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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에 갇혀 고인물-211화 (211/740)

211화 누가 먼저 당할까

오델토의 부탁 퀘스트.

특수 조건까지 만족한 만큼 받은 보상은 다양했고.

“훌륭한데.”

“궤엑.”

보상을 확인한 난 입꼬리를 올릴 수밖에 없었다.

이름부터 범상치 않은 것들.

[죄악의 저주 인형 (AAA)]

[업보의 희생양 (AAA)]

심지어 트리플 에이 등급.

S급보다는 못하지만 결코 낮은 등급이 아니다.

요즘 굉장한 물건들을 너무 많이 얻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일회용이구나.”

그럼 그렇지.

제약이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저 아이템들은 여러 번 쓸 만한 게 아니다.

[죄악의 저주 인형 (AAA)]

-상대방을 지정해 저주를 날립니다. (인간형 대상에게만 사용 가능)

-저주 인형을 훼손 시 상대방 또한 동일한 데미지를 입습니다.

-단, 저주는 돌아옵니다.

-저주 인형의 80퍼센트가 망가질 시 사용이 불가합니다.

공격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아이템.

리스크 역시 확실하다.

상대에게 치명적인 데미지를 줄 수 있지만, 사용자 역시 그와 동일한 피해를 입는 거니까.

동귀어진용으로는 좋을 것 같다.

꺾을 수 없는 상대에게 사용하면 될 테니까.

일단은 저주를 거는 것이니 저주 내성이 S급 이상이라면 통하지 않겠지만…….

“그럴 사람은 거의 없지.”

아직 내 저주 내성도 A등급 레벨 1이다.

적어도 50층대에서는 견뎌 낼 수 있는 대상은 없다.

60층대에서도 드물 것 같은데.

상대가 NPC라면 말이 달라지겠지만.

이런저런 문제가 있지만 내게는 큰 페널티가 없다.

저주가 부메랑이 되어 돌아와 봤자 죽으면 그만.

무한 코인이 있는 만큼 걱정은 없다.

오델토는 그렇게 할 생각이 없어 보였지만.

왜냐…….

[업보의 희생양 (AAA)]

-저주를 대신 감내합니다.

-한 번 사용할 수 있습니다.

밀집 인형인 죄악의 저주 인형과 세트인 아이템.

점토로 만든 인형이 같이 주어졌다.

저주 인형으로 공격하고, 페널티는 이걸로 상쇄하라는 뜻.

역시 오델토, 은인을 위하는 마음이 아주 기특하다.

여기까지만 해도 만족스러웠지만, 메인 보상은…….

[영혼 찢기 (S)]

-상대방의 영혼에 직접 타격

-방어력을 무시합니다.

-영체 및 정신체 타격 가능

그냥 보기에도 엄청나다.

방어력 무시 공격이니까.

게다가 영체 공격 가능이라.

난 권능을 사용해 세부 내용을 더 살폈고.

-상대의 격이 높거나 높은 정신 보호 능력을 가지고 있으면 데미지가 덜 들어갑니다.

스킬의 한계도 알아낼 수 있었다.

하기야 S급 스킬이라도 모든 대상에게 통할 리가 없지.

그래도 사기적이 능력이라는 건 변함없다.

“그동안은 성물을 이용해야지 방어 무시가 됐는데 말이야.”

[스며드는 신성 (AA)]

-신성을 소모해 상대방의 방어력을 무시합니다.

이게 신성력을 꽤 잡아먹는다.

다른 스텟에 비해 신성력은 아직 수치가 낮다.

가장 늦게 얻은 거기도 하고, 칭호 효과가 아니면 올릴 방법도 마땅치 않아서.

그래도 내 인지도와 행적이 있어서 빠르게 늘어나고 있기는 하지만…….

번갈아 사용하면 되겠지.

난 그 자리에서 스킬을 익히고 두 아이템은 인벤토리에 넣었다.

지금부터는…….

-쿠궁!

“다들 반가워, 구면이지?”

척살단을 정리할 시간이었으니까.

대단한 녀석들, 그새를 못 참고 또 다른 희생양을 찾았다.

저번에 실패해서 그런가 손속에 거침이 없었고, 이미 공격당한 무리 중 절반은 죽어서 사라졌다.

남은 인원은 셋.

얼굴을 보아하니 동남아 쪽 헌터 같은데.

“도, 도와주십시오!”

“끄으으윽.”

상태가 영 좋지 않다.

