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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에 갇혀 고인물-194화 (194/740)

194화 48층 클리어

나보다 먼저 탑을 오른 이들.

어떻게 보면 선배나 다를 바 없는 존재가 NPC였지만.

“찢어 죽여 주마!”

“성격 나오네. 그편이 딱 어울려.”

지금은 꺾어야 할 대상에 지나지 않았다.

내 목표는 100층.

NPC보다 더 높이 올라야 한다는 것.

데니엄은 그 시작을 여는 제물일 뿐이다.

놈이 손을 내뻗자 붉은 창이 생성되어 날아온다.

빠르다.

보는 것과 동시에 몸을 숙였다.

-쒸이이이익!

정확히 머리가 있던 곳을 통과하는 창.

확실히…….

‘다른 NPC보다는 할 만한데.’

여유로울 정도는 아니지만 작정하고 피하려 한다면 못 피할 것도 없다.

물론 놈의 저력이 이 정도일 리는 없지만……..

그걸 증명하기라도 하는 걸까.

“사지부터 뜯어 주지.”

허공에서 무수히 많은 창이 만들어진다.

하나같이 불길한 검붉은 색을 띠고 있는 것들.

어지럽게 흔들리던 창들이 일순간 동작을 멈추었고.

-쒜에에엑!

-콰아아앙!

연달아 내게 날아오기 시작했다.

정통으로 맞으면 무사할 리 없는 공격들.

막을 생각은 없다.

성공적으로 막더라도 반동이 생길 것이며, 그 틈을 노리고 또 다른 창이 날아올 테니까.

가능한 빠르게.

사각지대를 없애며 피하는 것이 최선.

다행히 내 신체 능력은 상당했고.

“흐읍!”

스무 개가 넘는 창을 피해 낼 수 있었다.

놈에게 있어 이건 탐색전.

내 능력을 가늠해 보고자 하는 것일 뿐, 본격적인 전투는 아직 시작조차 하지 않았다.

등 뒤로 땀이 흐른다.

잠깐이라도 집중력이 떨어지면 당한다.

“등반가 주제에 싸움을 걸다니, 어리석은 녀석.”

“너도 한때는 등반가였으면서 뭘 그래?”

“40층 나부랭이가 건방지구나!”

탐색은 끝났다 이건가.

데니엄이 돌진해 온다.

놈의 말이 맞다.

놈은 못해도 70층대에 오른 존재.

나보다 20층 이상, 어쩌면 30층가량 높이 올랐다.

어마어마한 격차가 있다는 것.

과거 20층대에 있던 내가 지금 40층대의 나한테 덤비는 것과 마찬가지.

계란으로 바위 깨기.

자살행위나 다를 바 없는 짓이었지만.

“나도 무작정 덤비는 건 아니거든.”

검을 단단히 붙잡고 충돌에 대비했다.

이날을 위해 준비해 뒀다.

첫 번째로 헤이다의 기습으로 놈에게 부상을 입혔고.

두 번째는…….

“여기부터는 내 영역이야.”

[시한폭탄 (AA) Lv.3]

[시한폭탄 (AA) Lv.3]

[시한폭탄 (AA) Lv.3]

.

.

.

놈을 위해 정성스럽게 트랩을 깔아 두었다.

내가 괜히 포탈 앞에서 도발한 줄 아나.

덕춘이를 보내기 위함도 있었지만 이곳에 함정을 파 뒀기 때문이다.

-콰아아아아앙!

-쿠아아앙!

연달아 터지는 폭탄.

자그마치 수십 개의 폭발 트랩이 놈을 집어삼켰고.

[파이어 밤 (AAA) Lv.1]

AAA등급까지 올려 버린 파이어 밤을 터트렸다.

거대한 굉음과 함께 대지가 깨진다.

불길이 치솟았으며, 화력으로 인해 발생한 바람이 휘몰아쳤다.

“크윽! 잔재주를!”

놈의 상처가 벌어진다.

불길에 닿아 머리카락이 녹아내렸고, 입고 있던 옷까지 누더기가 되었다.

확실히 스킬 등급이 올랐기 때문일까 데미지가 조금은 먹힌다.

치명상을 입힐 수준은 아니었지만.

“크하아아악!”

기합과 함께 화마에서 뛰쳐나온 데니엄.

[어스 차지 (AAA) Lv.10]

-콰드드득!

