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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에 갇혀 고인물-100화 (100/740)

100화 내가 잘못 봤나?

행운 스텟.

공략자 칭호를 통해 얻은 것으로 다른 스텟과는 달리 독자적인 시스템으로 발현되는 거였다.

이것도 일단은 스텟이니 오르지 않을까?

되든 안 되든 시도는 해 봐야지.

[하급 스텟 강화권 (A)이 적용됩니다.]

된다!

화려한 이팩트와 함께 강화권이 사라졌고.

[공략자-칭호 (성장형)]

-올 스텟 +10

-행운 스텟 +15 (행운 스텟은 일반 스텟과 별개로 적용됩니다.)

-신성력 스텟 +20

-현재 공헌도: 83점 (다음 보상까지 200점 남았습니다.)

공략자 칭호에 붙어 있던 행운 스텟에 변화가 생겼다.

[행운이 함께합니다.]

뒤이어 오르는 메시지.

따뜻하면서도 부드러운 기운이 몸을 스쳐 지나간다.

뭐든 잘 풀릴 거 같은 자신감!

스텟이 5였을 때도 많은 도움을 줬던 게 행운이다.

단순 계산해 봐도 3배는 더 행운아가 됐다.

난 기대감을 가졌고.

[행운 스텟이 반응합니다!]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내 발밑으로 퍼져 나가는 빛무리.

뜻하는 바는 명확했다.

[디그 (F) Lv.10]

땅을 파내기 시작했다. 한층 진해지는 빛.

밑에 뭔가가 있는게 분명하다. 11층에는 냉기 내성 말고 또 다른 아이템이 숨겨져 있었다.

파내고 또 파내고.

디그를 연달아 사용한 끝에 발견해 냈다.

“여기도 양피지 조각이 있었던 건가.”

“그에에에.”

흙이 묻어 더러워졌지만 내용을 알아보는 건 어렵지 않았다.

[의적, 푸레고스의 보물 지도 (3/12)]

-지도가 더욱 선명해집니다.

내가 가지고 있던 양피지와 합쳐져 나름 모양새가 나기 시작했다.

아직 반도 채우지 못해 빈 곳이 더 많았지만.

“이거 미로 같지?”

“궤엑.”

복잡하게 이어진 선과 공간을 보아하니 대략적인 느낌은 알 수 있었다.

절대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구조가 아니다.

직각으로 꺾이는 길목이 저절로 만들어지진 않을 테니까.

보물은 미궁에 있다. 이게 내 결론이다.

그 말은 곧.

“지도가 없으면 엄청 헤매겠네.”

보물 지도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는 말.

턱을 긁으며 구덩이 밖으로 뛰어 올라왔다.

이거 약간 그 느낌이 나는데.

“히알틴 열쇠 조각 얻었을 때처럼 층마다 조각이 있는 건가.”

물론 모든 조각이 필드에 있지는 않을 거다.

핥짝이가 내게 양피지 조각을 건넸던 건 10층대. NPC인 벨라가 가지고 있던 것도 있으니 이미 지나치거나 행방을 알 수 없는 것도 있을 게 분명했다.

보물이 묻혀 있다는 곳이 28층.

21층에 오른 시점 가지고 있는 조각이 3개.

한 층에 하나씩 있다 하더라도 모든 조각을 찾는 건 불가능하다.

결국에는 미완성 지도를 가지고 도전해야 한다는 건가.

“쉽게 가는 게 없군.”

그래도 뭐, 아예 없는 것보다는 나으니까.

이 정도로 만족하자. 욕심부린다고 나오는 것도 아니고.

21층에서 얻을 수 있는 건 다 얻었다.

권능도, 행운 스텟도 더 이상 반응하지 않았으니까.

시간 끌 거 있나. 바로 위로 올라가면 되지.

난 포탈로 발을 옮겼고.

-우우우웅

[22층으로 향합니다.]

곧장 22층을 클리어하기 시작했다.

* * *

대략 6시간.

