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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에 갇혀 고인물-36화 (36/740)

36화 오크 대부족장

[축하합니다!]

[안개 질주 (B)를 획득했습니다!]

[안개 질주 (B) Lv.1]

스킬 생성과 사용을 한 건 동시 같았다.

권능으로 생성된 새로운 스킬.

그 사용법과 정체는 각인처럼 머리에 새겨졌으니까.

[안개 질주 (B) Lv.1]

-안개로 변신해 질주합니다. (현재 유지 가능 시간 0.3초)

-상대 공격을 무시합니다.

무적기. 동시에 회피기.

찰나의 순간 날 건드릴 수 있는 건 없었다.

[안개화로 인해 사망으로 판정됩니다.]

[공격 대상으로 지정할 수 없습니다.]

내 몸은 안개.

제대로 된 형상도, 생명체로서의 육신도 없다.

-콰가가강!

머리를 쪼갤 듯 떨어지던 할버드가 내 몸을 갈랐고.

-스아아아아!

난 안개가 되어 놈의 안으로 파고들었다.

굉장히 빠른 속도.

괜히 질주라는 단어가 붙은 게 아니었다.

0.3초.

각성하지 않았다면 인지조차 힘든 시간이었지만.

[안개화가 해제됩니다.]

내게는 인식을 넘어서 행동까지 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유체이탈에서 돌아오면 이런 기분일까.

몸이 갑작스럽게 무겁게 느껴지며 오감이 날카롭게 살아났다.

그리고 내 눈앞에.

“크, 크하아!”

“죽어!”

대부족장이 있었다.

정확히 놈의 얼굴까지 날아온 나.

날아간 롱소드 대신 나이프를 움켜쥐었다.

남은 힘을 짜내 내뻗은 나이프가 놈의 눈을 찌른다.

약간의 저항감이 느껴지던 것도 찰나.

내 손이 안으로 들어갔고.

[파이어 밤 (B) Lv.3]

[버프가 종료됩니다.]

[끓어오르는 힘의 팔찌 (B)가 비활성화됩니다.]

모든 버프가 사라지기 직전, 폭발을 일으킬 수 있었다.

-푸화아아악!

미약한 끓는 소리.

그걸 뒤덮는 폭음.

몸통만 한 놈의 머리통이 터져 나갔으나 피와 뇌수를 뒤집어쓰는 일은 없었다.

-투둑, 후드득

이미 잘 익은 고깃덩어리가 됐으니까.

[대부족장을 처리했습니다!]

[스타터 킷의 효과.]

[올스텟 +5]

[대부족장에 도전하라-돌발 퀘스트 클리어!]

[2,000포인트가 지급됩니다!]

[오크들이 두려움에 떱니다.]

[24시간 동안 안전합니다.]

기다렸다는 듯 떠오르는 알림창.

-우우우웅

퀘스트가 완료되며 투기장을 막고 있던 장막이 사라졌다.

이긴 건가?

진짜?

-털썩

난 그 자리에 쓰러졌다.

버프와 아티팩트 효과가 끝나면서 진이 빠졌다.

특히 방금 사용했던 안개 질주.

이게 엄청나게 마력을 많이 잡아먹는다.

한 줌의 힘도 안 남은 느낌.

대자로 뻗은 채 난 생각했다.

“3성급 더럽게 세네.”

스텟도 올랐겠다. 스펙도 쌓았겠다 어느 정도 대등한 싸움이 될 줄 알았는데.

이게 3성급 몬스터라는 건가.

새삼 5층에서 만난 놈이 얼마나 열화판인지 알 것 같다.

“그에에엑.”

“응?”

승리를 자축하는 가운데 덕춘이가 날 잡더니 위를 가리켰다.

[보상이 지급됩니다.]

그래. 퀘스트를 깼으면 보상을 받아야지.

난 아픈 몸을 일으켜 세웠다.

반짝이는 두 개의 점.

-턱

양손에 하나씩 보상을 잡았다.

먼저 왼손에 있는 거.

이건 예상했다.