그가 손을 뻗자 흙으로 이루어진 송곳 수십 개가 날 향해서 찔러 들어온다.

등 뒤에서 기습적으로 들어온 일격.

반사적으로 몸을 틀었지만 완전히 피하는 건 불가능.

“크흡!”

-콰아아앙!

오른팔이 찔리고 말았다.

예전이었다면 팔이 그대로 날아갔을 위력이었으나.

[강철의 의지 (A) Lv.9]

[강체强體 (AA) Lv.7]

[물리 공격 내성 (A) Lv.9]

[독자무강獨者武强 (A) Lv.8]

[펠라인 세트 효과 (5/7)]

-펠라인 세트의 방어력이 통합됩니다.

-통합된 방어력이 증가합니다.

지금이라면 버틸 수 있다.

끊임없이 쌓아 온 패시브 스킬 레벨.

이번에 새롭게 얻어 세트 효과가 올라간 펠라인 세트.

모든 것이 어우러져 내 방호력은 40층대라고는 상상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고.

“무, 무슨!”

“내가 좀 단단해.”

공격을 버텨 낸 나를 보고 경악한 놈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절삭 (AA) Lv.2]

[SS급 권능, 굴하지 않는 검귀가 빛을 발합니다.]

-서걱

아름다운 곡선을 그리며 이어진 검격.

놈의 목덜미에서 핏줄기가 흘러나온다.

고작 생채기.

몇 방울 안 되는 피였지만.

“이, 이이! 버러지 녀석이!”

무시하고 있던 상대에게 목을 내줬다는 것만으로도 놈을 흔들기에는 충분했다.

지금이 기회다.

[디그 (D) Lv.5]

-콰르르르릉

난 다음 함정을 사용했다.

땅굴 이동으로 만든 공간, 파이어를 사용해 물이 새지 않도록 구웠고 워터 스킬로 그 안을 채워 넣었다.

말 그대로 물탱크.

그것이 디그로 인해 폭발.

-솨아아아아!

단번에 쏟아진 물길이 데니엄을 덮쳤다.

이것만으로는 별다른 공격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프로즌 브레이크 (AA) Lv.8]

-콰드드드드득!

얼어붙는다면 어떨까?

놈도 멍청이가 아닌 이상 얌전히 당할 리는 없겠으나.

[심연의 눈동자 (A) Lv.7]

[집착하는 망령 (A) Lv.9]

내게는 속박기가 존재했고.

비록 덕춘이는 없지만.

“더덕아, 부탁한다!”

“끼에에에에────!”

[영혼의 절규 (S)]

인벤토리에 넣어 둔 더덕이가 있었다.

S급 정신 공격 및 저주.

두 A등급 속박기와 저주.

게다가 놈의 정신을 흩트려줄.

[치명적인 포즈 (E) Lv.6]

금단의 스킬까지 사용.

아무리 놈이라 한들 주춤할 수밖에 없는 조합.

-콰가가가각!

거대한 얼음에 갇힌 녀석에게 준비해 뒀던 스킬을 사용했다.

[일렉트릭 쇼크 (AA) Lv.7]

-파지지지지직!

얼음에 갇혀 있어서일까.

전격이 더욱 사납게 놈을 지진다.

“크으아아아!”

데니엄의 몸이 시커멓게 타들어 갔다.

이어 한계치까지 압축되었던 얼음이 폭발.

난 놈을 향해 달려들었다.

부족하다.

놈을 해치우기에는 아직 모자라다.

“어딜!”

지척까지 다가온 나를 향해 데니엄이 손을 휘둘렀다.

언제 쥐어졌는지 모를 검이 내 머리를 쳤다.

-콰직!

스킬을 섞었는지 가공할 만한 위력.

펠라인 투구가 한순간 깨진다.

그대로 머리가 날아가도 할 말 없는 상황이었으나.

[목걸이 투구 (D)가 자동 활성화됩니다.]

-방어력 0 (사용자의 마력으로 데미지를 경감시킵니다.)

D급. 방어력 제로.

옵션만 보면 쓰레기지만 마력만 받쳐준다면 최고의 보호 능력을 자랑하는 아티팩트가 내게 있었고.

“한 번 버텼다.”

난 놈의 멱살을 잡을 수 있었다.

빠악!

그대로 면상에 한 대.

