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탑에 갇혀 고인물-186화 (186/740)

186화 Q&A

Q&A 타임.

쁘찡 연합의 단결과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쁘띠공듀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

당연하게도 주인공은 나였다.

[이준석]: 공듀 님, 준비되셨습니까? 채팅방은 오픈했습니다.

[이준석]: 지금도 사람이 몰리고 있어 댓글이 계속 오르고 있어요.

[이준석]: 질문은 자유롭게 올리되, 제가 선별해서 개인 메시지로 보내드리겠습니다.

“기어이 이렇게 되는군.”

“그에에에.”

46층.

햇볕이 내리쬐는 모래사장에서 난 커뮤니티를 보고 있었다.

현실을 부정해 봤지만 폭발하고 있는 커뮤니티를 보자니 할 말이 없어진다.

조회 수가 몇이야, 대체.

지금도 실시간으로 올라가고 있다.

방금만 해도 300명에 불과했는데 어느새 800명을 돌파.

관심 없던 사람들도 기웃거리기 시작하면서 가파르게 조회 수가 올라가고 있었다.

댓글이 계속해서 쌓여 간다.

-쁘띠공듀!

-와! 와! 오늘입니까아아아아!

-쁘띠공듀가 누군데?

└여기 첩자가 있다! 처형시키자!

└이단이다!

└잡았다 요놈!

└ㅁㅊ놈들;

-쁘찡 연합 사람 ㅈㄴ 많네, ㄷㄷ.

-이번에 뉴비들 들어와서 더 그럴걸? 걔네 거의 다 연합이잖아.

-그래서 공듀 님은 언제 등장하십니까!

-후욱! 후우욱! 공듀 님……!

└한 번만 더 헐떡이면 님 벤이요^^

└커뮤니티에 벤이 있음?

└ㄴㄴ 걍 이상한 놈들 닉네임 적어 두는 거임.

└공듀 추종자들한테 걸리면 찢기겠네, ㅅㄱ.

상상 이상으로 분위기가 뜨겁다.

하나하나 댓글을 읽는 것보다 새로운 댓글이 올라오는 게 더 빠른 거 같은데.

아니, 다들 등반하느라 바쁜 거 아니었어?

몬스터랑 싸우고 퀘스트나 깨란 말이야, 이러지 말고.

[이준석]: 연합을 통해 미리 공지를 해 뒀습니다. 오늘 Q&A를 가진다고요.

[이준석]: 벌써부터 공듀 님을 연호하고 있습니다! 정말이지 뿌듯하군요!

넌 뿌듯하구나.

난 뒷골이 당기는데.

여기까지만 해도 소름이 돋지만.

[니머리 탈모]: 내가 왔다 공듀우우우우!

-탈모맨이다!

-형, 사랑해!

-쫄쫄이 한 번만 벗어 줘요!

[정수리 핥짝]: 탈모쉨 ㄹㅇ 관종이네;

-으아아닛!

-핥!

-짝!

-핥!

-짝!

-제 정수리 한 번만 핥아 줘요!

멤버들이 모습을 드러내자 더욱 채팅창이 불이 난다.

난리구먼.

이 녀석들이 왔다는 건 냥펀도 왔다는 건데.

[냥냥펀치]: 중급 포션 싸게 팝니다! 잡다한 물건도 팝니다! 화조국 많이 사랑해 주세요!

-냥펀 님, 저 포션이요! 다섯 개 삽니다!

-제 닉네임 한 번만 불러 주세요! C급 방패 살게요!

-냥이 펀치! 냥이 펀치!

“와. 얘도 정상은 아니야, 그치?”

“궤에에에.”

혼란을 틈타 장사를 하고 있다.

무시무시한 녀석.

화조국이 사람을 이렇게 만든 것인가, 아니면 처음부터 이런 녀석이었던가.

다른 건 몰라도 이번에 한몫 두둑이 챙길 건 분명해 보인다.

실적에 목말라하고 있는 녀석이니 잘된 건가.

절레절레 고개를 흔드는 것도 잠시.

[이준석]: 시간이 됐습니다, 공듀 님! 등장하시죠!

이준석이 채팅을 치라는 신호를 보내왔고.

난 심호흡과 함께 눈을 질끈 감았다.

미리 써 두었던 댓글을 입력.

[쁘띠공듀]: 모두들 안↘녕↗ 요. 정 등☆장!

-와아아아아아!

-공듀! 공듕!

-요정 님!

-공략 잘 보고 있어요! 사랑해요!

-사랑!

-평화!

-쁘띠!

-여기 이상해, ㄷㄷ.

.

.

.

단번에 내 메시지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댓글이 달렸다.

예상보다도 반응이 뜨겁다.

