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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에 갇혀 고인물-81화 (8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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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랑크스 가디언이 달려온다.

위압적인 기세. 손에 쥐고 있는 광선검 역시 심상치 않다.

-후웅!

-사각!

놈이 검을 휘두르는 타이밍에 몸을 굴렸다.

내 뒤에 있던 기둥이 그대로 잘려 나갔다.

“뭐 저딴 게 다 있어!”

“궥!”

무너트리는 것도 아니고, 돌로 된 기둥을 무 자르듯 벤다고?

도대체 얼마나 날카로운 걸까.

그래도 3성급이라 그런지 움직임이 못 쫓을 정도로 빠르지는 않다.

공격력에 치중되어 있는 가디언일 가능성이 높다.

[파이어 밤 (B) Lv.10]

-콰르르릉!

B등급 최대 레벨까지 올린 파이어 밤을 터트렸다.

말 그대로 폭탄.

거대한 화염이 가디언을 덮쳤고.

“그그그극!”

몸체 절반가량이 터져 나간 놈이 기괴한 소리를 내며 몸을 틀었다.

일반적인 생명체였다면 즉사해도 이상할 게 없는 타격이건만, 놈은 돌과 신성력으로 이루어진 신성 병기였고.

-꾸드드득

핵을 제거하지 않는다면 끝없이 재생하는 골렘이었다.

눈에 마력을 두르며 권능을 발휘했다.

내게 있어 골렘은 쉬운 상대니까.

“보인다.”

놈의 오른쪽 어깨에서 흘러나오는 빛무리.

핵의 위치를 알아냈다.

어쩐지 반대편 몸통을 버리면서까지 지키더라니.

-파앗!

세차게 발을 차며 달려갔다.

놈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수복되고 있는 몸을 움직이며 대응했으니까.

-스악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광선검.

아슬아슬한 순간이었지만 내게는 충분히 여유를 둔 회피 동작이다.

확실해졌다.

내게 있어 3성급 괴물도 이제는 그리 어렵지 않다.

위험할 수는 있지만 꺾을 수 없는 적은 아니라는 말.

그만큼 내 신체 능력과 숙련도를 올린 스킬의 파괴력,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 쌓인 판단력이 일정 궤도에 올랐다는 거겠지.

단번에 몰아붙이면 빠르게 끝낼 수 있을 거다.

‘그럴 생각은 없지만.’

흘낏. 벽에 고정된 채 나를 내려보고 있는 마그나로크를 살폈다.

흥미롭게 전투를 지켜보는 녀석.

분명 얼음과 불의 신전에는 세 가지 교리가 있다고 했다.

이놈 하나 잡는다고 끝나는 게 아니라는 말.

추가적인 과제를 내 줄 가능성도 있고.

아직은 힘을 아낄 타이밍이다.

-카가각!

-카직!

히트 앤 런.

빠르게 다가가 놈의 다리를 파냈다.

그렇다고 너무 깊숙하지는 않게.

놈의 공격을 확실히 피할 수 있을 정도로만 움직였으며, 욕심을 부리지도 않았다.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한 채, 어떠한 부상도 입지 않고 해치우는 게 목적이었으니까.

“그에에, 퉷!”

-치이이익!

“그으으으으!”

덕춘이 역시 가만히 있지 않았다.

산성침을 뱉어 놈의 몸체를 녹여 냈으니까.

게다가 덕춘이가 가지고 있는 속성, 카오스의 영향인지 재생이 눈에 띄게 느려졌다.

‘나중에 카오스 속성이 뭔지도 알아봐야겠군.’

다른 속성을 무시하고 타격을 줄 수 있는 희귀한 케이스다.

일전에 시스템 메시지에 변화를 주었던 혼돈 에너지도 그렇고 수상쩍은 게 많다.

커뮤니티를 뒤져 봐도 아무런 정보가 없을 만큼 드문 것이기도 했고.

이전이었다면 방법이 없었겠지만, 지금은 NPC와도 인연이 생겼으니까 어떻게 되지 않을까?

릴카도 마당발이라 들은 게 좀 있을 거 같은데.

