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4화 루키들
하늘이 어두워지며 밤이 찾아왔다.
일주일에 단 한 번 사용할 수 있는 능력.
밤이 되며 스텟이 상승했고, 부가 능력인 옵텍터까지 소환했다.
스산한 웃음과 함께 나타난 괴물.
신성 혹은 빛 속성 공격이 아니면 공격조차 통하지 않았으며.
“이런 제기랄!”
“저리 꺼져!”
-키키키킥!
-키킥!
[옵텍터가 스텟을 빼앗습니다.]
옵텍터에 닿은 자는 스텟을 잃었다.
그들이 잃는 만큼 내 스텟은 상승했다.
뭐, 한계는 존재했지만.
소환할 수 있는 옵텍터의 수는 100마리가 한계.
뺏을 수 있는 스텟도 70이 끝이다.
이후에는 뭐, 눈가리개 정도로나 쓸 수 있겠지.
그 정도면 충분하다.
“우리는 공격 안 하는데?”
“지금이 기횝니다! 갑시다!”
길드 놈들과 달리 팀원들은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았으니까.
여유가 생겼다.
도망치기 바쁘던 이들이 반격을 시작했고, 루키들의 얼굴에는 짜증이 묻어 나왔다.
“별 같잖은 수를 쓰는군.”
“와, 이거 어둠 속성인데요? 신성 무구 아니면 못 잡을 겁니다.”
다른 길드원들과 달리 태연한 녀석들.
처음 보는 것은 똑같을 텐데 바로 정체를 파악한다. 해결책까지 전부.
그 중심에는 김창후가 있었다.
-번쩍!
“저는 이런 놈들을 싫어하죠! 이블아이는 제가 꼭 죽이고 싶네요.”
하얗게 빛나는 채찍을 쥔 김창후가 달라붙는 옵텍터를 쳐 냈다.
특수한 능력을 제외하면 내구도는 영 좋지 않은 게 옵텍터다.
그의 채찍이 움직일 때마다 옵텍터의 숫자가 줄어들었다.
[보유 옵텍터 (87/100)]
[옵텍터는 보충되지 않습니다. 주의하십시오.]
“저놈들 빼고 겉절이만 노려.”
-키키키키!
-키킥!
내 명령에 따라 일반 길드원을 향해 날아가는 놈들.
아까보다는 확실히 상황이 나아졌지만 여전히 힘든 건 마찬가지다.
머릿수에서 엄청난 차이가 보이니까.
-콰아아앙!
난 발을 박차며 돌진했고, 곧장 파이어 밤을 남발하기 시작했다.
어두운 공간, 곳곳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폭발에 휘말려 날아가는 사람, 파편에 맞고 피를 흘리는 사람.
난전이 펼쳐진다. 나 한 명으로 인해 생긴 변수.
[시한폭탄 (A) Lv.1]
빠르게 이동하며 폭탄을 설치.
놈들 사이로 파고들며 검을 휘둘렀고.
“잡아!”
“크하아악! 스킬 똑바로 안 써!”
“앞이 안 보인다고, 젠장!”
나를 잡기 위해 놈들이 몰려오는 타이밍에 시한폭탄을 터트렸다.
이어서 오로라 빔.
-찌유우우웅!
필드가 한순간에 밝아지며 빔이 쏟아진다.
마치 별똥별이 떨어지듯 오색 찬란한 꼬리를 끌고 나아가던 것이 펑!
멀리서 보면 폭죽놀이, 가까이에서 보면 재앙이 펼쳐졌다.
레벨이 오른 만큼 파괴력 또한 증가.
대비를 했다면 모를까, 어두워져 무방비해진 사람들이 막아 내는 건 무리가 있었고.
“으아아아!”
“자세 낮춰!”
길드원들이 혼비백산해 흩어졌다.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굉음. 누구 질렀는지 알 수 없는 비명.
공포감을 주기에 충분한 일격이었고.
“거기까지 하시죠?”
일의 심각성을 느낀 루키가 나를 막기 위해 나섰다.
나를 똑바로 응시하고 있는 남자.
어깨에 박힌 이클립스 마크.
“김창후인가. 이클립스의 루키.”
“저를 알고 있다니 영광이군요!”
-촤아악!
-카가가각!
신성을 머금은 채찍이 바닥을 찢는다.
수많은 허초. 정신없이 허공을 헤집던 채찍이 기습적으로 내게 날아왔으나.
“흡!”
나 역시 보통은 아니다.
빠르게 검을 휘둘러 채찍을 쳐 냈다.
곡선으로 빠져나간 채찍이 자연스럽게 검을 휘감으려 했지만.
“궥!”
덕춘이가 혓바닥을 날려 채찍을 튕겨 냈다.
역시 덕춘이. 영물 나이스다.
“오오오! 그 생물은 뭡니까? 두꺼비? 저도 어릴 때 놀이터에서 두꺼비집을 만들었었죠.”
“개구리다, 자식아!”
왜 보는 사람마다 두꺼비라고 하는 거야.
어딜 봐도 어여쁜 두꺼, 아니 개구린데.