[히알틴 유적의 열쇠 조각 (1/3)]

“내 생각이 맞았나 본데. 7, 8, 9층 보스몹에게서 나오는 거.”

이걸로 두 개짼가.

-우우웅

열쇠 조각을 쥐자마자 보물 주머니가 진동한다.

아마 7층에서 얻은 열쇠 조각이 반응하는 거 같은데.

보물 주머니를 열자 열쇠 조각이 빛과 함께 떠오른다.

-찰칵!

자석처럼 서로에게 붙는 물건.

[히알틴 유적의 열쇠 조각 (2/3)]

-본래의 모습에 가까워지고 있다.

-미약한 신성력을 띈다.

“오?”

효과가 생겼다.

미약한 신성력.

“그러고 보니 히알틴 유적은 신성 왕국의 잔해라고 했지.”

고작 열쇠 주제에 신성력이 있다니.

유적 안에 있는 보물은 어떨까?

기대감이 한껏 부풀어 오른다.

히알틴 유적이 어디에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찾으면 그만이야.”

S급 권능, 별을 주시하는 눈이 있는 이상 시간은 걸릴지언정 못 찾지는 않을 거다.

난 열쇠를 보물 주머니 안에 집어넣었다.

남은 건 하나.

오른손에 묵직하게 잡혀 있는 구체.

거무튀튀한 겉면은 물컹했고 역한 구린내가 올라왔다.

이건 뭐랄까. 어…….

“어후.”

머릿속에 떠오르는 더러운 생각에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보상인데 그럴 리가 있나.

쓸데없는 생각을 지우며 지그시 아이템을 바라봤고.

[대부족장의 응축된 덩어리 (C)]

-우두머리 오크의 힘이 담긴 영약.

-강한 힘! 넘치는 투지! 지칠 줄 모르는 체력!

-당신도 힘을 주며 ‘근육!’을 외쳐 보는 건 어떨까요?

상상도 못 한 정체를 알 수 있었다.

이게 영약이라고?

내가 아는 영약은 극히 드문 확률로 드랍되는 보물인데.

부르는 게 값일 정도. 특히 밖에서는 그 정도가 심하다.

“탑 밖에서 강해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니까.”

헌터는 탑 밖으로 나가는 순간 성장이 멈춘다.

그걸 무시하는 게 영약이고, 먹는 순간 스텟을 올라간다.

고위급 헌터들도 없어서 못 먹는 물건.

종류에 따라서 특별한 속성을 강화하기도 한다는데.

“S급 헌터 김단수가 그랬지 아마?”

국내에 있는 S급 헌터, 뇌제雷帝 김단수.

그는 원래 A급 헌터였으나 뇌단雷丹을 먹고 S급으로 올랐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특이한 사례로 알려져 유명세를 탔었다.

“이건 그런 거랑 관계없어 보인다만.”

고작 8층에서 나온 물건에 그런 거까지 바라면 안 된다.

영약을 얻은 것만으로도 충분한 수확이니까.

난 비장한 마음으로 영약을 바라봤다.

“먹자.”

“으겍?”

내 결단에 놀란 덕춘이가 펄쩍 뛰어올랐다.

마치 ‘너 그런 거 먹어?’ 하는 표정이었지만 무시했다.

강해질 수 있다면 뭔들 못 하리.

난 곧장 영약을 입에 넣고 씹었다.

“우웁!”

반사적으로 헛구역질이 나왔지만 오기로 버텼다.

영약이 얼마나 귀한데. 꼭꼭 씹어서 모조리 흡수해야지.

코를 찌르는 비린내와 노린내.

정체를 알 수 없는 끈적한 식감과 느끼함.

눈물이 찔끔 날 정도의 역함이었지만.

[대부족장의 응축된 덩어리를 흡수합니다!]

어느 순간 물처럼 녹아 버린 영약이 식도를 타고 넘어갔고.

[대부족장의 응축된 덩어리의 효과.]

[힘 +10]

[체력 +10]

[민첩 +3]

[마력 +3]

[대부족장의 힘이 깃듭니다!]

[체력 소모가 줄어듭니다.]

“오우?”