내 얼굴도.

[정신 보호 (A) Lv.6]

사람들이 공듀를 외치며 환호하는 모습은 상상 이상으로 수치 아니, 끔찍 아니, 소름… 모르겠다. 정신 건강에 안 좋다.

“정신 차리자, 할 거면 제대로 해.”

뺨을 두드리며 정신을 차렸다.

커뮤니티로나마 나 한번 보자고 공략도 멈추고 기다린 사람들 아니던가.

벌써부터 멘탈이 나갈 수는 없지.

이제 시작일 뿐이다.

마음 독하게 먹자.

부르르 떨리는 몸을 애써 추스르고 입술을 물었다.

[이준석]: 공듀 님, 몇 마디 더 해 주세요!

분위기를 타기 위함인가 이준석이 날 독려했다.

녀석의 말이 맞다.

나도 기대에 부응해 줘야지.

[쁘띠공듀]: 다들 저를 보고 싶었군욧☆ 전 언제나 여러분 마음속에 있답니닷 (찡긋!)

-보고 싶었슴다!

-언니, 내 거야!

└[니머리 탈모]: 애송이는 빠져. 공듀는 내 거다.

└오오오오!

-사랑스러운 공듀 님을 위해 시를 써 왔습니다!

-ㄲㅈ, 내가 먼저 준비했어.

-욕 한 번만 해 줘요!

탈모맨 자식아 제발 닥쳐 줘.

호응하지도 마.

내 마음을 아는가 모르는가.

사람들은 저마다 하고 싶은 말을 해 댔다.

-쁘띠 공듀 님, 키랑 몸무게가 어떻게 돼요!

178cm에 71kg 군필이요.

-우리 궝쥬 님은 레이스 달린 원피스를 선호하나요, 심플한 걸 선호하나요?

안 입는데요.

-남자친구 있어요?

-여자친구는 어떠신가요?

친구들이 남자기는 한데 님이 말한 뜻은 아닌 거 같고, 여친은 있은 데 없습니다.

벌써부터 스트레스 쌓인다.

머리가 하얘지는 게 오늘 정신 보호 레벨이 얼마나 오를지 기대될 정도.

약해지지 말자. 뻔뻔하게 나가자!

이유가 뭐가 됐든 내가 쁘띠공듀인 건 변하지 않는 법.

[쁘띠공듀]: 요요, 겸둥이들! 너무 소란스럽게 하면 다 쏴 죽일 거예요?

난 진심을 살짝 담아 메시지를 달았고.

-업계 포상 ㅓㅜㅑ.

└이 ㅅㄲ 닉네임 적어 둬.

└아, 왜요;

-누나 나 죽어!

-진짜 죽어! 화갑룡 이 개…….

└거기서 하고 있었냨ㅋㅋㅋ

-언니, 손 사진이라도 찍어서 올려 줘요!

-ㅅㅂ 적응 안 되네 여기 뭐 하는 곳이야.

-다들, 쉿! 공듀 님 말 들어요!

-쉬이이잇

-쉿!

뭐가 그리 좋은지 댓글이 달려 댔다.

그래도 말을 듣기는 한다.

머리 위로 정신 보호 스킬 레벨이 오르고 있다는 메시지가 뜬 것 같지만 무시하자.

[이준석]: 자자, 그럼 슬슬 본격적으로 시작해 볼까요?

[이준석]: 오늘 이벤트를 끝까지 즐기신 분들 1,000분께는 추첨을 통해 공듀 님이 특별히 준비한 선물을 드릴 예정입니다!

적당한 타이밍에 끼어든 이준석이 사회를 이어 나간다.

한 번 더 뜨거워지는 채팅창.

사람을 이끄는 데 재주가 있는지 이준석이 자연스럽게 흐름을 주도해 나간다.

간단한 농담을 하면서 적당한 질문들을 선별하여, 내게 개인 메시지로 보내준다.

멀티 테스킹에 강한 건가.

덕분에 나는 편하지.

초반은 순조로웠다. 생각보다 정상적인 질문들이 많았으니까.

이준석이 괜찮은 거로 골라 준 것도 있겠지만.

[쁘띠공듀]: 으으음? 14층 공략이 힘드시다구요? 가고일이 나오는 곳이군요! 세게 때리면 부서집니다!

-…넴? 가고일 3성급인데요?

[쁘띠공듀]: 틈을 쪼개고 터트리면 펑☆ 조각 나용.

-아, 균열 만드는 게 핵심이군요! 감사합니다! 사랑해요!

[쁘띠공듀]: NPC들 성격에 맞춰 주기 힘들다는 질문도 있네요. 굳이 안 맞춰도 됩니닷! 어차피 성격은 다 다르다는 말. 씀!

