요. 이후에 하늘 정원이 생성되고요. 그래서 말인데 이렇게 하는 건 어떨까요?

앞으로의 계획을 핥짝이에게 설명했다.

간단하다면 간단한 방법.

다만 확실하게 믿을 수 있는 동료가 있어야 할 수 있는 방법.

[쁘띠공듀]: 후☆후 어떤가요?

[정수리 핥짝]: 확실히 그러는 편이 가장 효율적이기는 하네. 다른 사람들도 덩달아 꿀 빨고.

[쁘띠공듀]: 저의 총.명.한 머리에서 나온 계획입니닷.

[정수리 핥짝]: 오케이! 그렇게 하자.

가능성이 있다고 느꼈는지 핥짝이가 흔쾌히 수락한다.

핥짝이 성격상 바로 움직일 게 뻔하다.

나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지.

때마침 추락하는 벌룬로드를 잡아먹기 위해 몬스터들도 몰려오는 상황.

난 탑승감이 가장 좋아 보이는 몬스터를 색출했다.

저게 좋겠군.

[구름 고래]

-5성급 몬스터

-구름처럼 뭉게뭉게!

-온순한 편입니다.

-화가 나면 거대한 덩치로 깔아뭉개니 조심하세요!

덩치도 그렇고, 생긴 거도 그렇고, 꽤 푹신할 거 같다.

목표를 잡은 난 곧장 놈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우오오오오?”

뭔가가 달라붙은 걸 느꼈는지 놈이 몸을 꿈틀거렸지만 온순하다는 설명이 틀리지 않았는지 곧 허공을 유영하기 시작한다.

보기 드문 비선공 몬스터인 모양. 내가 위협을 가하지 않는 이상 계속 이렇게 있겠지.

최적이 조건이다.

남은 건 핥짝이가 신호를 줄 때까지 기다리는 것뿐.

-띠링

여유를 부리기가 무섭게 알림이 뜬다.

설마 벌써 해낸 건가?

의문이 들어 메시지창을 확인했고.

[정수리 핥짝]: 공듀, 공듀. 궁금한 게 있는데 왜 개인 메시지 할 때도 콘셉트 유지함? 드디어 콘셉트에 잡아 먹힌 건가ㅋㅋㅋㅋ엌ㅋㅋㅋㅋ.

이내 입술을 앙다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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