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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에 갇혀 고인물-11화 (11/740)

11화 공략자

3층, 모든 함정이 멈춘 곳에서 한가롭게 도시락을 까먹던 난 부르르 몸을 떨었다.

“맛있다!”

정말 미친 듯이 맛있다.

탑에 떨어진 후 전투 식량과 클리어 보상으로 지급된 기본 음식만 먹었기 때문일까.

아니다. 그런 구차한 이유를 들먹거리지 않아도 최고의 맛이었다.

풍부한 육즙과 바삭한 껍질, 던전에서만 나온다는 고급 향신료의 감칠맛.

게다가 한국인 입맛에 딱 맞는 달면서도 매콤한 소스까지.

미쳤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예전에는 먹는 거로 스트레스 푼다는 게 무슨 소린지 몰랐는데 지금은 알 것 같다.

정말이지 밥을 먹을 뿐인데도 힐링하는 기분.

[회복력이 증가합니다.]

정정한다. 정말 힐링하고 있다.

스페셜 도시락의 버프. 이게 설명으로 들었을 때와 체감했을 때의 느낌이 전혀 다르다.

보약도 이보단 못하겠지. 즉각적으로 반응이 오니까.

사람이 생기가 돈다는 게 이런 뜻인가.

“다음에 또 먹으면 좋겠다.”

난 어느새 비어 버린 도시락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아. 미련 남네. 언제 다 먹은 거지.

“나중에 포인트 많이 벌면 상점에서 사 먹든가 해야지.”

일단은 버프가 있으니 포션으로 쳐 주지 않을까?

커뮤니티를 보아하니 식량이나 일상용품도 판다는 거 같던데.

6층에 도착해서 상점창이 열리면 확인해 보자.

-지익

난 입가심도 할 겸 디저트 케이크 포장을 벗겼다.

이왕 쉴 거면 제대로 쉬어야지.

겸사겸사 아까 올렸던 공략 반응도 좀 보고.

“커뮤니티 오픈.”

밥 먹느라 시간이 좀 지났으니 밑으로 좀 내려갔을 거다.

난 스크롤을 내리며 디저트를 퍼먹었고.

“크으. 당이 폭발한다.”

입안 가득 채우는 달콤함에 감탄사를 내뱉었다.

디저트까지 완벽하구나 이거는.

그건 그거고.

“뭐야. 내 글 어디 갔어.”

글 리젠이 이렇게 빨리 됐던가?

어째 내 공략글이 보이지 않았다.

삭제라도 된 건가?

무슨 수로?

정부와 길드의 힘이 막강하다고는 하지만 커뮤니티는 시스템 서비스다.

헌터가 어쩌지 못한다는 뜻.

난 다시 첫 페이지로 돌아왔고.

“어?”

10층 이하 채널 최상단에 위치해 있는 내 글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른 것들과 달리 내 거만 색이 다르다.

자세히 보니 앞에 뭔가 표시가 있었는데.

공지? 이런 기능도 있었나?

들어본 적이 없다.

아직 튜토리얼 구간이라 다른 채널을 확인해볼 수도 없고.

“조회수가 194.”

다른 게 있다면 조회수.

일반적인 글보다 몇 배는 더 많았다.

아무래도 본 사람이 많아 상단에 노출된 것 같은데.

심지어 지금도 오르고 있고.

오. 이제 200 찍었다.

-띠링

[당신의 공략이 수많은 이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후발주자를 위한 배려심. 타의 귀감이 됩니다!]

조회수가 200을 찍는 동시에 알림이 울렸다.

주르륵 떠오르는 문구.

난 떠먹던 디저트를 천천히 내렸고.

[칭호-공략자가 지급됩니다!]

“치, 칭호!”

입을 딱 벌릴 수밖에 없었다.

칭호라니. 그거 벌써 얻을 수 있는 거였나?

탑을 오르는 헌터가 강해질 수 있는 방법.

대표적인 것은 스텟 노가다와 스킬 레벨 업이다.

장비를 얻어 능력치를 올리는 방법도 있고.

그리고 한 가지 더.

최상위 헌터들의 급을 나누는 기준이 있었으니.