한 명은 팔이 날아갔고, 한 명은 머리가 깨졌는지 쓰러져서 일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멀쩡해 보이는 건 도끼를 쥐고 있는 사내.

이마를 타고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지만 싸울 정도의 기력은 남아 있는 것 같았다.

반면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놈들은 총 다섯.

일일이 이름을 외울 생각은 없으니 대충 괴한 1, 2, 3, 4, 5라고 하자.

우두머리야 당연히.

“저번에 분명 말했던 거 같은데? 설치지 말라고.”

가장 앞에 서서 일본도를 들고 있는 녀석.

균형 잡힌 체형에 흐트러짐 없는 자세.

대장이라는 걸 티 내듯 가슴 쪽에 ‘X’ 표시가 되어 있다.

“또 방해하는가, 이블아이.”

“나도 유명인이 다 됐네. 별놈들이 이름을 다 기억해 주고.”

반응을 보이는 괴한들과 달리 내 뒤에 있는 사람은 나를 모르는 눈치다.

그래, 등반하기 바쁜데 타국 헌터에 대해 알아볼 시간이 어디 있어.

어느 정도 정보력이 있거나 다른 나라 헌터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어야 나를 알지.

대표적으로 대형 길드와 척살단.

중견 길드 사이에서도 알음알음으로 내 이름이 퍼지는 것 같지만, 다른 중소 길드나 무소속 헌터들이 나를 주목하기에는 이르다.

“허튼짓하면 바로 죽는다.”

자연스럽게 뒤로 빠지는 놈들에게 검을 들어 올렸다.

“누군지는 모르지만 도망치는 게 나을 수도 있습니다. 저놈들 강해요.”

뒤에 있던 남자가 속삭인다.

착하네, 내 걱정을 다 해 주고.

그런데…….

“저 녀석들한테 볼일이 있어서 말이죠. 부상자 데리고 빠져나가세요.”

“그런…….”

“어서요.”

난 어정쩡하게 끝낼 생각이 없다.

잠시 눈치를 살피던 남자가 괴한들이 가만히 있는 걸 보더니 서둘러 동료를 챙겨 달아났다.

이걸로 방해꾼은 사라졌고.

“우리는 이야기를 좀 해야지?”

내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괴한 2호가 발끈했지만 수장의 손에 막혔다.

“상대할 것 없다, 목적을 잊지 말도록. 철수한다.”

“알겠습니다.”

거참, 사람 앞에 두고 무안하게 그냥 내빼려고.

약속이라도 한 듯 다섯 명의 괴한이 각기 다른 방향으로 뛰쳐나간다.

한 명씩 잡아도 되는데.

귀찮잖아. 언제 그러고 있어.

“오니노츠메 소속, 누쿠다 이쿠미.”

멈칫.

놈들의 수장이 몸을 굳힌다.

다른 녀석들도 마찬가지.

단순히 소속 집단만 말했으면 모르겠지만 이름까지 말하면 사정이 다르지.

놈들에 대해 확실하게 알고 있다는 뜻이 되니까.

은밀하게 활동해야 하는 것이 척살단.

과연 정체를 알고 있는 나를 두고 그냥 갈 수 있을까?

입꼬리를 올린 채 검을 빙글 돌렸다.

권능으로 놈들의 정보를 읽으면서.

“…정체를 알고 있었나.”

“다른 애들 이름도 말해 줘? 키가자와 아리히로, 미노다 소마, 치카하 스미노부 외 떨거지 하나.”

“이익!”

떨거지라는 말에 방금 울컥했던 녀석이 검을 뽑아 든다.

일부로 그랬다. 욱하는 성격인 거 같길래.

“계획을 변경한다, 놈을 쳐라.”

과연 일본의 척살단 오니노츠메를 이끄는 수장이라는 건가.

선택 한번 빠르다.

그래. 입막음은 죽이는 게 깔끔하지.

살벌한 새끼들 같으니.

“공격!”

“저 새끼 죽여!”

“방심하지 마라, 강한 놈이다.”

괴한들이 일제히 덤벼들었다.

앞으로 치고 들어오는 게 둘. 다른 두 명은 뒤로 돌아 퇴로를 막고, 수장인 누쿠다는 거리를 벌린 채 기회를 노린다.

얼마나 훈련을 받아야 이 정도 움직임이 나올까.

“하압!”

목을 노리고 찔러 들어오는 창.

이건 페이크.

-타앗

가볍게 뒤로 빠지자 뒤에서 스킬이 날아온다.

간 볼 생각은 없다는 걸까. 하나같이 강력한 스킬들이었으나…….