22층을 클리어하고 23층에 올라왔다.

사실 23층 역시 거의 다 클리어하기는 했는데.

“역시 냉탕이 좋긴 좋아?”

“으게에에에.”

[스킬 레벨 업!]

[냉기 내성 (E) Lv.5]

[스킬 레벨 업!]

[강체 (C) Lv.8]

23층에 위치한 얼음 호수가 패시브 스킬을 단련하기 워낙 좋아서 잠깐 쉬어 가고 있다.

레벨 오르는 속도가 가파르다. 냉기 때문에 생명의 위협을 느꼈는지 강체 스킬까지 올라가고 있다.

이게 바로 꿩 먹고 알 먹고, 도랑 치고 가재 잡는 거 아니겠는가.

정작 몸은 살려 달라고 비명을 지르고 있었지만.

수축된 혈관, 긴장한 근육, 어떻게든 살아 보겠다고 심장은 열심히 뛰어 댔지만 영하의 날씨는 가혹했다.

약간 의식이 멀어지는 것도 같은데.

까딱 잘못하면 동사할 상황이었지만.

[파이어 밤 (A) Lv.6]

-쿠르르르륵!

-파아아앙!

정말 위험하다 싶을 때는 호수 안쪽에 파이어 밤을 터트려 온도를 높였다.

스킬 레벨 올리는 것도 좋지만 죽으면 다시 올라와야 한다.

귀찮게 그렇게 할 필요가 뭐가 있을까.

한순간이지만 뜨뜻해진 물에 몸을 턱까지 담그며 길게 숨을 토해 냈다.

“디펜스 이벤트 덕분에 스킬 레벨이 오른 건 좋은데 이걸 언제 다 승급시키냐.”

각 등급의 한계치까지 레벨 업 한 스킬만 열 개.

한 개를 제외하면 모두 C급 아래 등급이라 브론즈 승급 쿠폰이면 충분하긴 하다.

브론즈 쿠폰이라도 가격이 만만치 않아서 그렇지.

저것들 전부 승급시키려면.

“52,000포인트? 와, 씨. 장난 아니네.”

무려 A급 장비 두 개를 살 수 있는 비용이 들어간다.

다른 사람과 비교해도 월등히 스킬이 많아서 그런지 승급해야 할 것도 많다.

나중에 스킬들이 A급 이상이 된다면 천문학적인 금액이 필요하겠지.

지금 내가 가진 포인트가 얼마더라.

[보유 포인트: 117,340포인트]

십만 단위. 릴카한테 검을 구입했음에도 이만큼이나 남았다.

그 정도로 판매하고 있는 카메라 및 사진 등록 스킬의 인기가 좋다는 거겠지.

당장은 스킬 합성이 비활성화돼서 팔기 힘들지만 나중에 활성화가 된다면 더 팔 수 있을 거다.

“스킬 합성만으로는 부족해.”

더 많은 자금줄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지 않고서는 보유하고 있는 스킬들 승급시키는 것도 버거울 테니까.

별수 있나. 강해질 수 있다면 그 정도 노력은 해야지.

다행히 돈 벌 수단은 더 있다.

일단 쿠폰들부터 사고.

[일괄 구매하시겠습니까?]

“어.”

[52,000포인트를 지불합니다.]

빠르게 사라져 가는 포인트가 마음 아프기는 하지만 꿋꿋하게 참아 내며 쿠폰을 사용했다.

등급이 올라간 스킬 목록이 떠오른다.

[안개 질주 (A) Lv.1]

[도축 (B) Lv.1]

[절삭 (B) Lv.1]

[화기 내성 (C) Lv.1]

[독 내성 (D) Lv.1]

[물리 공격 내성 (D) Lv.1]

[샤워 (E) Lv.1]

[워터 (E) Lv.1]

[디그 (E) Lv.1]

[파이어 (E) Lv.1]

사실 샤워 같은 생활형 스킬은 올리지 말까 고민했다. 굳이 5,000포인트나 써 가며 승급시킬 이유가 있나 싶었으니까.