“칭호를 통한 스펙 업.”

그게 바로 칭호였다.

성장할수록 급격하게 올리기 힘들어지는 것이 스테이터스다.

한계점까지 성장한 육체는 어지간한 자극으로는 강화되지 않으니까.

괜히 사람들이 아이템과 스킬에 목매는 게 아니라는 뜻.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강해질 수 없으니까.

그렇기에 모든 헌터들이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드는 것이 칭호인데.

“이렇게 얻을 줄이야. 상위 헌터가 되려면 무조건 얻어야 한댔지.”

말이 쉽지 실제로는 극히 구하기 까다로웠다.

우선 조건 자체도 알려진 게 거의 없다. 남들보다 앞서나갈 수 있는데 누가 말할까.

그보다 문제인 건.

“똑같이 한다 해도 받을 수 있을 거란 보장이 없고.”

탑이 생성된 지 10년이 넘은 지금 그런 시도를 안 해봤겠는가.

상위권을 달리고 있는 헌터들 사이에서 연구해 봤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칭호를 얻는 조건은 개인마다 다르다는 게 잠재적 결론이었다.

애초에 칭호라는 게 겹치지도 않았고.

괜히 초기 헌터들이 아직까지 대형 길드장을 하고 있는 게 아니다.

처음 탑을 오른 만큼 최초 공략 칭호를 다 쓸어 먹어서 그렇지.

“그래서 탑이 도전을 자꾸 종용했던 건가.”

가만 생각해 보니 그러했다.

2층에서 진액을 발랐을 때 시스템은 보상을 줬었다.

새로운 시도를 했다고.

이곳 3층? 마찬가지 함정에 도전해 노히트 클리어를 해 내면서 1,000포인트를 얻었다.

어렵지만 분명한 성과. 남들이 하지 않는 짓. 그걸 바라고 있는 거다.

예로 들면 정부와 대형 길드가 숨기는 진짜 공략법을 뿌리는 행위 같은 것처럼.

“일단 확인부터.”

난 디저트를 입에 털어 넣고 알림창을 노려봤다.

과정이야 넘어가자. 중요한 건 결과니까.

칭호마다 효과가 다르다고 들었다.

단순히 스텟을 높혀 주는 게 있는가 하면 특별한 능력을 주는 것도 있다던가.

과연 나는 어떤 걸 얻었을까.

긴장되는 마음으로 설명을 읽어 내려 갔고.

[칭호-공략자 (성장형)]

-올 스텟 +10

-탑을 공략하는 그대여 선구자가 되어라!

-선구자는 남들보다 위에 있는 사람이 아닙니다. 후발주자들을 끌어올리는 존재죠.

-가장 많은 비밀을 아는 자, 끊임없이 도전하는 자. 그들이야말로 선구자가 아닐까요?

-공개한 공략 수준과 개수, 도움을 받은 사람들의 반응을 대상으로 점수가 집계됩니다. (상황에 따라 점수가 하락할 수도 있습니다.)

-현재 공헌도: 58점 (다음 보상까지 42점 남았습니다.)

“대박이다!”

난 확신할 수 있었다.

지금 얻은 칭호는 다신 없을 행운이라는 걸.

무려 올 스텟을 올려 준다. 고작 10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그건 모르는 말씀.

현재 내 힘민체는 도합 18. 10은 결코 적은 수가 아니다.

무엇보다.

“마력이 올라가.”

이게 크다. 마력 옵션이 붙은 아이템은 그 자체만으로 한 등급 더 위로 쳐준다.

가격이야 말할 것도 없이 비싸고. 현실은 게임이 아닌 만큼 착용 아이템 개수에 제한이 없다.

마법 계열로 성장한 헌터는 온몸에 아이템을 도배한 경우도 심심치 않았고.

온갖 헌터 관련 소식이라는 소식은 전부 긁어모았던 나이기에 더 확신할 수 있었다.

내가 얻은 칭호는 보물이라는 것을.

그뿐만이 아니다.

“성장형에 보상 시스템까지.”

올스텟 증가는 시작에 불과하다.

가장 아래에 적혀 있는 정보.