-콰아아아아앙!

-푸화아악!

“이 정도로는 날 어떻게 할 수 없을 텐데?”

내 방어 스킬과 펠라인 세트를 뚫기에는 역부족이다.

-꾸드드득

“크, 크허억!”

등으로 날아오는 스킬들을 무시한 채 창을 내지른 녀석의 목을 움켜잡았다.

옆에 있던 놈도 가만히 있지 않고 팔을 잘라 버릴 기세로 검을 내려쳤으나.

“궤엑!”

“뭐, 뭐야 이건!”

덕춘이가 혀를 뻗어 놈의 팔을 붙잡았다.

팔을 회수하려 했지만 꼼짝도 하지 않는다.

덕춘이 힘이 장난 아니거든.

나도 뺨 맞으면 고개가 돌아가는데 얘네 수준이면.

“크흡!”

빠져나가는 것도 힘들지.

빨판의 위대함으로 덕춘이는 내 어깨에 달라붙어 있는 상황.

[중량 팔찌 (C)]

-꾸구구구국

난 아티팩트를 이용해 무게를 잔뜩 늘렸고.

“뭐라도 해 봐!”

“제기랄!”

뒤에 있는 놈들이 연달아 스킬을 날렸지만 무시하고 붙잡은 놈들을 끌어당겼다.

보낼 땐 보내더라도 할 건 해야지.

[카메라 (C) Lv.3]

두 녀석의 얼굴을 찍었다.

사진은 찍었으니 그럼.

“잘 가라고.”

[오로라 빔 (AA) Lv.3]

-콰직!

-뿌드득!

한 놈은 목을 부러트리고, 다른 놈은 미간에다 오로라 빔을 쐈다.

파스스스, 사라지는 몸.

“괴물 같은 녀석!”

찰나의 순간 동료 둘을 잃은 괴한들의 수장이 달려든다.

덤빌 거면 다 같이 덤볐어야지.

전력을 파악한다고 부하들을 사지로 몰아넣으면 쓰나.

내게로 파고든 녀석이 검을 내지른다.

횡 가르기.

-카가가가각!

가볍게 검을 뉘여 흐름을 바꾸고.

-콰앙!

“크윽!”

몸통에 주먹을 날렸다.

그냥 날린 건 아니고.

[스며드는 신성 (AA)]

성물을 이용해 방어력 무시 옵션을 달아서.

놈의 입장에서는 갑옷을 입고 있는데도 데미지가 들어오는 기분이겠지.

꽤 아팠는지 침을 흘리며 눈을 부릅뜨고 있다.

아무리 그래도 방금 일격은 너무 쉽게 내준 것 같은데.

주먹이 깊게 들어간 것 같지도 않고.

일부러 맞은 다음 피한 건가?

약간의 의문이 드는 찰나.

-파아앙!

-절그럭!

“이런 거였군.”

거대한 그물과 암막천이 나를 덮쳤다.

[해왕종 포획 그물 (AAA)]

-미스릴로 만들어진 그물

-굉장히 튼튼합니다!

[묵직한 어둠 (AAA)]

-일정 범위를 절대 암흑으로 만듭니다.

설명대로다.

아이템 효과 때문인지 아니면 야간 시야의 등급이 아이템보다 낮아서인지 아무것도 안 보인다.

나를 덮친 그물 역시 촘촘하게 죄여 들어오고.

“꼴 좋구나! 아무리 네놈이라도 혼자서 덤비는 건 오만이었다.”

“모조리 쏟아부어! 반드시 죽여야 한다!”

나를 공격하려는 놈들의 시그널이 느껴진다.

이렇게 당하니 레이드 같네.

그런데 미안해서 어쩌지?

[땅굴 이동 (B) Lv.1]

바닥은 안 막아 놨네.

할 거면 제대로 했어야지.

-쿠드드드득!

땅 아래로 사라진 것과 동시에 내가 있던 곳에 무차별 공격이 들어왔다.

머리 위로 잔해들이 떨어진다. 들려오는 굉음과 진동으로 짐작하건대, 나라고 하더라도 위험할 만한 일격들이 섞여 있다.

개인의 능력인지, 특별한 아이템을 쓰는지는 알 수 없으나.

뭐든 나야 좋다.

놈들의 힘을 빼놓을 수 있으니까.

그렇다면…….

-콰가가가강!

“두더지 잡기 해 볼까, 우리? 가자! 덕춘아!”

“궥!”

“어엇, 크악!”

땅 위로 솟구치는 것과 동시에 덕춘이가 혓바닥을 날린다.