“이, 이익! 나를 농락해!”

당연하지만 얼굴 좀 맞았다고 어떻게 되지는 않는다.

기분은 좋았지만 진짜 내가 노린 건.

“죽어라─!”

[다이나믹 익스펜션 (S) Lv.8]

굴욕당한 놈이 숨겨 둔 한 수를 쓰도록 유도하는 것.

내 몸에 달라붙은 마력 덩어리가 급격히 요동치며 팽창.

걷잡을 수 없이 부푼 힘이 그대로 폭발했다.

-콰아아아아아앙!

과연 S급다운 위용이었지만.

[신의 장막의 효과]

[죽음에 이르는 충격을 무효화시킵니다.]

[버프가 해제됩니다.]

버프 다이스를 통해 얻은 보호막이 나를 지켜 줬고.

[파이어 밤 (AAA) Lv.1]

[중량 팔찌 (C)]

등 뒤로 파이어 밤을 사용해 추진력을 강화.

이어 중량 팔찌를 사용해 무게를 급격히 늘려 놈을 내리찍었다.

“꾸억!”

놈이 이상한 소리를 내며 땅에 처박힌다.

이제 너한테 남은 건 뭐가 있지?

가진 걸 모두 보여라.

단 하나의 변수도 존재하지 않도록.

지금 전부 쏟아부어라.

“빌어먹을 자식이!”

-카가가가가각!

아무리 부상을 입었다지만 NPC는 NPC.

곧장 자리에서 일어선 녀석이 쉴 새 없이 검을 휘둘렀다.

날카로운 검로.

최대한 버텼지만 몸에 상처가 늘어났다.

놈이 팔 하나를 잃었음에도 밀린다.

놈은 단순히 검술만을 사용하는 게 아니다.

[뱀의 일격 (AAA) Lv.5]

[강타 (AA) Lv.9]

[반동 저하 (AAA) Lv.6]

[일격이타一擊二打 (AAA) Lv.9]

공격 하나하나마다 깃들어 있는 스킬의 차원이 다르다.

검이 부딪칠 때마다 손아귀가 찢어질 것 같다.

양손이 멀쩡했다면 정면 승부 자체가 불가능했을 터.

-뻐어어억!

교묘한 각도로 날아오는 검을 쳐 내는 타이밍.

놈이 복부를 걷어찼다.

“크하아악!”

흉갑이 우그러들 정도의 충격.

난 뒤로 날아가 땅에 처박혔고.

“질긴 녀석, 그만 죽어라.”

-콰드드득!

-끼이이이익.

내게 속박기를 시전한 녀석이 손가락을 튕겼다.

[명계의 낙뢰 (S) Lv.9]

검은 번개 떨어진다.

피할 수도 막을 수도 없는 공격.

S급 스킬을 하나 더 가지고 있던 건가.

급한 대로 무지개 반사를 사용했지만.

[반사에 실패합니다.]

실패했다는 메시지가 떠올랐고.

-콰지지지지직!

거대한 번개가 나를 덮쳤다.

지형을 바꿀 정도의 위력.

멈출지 모르는 낙뢰가 대지를 강타한다.

파편이 날아오르고 바위가 깨진다.

생존을 불허하는 파괴의 흐름.

“끈질긴 녀석, 드디어 죽었군. 쯧.”

나의 죽음을 확신한 녀석이 중얼거렸다.

맞다.

난 이 정도 데미지를 버틸 능력이 없다.

이게 없었다면 말이지.

“아직 안 끝났다.”

“뭣!”

몸이 박살 나기 직전, 안개 질주를 사용했다.

[안개화가 종료됩니다.]

[망자귀환亡者歸還 (AA) Lv.2]

-모든 능력치 300퍼센트 증가 (10분 제한)

-모든 디퍼프 해제 및 면역 (10분 제한)

-회복 및 버프량 300퍼센트 증가 (10분 제한)

[칭호, 밤을 부르는 자가 발휘됩니다.]

[밤이 찾아옵니다.]

[능력치가 상승합니다.]

-쿠르르르

몰려드는 어둠.

한순간 필드에 밤이 찾아온다.

“끝을 보자.”

놈이 연달아 S급 스킬을 쏟아 낸 지금이 기회다.

놈의 마력이 빠졌을 때 승부를 해야 한다.

장기전으로 가면 지는 건 내가 될 테니.