“그거야 나중에 생각하고. 일단은 집중하자.”

리듬을 타며 스텝을 밟던 난 순식간에 속도를 높여 안으로 파고들었다.

이미 여러 차례 공격해 가디언의 다리는 반파 직전.

난 공을 차듯 놈의 정강이를 걷어찼고.

-콰앙!

돌 파편이 터지며 가디언의 몸체가 기울었다.

나머지는 일사천리.

오른쪽 어깨에 있는 핵을 검으로 베어 냈으니.

[팔랑크스 가디언이 비활성화됩니다.]

이내 신성력이 사라지며 평범한 돌덩이가 되었다.

체력을 조절하며 싸워서 시간은 좀 걸렸지만, 이 정도면 나쁘지 않은 거 같다.

저기, 나를 보고 있는 마그나로크도 비슷한 생각인지 고개를 까딱였다.

“역시 하나로는 부족하군.”

당연한 소릴.

유적에 들어오고 가장 먼저 상대한 게 가디언들이다.

그중에는 3성급 개체도 두 개나 있었다.

마그나로크라고 그걸 모르지는 않았을 텐데.

“수준에 맞는 적을 만드는 것 역시 나의 의무.”

-콰르르릉

그가 말을 마치는 동시에 몸이 무너져 내렸다.

7미터에 달했던 덩치가 점차 줄어들며 팔랑크스 가디언 수십 개가 생성됐다.

저마다 안광을 내뿜으며 검을 쥔 녀석들.

“얼음처럼 단단하게 소중한 것을 지켜 내라. 도전자여.”

3미터 크기로 줄어든 마그나로크가 손을 펼치자 가디언들이 일제히 달려오기 시작했다.

땅이 진동한다.

흩뿌려지는 신성력의 편린과 저마다 몸에 두른 불과 얼음.

곳곳에는 변형된 신성 병기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라라락!”

훨씬 작은 덩치.

기껏해야 하운드 정도 될 정도였지만 움직임은 더 빨랐다.

[하이 스케빈져]

-동물형 신성 병기.

-2성급에 달하는 개체로 빠르고 위협적입니다.

-등 뒤를 조심하세요!

“별게 다 나오는구나!”

-콰가각!

난 빙 돌아 등을 노리는 하이 스케빈져를 찔렀다.

돌덩이로 이루어져 있어 방호력이 우수했으나 내게는 종잇장이나 다를 바 없었고.

[버프 다이스 (C) Lv.4]

[2]

[쓰리 포인트]

새롭게 적용된 버프는 데미지를 증폭시켰다.

쓰리 포인트.

같은 대상을 세 번 공격하면 추가 데미지를 입히는 효과다.

하이 스케빈져 같이 한두 대로 끝낼 수 있는 놈에게는 별 도움이 안 되지만.

[1 Hit]

[2 Hit]

[3 Hit!]

[쓰리 포인트가 적용됩니다!]

-콰아아아앙!

3성급 신성 병기인 팔랑크스 가디언을 잡는 데는 많은 도움이 되었다.

핵이 있는 곳을 두 번 내려친 뒤 막타.

데미지가 폭발하며 안에 있는 핵까지 날려 버리는 덕에 세 번, 많아야 다섯 번 안에 가디언을 무력화시킬 수 있었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이곳은 공간이 한정되어 있다는 것.

넓기는 하지만 하나같이 커다란 가디언이 20기 이상 있다 보니 조금씩 공간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놈들도 그걸 아는지 몸을 욱여 넣으며 압박하고 있었고.

일대 다수.

퇴로를 확보하는 건 중요하다.

가디언만 있으면 할 만한데…….

“어딜!”

“그라라라!”

비교적 작은 덩치를 이용해 기습하는 하이 스케빈져 때문에 쉽지가 않다.

난 맞은편에서 공격해 오는 가디언을 밀쳐 내고 옆으로 달렸다.

고작 10초 동안 맞섰을 뿐인데 놈들이 포위망을 짜고 있다.

완전히 갇히면 도주로는 사라진다.

즉, 길어야 10초. 사실상 잠시도 쉬지 않고 돌아다니며 전투를 벌여야 한다는 말.

