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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에 갇혀 고인물-157화 (157/740)

157화 이렇게까지는 하지 않으려 했는데

인간 총알 오지혁!

녀석이 제 역할을 다하고 바닥에 박혔다.

땅이 파이고 먼지가 피어오르는 모습을 보자니 미안한 마음도 들었지만.

“상황이 급해서 말이지.”

“그에에.”

찬밥 더운밥 가릴 때가 아니다.

괜히 뭉그적거리다가 검이 떨어져서 다 죽으면 누굴 탓할까.

좋게 생각하자. 오지혁 한 명으로 수많은 사람이 살아난 거나 마찬가지니까.

“크, 크으으윽.”

땅에 박힌 채 부들거리는 걸 보니 죽지는 않은 모양.

놈 자체의 스펙도 훌륭하거니와 강철의 의지 버프도 둘러 줬으니 당연한 결과기는 했다.

그래도 그렇지 바로 기어 나올 줄이야.

분명 머리부터 꽂혔던 거 같은데.

돌대가리인가.

그거야 별 관심 없고.

“이제는 어떻게 할 거지? 최성모.”

난 대도를 내리긋고 있는 최성모를 향해 몸을 던졌다.

스킬을 쓰기 위해서는 자신도 중압감을 버텨야 한다.

허공에 존재하는 검을 끌어당기는 행위라는 것. 그의 손과 목에 올라온 핏줄이 그걸 증명한다.

AA등급 스킬. 확실히 30층대에서 나올 만한 건 아니지, 그것도 광범위 스킬이라면.

무리하고 있는 건 놈도 마찬가지라는 말.

-파악!

“궥!”

의지를 보내 덕춘이를 손으로 이동시켰고, 그대로 덕춘이를 놈을 향해 던졌다.

조금이라도 균형을 잃게 만들어야 한다.

이미 거신의 일격은 근처까지 다가온 상황.

완전히 캔슬 시키는 건 불가능하다.

가능한 우리가 있는 곳을 비껴가게 밀어야 한다.

그 역할을 맡은 게 덕춘이.

“으그극! 저리 꺼지지 못할까!”

“그헤헤헤헥!”

놈의 얼굴에 착지한 덕춘이가 혓바닥으로 팔뚝을 잡아당긴다.

역시 카오스 개구리, 영물.

조그마한 덩치에서 나올 수 없는 괴력으로 최성모의 팔을 조금씩 당겨온다.

선택해라. 검을 놓을 것인지, 아니면 엉망진창이나마 스킬을 완성할 것인지.

딱 3초 준다.

3초 후면은.

“내가 왔다.”

나 또한 너에게 닿을 테니까.

돌진하던 속도 그대로 놈의 몸통을 들이박았다.

무겁다. 거신의 일격을 그대로 끌고 내려오고 있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지.

-콰아아앙!

등 뒤로 폭발을 일으켰다.

추진력을 증가시키는 것과 동시에 호미걸이.

발목을 걸어 당기고 머리로 몸통을 압박한다.

덕춘이의 보조로 놈의 몸이 비틀리는 순간, 마지막으로 파이어 밤 한 번 더.

-쿠구구구구궁!

기어이 몸이 넘어간 최성모의 검이 허공을 갈랐다.

비스듬히 바닥에 눕듯 떨어지는 거신의 일격.

거대한 검이 옆으로 쓰러지며 바람이 몰아쳤고, 이내 필드 끝에 꽂힌 검은.

-콰과과과과광!

필드 일부를 초토화하며 사라졌다.

스쳤을 뿐인데도 굉장한 파괴력. 충격의 여파로 온갖 파편이 바람을 타고 날아들었다.

부서진 나뭇조각이 방어구 틈으로 파고들고, 주먹만 한 돌덩이가 머리를 치고 지나간다.

지축이 흔들려 다리에 힘이 빠진 사람은 엎어지기까지.

만약 저걸 정면에서 받았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상상조차 하기 싫다.

결과적으로는 막아 냈지만.

-푸욱!

난 진동이 멈추는 것과 동시에 놈의 어깨에 검을 박아 넣었다.

두 눈을 부릅뜨는 녀석.

어지간히 독한 놈인지 비명 하나 안 지른다.

“너도 상태가 그리 좋지는 않구나?”

“크윽!”

가까이에서 보니 알겠다.

최성모 이 녀석도 내색은 안 하고 있지만 상당히 지쳐 있다.

오지혁이 개처럼 달려든 보람이 있달까.

지금부터는 내가 나설 차례.

-촤아아악

워터를 사용해 놈과 나를 적셨다.

이후 일렉트릭 쇼크.

-파지지직!

마력을 아낌없이 사용해 방전했다.

가뜩이나 높아진 출력. 놈의 몸에 꽂힌 검을 통해 전류가 내부 깊숙이 통과되었고.

