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탑에 갇혀 고인물-225화 (225/740)

225화 나만 나온 게 아니라서

나의 도발에도 넘어오는 놈들은 없었다.

일반적인 헌터랑은 달랐으니까. 사람을 상대로 싸우는 데 익숙한 이들.

그저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비웃을 뿐, 곧장 나서지는 않는다.

철두철미한 녀석들. 내가 완전히 지칠 때를 노리려는 건가.

“마지막 발악은 잘 들었다. 네놈에게 몇 개의 코인이 남아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안전지대로 돌아가든, 다시 탑을 오르든, 밖으로 나가든…….”

스윽.

척살 대원이 목을 긋는 시늉을 한다.

“끝까지 찾아가 죽여 주마.”

일종의 보복.

내가 퍼트린 게 좀 많아야지.

잘못된 공략법, 백환, 척살단.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도 그 사실을 알렸으니 파장은 클 것이고, 놈들에게 있어 나는 반드시 제거해야 하는 대상이다.

그럴 수 있다면 말이야.

‘무한 코인을 어떻게 감당하려고.’

그것과는 별개로 상황이 안 좋은 건 맞다.

숫자가 많은 것도 있지만 준비를 철저히 해 왔다.

디버프도 문제지만 필드 자체가 나를 가두는 형태.

놈들의 공격을 막아 내면서 아티팩트를 파괴, 디버프를 해제해야 정상적인 전투가 성립된다.

뭐, 그렇다 하더라도…….

“네놈들이랑 공멸하는 것 정도는 할 수 있겠지.”

놈들이 안 온다면 오게 만드는 수밖에.

가만히 있으면 내가 불리해지거든.

보호 스킬이 계속해서 발동되고 있으니 마력은 계속 줄어들 거고, 신체 기능 역시 저하될 테니까.

아직 놈들에게 남겨 둔 수가 있을 게 뻔하기는 했으나.

-화르르르륵

난 불을 피웠다.

동시에 춤을 추기 시작하니.

[칭호, 불과 춤의 화신의 효과!]

-기분이 좋아집니다!

-모든 상태 이상이 줄어듭니다.

-회복 효과가 상승합니다.

-스텟이 일시적으로 상승합니다.

-정신 보호가 활성화됩니다.

“안 덤비면 말고오오오.”

“그에에에.”

조금은 상태 이상이 완화된다.

생기가 돌았고 기분이 업 되었고, 동시에…….

[치명적인 포즈 (E) Lv.8]

“저놈이!”

“우리 앞에서 여유를 부려!”

상당한 수준의 도발을 할 수 있었다.

치명적이 포즈. 처음에는 쓰레기 같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잘 써먹는다.

부끄럽지 않냐고?

이미 나의 기행은 만천하에 알려져 있다.

친선 경기 때도 이랬는데 지금이라고 못 할 건 없지.

치명적인 포즈 레벨이 어느새 8까지 오른 건 좀 슬프지만.

살아남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는 증거라고 생각하자.

“휘둘리지 마라! 마지막 발악일 뿐이다!”

“젠장, 알고 있다고!”

몇몇 제정신을 유지하는 놈도 있었지만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는 건 알 수 있다.

어디 한번 이것도 참을 수 있는지 봐 볼까?

난 더욱 힘차게 팔다리를 뻗었고.

[펠라인 세트 효과! (5/7)]

-펠라인 세트의 광택이 더욱 도드라집니다.

각 파츠별 속성의 스킬을 쓰면 번쩍이는 걸 이용.

파이어와 워터, 일렉트릭 쇼크 등을 엄청난 기교로 짧게 끊어 가며 사용한 결과.

-반짝반짝!

-번쩌어억!

온몸이 요란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오로라 빔을 쏘며 힘차게 턴!

-찌유우우우웅!

오색찬란한 광선이 양손을 타고 뻗어 나오며 회오리친다.

참고로 치명적이 포즈는 아직까지 발동 중.

나의 어그로는 하늘에 닿았으며.

“저 새끼 죽여!”

“으아아아아아! 이 새끼가!”

놈들의 눈이 뒤집혔다.

그래. 이건 못 참지.

나였어도 거품 물었다.

단순히 도발만 하려고 오로라 빔을 쏜 건 아니지만.

주변에 있는 사람이 있다면 와 달라는 신호기도 하다, 연합 사람이든 누구든.

나 혼자 정리할 수 있다면 다행이지만 그러지 못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하니까.

-피유우우웅!

-쏴아아아악!

척살단이 일제 사격을 시작했다.

권능을 통해 날아오는 스킬의 정보가 떴지만 읽을 틈이 없다.

그러기에는 너무 많았으니까.

불과 춤의 화신 효과로 컨디션이 나아지기는 했으나 여전히 몸이 무겁다.