근처에 있던 녀석의 목을 붙잡고 난 다시 땅속으로.

기념사진 한번 찍어 주고 그대로 처치.

이어 다른 한 놈도 똑같이 만들어 줬고.

-구르르릉

“혼자네?”

“이 개 같은 자식이!”

다시 위로 올라왔을 때는…….

[디세이블disable (AAA) Lv.3]

-치명적 장애 저주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모릅니다.

분노에 찬 놈이 AAA등급 스킬을 날렸다.

AAA등급 스킬을 쓸 줄이야.

친선 경기 때도 거의 못 본 건데.

이 정도는 돼야 척살단을 이끌 수 있다는 건가.

위험하기 짝이 없는 공격이었으나.

[무지개 반사 (S)]

[행운 스텟이 반응합니다!]

“어, 어째서. 크하아아악!”

내게는 S급 이상의 스킬도 튕겨 내는 펠라인 세트의 효과가 있다.

본인의 공격에 적중당한 녀석의 몸이 비틀린다.

기형적으로 꺾인 관절.

이딴 걸 나한테 쓰려 했단 말이지.

난 미간을 찌푸리며 검을 그었다.

[영혼 찢기 (S) Lv.1]

-찌이이이익!

새롭게 얻은 스킬과 함께.

한 번에 쑤욱 빠져 버리는 마력.

내가 휘두른 검이 놈의 팔을 통과한다.

마치 허공을 휘두른 것처럼.

검 끝에 걸리는 감각이 묘하다.

“어?”

영문을 몰라 자신의 팔을 바라보는 녀석.

그의 눈에 당혹감이 느껴진다.

-절그렁

손에 힘이 빠졌는지 그가 들고 있던 일본도가 떨어졌으며…….

“아, 안 움직이는… 이이, 이이익!”

무슨 짓을 하더라도 손을 움직일 수 없다는 걸 깨닫고는 의지 자체가 꺾여 버리고 말았다.

손을 붙잡고 바닥에 엎드린 녀석이 나를 노려본다.

분노와 두려움이 공존하는 눈동자.

“왜. 왜 우리를 적대시하는 거냐. 척살 활동은 이미 각국의 정부와 대형 길드가 합의한 일일 텐데, 대체 왜!”

“이상한 놈이네.”

난 놈 앞에 쪼그려 앉았다.

“너희가 뭔데 남의 목숨을 거래해. 난 동의한 적 없거든? 저기, 방금 너희가 공격한 애들도 마찬가지일 거고.”

“대세를 따라라. 너 하나 날뛴다고 바뀌는 건 없다!”

“그건 지켜봐야지.”

-찰칵

멱살을 잡아 들어 올린 뒤 얼굴을 찍었다.

이걸로 오니노츠메 일당들의 사진은 확보.

천천히 검을 들어 올렸다.

“그, 그만! 나까지 죽이면 네놈은 타국의 대형 길드와 척살단까지 적으로 돌리게 된다. 한국 정부와 길드들도 너를 보호하지 않아!”

“너 진짜 아무것도 모르는구나?”

똑똑한 줄 알았더니 멍청한 애였네.

아닌가. 우리나라 대형 길드들이 정보를 안 건넨 건가.

그럴 수도 있다. 쪽팔리잖아.

“걔네 이미 다 터졌어, 나한테.”

“그게 무…….”

-푹

놈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검을 찔러 넣었고.

말을 잇지 못한 녀석이 고개를 떨구었다.

-파아아

그대로 빛이 되어 사라지는 모습을 잠시 바라보다 몸을 돌렸다.

일단 하나는 정리했고.

“나 혼자 척살단 전체를 지우는 건 무리겠지?”

“그에에에.”

할 수 있느냐 없느냐를 떠나서,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놈들을 찾는 데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지 모른다.

이번 일로 대형 길드든 척살단이든 나를 노리기 시작할 테니 알아서 찾아오기는 하겠다만.

그것도 일부에 불과할 터.

그러니…….

“어느 쪽이 먼저 털리는지 해보자고.”

탈모맨까지 50층에 진입한 상황.

다른 연합 사람들 역시 올라오고 있고.

난 이준석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방금 찍은 사진들과 함께.

-띠링

얼마 지나지 않아 답장이 왔다.

[이준석]: 이 잡것들이 감히……!

[이준석]: 안 그래도 공듀 님께서 말씀하신 게 있어서 준비 중이었습니다.

[이준석]: 우리 쪽도 척살령을 내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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