실없는 소리를 내뱉는 녀석에게 검을 내질렀다.
절삭.
날카로운 기운이 놈에게 파고든다.
“즐길 줄 모르는 사람이군요!”
아직까지는 여유가 있는지 몸을 빙글 돌리며 공격을 피해 내는 김창후.
과연 언제까지 그럴 수 있을까.
[디그 (E) Lv.3]
난 놈의 발 뒤에 구덩이를 파냈다.
“그런 얕은수는 안 통합니다.”
“나도 알아.”
루키 정도 되면 뒤통수에도 눈이 달렸다고 생각하면 편하다.
인지능력이 말도 안 되는 수준이니까.
나라고 그걸 모르겠는가.
발이 빠지지 않기 위해 이동하는 잠깐의 타이밍을 노리려는 것뿐.
[워터 (E) Lv.1]
[일렉트릭 쇼크 (A) Lv.1]
-파지지지직!
“크하아아악!”
물에 젖은 놈에게 전기 충격을 가했다.
일시적으로 몸이 마비됐을 놈에게 주먹을 뻗으며 성물을 발동했다.
[스며드는 신성 (AA)]
-신성을 소모해 상대방의 방어력을 무시합니다.
막대한 신성력이 빠져나가는 것과 동시에 놈의 복부에 주먹이 꽂혔다.
놈의 몸을 가리고 있는 방어구도 지금만큼은 종이 쪼가리.
비명조차 제대로 지르지 못한 그가 두 눈을 부릅뜬다.
입가를 타고 흐르는 핏물.
속이 진탕됐음은 말할 것도 없다.
아무리 루키라도 이 정도의 데미지를 입었다면 무사하지 못할…….
[치유의 기도 (A) Lv.6]
-신성력을 이용해 상처를 회복합니다.
“와! 죽을 뻔했습니다!”
“네놈, 힐러였냐?”
“보다시피요. 이래 보여도 프리스트 쪽으로 진로를 정했습니다. 하하!”
와락 얼굴을 구겼다.
프리스트 계열로 진로를 잡은 루키라니.
성퀴벌레를 여기서 볼 줄은 몰랐는데.
보나 마나 권능 자체가 신앙 쪽으로 쏠린 놈일 거다.
“물론 뒤에서 힐만 할 생각은 없지만요!”
[재무장 (B) Lv.5]
놈의 장비가 바뀌었다.
가벼웠던 무장이 두텁게 변했다.
중갑에 방패. 채찍은 사라졌으며, 대신 메이스가 손에 들렸다.
“승리를 위하여! 신이 함께하기를!”
[투신의 축복 (A) Lv.5]
[성전 (A) Lv.8]
[신의 부름 (B) Lv.3]
[무퇴의 의지 (B) Lv.7]
중첩되는 버프!
방패를 앞세운 김창후가 순식간에 내 앞에 도달했다.
여전히 웃고 있는 입꼬리.
치켜든 메이스가 나를 강타했다.
-콰가가각!
검으로 막아 냈으나 압박감이 상당하다.
나사 몇 개는 빠진 얼굴을 해 가지고 꽤나 터프한데.
“성물은 당신만 가지고 있는 게 아닙니다!”
[피하이돈의 이단 목록 (AA)]
-대상을 이단 목록에 추가합니다.
-신성 공격 시 추가 피해.
“크흠!”
김창후의 성물이 발동되며 메이스의 무게감이 달라졌다.
거대한 쇳덩이가 짓누르는 기분.
그뿐일까.
[천사의 수호 날개 (AAA)]
-상대방의 공격을 방어합니다.
-일반 공격에 대한 강한 내성.
반투명한 날개가 그를 감쌌다.
AAA 등급의 보호 특화 성물.
어지간한 공격은 통하지도 않을 것 같다.
아마 다른 사람이라면 전투 자체가 성립되지 않았겠지.
하지만 성물이라고 만능은 아니다.
[S급 권능, 별을 주시하는 눈이 발휘됩니다.]
[천사의 수호 날개 (AAA)]
-신성력(빛 속성)이 담긴 공격에는 낮은 저항력을 가집니다.
-마기(어둠 속성)가 담긴 공격에는 낮은 저항력을 가집니다.
똑같은 신성이 담긴 공격과 상극인 마기가 담긴 공격에는 비교적 효과가 덜한 것.
이걸로 확실해졌다.
이 녀석, 내가 아니면 못 잡는다.
“아까의 패기는 어디 갔습니까, 이블아이!”
김창후가 웃으며 메이스를 연달아 내리꽂는다.
권능을 통해 보이는 녀석의 정보.
[김창후]
-최고 공략 층 (35층).
-이클립스 소속.
-AA급 권능, 이계의 광신도 보유.
-보유 스킬: 투신의 축복 (A), 성전 (A), 신의 부름 (B) 외 23개.
-칭호, 비틀린 성기사 보유.
-칭호, 죄악을 나르는 자 보유.
역시 루키라 그런가 화려하기 그지없다.
칭호도 두 개나 가지고 있고 스킬도 다양하다. 권능도 AA급.