“크으으아아악!”

이번만큼 놈도 참지 못했는지 비명을 질렀다.

의지와는 상관없이 발작하는 몸.

고압 전류에 노출된 피부가 검게 타들어 가고 코와 입에서는 연기가 올라온다.

일반인이었다면 진작에 죽었겠지만 최성모는 아니었다.

그래 봤자 좀 더 버티는 수준이었지만.

슬슬 나한테도 무리가 올 시점.

“그르르륵.”

놈이 거품을 물며 정신 줄을 놨다.

어후, 징한 녀석.

작게 숨을 내뱉고 바로 스킬 사용을 멈췄다.

더 했다가는 진짜 죽을 테니까, 아직은 안 된다.

무력화시키는 건 완료했고, 안전하게 잡아 둬야지.

대기실에서 준비한 세 번째 스킬.

[집착하는 망령 (A) Lv.1]

-영체를 소환해 상대를 구속합니다.

-물리 공격에 강한 내성

일종의 속박기다.

한 번에 한 명밖에 사용할 수 없지만 쓰기만 한다면 제법 강한 구속력을 자랑하는 스킬.

물리적인 방법으로는 끊기 힘드니 마법형 스킬을 써야 풀 수 있다.

현재 놈의 상태는 엉망진창. 스킬을 쓸 마력도 남아 있지 않을 거다.

“빌어, 먹을 녀석.”

“어? 왔냐?”

최성모를 잡은 시점. 오지혁이 비틀거리며 다가왔다.

방어구가 거의 다 박살 났다. 빈말로도 괜찮은 상태는 아니었지만 눈빛만은 살아 있었다.

덥석. 멱살을 잡는 걸 보면 팔팔한 것도 같고.

“날 날려 버려? 이런 쓰레기 같은 새끼!”

“워워. 덕분에 잡았잖아. 보니까 네가 거의 다 잡아놨더라. 덕분에 쉽게 잡았다.”

“그걸 말이라고!”

“아, 마무리는 네가 해. 거긴 터치 안 할 테니까.”

“내가 원한 건 다른 놈의 개입 없이 순수하게 내 힘만으로 놈을 꺾는 거였다, 이블아이.”

불만이 많은 놈일세.

“그럼 내가 처리한다?”

“닥쳐라. 끝내는 건 나니까.”

거칠게 날 밀어내는 녀석.

결국에는 제가 할 거면서 툴툴대기는.

그치, 덕춘아?

“그에에에.”

덕춘이가 절레절레 고개를 흔든다.

“뭐야? 끝났, 아직 살아 있네. 흐흐. 그럼 내가 막타를!”

“넌 또 뭔데!”

“저놈 잡으면 2 대 1로 내가 이긴다고!”

“또라이 새끼가 하나 더……!”

루키를 잡아낸 건 나뿐만이 아니다.

핥짝이 역시 이하영을 해치웠는지 이쪽으로 왔다.

냉큼 막타를 치려는 핥짝이를 막아서는 오지혁.

별 시답잖은 둘의 실랑이를 한번 보고 전장을 살폈다.

팀원들과 길드원의 싸움도 막바지다.

다행히 우리가 이겼다. 서 있는 길드원은 그다지 많지 않았고.

-찌유우우웅!

“으아아악!”

“크하악!”

난 오로라 빔을 쏘아 팀원들을 보조했다.

나를 보며 엄지를 세우는 고대진.

부상자는 많아 보였지만 죽은 사람은 다행히 없는 것 같다.

“덕춘아, 가서 사람들 좀 치료해 주라.”

“그에에에.”

귀찮은지 혀를 날름거리기는 했지만 순순히 내 말에 따라 준다.

전장 수습은 나중에 하도록 하고.

“다들 좀만 진정합시다.”

싸우고 있는 핥짝이와 오지혁을 말렸다.

마무리야 누가 짓든 상관없지만 할 일이 있어서 말이지.

“빨리 죽이고 끝내자, 좀.”

“네놈만 아니었으면 내가 진작에 끝냈다.”

불만을 토로하는 둘을 저지하며 최성모 앞에 쪼그려 앉았다.

“그건 나중에 하죠. 놈한테 물어볼 게 있습니다.”

“뭐 예쁜 구석이 있다고 대화를 해. 그냥 없애.”

핥짝이의 심정도 이해는 한다.

나도 고생했지만 녀석도 30층대를 뚫으며 대형 길드한테 고생을 많이 했으니까.

하지만.

“궁금하지 않습니까. 왜 대형 길드가 잘못된 튜토리얼 공략법을 뿌린 건지. 어째서 이렇게까지 하면서 우리를 없애려 한 건지?”

꼭 확인하고 싶었다.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것들.

핥짝이와 오지혁도 마찬가진지 입을 다문다.

[워터 (E) Lv.1]

-촤아아악

“크학!”