누군가가 본다면 돈지랄이라도 할 말이 없었으나.

“청결은 언제나 중요하지. 회복 효과도 증진시켜 주고.”

“궤에에에.”

따듯하게 몸을 씻는 것만으로도 활기가 돋고 사기가 오른다.

미미하지만 회복하는 속도도 더 빨라졌으며 다른 장비도 청결하게 만들어 줬다.

없으면 없는 대로 살 수는 있지만, 쓸 수 있다면 삶의 질이 달라지는 스킬.

나머지 내성 스킬이야 당연히 승급하는 게 맞는 거고. 디그나 워터 같은 기본 스킬도 유용하게 써 온 만큼 등급을 올려 나쁠 건 없었다.

안개 질주나 절삭이야 주력 스킬에 포함되니 문제없고.

“도축, 저게 은근히 좋단 말이지.”

사냥을 통해 포인트를 버는 것. 기본적이고 당연하지만 사실 그리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

기껏해야 떨어지는 잡템이나 자체적으로 주는 포인트 몇 푼을 얻을 뿐.

하지만 도축이 있다면? 뼈, 가죽, 마정석, 기타 뿔이나 힘줄 등등 얻을 게 훨씬 늘어난다.

단순 사냥만 하는 사람과 격차가 벌어지는 건 당연한 일.

틈틈이 사냥했더니 레벨도 많이 올랐고, 벌어들인 포인트도 짭짤했다.

앞으로도 애용할 생각.

“궤에에에에.”

“응? 덕춘아, 왜?”

가만히 하는 일을 지켜보고 있던 덕춘이가 불만스럽게 내 머리를 때렸다.

녀석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건 상점창 목록. 그중에서도 식품 코너였다.

“궥. 궤에에에!”

“아.”

왜 저러는지 알 것 같다.

그동안 등반하랴 이벤트하랴 바빠서 약속을 안 지키고 있었다.

안전지대에 올 때마다 릴카가 덕춘이를 만지게 해 주는 대가로 뭐든 원하는 음식을 상점창에서 사 주기로 했었다.

약속은 약속이니까. 아직 포인트도 여유분이 있고.

“오케이. 덕춘아 먹을 거 고르고 있어라. 난 따로 할 게 좀 있어서.”

“궤궥!”

덕춘이에게 상점창을 넘겼다. 신나서 자기 앞으로 홀로그램을 가져오는 녀석.

보통은 다른 사람의 상점창을 건들 수 없겠지만 덕춘이는 펫. 서로 연결되어 있는 사이라 상관없었다.

전에 귀속 아이템인 보물 주머니에서 서리 불꽃 검을 꺼내 주기도 하지 않았는가.

“나도 확인 좀 해 볼까.”

다시 차가워진 호수에 몸을 담근 채 보물 주머니를 열었다.

디펜스 이벤트가 끝나고 위로 올라오기 전 상가를 뒤지고 다녔다.

혹시나 숨겨진 옵션이 있는 아이템이 있을까 해서.

결과적으로는 없었다, 대신.

[아이언 스톤의 꼬리 조각]

-단단한 결정체이지만 조합에 따라 액화됩니다.

-상급 포션 제작 재료.

[괴익충의 체액]

-휘발성을 가져 폭탄 재료로 쓰입니다.

-특정 조건을 만족하면 상급 포션의 재료가 됩니다.

몇 가지 잡템을 살 수 있었다.

그것도 상급 포션을 만들 수 있는 재료!

“저번에 인면어 가죽으로 마스크를 만들 때 정보가 떴었지.”

[인면어의 비늘]

-인면어의 비늘에는 특수한 성분이 존재합니다.

-슬럼피의 진액과 마크서스의 뿌리 등등의 재료와 혼합하면 상급 포션을 제작할 수 있습니다.

난 남겨 두었던 인면어 비늘을 꺼내 정보를 확인했다.