다음 보상까지 남은 점수를 표시하고 있었다.

점수를 얻으면 얻을수록, 내가 공략해 내고 퍼트리면 퍼트릴수록 호칭의 효과가 증가된다는 거다.

“칭호 하나로 여러 칭호를 얻은 효과를 낸다는 거지.”

입꼬리가 내려가질 않는다.

“난 행운아다!”

결국 참지 못한 난 기쁨의 비명을 질렀고 세리머니를 펼쳤다.

열정을 담아 흔드는 막춤!

남이 본다면 미친놈 같겠지만 뭐 어떤가.

여기에는 나밖에 없는데.

[Tip. 장시간 탑에 머무른 자는 정신이 이상해진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정신 건강을 챙겨 보는 건 어떨까요?]

“안 미쳤거든?”

산통을 깨 버리는 팁 메시지를 보며 으르렁댄 난 남은 케이크를 한입에 털어 넣었다.

진정하자. 칭호를 얻은 건 좋은 일이지만 더 중요한 건 어떻게든 살아남아 위로 올라가는 거다.

어떻게 얻은 기회인데 이왕 도전하는 거 100층을 목표로 해야지.

“그전에 댓글부터.”

칭호 업그레이드 조건에는 점수가 필요했고 그중에는 사람들의 반응도 섞여 있다.

그 옆에는 상황에 따라 점수가 하락할 수도 있다고 했고.

잘못된 공략법을 올리거나 반응이 좋지 않으면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는 거겠지.

하긴 공략법이랍시고 아무 말이나 지껄일 수도 있으니.

시스템이 그렇게 허술할 리가 없었다.

“점수가 58이라는 건 나름대로 지지가 있었다는 건가?”

확인해 보면 될 일이다.

난 공략법 하단 댓글창을 확인했다.

[니머리 탈모]: 오오! 안 그래도 뒤질 뻔했는데, 땡큐!

가장 먼저 탈모맨. 역시나 나와 같은 층을 공략하고 있던 모양.

[정수리 핥짝]: 아씨… 벽 틈 왜 이리 좁아. 천장 함정에 깔릴 뻔했네.

[니머리 탈모]: 그건 네가 뚱… 듬직하기 때문이 아닐까?

[정수리 핥짝]: 뒈질라고 ^^ㅣ벌럼이. 정수리 딱 대.

[니머리 탈모]: ㅓㅜㅑ;;;

핥짝이도 3층에 도착한 건가. 언제 친해진 건지 둘이서 잘도 논다. 아님 그냥 싸우는 건가.

둘이야 그렇다고 치고 새로운 아이디가 보였다.

우리와 같이 튜토리얼을 오르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

[냥냥펀치]: 아 빨리 볼걸. 3층 갔다 죽어서 다시 도전 중인데 2층 코볼트 땜에 죽겠음. 전엔 어떻게 올라갔지 ㅂㄷ.

아무래도 중간에 한 번 죽은 것 같다. 하긴 난이도가 워낙 하드 해야지.

솔직히 3층은 조심한다고 다 되는 게 아니니까. 그보다.

“생각해 보니 2층 공략을 안 썼네.”

냥냥펀치처럼 1층부터 다시 올라오는 사람도 있을 텐데.

커뮤니티가 열리는 건 2층을 클리어하고 난 뒤라서 신경을 안 썼었다.

“좋군.”

이렇게 된 거 1층과 2층 공략도 전부 써 버리자.

그러면 점수가 더 들어오겠지?

예상외의 수확을 얻은 거 같아 기분이 좋다.

“다른 생존자는 없는 건가?”

댓글 스크롤을 내려 봤지만 튜토리얼 층에 있는 사람은 없어 보였다.

혹시 모르지. 눈팅만 하고 있을지.

일단 드러난 사람 중에서는 나, 탈모인, 냥냥펀치, 핥짝이 선두권인가.

난 가만히 생각에 잠겼고.

“어째 이상한 놈들만 올라온 거 같은데.”

지그시 눈썹을 문질렀다.

냥냥펀치야 그렇다 치고 정수리 핥짝 저놈은 왜 남의 정수리를 핥으려는 거지. 변태인가.