물을 뿌려 최성모를 깨웠다.

살기등등한 눈으로 주변을 살피는 녀석.

보이는 건 나와 핥짝이 오지혁뿐이니 상황 파악은 금방 끝날 거다.

“전부 당했군.”

“어, 맞아. 너만 살았다.”

“왜지?”

“물어볼 게 있어서.”

놈을 붙잡아 일으켜 세웠다.

“어째서 잘못된 공략을 뿌린 거냐?”

처음에는 대형 길드의 권력을 확실히 하기 위해서 그런 줄 알았다.

높은 등급의 헌터를 많이 가지고 있으면 가지고 있을수록 위상을 공고히 할 수 있으니까.

헌터가 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탑. 그곳을 관리하면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너무 위험한 방식이다. 대형 길드 전체가 움직이고 있었고 정부까지 개입해 있다.

그렇기에 상식적이지 않다는 것.

얻을 것보다 잃을 게 더 많은데 이런 짓을 벌일 이유가 없다.

“너희는 실수하는 거다. 지금이라도 연합을 해체하고 현 체계에 수긍해라.”

-뻐억!

누가 말릴 틈도 없이 오지혁의 그의 머리를 걷어찼다.

피부가 찢어지며 핏물이 흘러내린다.

“장난칠 생각 없다, 최성모. 그 수작질만 아니었다면 난 더 강해질 수 있었지.”

그의 머리카락을 움켜쥔 오지혁이 얼굴을 구긴다.

“납득할 수 있는 이유를 대는 게 좋을 거야. 그편이 좀 더 편할 테니까.”

명백한 협박이었지만 최성모는 웃을 뿐이었다.

“말할 수 없다.”

“이 자식이!”

“잠깐.”

흥분한 오지혁을 붙잡았다.

권능을 통해 보이는 정보.

난 녀석의 목덜미를 풀었다.

“이 녀석, 제약이 걸려 있는데.”

목에 그려진 문양.

단순한 문신이 아니다.

[맹약의 증표 (AA) Lv.7]

-맹약을 지키지 않을 시 강력한 폭발을 일으킵니다.

“이건.”

“아는 스킬이다. 맹약의 증표 AA스킬이지. 맹약을 깨면 죽는다. 루키들한테 제약이 걸려 있다는 소문을 듣기는 했지만 진짜일 줄이야.”

오지혁이 알고 있는 스킬이라 다행이다.

어떻게 설명할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그거라면 뭐. 내가 해 보지.”

“뭐?”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던 찰나. 핥짝이가 나섰다.

[해제 (AA) Lv.1]

[완벽한 해제가 불가능합니다.]

[일시적으로 제약이 해제됩니다.]

-스스스슥

목덜미에 있던 문양이 희미해졌다.

“빨리 끝내야 해. 오래 못 버텨.”

핥짝이가 AA등급 스킬을 가지고 있는 게 놀랍기는 했지만 감탄하고 있을 시간이 없다.

잠시나마 제약이 사라졌을 때 답을 들어야 했으니까.

“빨리 말해!”

“글쎄. 내가 말해야 하나?”

역시나 협조적으로 나오지 않는군.

이렇게까지는 하지 않으려 했는데.

“다들 잠시 뒤로 물러서요.”

다들 이 고생을 했는데 아무런 성과도 못 얻으면 안 되지.

정상 컨디션의 최성모라면 불가능하겠지만 지금은 가능할 거다.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마력적으로나 바닥일 테니까.

잠깐, 아주 잠깐만 인권을 내려놓자.

의미심장한 내 표정을 봤기 때문일까, 핥짝이와 오지혁 모두 자리를 비켜 줬고.

“최성모, 네가 아는 걸 말해라. 그러지 않으면 서로 힘든 시간이 될 거다.”

“고문 따위는 통하지 않……!”

[구애의 춤 (B) Lv.1]

-구애의 춤을 춥니다.

-종족, 성별을 뛰어넘어 상대방을 홀려 보세요!

평생 쓸 일 없을 거라 생각한 스킬을 사용했다.

여기에 하나 더.

[치명적인 포즈 (E) Lv.1]

“빨리 말해 달라고!”

나 울 것 같으니까.

여기까지는 생각지 못했는지 그의 눈이 흔들렸고.

[정신 보호 (A) Lv.5]

[정신적인 충격이 심합니다!]

[치명적인 포즈의 효과. 혐오감이 공포로 발전합니다.]

[마력이 부족합니다.]

[정신 보호에 실패합니다!]

무려 심연의 눈동자도 막아 냈던 그의 정신 보호가 뚫렸다.

질색하며 한발 물러서는 핥짝이와 눈으로 욕을 하는 오지혁.

자괴감에 멘탈이 털릴 때쯤.

“그만, 그만! 말하겠다!”

눈을 감은 최성모가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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