[아스트랄 레인보우 (S)]

-10초간 모든 공격 스킬 데미지 1,000퍼센트 증가

-10초 후 공격에 사용된 스킬 데미지 10퍼센트로 하락 (1시간 동안 유지)

-하루에 한 번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새롭게 해금된 펠라인 세트의 두 번째 스킬을 사용했다.

이제 남은 건.

[파이어 밤 (AAA) Lv.1]

[되갚기 (AA) Lv.6]

[프로즌 브레이크 (AA) Lv.8]

[오로라 빔 (AA) Lv.3]

[일렉트릭 쇼크 (AA) Lv.7]

[절삭 (AA) Lv.2]

.

.

.

내가 가진 모든 공격 스킬을 내뿜는 것.

다시는 없을 것처럼 마지막 한 방울까지 마력을 쏟아 냈다.

몸이 타들어 가고 뼈가 부서질 것 같아도 멈추지 않았다.

단 10초.

난 놈을 압도할 수 있었으니까.

“────!”

폭음에 묻혀 버린 놈의 비명.

고막이 터졌는지 그리 시끄럽지는 않았다.

그저 좀 웅웅거렸고.

뜨끈한 핏물이 귀를 타고 흐르는 게 느껴졌을 뿐.

-털썩

귀가 맛이 간 탓일까.

아니면 한계까지 몸을 굴렸기 때문일까.

공격을 끝내는 것과 동시에 몸이 무너졌다.

[공격에 사용된 모든 스킬의 위력이 1시간 동안 90퍼센트 하락합니다.]

더는 싸울 수 없다.

스킬 위력도 나락이지만 사용할 마력조차 남지 않았으니.

그래도 멈춰서는 안 된다.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방심하지 마라.

-타닥, 타다다닥

온몸이 숯덩이가 된 채 무릎을 꿇고 있는 놈에게 기어 갔다.

괴물 같은 생명력.

죽어도 이상할 게 없는 꼴임에도 놈은 살아 숨 쉬고 있다.

거의 죽은 거나 다를 바 없지만.

다행이다.

진짜 복수는…….

“지금부터니까.”

인벤토리에서 아이템을 꺼냈다.

[헤이다의 악몽 (SS)]

-헤이다가 정신 보호를 위해 무의식 속에 봉인한 기억들

-끔찍한 감정과 트라우마가 깃들어 있습니다.

[대상이 무방비합니다.]

[아이템을 사용하시겠습니까?]

“예스.”

[NPC 데니엄에게 헤이다의 악몽이 깃듭니다.]

[정신 보호 (S) Lv.10]

[정신 보호 실패!]

[데니엄의 정신이 붕괴합니다.]

내가 생각한 진정한 복수.

그건 힘으로 찍어 누르는 것도, 놈에게 모멸감을 주는 것도 아니었다.

[데니엄의 자아가 희박합니다.]

놈에 의해 헤이다가 겪었던 일을 직접 느껴보고.

종래에는.

[자아 상실 확인!]

[현 시간부로 NPC 데니엄은 탑에 종속됩니다.]

[완전한 NPC!]

본인의 행동에 걸맞은 대가를 치르는 것.

[전 서버 최초 40층대에서 NPC를 상대로 승리하였습니다.]

[불가능한 업적!]

[칭호, 불가능을 극복한 자가 지급됩니다.]

[다수의 NPC가 경계심을 가집니다.]

[소수의 NPC가 흥미를 느낍니다.]

[NPC 데니엄이 48층의 담당 NPC로 재배치됩니다.]

놈도 그리 슬프지는 않을 거다.

그렇게 원하던 담당 NPC가 되었으니.

뭐, 생각하던 모습과는 다르겠지만.

[선택 완료]

[NPC 무력화 및 NPC 납치]

[혼돈 수치 +10점]

[49층으로 전송됩니다.]

이것도 선택으로 쳐주는 건지 선택 완료 알림이 떴다.

[오델토의 부탁 추가 조건 달성!]

[오델토의 부탁- 히든 퀘스트 클리어 시 추가 보상이 지급됩니다.]

오델토도 결과에 만족하는 것 같으니.

“위로 올라가 보실까.”

난 빛에 몸을 맡기고 눈을 감았다.

얼른 50층에 오르자.

50층부터는…….

“서버가 통합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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