체력이 빠르게 줄어들 건 뻔했다.

-쿠르릉

기동을 멈춘 가디언이 언덕을 만든다.

역시 골렘류는 이런 게 짜증 난다.

죽어서까지 바리케이드 역할을 할 수 있게 만들어졌으니.

가디언이라는 이름에 걸맞다고 해야 하나.

“저리 비켜!”

[파이어 밤 (B) Lv.10]

내게는 거치적거릴 뿐이었지만.

폭발을 일으켜 공간을 확보했다.

터져 나가는 돌덩이. 화끈한 열기 속으로 뛰어드는 하이 스케빈져.

“카아악, 퉤엣!”

사각지대에서 들어오는 건 덕춘이가 해결해 줬다.

가디언은 몰라도 하이 스케빈져는 침 한 방이면 녹다운이다.

진짜 혼자 싸웠으면 어떻게 됐으려나.

어찌 되긴, 신나게 뒤통수 터지면서 싸웠겠지.

빠르게 전장을 훑었다.

‘3성급이 우글거린다라. 어차피 나중에 겪게 될 일이지.’

난 흥분하려는 마음을 다잡았다.

그동안 올라온 층수에 맞지 않게 강한 상대와 싸워 온 건 맞다.

덕분에 남들보다는 등급이 높은 적과 싸우는 데 익숙해지기는 했지만, 진짜 위에서 활동하는 사람들과 같은 수준이냐고 묻는다면 잘 모르겠다.

10층대에서 1, 2성급 몬스터가 나오는 것처럼 위층에 있는 사람은 3, 4성급 몬스터 수십, 수백 마리가 돌아다니는 필드에서 사냥을 할 테니까.

반면 난 보스전과 같이 전력을 쏟아 가며 괴물과 전투를 치렀다.

동등한 위치가 아니라는 것.

더 익숙하고 당연시해야 한다. 등급이 높다고 위축되지 않고, 긴장하지 말고 하위종 몬스터를 잡듯이 자연스럽게.

‘층에 비해 강하다. 이 정도면 훌륭하다.’ 이따위 생각은 집어치우자.

-카가가강!

-콰아아앙!

검을 휘두르고 폭발을 일으켰다.

덕춘이의 지원을 받아 핵을 부쉈으며, 피할 수 없는 공격은 몸으로 때웠다.

어차피 내게는 되갚기 스킬이 있었고, 충격 일부를 흡수할 수 있다.

가진 모든 것을 활용하자.

조심스러운 건 흠이 아니지만 소극적인 건 죄다.

한 번의 판단.

의지에 따라 움직이는 몸.

이후의 대처.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나를 책임지는 건 나 자신뿐.

변명도 책임 전가도 없다.

탑 위로 오르냐, 못 오르냐 그 모든 건.

“나 하기에 달렸다 이거지!”

-서걱!

눈앞의 가디언을 두 토막 냈다.

C급 공격 스킬, 절삭.

놈들이 쥔 광선검에 지지 않을 날카로움에 돌이 매끄럽게 잘려 나간다.

“후우. 후.”

호흡이 차오른다.

너무 거칠게 움직인 탓인가.

아니면 이렇게 많은 3성급 적을 상대한 게 처음이어서일까.

마력도 빠르게 소모되고 있다.

힘들어서 속이 울렁거릴 지경이었지만 기분은 좋았다.

성장.

더욱 강해진다는 것을 몸으로 깨달았을 때의 희열은 그만큼 달콤했으니까.

[디그 (F) Lv.7]

구덩이를 파내 쓰러진 가디언을 땅에 묻었다.

장애물이 되면 치우면 그만.

시야가 트인다.

확연하게 줄어든 신성 병기 숫자.

하이 스케빈져는 몰살했고, 남은 거라고는 가디언 5개가 전부다.

“그에에. 핥!”

[회복 (E)]

지친 걸 느꼈는지 덕춘이가 내 목을 핥았다.

어우. 짭짤할 텐데.

고마운 마음에 덕춘이의 머리를 긁어 줬다.

덕분에 체력이 조금 돌아왔다.