탈모맨도 그렇지만 정상인이 별로 없다.

가혹한 탑 환경에 맞춰 그런 놈들만 살아남은 건가.

그렇게 생각하기에는 정상인인 내가 있으니 아닌 것 같은데.

모르겠다. 그냥 수많은 정상인 중 정신이 나간 사람들만 눈에 띈 거라 생각하자.

어찌 됐든 저 사람들 덕분에 점수가 올라갔으니 감사하도록 하고.

난 계속해서 댓글을 읽어 나갔다.

[뽕짝뽕]: 저거 크게 다르지는 않음. 얼추 맞는 듯?

[이용_산군]: ㄴㄴ 3층 함정 저렇게 안 빡셈. 오래돼서 가물가물하긴 한데 암튼 아님.

[이석찬_산군]: 허위 정보에 관심 주지 마세요.

└산군아 뭐 하냐. 얼른 일 좀 하자. 밥그릇 지켜야제 왈왈!

└산군이 뉘 집 개 이름인 줄 아나. 걸리면 뒈진다

[고기전사 1호]: 아 근데 ㅈㄴ 애매하다. 어떻게 깨긴 깼었는데.

└ㅇㅈ 미친 듯이 뛰다 보니 깼던 거 같은데 자세히는 기억 안 난다.

[보송송이]: 새로 올라오시는 분들ㅠㅠ 핸드폰 들고 있죠? 핑크펑크 노래 있는 분 6층 올라오면 개인 거래 주세요. 저 상위층이라 줄 수 있는 거 많아요. 엉엉.

└[냥냥펀치]: 나 있음. ㅇㅇ 얼마까지 알아보고 오셨어요, 호갱님?

.

.

.

“나머지 댓글은 크게 둘로 나뉘는군.”

어느 정도 맞다며 긍정하는 쪽과 개소리하지 말라고 화를 내는 사람.

중간중간 딴소리를 하며 잡담을 나누는 사람도 있기는 했지만 많지는 않았다.

보송송이 저 사람은 어째 매번 볼 때마다 있는 것 같은데.

밖에 소식에 목말라하는 사람 중에는 10층 이하 채널에 관심 있는 사람이 제법 있다고 들은 것도 같다.

어지간히도 팬인 모양. 와중에 냥냥펀치는 그걸 팔려고 하고.

저것도 방법이다. 상위층 헌터에게 뭐라도 받아 낼 수 있다면 좋은 일이니까.

어차피 핸드폰은 탑에서 쓸모가 없다.

충전도 못 하고 전화도 안 된다. 그냥 짐덩이라는 뜻.

핸드폰이야 냥냥펀치가 알아서 하라 그러고.

“산군 길드.”

난 유독 댓글로 분탕 치고 있는 이들의 닉네임에 주목했다.

국내에 존재하는 대형 길드는 8개.

정부와 함께 가짜 공략을 퍼트린 놈들이다.

산군 길드는 대형 길드에 속해 있었고.

“똥줄 좀 타지, 요놈들아?”

웃음이 절로 나온다. 화들짝 놀라 가지고 몰려들기나 하고.

덕분에 공지글까지 먹었다.

이도 저도 못 하는 상황. 골치 꽤 아플 거다.

“산군 길드가 대형 길드 서열 8위였나?”

유독 산군 길드만 나서는 걸 보니 짬처리를 당한 거 같다.

가뜩이나 바쁜 대형 길드인데 튜토리얼 구간까지 신경 쓰기는 귀찮겠지.

실컷 분탕 쳐 봐라 내가 멈추나.

결국 내가 공략이 신뢰를 얻으면 얻을수록 날 방해했던 놈들은 민심을 잃는다.

“움직이자.”

대형 길드에 정면으로 들이박은 이상 놈들도 가만히 있지는 않을 거다.

분명 찾아내 죽이려고 들겠지.

그러니 나는 최대한 정체를 숨겨야 하고 동시에.

“강해져야 해.”

언젠가 정체가 밝혀져도 건드릴 수 없도록.

다행히 내게는 강해질 방법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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