-공듀 님이 친하게 지내면 좋다 하시지 않았나요?

[쁘띠공듀]: 샤랄라~☆ 전 이미 모두의 친구라구욧!

반쯤은 진실이다.

내가 얻은 칭호만 봐도 ‘악마의 친구, 정령의 친구, 요정의 친구’ 이렇게 있는데.

친한 NPC들도 제법 있다.

[쁘띠공듀]: 그래도 한 가지 팁을 드리자면 완벽해 보이는 NPC도 잘 살펴보면 도움을 필요로 할 때가 많아여. 쓱 가서 도와보는 건 어떨까요?

콘셉트를 유지한 채 다른 질문들도 빠르게 답해 나갔다.

아, 정신병 걸릴 거 같다.

[쁘띠공듀]: 부상을 입었을 때 포션도, 회복 스킬도 없으면 어쩌냐구요? 재료 사서 만들면 됩니다! 참 쉽죠?

[쁘띠공듀]: 후각이 뛰어난 몬스터는 파사스 나무 진액, 청각이 예민한 애들은 섬각죽을 이용하면 편하거든요오오. 사람한테도 효과적이에용.

[쁘띠공듀]: 4성급 몬스터라, 전 10층대에서 이미 잡았는데요? 잘 찾아보면 저층에도 등급 높은 몬스터가 나와여. 퀘스트를 살펴보란 말입니닷!

초반까지는 공략과 몬스터, NPC에 관한 질문들이 대부분을 이루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느낌이 바뀌었다.

[이상옥]: 꽃… 꽃 좋아하시나요!

[쁘띠공듀]: 어… 예예.

이 녀석도 여기 있었냐.

말투가 평소란 너무 다른 거 아니냐고.

[소담소담]: 언니, 틴트 써요? 뭐 써요?

[쁘띠공듀]: 요정은 가만히 있어도 촉☆촉한걸요?

이 닉네임은 김소담이었던 거 같은데.

아니, 넌 왜 언니라고…….

[오지혁]: 반드시 찾아내 찢어 주마.

-우우! 너나 죽어라!

└아, 얘는 ㄱㅊ 공듀 님이 인정하신 츤데레임.

└오징혁 오빠 셀카 좀 찍어 줘!

-오징파는 조심스럽게 손을 들어 주세요.

└손(촉수)

└촉수(손)

오지혁 이 자식은 난데없이 협박이나 해 댄다,

그것보다 얘는 왜 인기가 있는 거지.

이해하려 하지 말자.

이 자리에 정상인은 나뿐이다.

“그에에에.”

쉿. 조용히 해, 덕춘아.

멘탈 잡고 있으니까.

이준석 이 자식, 분명 이상한 질문은 쳐 낸다고 했던 거 같은데.

[이준석]: 공듀 님은 무슨 색을 좋아합니까!

[쁘띠공듀]: 음, 연두…….

[이준석]: 역시 분홍색이었군요!

말을 들어 제발.

어느 시점부터 고삐를 풀었는지 본인도 합세해서 질문을 해 대고 있다.

취향, 이상형, 좋아하는 음식이나 기타 등등.

겉으로나마 공략 Q&A의 탈을 쓰고 있던 채팅방은 팬미팅의 현장으로 바뀌어 가고 있었고.

[냥냥펀치]: 공듀, 조심해! 탈모 쉐키 지금 43층임!

[니머리 탈모]: 냥펀… 기어이 날 따돌리고 위로 올랐겠다. 딱 기다려^^

[정수리 핥짝]: 풉ㅋ 43층? 귀엽네 ㅎㅎㅎㅎ

[니머리 탈모]: 내가 좀 귀엽긴 해.

[냥냥펀치]: ……?

[정수리 핥짝]: 뒈질래?

멤버 녀석들은 평소와 같이 잡담을 나누기 시작했다.

혼란의 도가니.

하하. 개판이네.

커뮤니티를 끌까 진지하고 고민하던 찰나, 익숙한 닉네임이 생산적인 질문을 날렸다.

[보송송이]: 공듀 님, 그럼 이제 카메라랑 사진 등록 스킬북은 더 안 파나요?

잠시 잊고 있었던 것.

보송송이한테도 하나 선물로 주려 했는데 공략이 바빠서 잊고 있었다.

다행이다. 아직 정신이 멀쩡한 사람이 남아 있었어.

[쁘띠공듀]: 조만간 추가 물량을 풀 예정입니다!

[쁘띠공듀]: 아쉽게도 수량은 많지 않을 거 같아요오오…….

이전에는 포인트가 부족해 그런 식으로라도 돈을 모아야 했지만 지금은 여유가 있다.