나를 억누르는 수많은 아티팩트와 마법진.

여기부터 벗어나야 한다.

[땅굴 이동 (B) Lv.6]

[실패! ‘일곱 악마의 울타리 (S)’를 뚫을 수 없습니다.]

역시 이걸로는 안 되나.

크게 바라지도 않았다.

쉽게 빠져나갈 생각은 하지도 않았으니.

이미 놈들이 날린 공격은 지척까지 다가온 상태.

“덕춘아, 버틸 수 있지?”

“궤엑.”

특성, 외갑을 사용한 덕춘이가 고개를 끄덕인다.

이번에 등급도 올랐으니 이 정도 공격은 막을 수 있겠지.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가 있어!”

“그에에엑!”

가능한 안전한 곳으로 덕춘이를 던졌고.

내 몸에 수십 개의 스킬이 박히기 직전.

[안개 질주 (AA) Lv.6]

안개가 되어 사라졌다.

내 몸을 관통해 바닥을 때리는 스킬들.

내가 노리는 건 두 가지, 가능하다면 세 가지.

첫 번째는 놈들의 공격을 피하는 것이었고.

두 번째는…….

-콰아아아아앙!

-쿠구구구궁!

[뇌전결계 (AA)가 파괴되었습니다!]

[결속 토템 (A)가 파괴되었습니다!]

[양치기의 목장 (AA)가 파괴되었습니다!]

.

.

.

놈들의 공격에 의해 설치되어 있던 마법진과 아티팩트가 망가지는 것.

권능을 통해 파괴됐다는 메시지를 확인했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이건 될지 모르겠는데.

[‘일곱 악마의 울타리 (S)’에 의해 빠져나갈 수 없습니다.]

칫, 여기까지는 안 되나.

안개 질주로 바로 빠져나가려 했건만.

과연 S급 아이템. 이 정도로는 안 된다는 건가.

그래도 상관없다.

[안개화가 종료됩니다.]

[망자귀환亡者歸還 (AA) Lv.5]

-모든 디버프가 해제됩니다!

-모든 능력치가 300퍼센트 증가합니다!

-버프와 회복 효과가 300퍼센트 증가합니다!

“이제 몸이 가벼워졌거든.”

내가 굳이 놈들이 쏜 디버프 스킬을 버틴 이유.

안개화와 망자귀환으로 씹어 버리기 위함이다.

안개 질주는 마력 소모가 많아 전투 중에 두 번 쓰기 힘든 만큼 최대한 많은 디버프를 받은 후 쓰려 했던 것.

개운하다. 무겁게 짓누르던 것들이 사라져서.

[버프 다이스 (A) Lv.8]

[5]

[슈퍼 아머]

버프를 두르고.

그대로 광역 폭발을 일으켰다.

[되갚기 (AA) Lv.9]

-콰아아아아앙!

남아 있던 아티팩트 일부가 파괴되어 날아간다.

피어오르는 연기.

이걸로 놈들의 시야는 가렸다.

척살단이 무차별 난사를 하기는 했지만 그 정도로는 디버프를 벗어난 나를 저지할 수 없다.

그것보다…….

“저걸 어떻게 해야 하는데.”

[일곱 악마의 울타리 (S)]

-일곱 명 상위 악마가 천사를 포획하기 위해 만든 울타리.

-일정 구역을 사육장으로 지정합니다.

-신성력 억제.

-외부에서 접촉할 수 있습니다.

악마가 만든 거라면 신성력을 담아 공격하면 된다만, 이 아티팩트는 특별하다.

애초에 천사를 잡기 위해 만들어진 것.

신성력을 써 봤자 별 의미 없겠지.

차라리 결계나 장막이면 좋았으련만.

타락한 천사의 검으로 베어 버릴 수 있으니까.

이건 오로지 힘으로 부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S급 이상의 파괴력을 내야 하고.

영혼 찢기가 S급 스킬이기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생명체를 상대로 쓸 수 있는 상황.

이걸 부수기 위해서는…….

[펠라인 세트 효과! (5/7)]

[아스트랄 레인보우 (S)]

-10초간 모든 공격 스킬 데미지 1,000퍼센트 증가.

-10초 후 공격에 사용된 스킬 데미지 10퍼센트로 고정. (1시간 동안 유지)

-하루에 한 번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화력을 끌어 올리는 수밖에!

-쿠아아아악!

악마 석상을 향해 뛰었다.

나를 가로막는 온갖 저지 아티팩트.

파이어 밤을 이용한 추진력과 폭격.

이어 오로라 빔과 일렉트릭 쇼크.

절삭 스킬과 함께 뻗은 검을 휘둘렀다.

-콰앙!

-콰아아앙!

[‘카르마의 수정구 (AA)’가 파괴되었습니다!]

[‘쇼크 월 (AAA)’이 파괴되었습니다!]