김소담이 가지고 있는 메카닉 권능과 동급이다.
어째서 팀원들이 그토록 밀렸는지 알 것 같다. 이 정도 괴물이면 그럴 만도 하지. 전투력도 전투력이지만 스스로 회복까지 해 대는 놈이다.
그 말인즉, 다른 루키들도 이에 준하는 괴물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
오지혁은 살벌하게 싸우고 있었고, 다성의 루키, 이하영과 싸우고 있는 이상옥은 언제 쓰러져도 이상할 게 없는 수준이다.
사실상 싸우는 게 아니라 전력을 다해 공격을 피하는 게 맞는 표현이겠지.
저대로 두면 죽는다.
“저를 상대하면서 한눈팔깁니까!”
기분이 상했는지 김창후가 거세게 메이스를 휘둘렀다.
아까보다 족히 두 배는 강력한 신성력이 담겨 있다.
직격된다면 나라도 무사할 거라는 보장이 없었으나.
“어. 너 한 명으로는 좀 부족해서 말이야.”
[홀리 크랩 (AAA)]
-콰직!
내게도 AAA급 성물이 있다.
놈이 가지고 있는 천사의 보호 날개. 내가 가지고 있는 홀리 크랩.
이 정도면 밸런스가 맞겠지?
“이, 이이익!”
거대한 집게발에 붙잡힌 놈이 이를 악문다.
강해 봤자 아직은 30층대에 머물고 있는 녀석.
곧장 빠져나가는 건 불가능했고.
[러브 앤 피스 (A) Lv.1]
[파이어 밤 (A) Lv.8]
-콰아아앙!
얼굴에 신성력을 담은 파이어 밤을 터트렸다.
[신성력이 담긴 일격입니다.]
[천사의 수호 날개 (AAA)의 효과가 반감됩니다.]
검게 그을린 얼굴 위로 연기가 피어오른다.
잠시만 그러고 있으라고.
난 김창후를 두고 이상옥이 있는 곳으로 달렸다.
온몸에 피를 흘리고 있는 이상옥이 한계에 다다랐다.
지금까지 버티고 있는 것만도 기적.
비틀.
다리에 힘이 빠진 이상옥이 충격을 버티지 못하고 넘어졌고.
“꽤 잘 버텼어. 칭찬해.”
싱긋 웃은 이하영이 그의 목을 향해 창을 내질렀다.
[프로즌 브레이크 (A) Lv.7]
-꽈드드득!
급격하게 떨어지는 기온.
냉기가 이하영을 덮치고 그대로 얼음 속에 가둔다.
이어서 압축.
그대로 깨져 버리려는데.
-콰창!
이하영이 얼음을 깨부쉈다.
그래도 잠깐은 가둘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아쉽기는 하지만 대미지가 아예 안 들어가지는 않았다.
몸 곳곳에 서리가 내려 있고 손끝이 떨리고 있었으니.
혈관이 단번에 수축했기 때문일까, 핏줄이 터져 눈가가 붉다.
“용케 저놈한테서 빠져나왔네, 이블아이.”
입김을 내뿜으며 이하영이 창을 움켜쥔다.
그러거나 말거나 난 이상옥 앞에 섰다.
“상옥 씨, 고생했습니다. 지금부터는 제가 맡을 테니 다른 팀원들을 도와주세요.”
“부탁한다.”
어딜 봐도 중상에 가까운 몸이었지만 이상옥은 불만 없이 팀원들을 도우러 달려 나갔다.
쉬게 해 주고 싶지만 지금은 무리할 때.
사람 한 명, 한 명이 소중한 시점이다.
루키는 나와 오지혁이 어떻게 막는다 하더라도 나머지 길드원들은 팀원들이 막아야 한다.
최대한 난장을 벌여 도움을 주기는 할 테지만.
“끄으응. 방금 건 진짜 아팠습니다. 성물은 그렇다 치고, 설마 신성력까지 다룰 줄 알다니. 정체가 뭡니까, 당신?”
홀리 크랩에서 벗어난 김창후까지 합류한 이상 그럴 여유가 있을지는 모르겠다.
그냥 곱게 죽지. 이래서 힐러가 문제다.
혼자 싸울 때도 위험하고 동료가 있으면 더 위험한 인물.
회복할 시간도 없이 한 번에 무력화하거나 김창후를 먼저 처리해야 한다.
아니면 회복을 못 하게 하는 특별한 뭔가를 하든가.
대치가 이루어진 상황.
난 지그시 그들 너머를 바라봤다.
어디 보자.
“오지혁은 제법 잘 버티는데.”
아직까지는 어느 한쪽이 밀리는 것 같지는 않다.
적어도 내가 루키 셋을 전부 상대할 일은 없을 것 같군.
후. 좋아.
“둘이 같이 덤벼, 시간 끌지 말고.”
시작은 도발.
손가락을 까딱이며 끊임없이 생각을 이어 나갔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스킬. 칭호. 권능과 아티팩트 및 장비에 적용된 효과.
거기에.
34층 보상으로 얻은 스킬북과 스킬 합성으로 만들어 낸 스킬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