몸에 힘이 가득 차기 시작했다.

민첩과 마력은 그리 오르지 않았지만 힘과 체력은 급격하게 늘었다.

그뿐이랴. 추가적인 효과까지.

엄청나다고 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생존력을 올리는 데는 큰 도움이 될 게 분명했다.

C급 영약임에도 이 정도라.

영약이 대단하긴 하다.

그보다.

“으퉤퉤.”

난 침을 뱉으며 입안을 환기했다.

냄새가 자꾸 올라와서 머리가 다 아프다.

스터터 킷 때도 그렇고 스텟 올리는 것들은 왜 이리 맛이 없는 거지.

“그치, 덕춘아?”

난 어깨에 붙어 있는 덕춘이에게 말을 걸었고.

“킁킁. 으엑!”

-철썩!

입 냄새를 맡은 덕춘이는 질색하며 내 뺨을 때렸다.

거, 손버릇이 안 좋네. 그래도 주인인데.

얼얼한 뺨을 문지르며 억울한 표정을 지었지만.

“진짜 냄새가 심하긴 하다.”

곧 덕춘이의 행동에 납득할 수밖에 없었다.

입도 그렇고 몸도 그렇고 사람의 몰골이 아니다.

도저히 안 되겠다.

[상점창]

포인트도 제법 모였겠다. 생활형 스킬을 사야지.

주르륵. 난 스킬 목록을 살폈고.

“여기 있군.”

[샤워 (F)]

-대상을 깨끗하게 정화하고 원기를 북돋는다.

“구매.”

[1,000포인트가 차감됩니다.]

눈여겨보던 스킬을 샀다.

확실히 생활형에 등급도 낮아서 그런지 저렴한 편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에 살걸.

난 자연스럽게 스킬북을 펼쳐 스킬을 익혔고.

[샤워 (F) Lv.1]

-쏴아아아아!

곧장 사용했다.

마치 물길이 온몸을 감는 느낌.

진짜 물은 아니었다. 마력의 흐름으로 이루어진 거니까.

그럼에도.

“으아아, 녹는다.”

“그에에에에.”

적당히 따뜻한 온도와 부드럽게 몸을 어루만지는 감각에 몸이 풀어졌다.

혈액 순환이 활발해지며 활력도 돌고.

생활형 스킬이 이렇게 좋습니다. 다른 애들도 포인트 여유 있으면 무조건 사라 해야지.

몸도 씻고 장비에도 스킬을 사용했다.

물로 씻는 게 아니다 보니까 장비 청결용으로 써도 무관했으니까.

“이왕 샤워 스킬을 산 거 쇼핑을 좀 해 볼까?”

한번 편리함을 느꼈기 때문일까 욕심이 생겼다.

그동안 탑을 오르면서 불편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특히 잘 때.

그때가 가장 무방비하지 않던가.

물론 내게는 덕춘이가 있으니 사정이 좀 나을 수 있지만.

“요놈의 개구리가 얌전하게 불침번을 설 리가 없단 말이야.”

“그엑. 그엑.”

고개를 까딱이며 가슴을 탕탕 두드리는 녀석.

자랑이다.

한숨을 내쉬며 스킬 목록을 살폈다.

잡다하지만 있으면 편리한 스킬들.

[알람 (F)]

-알람 구역을 설정합니다.

-해당 지역에 누군가 출입할 경우 알람이 울립니다.

[디그Dig (F)]

-구덩이를 파냅니다.

[워터 (F)]

-물을 소환합니다.

[파이어 (F)]

-불을 피워 올립니다.

기본적이고 범용성 좋은 것들을 추려 구했다.

알람 마법이야 잘 때 설치해 두면 좋고, 디그 역시 잠자리를 만들거나 함정을 팔 때 유용하겠지.

“워터야 물을 얻을 수 있으니까 생존에는 필수고.”

상점창에서 물을 사 먹는 방법도 있지만 그것도 다 돈이다.

어차피 100층까지 올라가야 하는 상황. 스킬 하나로 퉁 치는 게 싸게 먹힌다.

파이어야 체온 유지와 조명 역할 등 쓸데가 많아서 산 거고.