스킬 승급하고, 장비 업그레이드하다 보면 또 금방 사라지겠지만.

이제는 스킬북 제작 판매보다는 내가 사용할 스킬을 만드는 데 주력할 생각.

그래도 벌인 일이 있으니 조금씩은 팔아야지.

[보송송이]: 아, 또 나오기는 하는군요! 꼭 가지고 싶었어서요.

[쁘띠공듀]: 그 간절한 마음이 닿았습니다. 선물로 드릴게욧!

[보송송송]: 오오오오오! 당신은 천사입니까!

[쁘띠공듀]: 요☆정이에용!

시간도 제법 흘렀겠다, 슬슬 마무리해 볼까.

더 진행하다가는 정신 건강에 해롭기도 하고.

[쁘띠공듀]: 질문은 요기까징!

[쁘띠공듀]: 이제 다시 등반할 시간이에요.

조금은 갑작스러운 엔딩 멘트였을까.

아쉽다며 더 해 달라는 댓글이 주르륵 달렸지만 살살 달래 줬다.

Q&A도 좋지만 해 줄 말도 있고.

[쁘띠공듀]: 참! 끝내기 전에 전할 말이 있어욧.

[쁘띠공듀]: 여러분, 모두 100층을 목표로 하고 있나요?

-네!

-당연하죠!

-공듀 님 뵈러 가겠슴돠.

-근데 가능하냐?

└쁘띠 님의 공략집이 있다면 가능하지

-이왕 들어온 거 최대한 위로 올라갈 생각임.

난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예전과 느낌이 다르다.

내가 공략을 풀기 전까지만 해도 튜토리얼 생존율은 극악이나 다를 바 없었고, 10층, 20층을 넘어 그 위로 올라가는 건 어렵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으니까.

지금은 아니다.

낙오하지 않고 올라오는 사람이 늘었다.

지금보다 높이.

가능하다면 정상에 서고자 하는 느낌이 강해졌다.

내가 불러온 변화였고 난 기쁘게 받아들인다.

경쟁이 있는 만큼 협동도 필요한 곳이 탑이라는 걸 알고 있으니까.

특히나 멤버들.

이 녀석들은 반드시 함께 올라가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 정보를 반드시 풀어야 하지.

[쁘띠공듀]: 여러분, 100층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혼돈 수치라는 것이 필요합니다

[쁘띠공듀]: 99층까지 올랐다 하더라도 혼돈 수치가 100점 이상 되지 않으면 100층에 오를 수 없어요

[쁘띠공듀]: 클리어 이상의 것을 해내세요. 반. 드. 시. 요 (진지)

혼돈 수치에 대한 정보.

릴카에게 이야기를 들었을 때부터 생각해 뒀다.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못 한다.

알리오스도, 펠라인도 99층에서 끝났다.

힘이 부족했기 때문에?

글쎄, 내가 보기에는 100층에 올라가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을 거 같다.

릴카가 말하지 않았던가.

대부분 60층 이후부터 혼돈 수치를 얻는다고.

만약 60층 이후에 얻을 수 있는 혼돈 수치가 100점이 되지 않는다면?

100층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60층 이전부터 혼돈 수치를 모아야 한다면?

확실한 건 없다.

내 추측일 뿐이니까.

다만 1퍼센트라도 가능성이 있는 거라면.

“미리 준비해야지.”

약간은 후련해진 마음으로 커뮤니티를 바라봤다.

물음표로 도배된 댓글창.

그리고 그 틈으로 보인 보송송이의 댓글.

[보송송이]: 공듀 님, 설마 60층대에 있습니까? 혼돈 수치는 60층대가 아니면 모르는 정보일 텐데…….

[보송송이]: 저도 거깁니다!

[정수리 핥짝]: 엥? 그럴 리가 없는데

[니머리 탈모]: 50층대에서 보겠다며! 50층대에서 보겠다며!

[냥냥펀치]: 냐, 냐앙? 공듀가? 아닛 송송찡 60층대였어?

멤버들이 놀란 듯 댓글을 단다.

오해다, 난 46층에 있다.

그것보다.

“보송송이 상위층에 있다 하더니만 60층대였다고?”

기껏해야 50층대에 있는 줄 알았는데.

놀라운 것도 잠시.

[보송송이]: 확실하네요. 70층부터는 하위 채널에 글을 못 쓰니까.

[보송송이]: 알고 있겠지만 상위층에서도 공듀 님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보송송이]: 특히 루키 집단이 관심이 많아요. 목적은 모르겠지만 말이죠.

보송송이가 더 놀라운 소식을 전했다.

루키 집단이라면.

“저번에 이준석이 말한 상위층 루키들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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