[‘투명한 새장 (AAA)’이 파괴되었습니다!]

연달아 박살 나는 장벽들.

뚫고 또 뚫었다.

이제 남은 건 S급 아티팩트.

일곱 악마의 울타리.

“크하아압!”

기합과 함께 검을 내질렀다.

스킬의 화력과 검의 예리함.

거기에 온전한 나의 힘이 합쳐져 강대한 일격이 뿜어져 나왔고.

-쩌적, 쩌저저저적!

-콰아아아앙!

석상에 균열이 가기 무섭게 터져 나갔다.

S급 아티팩트. 일곱 악마의 울타리가 파괴되는 순간이었으며.

“아직 7초 남았다.”

동시에 놈들을 쓸어버릴 시간이었다.

경악한 눈으로 날 바라보는 척살단.

여기까지는 생각하지 못한 걸까.

그럼 뭐.

대가를 치러야지.

-콰앙! 쾅!

연달아 폭발을 일으키며 튀어 올랐던 몸을 틀었다.

“제기랄! 저게 어떤 아티팩트인데!”

“정신 차리고 준비해!”

“놈도 정상은 아닐 거야!”

-촤아아아악!

핑그르르. 몸을 회전시키며 놈들 가운데 착지.

그냥 내려온 건 아니다.

회전과 함께 검을 휘둘렀지.

-타악

-푸슈슈슈슉!

땅에 떨어지는 것과 함께 주변에 있던 이들의 살과 피가 솟구친다.

일대가 한순간 빨갛게 물든다.

“크아아아악!”

“잡아!”

팔다리가 사라진 이는 비명을, 어떻게든 공격 범위에서 벗어난 이들은 발악을 했지만 이미 난 스텟이 3배로 증가된 상황.

펠라인 세트 스킬로 공격력은 10배.

지금의 난 60층대 이상의 헌터가 와도 못 잡는다.

그 말은 곧.

“너희는 죽는다는 거지.”

일도양단.

검이 한 번 그어질 때마다 척살단 단원 네댓 명이 하얗게 물든다.

안전지대로 갔든지 탑 밖으로 퇴출됐든지 했겠지.

베어 버린 놈들은 신경 쓰지 말자.

[아스트랄 레인보우 (S)]

-남은 시간 5초.

버프가 끝나기 전 최대한 수를 줄여 놔야 하니까.

압도적인 격차.

고도로 훈련된 놈들이니 잘 알 거다.

승산이 없는 싸움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나도 잘 안다.

어떻게 해야 놈들이 겁에 질릴지.

-콰득!

도망치는 놈의 머리통을 잡았다.

그대로 오로라 빔.

-찌유우우우웅!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사라지는 척살대원.

파괴의 광선은 쭈욱 뻗어 나가 반대편 골짜기에 있던 놈들까지 휩쓸어 버렸고.

-쿠르르릉!

뒤늦은 폭음을 내며 골짜기가 무너져 내렸다.

이어 프로즌 브레이크에 워터.

“이, 이게 무슨!”

“괴물 자식!”

발이 얼어붙은 놈들에게 물벼락이 떨어진다.

[일렉트릭 쇼크 (AAA) Lv.1]

-파지지지지직!

쇼크사한 놈들을 내버려 두고 바로 땅굴 이동을 사용했다.

고속으로 이동하며 시한폭탄을 설치.

땅에서 빠져나오는 순간 프로즌 브레이크를 발동.

-쩌저저적!

45층 때 만들었던 얼음 다리를 생성했다.

그대로 슬라이딩.

뒤로 파이어 밤을 터트리며 전속력으로 쏘아져 나갔다.

-쿠콰콰쾅!

내가 사라진 곳.

시한폭탄이 연쇄적으로 폭발하는 건 덤.

뜨거운 열기와 바람이 몰아치는 게 느껴진다.

놈들의 비명 소리가 울려 퍼지며 전장의 광기를 더했고.

아스트랄 레인보우의 효과가 끝나기까지 2초.

난 반대편 골짜기에 있는 놈들을 향해 손을 뻗었다.

“이쪽으로 온다!”

“베리어! 방어 스킬 써!”

“버텨라!”

기겁하는 녀석들.

처음에만 해도 기고만장하더니만 정작 당할 차례가 되니 싫나 보지?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우우우웅!

손바닥을 타고 뜨거운 에너지가 모인다.

응축되는 붉은 화염.

잠깐이지만 그건 작은 태양과 같았고.

“…아.”

본능적으로 막을 수 없다는 걸 깨달은 녀석들은 멍하니 서 있을 뿐이었다.

놈들의 눈에는 내가 어떻게 비쳐질까.

모르겠다.

[파이어 밤 (AAA) Lv.5]

-콰아아아아앙!

더는 주변에 답해 줄 사람이 없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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