“이거 생각보다 장난 아니네.”

놈들에게 당해 성한 곳이 없다.

방어구도 엉망이고. 각반과 완갑은 떨어져 나간 지 오래.

저번에 얻은 가고일 슈트가 아니었다면 어디 하나 크게 다쳤어도 할 말이 없다.

그마저도 이제 끝이지만.

“더 못 쓰겠다, 이거.”

“그에그에.”

시간적 여유만 있다면 보물 주머니에 넣어 둔 배틀 슈트로 갈아입었을 텐데.

아직 살기등등한 눈으로 날 노려보는 가디언들이 있어서 그건 안 될 거 같다.

잠깐의 신경전.

호흡이 돌아온 난 앞으로 향했고.

“우우우우!”

“그으으으!”

가디언들 역시 전력을 다해 합체했다.

“어?”

합체?

지들이 뭔데 합체를 해!

“그대는 상상 이상으로 강하군.”

마그나로크의 음성이 들려온다.

설마 저 자식이 수작을 부린 건가?

가만히 지켜보던 녀석이 갑자기?

진짜 너무하네.

“아니야, 나 약해. 비실비실하다니까?”

나의 연약함을 토로해 봤지만 씨알도 먹히지 않았고, 단 몇 초 만에 합쳐진 가디언들은 이전과는 비교도 안 되는 신성력을 내뿜었다.

크기는 변하지 않았다.

그만큼 압축이 되었을 뿐.

[더미 나이트 가디언]

-5개의 팔랑크스 가디언이 합쳐진 신성 병기.

-4성급에 달하는 강력한 존재입니다.

4성급!

15층에서 싸웠던 놈과 같은 수준이다.

파편이 떨어져 나갈 때마다 새로운 개체가 만들어져서 까다로웠던 녀석.

이놈도 그 못지않은 능력을 지닌 게 뻔하다.

“구오오오오!”

놈이 달려든다.

한층 밝게 타오르는 신성검을 휘두르며 돌진하는 폼이 예사롭지 않다.

-스팟!

한순간에 가속하는 녀석.

잠깐이지만 시야에서 놓칠 정도의 빠르기.

어느새 가디언의 검이 코앞에 놓였고.

“어쩜 이렇게 예상대로지?”

난 입꼬리를 올렸다.

당연히 4성급이 나올 줄 알았거든.

15층에서도 나왔는데 여기서 안 나올까.

이때를 위해 아티팩트도 아껴 뒀다.

[끓어오르는 힘의 브로치 (B)]

[중량 팔찌 (C)]

-쿠아아앙!

검이 맞붙었다.

단번에 올라간 스텟과 무게.

4미터의 돌덩이가 달려왔음에도 난 밀리지 않았다.

[데미지를 흡수합니다. (9,261/10,000)]

“고맙다. 덕분에 거의 다 채웠다.”

[되갚기 (A) Lv.1]

[스킬 레벨업!]

[되갚기 (A) Lv.2]

-쿠와아아아앙!

난 그동안 쌓였던 모든 데미지를 폭사시켰다.

모든 소리를 잡아먹는 굉음.

단단한 외갑이 바스러져 사라지는 광경.

놈의 몸속 곳곳에 박혀 있는 핵이 드러나고 온몸에 균열이 가 부서진다.

-그그그극!

역시나.

부서진 파편. 그중 핵이 담긴 곳에서 재생이 될 조짐이 보였다.

여기까지도 예상했다.

“너 같은 애는 이미 한번 겪었거든.”

[프로즌 브레이커 (A) Lv.1]

난 놈의 파편을 한데 모아 얼렸다.

급격하게 떨어진 기온에 서리가 끼는 바닥.

하나의 얼음덩어리가 된 녀석에 손을 얹는 순간.

-쩌적. 쩌저저적!

-콰앙!

파편이라 부르기도 민망한 얼음 조각들이 사방에 나부꼈다.

가루가 되어 버린 핵이 충격의 여파로 흩날리는 것이 장관이라면 장관.

자.

“그래서 다음 교리는 뭐지?”

팔에 묻은 얼음 알갱이를 털어 내며 마그나로크를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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