슬럼피의 진액과 마크서스의 뿌리도 이미 구해 둔 상황.

게다가 안전지대에서 얻은 두 가지 재료가 한데 모이니.

[S급 권능, 별을 주시하는 눈이 발휘됩니다!]

[상급 포션 재료가 모였습니다. 정보가 추가됩니다.]

숨겨진 정보를 읽는 권능이 정답을 보여 줬다.

각 재료 별로 상세하게 떠오르는 가공 방법.

추가로 생성된 포션 조합법까지.

내게 레시피는 필요 없다. 권능으로도 알아낼 수 있으니까. 남은 건 조합뿐.

“이제 제조 스킬만 사면 된다.”

제조 스킬은 비싸다. 물량도 얼마 없다. 잘 풀리지도 않고.

특히 물약 제조 같은 경우 등급도 B급이라 내 상점창 등급으로는 뜨지도 않는다.

하지만 걱정할 건 없다.

개인 거래로 구할 생각이니까. 포인트를 써서?

아니. 물물거래.

[끓어오르는 힘의 브로치 (B)]

-하루에 한 번, 10분 동안 스테이터스를 2배로 올릴 수 있습니다. (20층 이하까지만 사용 가능.)

그동안 유용하게 썼던 아티팩트.

아쉽게도 20층을 넘어온 순간부터 의미를 잃었다.

사용 자체가 불가능. 가지고 있으면 뭐 하나. 팔고 더 좋은 거 사야지.

직접 움직일 생각은 없고.

[쁘띠공듀]: 빠밤~! 이준석 씨, 오랜만이에요! 요즘 잘 지내나요? 쁘띠공듀 팬클럽을 만들었다는 소식은 들었는데.

이준석에게 맡길 생각이다. 연합까지 만들 정도면 충성심은 있겠지.

아무래도 이 아티팩트는 빼앗은 거라 직접 팔기가 힘들다.

대형 길드가 내 정체를 파악하는 단서가 될 테니까. 그러니 대리자를 이용할 생각.

[이준석]: 앗… 벌써 소식을 들으셨군요. 민망하네요. 나중에 규모가 더 커지면 이야기하려 했는데…….

개인 메시지를 보내자 바로 반응이 온다.

[쁘띠공듀]: 우후후후… 이블아이를 통해 들었죠! 그는 저의 믿음직한 친구니까요.

[이준석]: 저도 이야기 들었습니다. 이번 디펜스 이벤트에 참가해서 엄청난 무위를 선보였다고요!

[쁘띠공듀]: 에이, 그 정도야 뭐. 힘의 절반만 썼달까……☆

자화자찬하며 코를 훔쳤다.

잡담은 이 정도로 하고.

[쁘띠공듀]: 실은 부탁이 있어서 연락했어요.

[이준석]: 얼마든지 부탁하십시오! 뭘 해 드릴까요?

[쁘띠공듀]: 이 물건으로 물약 제조 스킬북을 좀 구해주실 수 있을까요?

난 개인 거래로 그에게 끓어오르는 힘의 브로치를 보냈다. 덤으로 5,000포인트도 같이.

[이준석]: 오오! 좋은 물건이군요. 걱정 마십쇼. 그런데 포인트는 왜?

[쁘띠공듀]: 그냥 부탁하기에는 미안하잖아요. 팬클럽 분들이랑 맛있는 거 사 드세욧! 그럼 이만 뿅☆

개인 메시지를 껐다. 이제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포션만 만들 수 있으면 또 돈방석에 앉겠군. 흐흐. 으히히히!”

기분이 좋아진 난 웃음을 터트렸고.

“궤에에. 으헤겤게게게!”

덕춘이 역시 크게 웃었다.

뭐야. 너도 내가 기쁘니까 좋구나?

그래, 웃자! 좋을 때는 웃는 거야!

난 목소리를 높였고.

[구매 완료.]

[45,000포인트가 지불됩니다.]

“엉?”

곧 웃음이 쏙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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