“파이어 밤은 화력이 너무 세지.”

모닥불 하나 만들겠다고 나무 전체를 태워 버릴 수는 없지 않은가.

몬스터 어그로도 그렇고 지속성도 안 좋다.

반면 파이어는 마력만 충분하다면 땔감이 없어도 유지가 가능하다.

“생각보다 포인트가 많이 드네.”

스킬을 사다 보니 모아 뒀던 포인트가 많이 줄었다.

어디 보자. 남은 포인트가.

[보유 포인트: 3,580]

많다면 많지만 적다면 적다.

쓸 만한 거로 고르다 보면 천 단위로 빠져나가니까.

식비나 포션 같이 주기적으로 나가는 것도 있고.

비상금까지 고려하면 이 정도 여유는 둬야 한다.

“마음 같아서는 모조리 긁어모아서 스킬 합성 재료로 쓰고 싶지만 어쩔 수 없지.”

그러기에는 드는 폼이 너무 많다.

좋은 스킬이 나올 거라는 보장도 없고.

안개 질주를 얻은 탓에 혹시나 해서 권능을 열어봤는데 아까처럼 빛나는 스킬은 없었다.

마무리로 도시락 두 개를 사고 상점창을 닫았다.

계속 몸을 움직였더니 허기가 져서.

“밥 먹자.”

“궤엑!”

사이 좋게 덕춘이와 하나씩 나눠 먹으며 커뮤니티를 켰다.

보스몹을 잡았지만 할 일은 남았다.

8층 공략법을 올려야 하니까.

난 빠르게 손가락을 놀렸다.

[쁘띠공듀]: 오크들과 뒹굴며 땀범벅 ☆8층 공략☆

모두들 뾰로롱! 쁘띠공듀가 왔어요♡

다들 오크는 만나셨나요? 킁킁! 고약한 냄새가 난다구요? 그렇다면 만났겠네요!

정말이지 전 오크가 너무 싫답니다. 땀 냄새랑 누린내가… 또르르……ㅠ

청☆결한 쁘띠공듀는 그런 놈들이랑 뒹굴기 싫다구요!

하지만 퀘스트가 발생한다면 어떨까요?!

.

.

.

이제는 익숙해진 콘셉트질.

작성을 마친 난 칭호 정보를 불러왔다.

공헌도 점수가 얼마나 올랐는지 확인하기 위해.

[공략자-칭호 (성장형)]

-올 스텟 +10

-공개한 공략 수준과 개수, 도움을 받은 사람들의 반응을 대상으로 점수가 집계됩니다. (상황에 따라 점수가 하락할 수도 있습니다.)

-현재 공헌도: 89점. (다음 보상까지 11점 남았습니다.)

“89점이라.”

생각보다 저조하다.

처음 튜토리얼 공략을 올렸을 때는 많이 올랐는데.

어쩔 수 없는 거긴 하지만.

튜토리얼이야 원하든 원치 않든 도전해야 하지만 7층부터는 아니다.

원한다면 스타터 킷이고 뭐고 10마리만 잡아서 위로 향할 수 있다는 말.

위험 부담이 있는 만큼 공략대로 움직일 사람은 소수일 거다.

실제로 수행해낼 능력을 지닌 사람은 더 적을 거고.

급하게 생각하지 말자. 어차피 오르게 될 테니까.

칭호 정보를 지운 난 커뮤니티로 눈길을 돌렸다.

역시 쉴 때는 커뮤니티만 한 게 없다.

“다른 애들은 뭐 하고 있으려나.”

난 여러 글에 기웃거리며 멤버들의 흔적을 찾았고.

“음? 뭐야.”

수많은 게시글 중 유독 댓글이 많은 글을 발견했다.

낯익은 닉네임.

탈모맨 이 또라이가 또 무슨 짓을 벌인 건가.

찬찬히 게시글을 확인한 난 반성하기 시작했다.

“허허. 어허허.”

우리 멤버 중에서는 탈모맨이 제일 미친놈인 줄 알았는데.

“그냥 다 미친놈들인 거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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